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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습니다!

by KOCCA 2012. 8. 16.

이 름 : 박 병 산

주요 경력
2006년 ~ 현재 박스무비(Parks Movie Animation Studio) 대표 및 감독
2011년 TV용 애니메이션 ‘미호이야기’ 감독
2007년 극장용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 원화감독
2006년 한중공동 제작 애니메이션 ‘삼국영웅열전’ 감독
2005년 TV시리즈 ‘장금이의 꿈’ 시즌1 총감독, 시즌2 총 7편 제작, 연출
2000년 미국 Dic사 작품, 프리 프로 및 메인 제작 슈퍼바이저
1999년 ‘누들누드2’ 감독
1998년 ‘누들누드1’ 감독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정으로 달려온 시간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했어요. 1990년대 초반부터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했는데 동화, 원화부터 하나하나 배웠죠.” 1998년에 ‘누들누드’를 제작하며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데뷔했다는 박병산 감독. 그는 너무 빨리 감독으로 데뷔했다며 지난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시에는 열정을 기울여 만들었던 애니메이션이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면 부족한 점들이 많이 보여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더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작업실을 지키고 있다.

 

▲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이 쉽진 않지만 애니메이션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아직도 많다는 박병산 감독

 

언젠가 한번쯤 봤거나 들어본 것 같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우리가 그나마 기억하는 것은 작품 제작에 참여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아닌 감독과 배우(등장인물) 정도지 않을까. 박병산 감독은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을 빼면 인생의 절반이 넘는 대부분의 시간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보내왔지만 그는 아쉬운 점들이 더 많다고 했다. 


“많은 시간을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왔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던 것 같아요. 프리 프로덕션 작업을 좋아해서 여러 작품들의 초기 단계부터 참여했지만 중간에 투자 유치가 잘 되지 않아서 중단된 작품들도 많았죠. 하지만 그래도 애니메이션은 해보고 싶은 것들이 더 많아요.” 


음악을 즐겨 듣고 좋아한다는 박병산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한길만을 걸어왔다. 애니메이션 업체에서 진행했던 수많은 해외 작품들의 OEM 작업들도 참여했고,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프리 프로덕션 작업들을 많이 진행했다. 


“박스무비를 설립하고 나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미호이야기’라는 작품이 있어요. TV용으로 제작된 스페셜 단편 애니메이션인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았고 KBS와 투니버스에서 방영됐었죠.” 2011년에 제작된 ‘미호이야기’는 총 22분 분량의 2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그 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구미호(九尾狐)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다.  


“웹툰에서는 긴 스토리였는데, 30분 내의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으려다 보니 연출면에서 부족한 점들이 많았어요. 8개월 정도 제작한 것 같은데, 생각보다 좋은 평가를 얻지는 못했죠.” 하지만 그는 국내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오랜 시간 동안 제작할 수 없는 환경적인 요인과 소수의 인원으로 짧은 시간에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 2011년 TV용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미호이야기(The Miho Story)’


해외 OEM 작업과 프리 프로덕션 병행
예전에는 박스무비에도 동화를 비롯해 원화 등 다양한 팀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회사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박 감독은 현재 박스무비에서 원화와 콘티 작업을 담당하는 팀만 별도로 운영 중이다. “애니메이션을 하게 되면서 오래 전부터 함께 일해 온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회사이기도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함께 만드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그는 프리 프로덕션 쪽에 관심이 많다며 이 분야에서 더 많은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창작물도 기획 중이고,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 TV판 애니메이션인 하스브로 작품의 콘티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에는 우리도 메인 프로덕션 작업을 많이 했지만 앞으로는 프리 프로덕션 일을 더 많이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회사 내부에도 콘티팀을 짜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하스브로는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박스무비에서는 ‘듀얼마스터 카이주도’라는 카드게임을 소재로 만든 26부작의 미국 TV판 애니메이션이 제작 중이다. 시즌1은 이미 끝났고 새로운 시즌2의 콘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어떤 작품일지 궁금하지만 국내에서 미국 애니메이션을 잘 틀지 않고 있어 방영 여부는 미지수다.  

 

▲ 박스무비(Parks Movie Animation Studio)가 제작에 참여했던 작품들.

‘장금이의 꿈’, ‘삼국영웅열전’, ‘The Avengers: Earth’s Mightiest Heroes‘ 등 다수

 

“사람들이 가끔 왜 2D 애니메이션만 고집하는지 물어보고 합니다. 사실 3D 감독도 했었는데, 잘 되진 않았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감독이라면 2D든, 3D든 가리진 않습니다. 다만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에 따라 사용하는 툴이 달라지기 때문에 2D가 되기도 하고 3D가 되는 것이죠.” 그 동안 2D 애니메이션을 더 많이 만들어왔기 때문에 2D에서 좀 더 많은 기회가 있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예전에 ‘아키라’라는 작품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었죠. 애니메이션도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을 보면서도 애니메이션에 새로운 꿈을 키워 왔어요. 어떻게 보면 이 작품들은 서로 상반되어 보이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서정적이고, 서사적이면서도 때로는 웅장하면서도 잔인한 느낌들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이런 멋진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지금도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과 시장을 키우기 위한 노력 아쉬워 
박 감독은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말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상업적인 측면에서 애니메이션으로는 큰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갈수록 투자자를 얻기 힘들다며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제작하는 것이 무척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에는 TV에서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것만으로 만족했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나마 TV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극장판도 마찬가지구요.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크게 발전했지만 상대적으로 애니메이션은 전 보다 더 축소되고 퇴보하고 있습니다. 열정만 있다고 해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 산재해 있는 많은 병폐들이 일순간 없어지는 것도 아니구요.” 

 

 

▲ 2005년 TV시리즈로 선보인 ‘장금이의 꿈’

 

그는 국내 애니메이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에서 정책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지만 실질적으로 애니메이션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도록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며 아쉬운 점에 대해 말했다. “우리 같은 소규모 애니메이션 회사에서는 뭔가 큰 것을 바라진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시장이 좀 더 커지길 바랄 뿐입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도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충분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 정책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에도 바쁜 소규모 업체들이 일정을 쪼개서 정부에서 요구하는 수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회사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고 있는 저와 같은 애니메이션 감독 입장에서는 정부에서 제출해 달라고 하는 각종 서류들을 일일이 준비하기 것이 쉽지 않아요. 물론 자금을 지원 받으려면 필요한 절차겠지만 좀 더 간소화 됐으면 좋겠어요.” 

 

▲ 더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박병산 감독

 

한편, 박 감독은 애니메이션에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 더 많은 경험과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 애니메이션 학과를 선택하는 친구들 중에 단순히 직업을 얻기 위해 학과를 선택해서 졸업하면 게임 회사나 광고 회사로 가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이 좋아서 남아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두가 감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또, 애니메이션으로 작품을 잘 표현하고 싶다면 더 많이 갈고 닦아서 내공을 쌓아야 합니다. 비록 애니메이션 계통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경험과 충분히 고민한다면 나중에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는 애니메이션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나서 10년은 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왔다고 한다. 때로는 손을 놓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애니메이션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아직도 많아서 쉽게 손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도 편하고 보는 사람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재미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박병산 감독. 그의 소망이 조만간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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