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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KOCCA 행사

새로운시선, 미디어아티스트 한요한을 만나다.

by KOCCA 2011. 10. 2.



 

과거 '아트(Art)'는 지식인층 혹은 부유계층의 소유물 혹은 관람대상으로 한정되고 교양 있는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고상하고 어려운 개념인데 반해 현재 '아트'는 다양한 계층이 특정 지식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개념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계층이 예술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한 계기가 출판미디어의 대량복제기술과 영상미디어
기술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신문, 잡지,TV, 컴퓨터 등과 같은'미디어'가 예술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높이고 정보를 제공해주었기에 예술의 대중화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술을 대중화 하는데 크게 기여한 미디어가 단순히 지식,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닌
아티스트의 생각과 예술적 기질을 표현하는 하나의 캔버스가 되면 어떠할까요???

오늘은 미디어를 보는 새로운 시각, "미디어아트"와 미디어를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미디어아티스트
'한요한'작가님을 인터뷰해보았습니다.

인터뷰 들어가기 전, 여기서 잠깐~!!!!
미디어아트가 뭐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배경지식적인 설명을 넣고 시작합니다.

위키백과 설명을 인용하면 '미디어아트'  란 미디어 아트는 인터넷, 웹사이트, 컴퓨터를 이용한
멀티미디어, CD-ROM, DVD, 가상현실 등의 대중매체를 미술에 도입한 것으로 매체예술입니다.

 

  

 

 유혜지 기자

 

안녕하세요. 작가님, 상상발전소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대뜸 자기소개를 부탁드렸는데
막연하시면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혹은 '나는 창조적인 사람이다'등등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한요한 작가님

 

저의 정체에 대해서…….
일단 저는 제 자신을 비디오 아티스트, 미디어아티스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기본적인 베이스로 하고 있고 대부분의 작업이 영상작업이고 때로는 설치작업을 하고 있지만
조금 두루뭉술해요. 때로는 사운드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설치만 하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비디오를 하고
있긴 한데요. 사실 조금 애매한 게 전공은 또 영화 쪽으로 했거든요.
항상 마음은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하고 싶으면서 그렇게 긴 내러티브나 타임베이스가 아닌 아트를 하고
싶을 때 설치를 하기도 하고 그래도 어쨌든 비디오아티스트라고 하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해요.

또 지금 학교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내 정체를 말해준다고 하기는 조금 그렇고 부수적인 일인
것 같은데 요즘엔 주 수익이 되고 있어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상태지요. 하하~

그리고 요즘 제가 하는 일을 말하자면 저의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공간 외 남는 공간을 갤러리로 바꾸어
9월 9일부터 비영리로 전시회를 시작했습니다.

 



 유혜지 기자

 

아~ 요즘 미디어 아티스트, 교수, 전시기획자로 활동하고 계시는군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자기소개에서 작가님의 원래 전공은 영화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미디어아트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한요한 작가님

 

때로는 수익을 내는 부분에서 있어서는 일반적인 영상 쪽, 영화적 기법이 들어가는 매체를 많이
사용하기도 하는데, 사실 제가 시카고 예술대를 나왔는데 전공 이름이 'Film video newmedia '예요.

요즘 예술이 여러 가지 융합되다보니까 단순히 한 가지 분야가 아닌 디자인수업을 들을 수도 있고 사운드
수업도 들을 수 있고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처음엔 정말 필름을 붙이고 자르는 영화를 시작지만 수업에서 비디오를 하다 보니 그래픽 쪽에
관심이 생겨 모션그래픽도 하게 되고 사운드 쪽에도 관심이 생겨 사운드도 하게 되고, 사진도 배우고
여러 가지 다양한 것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에 손에 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적합한 매체가 무엇인가 생각을 하고 그것이 필름
이다 하면 필름을 쓰고 사진이다 생각하면 사진을 쓰고 드로잉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미디어아트를 시작하게 된 거 같아요.

 


 

유혜지 기자

 

아, 시작은 그러하셨군요. 이제 작가님 작품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작가님이 하신 작품 중에 사람들이 알법한 작품은 2008년도 서울시청에서 한 비디오퍼포먼스와
송도센트럴파크 영상이 있더라고요. 이 작품들은 어떻게 만드셨고 작품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 질문
드립니다.



 

한요한 작가님

 

먼저 서울시청에서 한 비디오퍼포먼스에 대해 말하자면…….
제가 모션그래픽을 하다 보니 2008년에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일환으로 축제의
오프닝영상을 제작하게 되었어요. 예전에 2004년도에 서울시청 벽면에 미디어파사드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동영상이 아닌 필름으로 작업으로 한 작업이라 재미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2004년도와 다르게
그래픽을 사용해 미디어파사드를 진행해보자했죠. 
 
그런데 미디어파사드는 유럽에서는 성행하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알려지지 않은 분야였고 시도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솔루션을 스스로 찾아냈었어야 했었어요. 국내에 미디어파사드 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구현방법을 스스로 찾아서 했던 작업으로 기억하는데요. 그런데 서울시청에서 의뢰한 작업이다
보니 아티스트로서 작업이라고 말하긴 애매한데 단지 그 작업이 지금까지 한 작업 중에 가장 스케일이 큰
작업이긴 때문에 뜻하지 않게 대표작이 된 거 같아요.

 

 ■ 서울시청 비디오퍼포먼스 (2008)


Video Performance for the Cityhall of Seoul from Yohan Han on Vimeo.

 

그리고 미디어파사드이후에 대형 모니터를 이용한 작업이 있었는데 그게 송도 센트럴파크 오프닝영상
이었어요. 근데 사실 그 작품은 사실 제 작품이라고 하기도 뭐해요. 아티스트는 자기주장을 해야하는데
국가기관에서 의뢰한 일이다 보니까 대중적인 것, 알기 쉬운 것, 친절한 것을 했어야 해서 개인적으로
상쾌하지 않았죠.

 

 

■  송도센트럴파크 오프닝영상 (2009) 


2009 Songdo Central Park Opening Ceremony from Yohan Han on Vimeo.

 

 

유혜지 기자

 

작가님, 혹시 대중들이 알만한 작업 외에 개인적으로 작업했을 때 인상 깊었던 작품이나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한요한 작가님

 

음……. 개인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매스미디어라는 작품인데요.
대중매체를 말하는 mass media가 아니라 mess media, 더러운 미디어, 지저분한 미디어를 말합니다.
그 작업과 또 한 작업은 2009년 즈음에 한 작업인 "Rip it off"인데요.

 

 

 

■  Rip it off (2009)


Rip it off from Yohan Han on Vimeo.

 


이 작업 같은 경우 영상을 찍어놓고 영상을 화면에 재생해요. 그리고 화면에 출력한 이미지를
붙여놓으면 그것이 화면 속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나는데 프랑스철학가 미셀 푸코의
판옵티콘의 죄수를 가두는 시스템같이 우리가 느끼기엔 사회가 우리생각대로 흘러간다 생각하지만
사회의 틀은 미리 짜여져 있어서 우리는 그 판에서 놀 수 밖에 없게 되어 있어요.

 
어떤 보이지 않는 힘들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를 조종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에요. 그런 사회의 강한 힘에 대한 반항이 섞여 있어요. 우리가 항상 외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진실이 아닐 수 있어요. 그게 과연 정말 맞는 것일까를 의심할 수 있게, 사회를 대할 때
감상하는 태도가 아닌 스스로 태도를 취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생각하게 해주는 요소를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mess media (2008)


Repetition from Yohan Han on Vimeo.

 

언론이라는 틀, 우리가 듣는 정보가 진실이기도 한데 짜깁기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죠.
예를 들어 데모현장을 촬영하는데 한쪽 신문에서는 무식한 노동자가 꽃미남 전경에게 폭력을 취하는
장면을 보여줄 수도 있고 다른 신문에서는 새파란 전경이 노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보일 수도 있죠.

두 장면이 실제로 있었다고 쳤을 때 어떻게 짜깁기를 하냐에 따라 달라지고 이것은 결국 그들 머리속에 있는
생각이에요. 그들의 머릿속에 짜인 생각이기 때문에 누구를 믿어야하나 혼란스러워지죠.
그래서 절대적으로 누구 한 쪽의 말만을 믿을 순 없고 언론에서 하는 말에 대해 의심을 가지게 시작하면서
의미 없는 존재,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죠.

 

그래서 그런 언론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비판하기 위해서 언론 매체 TV,신문 등을 다 꾸겨서 한 덩어리,
쓰레기처럼 만들어 영상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것이 카메라를 통하고 그것이 다른 모니터에 통하고
이런 것들이 매체를 통하고 통하면서 점점 흐려지고 변형되는 모습을 작업으로 해보았습니다.

 

굉장히 그 작업은 좋은 거 같아요. 또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아날로그적인 효과에 인터렉티브한 효과도
들어가고 소리가 갑자기 변형되어 이상한 소리가 나기도 하고 의도한 효과와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들어가서 재미있었던 작업이었습니다.

 


 

유혜지 기자

 
아 네 그렇군요. 작품의 의도가 좋은데 독자들에게도 꼭 보여드리고 싶네요.
그런데 이쯤에서 개인적인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요. 기자인 저도 미술대학 학생이다 보니 개인
작업하기도 하는데 간혹 작업이 막히거나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혹시 작가님은 작업이 막히거나 슬럼프가 올 때 해소법이 있으신지??

 

 

 

한요한 작가님

 
슬럼프가 올 수도 있는데 그게 길어지면 안 되는 거 같아요. 길어지면 작업에 손을 오래 떼게 되면 해오던
감을 잃어버리게 되요. 한창 물이 오를 때 쭉 이어 나가야 되는데 약간 손을 뗐더니 감이 많이 흐려지게
되더라고요. 슬럼프가 올 때가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손기술이 아니라 머리에서 와요. 머릿속에서 작업의
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느냐'가 중요하더라고요.
그 아이디어는 지식, 정보밖에 없죠. 저는 슬럼프가 오거나 작업이 막힐때면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읽는다든가 이론서적을 읽는다든가 합니다.

 

 

유혜지 기자  


어떤 주로 이론서적을 읽으시나요???

 

 

 

한요한 작가님

 
철학자들이 쓴 글이나 미디어 이론 책이나 비평서적, 국내 일어나는 사회현상에 대한 사회현상학 책들을
읽다보면 도움이 됩니다. 저의 작업 성향은 약간 건방질 수도 있겠는데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지 마라", "한 번 쯤은 의심해 봐야한다."와 같이 계몽적인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거든요.
그런 자세가 없으면 사회의 일방적인 강력한 힘에 끌려가기 때문에 다른 시각, 비평할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한다는 내용을 담으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까 관련된 국내, 국제적인 현상에 대한 해설서, 현상학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는 거 같아요.

 


 

유혜지 기자  


네. 그러시군요. 작가님의 얘기를 들으면 작가님은 작품을 통해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주려고 하시는
것처럼 보이는데 작품에 그런 메시지를 담았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혹시 반정부의주자로
오해받지 않으시나요???

 

 

 

한요한 작가님

 
저의 작품이 정치적으로 안 보여요. 저는 약간 작업을 해학적으로 해석하거든요.
작업을 재미있게 그리고 그나마 친절하게 만드는 편이예요. 사람들이 보기 편하게 만드는 편이예요.
미학이라는 것을 볼 때 질서와 무질서의 함수관계라고 얘기하는데 예술적 경향이 강한 사람은 무질서
성향이 굉장히 강한데 저는 디자인베이스가 있어서 그런지 질서와 융합시키고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재미있게 넘길 수 있는 요소를 많이 넣어요. 예를 들어 어떤 작업에는 굉장히 잔인한 장면을
넣는데 있어도 그 장면이 웃겨요. 황당한 게 섞여있게 그렇게 표현하는 편이예요.

 



유혜지 기자  

작가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주로 작품을 만들 때 주로 현상학에 관한 책이나 이론서적에서 영감을 얻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한요한 작가님

 
영감은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과 서적 그리고 세상에 대한 관찰에서 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그냥 바라보는 게 아니라 '저건 왜 저럴까'를 항상 이런 생각을 하는데 나름대로 고민하다가 서적을
통해서 해답을 얻을 때도 있거든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관찰을 많이 하는 편이고 그것이 궁금하다
싶으면 책을 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기도 하고 합니다. 그렇다고 사실 책은 많이 읽는 편은
아닙니다. 하하~

 
고민이 있으면 참고서처럼 책을 찾아봐 답을 얻는 스타일이지 독서왕은 절대 아니에요.
그리고 사람들 중에 작품을 통해 영감을 얻으려고 하려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기교적인 부분이 많지 안에
개념적인 부분이 크게 많이 와 닿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그 작품에 담긴 개념적인 부분을 또 쓸 수도 없는
것이고……. 그래서 기교적인 부분에서는 작품을 많이 보는 게 좋지만 이미지 뒤에 있는 개념, 텍스트는
텍스트로 얻어야겠죠.

 

 


유혜지 기자  


아 그러시군요. 아 그리고 제가 작업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관람하는 사람의 입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미디어아트 작품을 보고 있으면 드는 의문들이 있었는데, '미디어'는 신문, 인터넷, TV와 같은
매체가 일상에서 친숙한데 '아트'라는 개념이 들어가다 보니 뭔가 전시장에서 봐야만 할 것 같고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일반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운 느낌인데 이런 선입견에 관한 생각은
어떠하시나요??

 

 

한요한 작가님

 
예술이 어렵죠. 예술은 친절하지 않거든요.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이 차이가 있어요.
먼저 미디어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 있는데 미디어가 뇌를 자극해 지능발달을 촉진해준다는 입장과
미디어가 편리하게 미리 짜인 정보를 주입시켜 사람의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 있는데
후자의 입장으로 말하면 대중예술은 사람들이 받아드리기 굉장히 쉽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미디어아트, 순수예술은 자꾸 충격을 주거든요.
예를 들어서 예전의 러시아의 에이젠슈타인 영화의 몽타주효과를 보면 주 장면이 대립, 충격을 주면서
그 안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도록 자극을 주거든요. 그런 것들을 보면 '저것이 왜 저렇게 나올까?' 이런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그 효과를 보며 답을 얻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미디어아트, 순수예술에서 답을 찾는 것은 어려워요. 무리예요. 항상 빈 공간으로 있어요.
항상 빈 칸을 남겨두어요. 빈칸을 채워 넣는 것은 본인이 하는 거예요.
본인이 답을 넣을 수 있다면 감상할 수 있는 것인데요. 작품을 볼 때 이해나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면
좋지만 없어도 감상할 수 있어요.

 

작품을 볼 때 창의력이 많이 요구되는데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술관에 견학 갔을 때 작품을
이론적인 지식전달이 주라 생각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아요. 그런데 미국의 경우 초등학생들이 미술관에
견학을 갔을 때 큐레이터가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기보다 학생들의 생각을 물어봐요.
대답하는 학생들을 보면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들과 상상력을 내놓으면서 해석하더라고요.
미국 학생들처럼 우리나라 학생들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있고 이것을 펼칠 수 있는데 한국의
교육 시스템 상 그렇게 창의적으로 생각을 발전시키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주변에서 너무 이론적인 사고가 문제인거 같은데요. 그러니까 '예술에 답이 있어'라는 식의
분위기인데 예술에 대한 의견을 내놓으려고 하면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하고
'이런데서 함부로 얘기했다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겁을 먹죠. 그런데 뭐 어때요? 그냥 자신의
아이디어일 뿐인데? 자연스럽게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와 문화가 뒷받침되어야하는데 그게
받쳐주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의견을 쉽게 꺼낼 수 없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적관념이 아직 보수적이여서 '모름지기 미술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19세기 고전주의 회화적인 생각인데 이런 생각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미술은 고상한 것, 어려운 것
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제가 바라는 것은 수용자도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경험을 끄집어내서 마음대로 연상하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자신만의 예술 감과 철학이 생기고 하니까요. 

 

 

유혜지 기자  


인터뷰를 하다보니까 중간 중간에 궁금한 것들이 생겨서 원래 질문을 준비했던 것 보다 더 많이
질문하게 되네요. 인터뷰가 길어졌는데 열정적으로 질문에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질문 2개가 남았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미디어아트의 가능성은 어떤가요??

 

 

 

한요한 작가님

 
일단 미디어아트라는 개념을 적립해야할 거 같은데……. 미디어아트는 예전에 백남준 선생님이 했던
미디어아트와 오늘날의 미디어아트의 성격이 많이 달라졌어요.
미디어란 것은 매체잖아요?? 매체라는 것은 컴퓨터, TV만이 미디어가 아니라 차도 미디어가 될 수 있고
한데 요즘 들어 미디어라는 것이 언론매체나 컴퓨터매체 쪽에 국한된 거 같아 아쉬워요.
오늘날의 미디어아트가 = 컴퓨터아트 개념으로 되는 거 같아서 조금 그런데요.
아직까지는 한참 과도기이지요. 아직까지 말이 많긴 한데요.

저 같은 경우는 컴퓨터아트가 아닌 미디어아트로 돌아와서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미디어 매체를 통해
표현하려고 하기 때문에 미디어아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쓰는 게 다 미디어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자체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사람들의
생각이 미디어아트를 컴퓨터아트로 생각하다보니 미디어아트에 대한 이미지가 단순히 박수치면 반응하고
하는 오락 같은 느낌이 커요.


이것에 대해 저는 회의적이긴 한데 사람들이 단순히 미디어아트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만 있는
컴퓨터아트가 아닌 개념을 매체를 통해 표현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좋겠고요.
그렇게 본다면 가능성뿐만 아니라 예술이 되죠. 

 

 

유혜지 기자  


이제 길고 긴 질문 끝에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님은 미디어아티스트로도 활동 중이시고 교수님으로
수업도 하시고 전시기획자로서 갤러리를 운영하시잖아요? 일명 '쓰리잡(3job)'을 하시는데 지금 하시는
일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요한 작가님

 

먼저 작품 활동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자면…….
사실 요즘 제가 여러 가지 일들이 있어서 작업을 많이 진행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요즘 열을 올리며 준비하는 게 "Un design seoul"인데 그 프로젝트는 디자인도시가 되고 있는
서울이 놓쳐버리는 것들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주는 프로젝트예요. 서울시의 디자인프로젝트가 도시를
정비하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5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서울의 역사적 흔적을 없애버리고 신도시처럼
만들려는 방향인거 같아 아쉬웠거든요. 피맛골, 세운상가같이 사람의 흔적이 있고 시간의 흔적이 있는
장소들이 "낡은 것이 나쁜 것"이라는 인식으로 없어버리고 있는데 이것은 디자인에 대한 시각이
모더니즘적인 태도여서 오는 과실이라고 생각해요.

 
예술과 디자인 안에는 문화와 철학이 있는데 현재 디자인정책들은 그것들을 잘 담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
그러한 현실이 매우 안타까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고 이번 작업을 통해 잘못된 디자인관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비판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은 사회운동적인 측면이 아니라 그냥 문화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정도지
정치적인 의도는 아닙니다. 저는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라 예술을 좋아하고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니까
서울시의 디자인정책에 관심이 있어 진행하게 되었는데 그냥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사회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지금 잘못된 디자인에 대한 관념과 사회 구조가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들에 대한
것에 대한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작업을 하는 거죠.


 

그리고 두 번째로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요즘 학생들이 수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저는 '어떤 것을 해라' 지시를 하기보다
여러 가지 방법적인 것을 알려줘요. 그런데 그렇게 해보니까 학생들이 혼란해하더라고요. 그게 문제였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게 하면서 학생들이 이것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해보았는데요.



예전에 전북대에서 모션그래픽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학생들이 모션그래픽만 하고 있는 거예요.
사각 프레임 안에서만 표현하고 있는 것이 답답해서 "사각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우리 생활 속에 넣어보자"
해서 생활 속의 여러 공간을 미디어파사드의 스크린처럼 이용해보았어요.

여건 상 건물 벽면에 지원도 부족하고 시설도 되어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실생활공간을 찾다 보니 학교 계단과 복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학생들과 함께 계단과
복도를 미디어로 활용한 프로젝트를 해보았어요. 계단이나 복도를 미디어 매체로 했을 때 어떤 식으로
표현하면 적합할지 학생들에게 생각해보라고 던져 놓아봤는데 누구는 너구리를 넣고, 누구는 수영장을
만들고 이런 식으로 했고…….

 
복도프로젝트의 경우 보통의 미디어파사드가 벽면에만 스크린을 쏘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미디어를
시도해보자, 재미있겠다 싶어서 해봤고 학생들은 어려워했지만 흥미로운 작업을 했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학생들이 새롭고 재미있는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교육자의 역할을 할 것이고요.

이제 마지막으로 전시기획자로서 갤러리 운영계획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기존에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던 갤러리 환경과 흔히 말하는 홍대문화를 합치고 싶었어요.
예술과 놀이를 접목시키고 싶었는데 갤러리가면 놀이문화, 파티문화를 합치기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이 공간에서 파티적인 분위기와 갤러리적인 분위기를 합치고 싶었어요.

 


Fatty Pack & Opening Party from Yohan Han on Vimeo.

 

그런데 그렇다고 무작정 전시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작업자체가 성향이 맞아야 해요.
작가 성향도 맞아야 하고 저는 되도록이면 우리나라 예술계가 가진 거만함과 젠틀함, 지적인 척 이런 것이
없는 편안하고 솔직한 작업을 원했어요.

이번에 갤러리에 Fatty Pack의 작품을 전시한 것도 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
이었거든요. 유아적인 느낌 때문에 유치해보일 수 있어도 솔직해 보이고 즐겁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이
좋았어요. 무겁게 하지 않잖아요? 위트가 있고 재미있어서 매력 있었던 작가여서 전시를 했었는데
제가 앞으로 갤러리에 걸고 싶은 작품은 번쩍번쩍한 작품이 아니라 황당하고 충격을 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그런 작품을 걸고 싶어요. 


 

예술가라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정신이 있어야하는데 요즘 예술에 생계가 달린 문제로
대중적인 취향이나 상업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잖아요? 그래서 재미가 없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갤러리를 무료로 전시해 주는 기회를 제공해 작가들이 부담 없이 작업을 즐기게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그런 재미있는 작품을 재미있게 보길 원했어요. 작가와 관객이 서로 즐겁기를 원했고요.
그래서 앞으로 갤러리를 전시공간 플러스 놀이터의 느낌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제가 학교에 다니면서 '미디어아트'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간단한 정보를 듣거나 전시회를 가는 정도로
미디어아트 겉핥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미디어아트는 기술의 발달로 생긴 하나의 장르
라고만 인식했지 미디어를 재료로 생각을 표현하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는 그렇게 깊이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지 않았었는데요. 이번에 한요한 작가님 인터뷰를 통해 미디어아티스트가 만드는 작품을 조금 더
관심있게 보게 되고 미디어아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뭔가 인터뷰하면서 공부를 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작가님이 "예술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충격 혹은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말에 작업자로서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금 새기는 거 같았고 작가님이 가진 모토인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각을 지녀야 한다."는 말에 세상의 현상들을 좀 더 관심 있게 관찰하고 해석하고 그리고 조금 더 멀리
떨어져 객관적으로 봐야함을 환기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적인 것만 주로 가르쳐주는 바쁘게 돌아가는 수업에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한 것
같아 좋았는데 인터뷰가 1시간여 가까이 진행되어 작가님이 힘드셨을 거 같아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 날 작가님과 차와 간식을 주시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매 질문마다
열정적으로 대답해주신 한요한 작가님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