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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참신한 기획력과 아이디어로 3D콘텐츠 시장 공략할 터

by KOCCA 2012. 9. 6.

 

이 름 : 최 양 현

주요 경력
현재 (주)파란오이필름 대표 및 감독
2012년 3D 입체영화 <나의 로봇> 연출(영화진흥위원회 휴먼팩터 연구과제 결과물),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제작지원작 <레디메이드 인생> 연출,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CGI아카데미> 사업 책임연구원
2010년 <3D 입체영상 제작 워크북> 책임 집필(한국콘텐츠진흥원 발간)
2009년 ~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 <3D 입체영화 기술 연구 테스트베드> 프로젝트 책임연구원

 

파란오이필름은 2011년에 문을 연 젊은 회사로 영화 커머셜 영상과 3D 입체영상 기획, 제작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3D 입체영상과 관련된 회사들의 핵심 사업은 3D 기술서비스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파란오이필름은 영화 기획과 시나리오, 연출 및 3D 입체영상 등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실력을 갖춘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작가와 프로듀서, 감독으로 구성된 파란오이필름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최양현 감독과 만나 3D 입체영상 제작에 얽힌 에피소드와 앞으로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로 시작해 3D 콘텐츠 전문가로
“지난해 9월에 영화 기획과 제작, 그리고 3D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파란오이필름이라는 회사를 만들었어요. 원래는 영화 쪽에서 시나리오도 쓰고 제작도 하는 일을 많이 했는데, 대학원에서 3D입체영화 제작 기술을 공부한 일이 계기가 되어서 지금은 3D 입체영상 분야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양현 감독은 2009년 영화 <아바타>가 개봉하고 국내에서도 3D 붐이 일었을 때만 하더라도 3D 입체영화를 기술적으로 이해하고 전공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당시 미국에 가서 3D 입체영상 전문가들도 만났는데, 그들은 앞으로 3D 입체영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미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저도 2008년에는 베트남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소재로 시범적인 3D입체영상 다큐멘터리도 제작했었죠.”

 

▲ 참신한 기획력과 아이디어에 3D입체 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더해 경쟁력 있는 3D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는 최양현 감독


하지만 해외의 발 빠른 움직임과는 달리 당시 국내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국내에서 그 당시 제작된 3D 입체영상은 테마파크나 전시 영상용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었다. “영상을 주로 만드는 사람들도 3D입체영상에 대해 정식으로 공부를 하거나 관련 분야에 대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을 찾기가 힘든 때였죠. 또, 초창기만 해도 3D 입체영상은 기술적이고 공학적인 면으로 접근해야 되서 엔지니어 출신들이 많았어요.”


최감독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해 단편영화도 만들고, 조연출 경험도 있어서 3D입체 영상을 콘텐츠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고, 3D입체 분야에 대한 이해도도 어느 정도 갖고 있었다. “<아바타>가 개봉하고 나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많아졌어요. 그 당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3D입체영상을 위한 기술연구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제가 연구책임자를 맡았었죠. 그러면서 최익환 감독의 3D입체 단편영화 <못>도 나왔구요. 또,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3D 입체영상 분야의 인재양성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커리큘럼도 만들고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었죠. 재작년에는 신태라 감독의 3D 입체영화 <27년후>에서 3D 감독으로도 참여했습니다. 이 작품은 LA 3D영화제에서 대상을 받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 3D 입체영상 기술을 도입해 만든 SF단편영화 <27년 후>의 제작현장 모습


올해는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3D 입체영화를 잘못 제작하면 어떻게 눈이 아프게 되는지, 어떤 부분이 시각적인 피로를 유발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점들을 제거해 올바른 3D 콘텐츠를 만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대규모 3D입체 연구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는 “현재 연구사업 안에 3D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단편영화도 하나 제작 중입니다. 영화 촬영은 이미 끝났지만, 주인공이 3D 로봇 캐릭터라서 CG로 합성을 하고 있습니다.”라며 올해 11월 영진위에서 컨퍼런스 형태로 소개할 단편영화 <나의 로봇>에 짧게 소개했다. 이 작품은 시그래프(SIGGRAPH)에도 출품할 계획이다.

 

킬러 콘텐츠가 아쉬운 국내 3D 콘텐츠시장
최감독은 2007년도에 3D 촬영장비 중에서 리그(Rig)를 이용해 베트남에서 다큐멘터리를 하나 찍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장비의 수준이나 기술 구현도가 굉장히 낮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한 장면을 찍는데 2~3시간 정도 걸렸어요. 또, 장면을 찍었다고 해도 이미지 품질이 높지 않아서 후반작업에서 보정을 많이 해야 했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엄청 좋아졌어요. 3Ality 같은 고퀄리티를 낼 수 있는 3D 장비들도 많이 도입 됐으니까요. 이제는 3D로 찍는 촬영 자체에 대한 부분은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습니다. 또, 3D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인력들의 경험치도 높아졌구요.”


하지만 그는 3D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킬러 콘텐츠’가 국내에는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킬러 콘텐츠가 나오고 3D 콘텐츠 시장을 선도하면서 다른 작품에 대한 투자도 많아져야 하는데, 현재 <아바타> 같은 킬러 콘텐츠가 나오진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에서는 3D입체 시범영상도 만들어졌고 잘 기획된 작품들도 나왔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얻거나 커다란 수익으로 연결된 작품은 아직 없다.


“이제는 3D입체영상 분야에서도 킬러 콘텐츠가 하나쯤은 나와 주어야 할 때입니다. 그 동안 무수한 시도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3D를 접목해서 구현하는 정도에 그쳤을 뿐입니다. 따라서 영상의 완성도가 낮아 관객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 베트남에서 3D 입체영상 기반의 다큐멘터리 <호권>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한편, 최감독은 3D 콘텐츠는 TV보다는 영화에 더 잘 맞는 구조라고 말했다. “TV는 3D 콘텐츠를 틀 수 있는 전용 채널이 아직 없습니다. 물론 Skylife 같은 시범적인 채널은 있지만 높은 3D 콘텐츠 제작비를 들여서 만들었다고 해도 광고 수익이나 비즈니스 모델로 내세울 만큼 성장하진 못했습니다. 특히, 3D는 큰 스크린에서 봐야 몰입감도 더 좋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도 증가해 만족감이 크게 높아집니다. 하지만 TV는 사이즈가 작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는 또 “사람들이 TV 시청하는 패턴을 보면 누워서도 보고, 걸어 다니면서 잠깐씩 보는 경우가 많은데, 3D 콘텐츠를 보려면 정확한 자세로 앉아야 하고, 적정한 거리만큼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3D 영상은 TV라는 시청 구조와는 잘 맞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상대적으로 극장에서는 한 곳에 앉아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오히려 극장이 3D 환경에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영화는 돈을 내고 보아야 하므로 비즈니스 모델로도 맞는다는 설명이다.


“최근에 2012 여수엑스포에 전시된 3D 콘텐츠 영상은 넉넉한 제작예산과 큰 규모의 상영시설에서 상영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퀄리티가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 만드는 것만으로는 3D 산업을 활성화시키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일종에 3D 테스트베드 같은 환경 구축은 가능하겠지만 전체적인 3D 콘텐츠 산업으로 발전하려면 민간 투자나 자발적인 기업들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과는 별개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여수엑스포처럼 콘텐츠를 제작해서 납품하고 제작비를 받으면 끝나는 구조에서는 3D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도 없고 2차적인 부가판권으로 수익을 올리기도 힘듭니다. 또한 정부 프로젝트의 경우 스토리나 형식면에서도 제약이 많아서 창의적인 형태로 구현한다는 것은 사실상 매우 힘든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3D도 스토리와 영상의 조화가 중요하다!
한편, 최감독에게 최근 관심 있게 본 3D 콘텐츠는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든 3D 어드벤처 <휴고(Hugo)>가 꽤 괜찮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3D를 담당했던 VFX 수퍼바이저 랍 리가토(Rob Legato)를 만난 적이 있는데, 기존 3D 입체영상 제작방식과는 사뭇 다르게 접근했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입니다. 보통 3D로 촬영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하게 기획하고 입체감도 미리미리 디자인해서 접근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입체감을 결정하고 그때그때 직관적으로 좋다고 느낀 방식대로 찍은 것 같았어요. 물론 이런 방식으로 찍다 보니 전체적인 입체감이 들쑥날쑥했고, 부분적으로는 눈도 많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접근 방식은 기존과는 달리 새로운 입체감을 구현하고 설계하는데 있어서 창의적인 면이 돋보였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 영화 <휴고(Hugo)>의 VFX 수퍼바이저 랍 리가토와 만난 자리. 랍 리가토는

독창적인 3D기술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아 이 작품으로 올해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그는 무엇보다 3D 입체영상을 볼 때 이야기와 영상이 잘 결합되는 지를 관심 있게 지켜본다고 설명했다. “3D라는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이야기를 앞서가며 입체감을 구현하고 공간감을 주는 것 보다는 이야기를 더 잘 표현하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저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D는 공간을 구현하고 해석하는데 있어서 좋은 도구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강점을 잘 살려 공간을 잘 표현했느냐가 3D에서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야기를 움직이는 공간인 3D가 스토리에 맞게 잘 표현됐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에게 국내에서 3D콘텐츠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들 중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3D 기술을 이해하고 촬영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했고, 3D 콘텐츠를 만드는데 제작비가 많이 드니 지원을 좀 해달라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3D의 제작적인 측면 보다는 어떻게 좋은 기획을 해서 이야기를 잘 만들 것인 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제작비를 지원하고 3D 장비를 제공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좋은 킬러 콘텐츠가 나온다면 3D 산업을 촉발시키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적인 문제, 인력 문제 보다는 좋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부분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현재 파란오이필름에서 준비하고 있는 <나의 로봇>이란 작품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이 작품의 러닝타임은 5분 정도 됩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로봇이 주인공인데 평생 동안 함께 했던 친구(사람)가 5살부터 10살, 청년기, 장년기, 노인이 되어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죽기 일보 직전인 상태까지 함께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로봇은 늙지 않기 때문에 누워있는 친구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노인이 아이였을 때, 결혼했을 때, 중년이 됐을 때, 병으로 쓰러졌을 때 등등 자기 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의 로봇은 3D 캐릭터로 만들어졌고, CJ파워캐스트의 3Ality 장비로 3D 촬영도 했습니다. 또한 CG합성 작업은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출신의 연구원들이 차린 카이스튜디오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 배우들이 연기한 촬영 소스에다 3D 로봇 캐릭터를 합성해서 만들고 있는데, 단편영화 치고는 꽤 퀄리티가 높은 편입니다.”

 

▲ 영화 <나의 로봇> 제작을 위한 사전시각화 장면들(위쪽)과 실제 촬영된 장면(아래쪽)


이 작품의 특징은 아이에서 청소년, 중년, 노인으로 각각의 연령대에 맞는 실제 배우들이 연령대별로 연기를 한다는 점이다. 최감독은 이 작품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아 연출에 힘썼다. “지난 3월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11월에 모든 작업이 끝나기 때문에 단편 영화치고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영진위에서 레퍼런스로 활용할 예정인데, 의도적으로 입체적인 기술상의 오류가 나도록 찍은 장면도 있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실제 교육현장에서 입체영화를 잘못 찍었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 설명할 예정입니다.”


최양현 감독은 김용화 감독이 준비하고 있는 3D입체영화 <미스터고>가 잘 나오는 것이 앞으로 국내 3D 콘텐츠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이  잘 되서 관객들의 주목을 받는다면 3D 콘텐츠 분야에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해 국내 3D 콘텐츠 산업도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영화 <7광구>처럼 흥행에 실패한다면 3D 프로젝트가 줄줄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미스터고>가 어떤 성공을 거두느냐에 따라 영화 쪽에서 국내 3D 콘텐츠 시장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파란오이필름은 영화 기획과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제작사 역할도 병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3D 입체영상 같은 하이엔드 기술을 도입해 영상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들의 노력이 국내 3D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되길 기대한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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