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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스마트TV와 멀티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전략

by KOCCA 2012. 8. 23.

 

 

스마트TV와 멀티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전략

 

박 민 우 ((주)이모션 CTO 상무이사)

 

지난주 애플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초 아이폰5 출시와 더불어 신형 아이패드 그리고 애플TV 신제품 등이 대거 시장에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많은 투자 전문가들이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고, 나스닥 시장은 이런 기대심리가 반영되면서 8월17일 사상 최고치인 648.11달러로 마감하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아이폰5와 신형 아이패드의 성공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애플TV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그 이유는 애플의 멀티미디어 플랫폼 전략의 가장 정점에 있는 애플TV에 대해서 항상 소극적인 전략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마트TV로 대변되는 N스크린 플랫폼 전략의 핵심인 애플TV에 대해서 왜 애플이 적극적인 공략을 하지 않았는지, 앞으로는 어떤 생각과 전략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방송 콘텐츠와 플랫폼 그리고 유통
우선 방송이라는 콘텐츠와 플랫폼 관점에서 접근해보자. 국내의 경우 지상파 방송 3사와 케이블 방송사, IPTV, DMB까지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유통채널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를 제외한 대부분의 채널들은 기존 방송 콘텐츠의 재전송과 영화 콘텐츠 보급이라는 단순 재판매 사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CJ E&M만 유일하게 높은 수준의 자체 생산 콘텐츠 제작과 배급의 라이선스 홀더 역할뿐만 아니라 PP(Program Provider), SO(System Operator) 등의 유통 역할까지 수직계열화 시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애플이나 아마존처럼 대규모 라이선스 홀더들과의 합종연횡이 쉽지 않은 국내환경에서는 자체 콘텐츠를 충분히 확보한다면, 콘텐츠 크로스 라이선스 전략이란 측면에서도 지상파들의 N스크린 서비스와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될 것이다. 현재로선 유일하게 CJ만 C-P-T-N 가치 사슬에서 가장 중요한 C(콘텐츠)와 P(플랫폼)을 선점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사용자들은 지상파 방송 콘텐츠에 대한 소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CJ가 지상파 방송 4사(KBS, MBC, SBS, EBS)의 연합인 콘텐츠연합플랫폼에 비해서 경쟁 우위에 있다고만 볼 수도 없는 실정이다. 점차 콘텐츠 라이선스 홀더들의 플랫폼에 대한 가치에 대해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애플의 GTM 전략
미국이나 유럽도 국내 실정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차이점이라면 우리나라 같이 특정 방송사가 대부분의 방송 콘텐츠를 장악하고 있지는 않으며, PPV(Pay-Per-View)가 일찍 정착되어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거부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 라이선스들의 강력한 힘과 영향력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애플TV는 콘텐츠 유통에 대한 기득권이 확보되지 않은 스마트TV 사업에 대해서 경계를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선 애플이 생각하고 있는 GTM 전략에 대해서 알아보자. 2010년 6월 월스트리트 저널의 “AllThingsD” 컨퍼런스에서 스티브 잡스는 현재 TV 산업의 문제로 “보조금 모델”을 거론하였다. 미국의 TV 시장은 우리나라 IPTV와 같이 셋톱박스를 무료로 나눠주고 약정을 거는 모델이 많아서, 이 셋탑박스를 제거하지 않고는 TV 시장의 혁신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TV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GTM(Go-to-Market) 전략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제약적인 환경에서 애플이 콘텐츠 유통을 장악하기란 쉽지 않다고 보았을 것이고, 그래서 애플이 추진했던 방향은 취미(Hobby)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애플TV 셋탑박스를 출시한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적인 접근이었다기 보다는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하였던 Comcast의 실패사례 그리고 구글TV 등의 경우를 보면 애플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당시 잡스는 통제할 수 없는 콘텐츠로는 애플이 원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 듯 하다. 즉, 기존 넷플릭스와 같이 단순 재전송권 수준의 계약이 아니라, 애플이 음원 라이선스를 통해서 아이튠즈를 만들었듯이 기존 PP 또는 제작 스튜디어들과 직접 계약을 통해서 콘텐츠에 대한 라이선스를 확보하기를 원했던 것이고, 이 전략은 애플이 그 동안 추구해왔던 디지털 허브 전략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아이팟을 통한 음원 유통 플랫폼, 아이폰을 통한 모바일앱 유통 플랫폼, 아이패드를 통한 전자책/매거진 유통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애플TV를 통해서는 방송 유통 플랫폼을 구축해야지만 애플이 원하는 플랫폼 시장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 중심의 사고가 지금의 혁신적인 애플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애플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완성된 기술일 뿐이다.

 

콘텐츠 확보 경쟁
애플, 구글, 삼성 등 많은 플랫폼 공급자들이 다양한 방식의 스마트TV의 핵심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첫 번째 성공 요소는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어떤 기업이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가라고 본다. 아무리 좋은 플랫폼이 있어도 콘텐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국내 방송 4사의 연합인 콘텐츠연합플랫폼이 가지는 기득권은 한동안 상당할 것이다.

 

유사한 관점에서 2010년 1월에 현재 디지털 콘텐츠의 분배가 높은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아래, 21개의 세계 메이저 기업, 엔터테인먼트사, 하드웨어 판매사들은 함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에코시스템(DECE)이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하였다. 대표적인 컨소시엄 기업으로는 소니, 워너 브러더스, 폭스 엔터테인먼트, 파라마운트 픽쳐스, 넷플릭스, 컴캐스트, 삼성전자, 도시바, 베스트바이 등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애플과 디즈니는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았다. DECE는 DVD 영화를 커넥티드된 단말에 스트리밍하여 볼 수 있는 플랫폼인 울트라 바이올렛(UV)를 만들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UV의 행보는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정작 UV를 지원하는 디바이스가 부족해서 제대로 콘텐츠가 유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C-P-T-N(콘텐츠-플랫폼-단말기-네트워크)이 제대로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UV에서 빠진 애플의 향후 전략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애플은 분명히 콘텐츠 라이선스 홀더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초기에 라이선스 비용을 100% 저작권자에게 주더라도 유통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구글의 약점은 애플에 비해 떨어지는 콘텐츠 제휴 능력이다. 그 동안 구글은 모든 콘텐츠를 스스로 생산해 왔다. 그래서 디지털 콘텐츠 유통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애플의 경쟁력에 미치지 못한다. 더불어 디바이스 제조능력과 독창적인 인터페이스에서도 애플과 경쟁할 수준은 아니다. 이것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성공과는 또 다른 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구글에게 기회가 온다면 그것은 구글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의 성공과 마찬가지로) 反 애플 세력의 확산에 의한 것이 될 것이다.

 

스마트TV의 성공요인
콘텐츠 확보가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 되었다고 본다면, 그 다음 소비자의 선택 요소는 무엇일까? 필자는 크게 2가지로 본다. 첫 번째는 인터페이스 기능이고 두 번째는 Social 기능이라고 본다. 스마트TV의 기능의 복잡도는 무조건 증가하게 될 것이다. 기존 TV 사용에 익숙해져 있는 사용자들에게 복잡도의 증가는 큰 약점이 아닐 수 없다. 한동안 경쟁적으로 복잡해졌던 TV 리모컨들이 최근에 얼마나 단순화 되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터페이스의 첫 번째 혁신은 리모컨이 될 것이다. 단순히 버튼 형식의 리모컨이 아니라 입력 도구의 변화가 수반될 것이며, 많은 TV 제조사들이 음성인식, 동작인식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류의 인터페이스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대중화 되기까지는 1~2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 PC와의 연계가 더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사업은 용두사미가 되었지만, 다음TV가 리모컨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성공요인이라고 보는 Social 기능의 중요성은 기하급수로 늘어난 채널과 콘텐츠의 수에

서 선택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실 지상파를 제외하면 어떤 콘텐츠가 어떤 방송에서 유통되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TV의 채널이 단순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이 목적이 아니라면, 콘텐츠를 어떻게 사용자와 연결시켜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기 위해서 포털이 존재하듯이, 콘텐츠 소비의 선택을 돕기 위해서는 Social 의 기능을 빌리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접근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큐레이션의 도입이다. 최근 핀터레스트(Pinterest)와 같이 Social 큐레이션이 새로운 트랜드로 발전하듯이,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큐레이션이 접목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ocial Web의 흐름이 점차 사람 중심의 Social Graph에서 관심 중심의 Interest Graph로 바뀌고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영화, 음악, 증권 등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콘텐츠라는 관심을 중심으로 Social의 목적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큐레이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 본다. 이런 접근은 기존의 CRM식 접근과는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정리
스마트TV 산업은 콘텐츠와 플랫폼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콘텐츠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이며, 애플의 GTM 전략의 성공 여부가 스마트TV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인터페이스의 변화와 발전 그리고 Social 큐레이션의 접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스마트TV의 핵심은 Social TV의 목표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관심을 중심으로 Social이 발전하고 있는 현실에서 큐레이션의 역할이 스마트TV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애플TV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출시될지에 따라서 TV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할 수도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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