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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꿈꾸고 도전하는 열정을 가진 세계적인 모델러를 꿈꾼다!

by KOCCA 2012. 8. 17.

이름 : 강 정 진

주요 경력
2009년 ~ 현재 드림웍스 애니메이션(DREAMWORKS ANIMATION)에서 <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 2010>, <메가마인드(Megamind), 2010>, <장화신은 고양이

(Puss In Boots), 2011>, <마다가스카3: 이번엔 서커스다!(Madagascar 3: Europe's Most

Wanted), 2012>, <가디언즈 (Rise of the Guardians), 2012>, <터보(Turbo)> 2013> 등 제작에 참여

2006년 ~ 2008년 티펫 스튜디오(Tippet Studio)에서 <마법에 걸린 사랑(Enchanted), 2007>,

<클로버필드 (Cloverfield), 2008>, <비버리힐즈 치와와(Beverly Hills Chihuahua), 2008> 등

영화와 광고 제작에 참여

 

미국 LA 북쪽에 위치한 글렌데일에 있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모델링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강정진 씨. <슈렉(Shrek)>, <쿵푸 팬더(Kung Fu Panda)>, <마다가스카 (Madagascar)>, 그리고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현재 그녀는 2014년에 개봉 예정인 <나와 내 그림자(Me and My Shadow)>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애니메이션의 본고장인 할리우드에서 모델링 아티스트의 꿈을 이룬 강정진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할리우드에서 모델러가 되다!
“제가 일하고 있는 모델링 부서에서는 애니메이션에서 보여 지는 모든 시각적 요소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3차원 가상공간에서 재창조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팀을 이루고 있는데, 서로 간의 다른 문화와 경험들을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각자의 분야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물론 책임감을 가지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조직적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컴퓨터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저는 한국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매킨토시로 2D컴퓨터 디자인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특수효과가 들어간 크리처 영화와 상상의 스토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컴퓨터로 3D영화의 특수효과 및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을 꾸면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AAU(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애니메이션 & 비주얼 이펙츠(Animation & Visual Effects)를 전공했습니다.” 


그녀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미국으로 유학을 온 뒤로 1~2년 정도는 영어 공부를 하면서 주로 기초적인 미술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AAU에서는 실제 모델을 보고 그리는 클래스를 비롯해 동물 드로잉 조소, 해부학 등 한국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독특한 강의들이 많아요. 이런 강의들을 찾아다니며 들었어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워낙 좋아했고, 시인이자 미술 선생님이고 화가이셨던 대모님의 작업실에서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해 항상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죠.”

 

▲ 드림웍스에서 모델러로 활동 중인 강정진 씨가 꿈을 키우던 학생시절에 그렸던 유화 작품

 

그녀는 유학을 와서 동화 같은 애니메이션 숏필름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꿨지만, 전반적인 3D 공부를 하게 되면서 그 안에 세분화 되어 있는 여러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아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좀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으면서도 두근거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제 경우에는 모델링이었요.”


AAU는 학생들의 졸업 시즌에 맞춰 ‘스프링 쇼’라고 하는 졸업작품 전시회를 매년 열고 있는데, 그 기간 동안 학교 근처에 있는 루카스 ILM을 비롯해 Pixar, EA 또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Valve, Microsoft 등 게임 및 영화 관련 회사들에서 나와서 취업박람회도 연다고 한다. 그녀는 여름에 있었던 시그라프(SIGGRAPH)를 비롯해 교수님이 추천해 준 회사에 데모 릴을 보내다 마침내 기회를 얻었다.


“당시에는 실력이 좋은 사람들도 여러 가지 요건들이 안 맞아서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저는 운 좋게도 티펫 스튜디오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오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상의도 한 후에 최종적으로는 크리처 특수효과로 유명한 티펫 스튜디오에서 캐릭터 모델러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그 후, 2009년 초부터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으로 자리를 옮긴 강정진 씨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모델러의 꿈을 이뤘다.

 

▲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전경 모습(ⓒ사진 최승영)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모델링은 다르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강정진 씨는 라이브 액션에서 일할 때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할 때 참고하는 것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특수효과에 사용되는 모델은 정확한 디렉션에 따라 똑같은 모양으로 모델링이 되어져야 하는 반면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모델은 작품의 전체적인 스타일을 읽은 후, 거기에 맞춰 어느 정도는 자신의 창의력이 더해집니다. 또한, 애니메이션이 되는 부분은 영상으로 보여 지는 것을 참고하고, 움직임이 없을 경우에는 정보가 많이 있는 사진에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동물을 만들 경우에는 그 동물을 직접 동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실물로 확인하고 동물의 움직임을 관찰합니다. 또, 뼈와 근육을 공부할 수 있는 박물관에 가서 확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 <마당을 나온 암탉>을 감명 깊게 봤다고 말하는 강정진 씨. 어떤 작품을 즐겨보면서 작품 제작에 참여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미처 모르고 지나가는 작품들도 많겠지만, 워낙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특별히 장르를 가리진 않아요. 시간만 된다면 일본은 물론 프랑스, 한국 등 여러 나라의 작품들을 보려고 합니다. 제가 직접 작품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드림웍스에 있는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서로 봤던 작품들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기도 합니다. 서로서로 어떤 작품이 좋았는지 물어보고 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작품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되죠.”


그녀는 또,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 중에서 아이들의 시선으로 꿈같은 캐릭터가 만들어진 <이웃집 토토로>를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한 몽환적이면서도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색깔이 강한 팀 버튼 감독의 작품인 <유령신부>, <가위손> 등과 같은 작품들도 추천작으로 꼽았다.


그 동안 참여했던 작품들 중에서 어떤 작품이 모델러로 성장한 그녀에게 기억에 남는 작품일지 궁금했다. “제게 모든 프로젝트들이 다 소중하지만 처음에 작업했던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과 2008년 J.J.에이브람스의 극비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됐던 <클로버필드>에 등장하는 괴물 ‘Parasite’를 만들었을 때가 기억납니다. 짧은 시간 동안 작은 팀을 이뤄서 작업했는데, 회사 안에서도 쉬쉬하며 비밀리에 작업했어요. 새로운 기법의 카메라가 적용되었고 실험정신이 매우 강했던 영화로 작품을 제작하는 동안 긴장되고 즐거웠고, 무엇보다 실험 결과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 (좌) 동화 속에서 온 동화처럼 사는 여자와 뉴욕에 사는 까칠한 남자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로맨틱 판타지로 관심을 끌었던 <마법에 걸린 사랑(Enchanted), 2007>, (우)정체불명의 거대괴물이 맨해튼 시내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형식의 <클로버필드(Cloverfield), 2008>

 

▲ 강정진 씨가 모델링 작업을 맡았던 영화 <클로버필드>에 등장하는 괴물 ‘Parasite’의 크리처 모델링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인 드림웍스
한편, 올해 6월에 개봉한 <마다가스카3: 이번엔 서커스다!(Madagascar 3: Europe's Most Wanted), 2012(USA)> 외에도 드림웍스에서 재미있는 애니메이션들이 많이 준비 중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올해 11월쯤에는 휴 잭맨, 쥬드로 등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가디언즈(Rise of the Guardians)>가 나올 예정이에요. 이 애니메이션은 산타클로스, 부활절 토끼, 이빨요정, 샌드맨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오는 것은 물론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내년 3월에는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의 크리스 샌더슨 감독이 연출한 아름다운 영상과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원시인 가족 이야기 <크루드(The Croods)>도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내년 여름인 7월에 꿈을 꾸고 도전하면 이룰 수 있다는 평범한 달팽이 이야기인 <터보(Turbo)>가 시원한 스피드와 재미난 이야기로 많은 즐거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좌) 잘 나가던 뉴오커 4인방 ‘알렉스’(사자), ‘마티’(얼룩말), ‘멜먼’(기린), ‘글로리아’(하마)가 유럽에서 수배범으로 몰리며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그린 <마다가스카3: 이번엔 서커스다!(2012)>, (우) 세상에서 가장 빠른 달팽이가 되고 싶어 하던 평범한 달팽이가 뜻밖의 사고로 정말 빠른 달팽이가 된다는 이야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내년 7월에 개봉 예정인 <터보(TURBO)>

 

이외에도 그녀는 <나와 그림자(Me and My Shadow)>, <미스터 피보디 앤 서먼(Mr. Peabody & Sherman0>, <Happy Smekday!>, <How to Train Your Dragon 2>, <트롤>, 그리고 <쿵푸팬더3>까지 흥미로운 애니메이션들의 제작에 참여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2014년 3월에 개봉될 예정인 <나와 그림자(Me and My Shadow)>에서 모델러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CG와 손으로 그린(Hand drawn animation)이 결합된 형태의 감성적인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림자는 Hand drawn animation으로, 나머지는 CG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나와 그림자>는 소심한 성격의 평범한 남자와 정반대의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인 주인공의 그림자 이야기라고 한다. 인간 세계와 그림자 세계를 오가면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와 사랑이야기가 더해져 색다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스토리의 진행상황과 스케줄에 맞춰 애니메이션에 필요한 모델들을 만들고 있다.


한편, 현재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이 3D 입체영상으로 많이 제작되고 있어서 이런 흐름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애니메이션의 소재와 색깔이 2D 작품에 더 어울린다면 충분히 멋진 2D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나와 그림자>처럼 2D와 3D가 공존하는 작품도 나올 수 있어요.”라며 작품에 따라 2D, 3D, 혹은 3D입체영상으로 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2012년 11월 개봉 예정인 드림웍스의 야심작 <가디언즈(Rise of the Guardians)>. 산타클로스를 비롯해 부활절 토끼, 이빨요정, 샌드맨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애니메이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세상이 점점 더 좁아져 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동료들과 같이 일하면서 느끼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정보가 사람들 사이에 쉽게 오고 가고 표현되어 지는 것을 보면서도 그런 기분이 듭니다. 드림웍스 역시 중국과 협력해서 작품을 제작하게 된 것을 보면 이제는 각 나라에 국한된 문화성이 점점 더 옅어져 가는 거 같아요.”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적으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 제작 범위가 넓어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할리우드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스타일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 더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스타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할리우드’는 어쩌면 그저 ‘지역 이름에 불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녀는 이러한 변화들이 경제적인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가끔은 예술적이고 개성이 넘치는 작품들 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만 너무 치우치는 것은 아닌지 조금 걱정도 됩니다.”

 

▲ 강정진 씨가 모델러로 참여하고 있는 2014년에 개봉 예정인 <나와 내 그림자(Me and My Shadow)>.

이 애니메이션은 소심한 성격의 평범한 남자와 정반대의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인 주인공의 그림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델링은 작품을 표현하는 연필과 같은 툴
마지막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해서 성공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을 위해 모델러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았다. “글쎄요. 무엇보다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꾸준히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일에 도전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인내하며 노력하길 당부합니다. 정말 기본적인 얘기로 들리겠지만, 사실 기본을 지킨다는 것이 말처럼 쉽진 않거든요. 기본을 잘 지키고 있는지 항상 자신을 바라보면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기회를 기다리다 안 오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기회가 찾아왔을 때는 자신을 믿으세요. 그렇지만 힘들었던 기억은 잊지 말고 한결 같은 마음으로 계속 꿈을 키워나갔으면 합니다.”

 

▲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꿈꾸고 도전하는 열정을 잃지 않고 싶다고 말하는 강정진 씨.

그녀에게 모델링은 개성 있고 예술성 있는 작품을 표현하는 연필과 같은 툴이다.

 

강정진 씨는 평상시에도 모든 사물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모델러로서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모델러로서 간단한 것부터 복잡한 모델링까지 기본적인 본질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면서 제 자신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되기도 하고, 사물들을 직접 사용해 보기도 하고 건축가가 되어서 장소나 건물을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시각적인 부분들, 특히 상상 속의 부분들까지 모델링할 때는 감정이입을 해서 생명력을 불어 넣어야 합니다.”


그녀에게 모델링은 개성 있고 예술성 있는 작품을 표현하는 연필과 같은 툴이다. 그녀는 현재 자신이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애니메이션 경험을 쌓고 배움을 키워나가는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도 어느 곳에 어느 위치에 있던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꿈꾸고 도전하는 열정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로운 작품에서 그녀의 멋진 활약을 기대한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