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잠재력 있는 포맷시장에 관심을 갖자! 2탄 - 오디션 프로그램, 코미디 프로그램(On Style, tvN)

by KOCCA 2013. 1. 3.

 

최근 포맷의 유통 동향을 장르별로 구분해 보면, 참가자를 변신시켜 주는 메이크오버/코칭 포맷과 스튜디오 내에서 진행하는 게임쇼의 포맷이 가장 많이 유통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달렌트/캐스팅 포맷, 스튜디오 게임쇼, 퀴즈쇼, 야외 게임쇼, 그리고 리얼리티(다큐, 관찰 카메라 형식)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대형 오디션 프로그램이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익숙하게 느껴지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경쟁 포맷은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들입니다. 사실 경쟁을 유발하는 토너먼트 식의 구조가 우리 사회의 정서와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포맷을 가진 프로그램들이 우리나라에서 들어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예를 살펴보고 한국의 프로그램들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오디션 프로그램

 

tvN

 

1. <코리아 갓 탤런트><브리튼스 갓 탤런트>


 

 

코리아 갓 탤런트

편성 : tyN l 예능 l  총 12부작 l  15세 이상 관람가 l  2012.06.01~2012.07.27
제작진 : 연출 l 정종연, 김무영
 
 VS

 


브리튼스 갓 탤런트

 

 

 
① 오리지널 포맷 유지

 

 

 <코리아 갓 탤런트>는 tvN이 2007년 6월 9일에 첫 방송을 시작한 영국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판권을 구입하면서 제작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입니다. 제목이나 광고 표지만 봐도 두 프로그램은 거의 일치하는데요. 이것은 한국 프로그램이 영국 프로그램을 원작으로 삼으면서 두 개가 같은 포맷을 따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방송을 보면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이나, 진행자의 말하는 형식, 편집 구성 형식, 무대 제작, 컴퓨터 그래픽의 사용 등이 원작의 포맷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제목이나 광고 표지가 아니더라도 두 명의 진행자와 세 명의 심사위원, 여러 사연을 가지고 나온 참가자들과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혜택 등이 그 특징들을 잘 보여줍니다.

 

 

② 내러티브의 변형

 

 

▲ 폴 로버트 포츠(Paul Robert Potts)

 

 

 하나, 무작정 원작을 따라 만들어졌다면 <코리아 갓 탤런트>라는 프로그램은 시즌 1에 이어서 시즌 2가 나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자칫하면 원작에 뒤지는 아류작이라는 혹평을 받을 수 있었던 이 프로그램이 화제를 만들어내고, 세간의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맞게 이야기가 개작되고 변형되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가난하고 불행한 휴대폰 판매원이었던 폴 포츠의 이야기가 <코리아 갓 탤런트>에서는 온갖 불행을 겪고 자라 껌팔이를 하던 최성봉의 이야기로 변형되어 시청자들을 울리고 큰 화제를 낳았던 것입니다.

 

 

 

 

③ 포맷 바이블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는 포맷 바이블 형태의 포맷 거래 방식을 들 수 있습니다. 포맷 바이블이란 포맷에 대한 모든 제작 노하우와 설명이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는 제작 매뉴얼을 뜻하는데요. 프로그램의 내용과 구조는 물론, 무대 디자인에서부터 그래픽, 음악 등 모든 가이드라인이 포함되며, 프로그램이 지향하고 있는 타깃 청중이 누구이고 이상적인 편성 시간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포함됩니다.

 이런 형태를 바탕으로 제작된 <코리아 갓 탤런트>는 원작의 포맷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신뢰도, 인지도, 제작 기술, 노하우, 정보 등을 가지고 완성된 프랜차이즈 프로그램임을 시청자들에게 인지시킵니다.

 

 

On Style

 

2. <도전! 슈퍼모델 Korea> <도전! 슈퍼모델>
 

 

 

도전! 슈퍼모델 Korea

 편성 : On Style l 예능 l  총 14부작 l  15세 이상 관람가 l  2012.07.21~2012.10.27

진행 l 장윤주 / 심사위원 l 이혜주, 한상혁, 한혜연, 최미애

 
VS

 

 

 

도전! 슈퍼모델 19

편성 : 미국 CWTV l 예능 l  총 12부작 l  2012.08.24~2012.11.16
진행 l 타이라 뱅크스
 


① 오리지널 포맷 유지

 <도전! 슈퍼모델 Korea>는 미국 CW 네트워크에서 방영 중인 오디션형 리얼리티 프로그램 <도전! 슈퍼모델>이 인기를 끌자 대한한국에 동일한 내용으로 진출한 유닛 형식의 프로그램입니다. 방영과 동시에 원작이 가진 브랜드가치와 오디션과 모델이라는 독특한 결합으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원작에서는 타이라 뱅크스가, 한국에서는 모델 장윤주가 호스트 겸 제작 총지휘를 맡고 있는데 타이라 뱅크스의 카리스마를 장윤주에게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점과 멘토의 도움으로 더욱 성숙해진 참가자들이 프로그램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는 점은 원작과 차이가 없습니다.

 


 <도전! 슈퍼모델 Korea>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형식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내용면에서도 원작과 차이가 없는, 말 그대로 오리지널 포맷 형태를 그대로 따르는 프로그램이라서 초반에는 원작의 브랜드가치를 믿고 기대했던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원작과 비교되는 굴욕과 촌스럽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회와 시즌을 거듭할수록 우리나라의 트렌드를 프로그램 내에 잘 반영하여 원작과는 또 다른 묘미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② 포맷 바이블

 


“지금 내 앞에 젊고 아름다운 여성 다섯 명이 서 있지만, 내 손엔 4명의 사진밖에 없습니다.”


 런웨이를 연상케 하는 세트 앞. 호스트와 참가자들이 마주 서고, 정적이 흐르는 공간에 흐르는 호스트의 말은 프로그램의 텐션을 최고조로 높입니다.


 <도전! 슈퍼모델 Korea>의 이런 장면들을 보며 우리는 수입 포맷의 구조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제는 세트의 구성이나 프로그램이 흘러가는 방식 등이 아니더라도 진행자의 표정과 말투에서조차 원작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등장인물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빼면 원작과 거의 다를 게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엄격한 바이블이 주어져도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원작과 비슷한 세트를 갖추고 비슷한 느낌을 가진 호스트를 섭외해서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해도 한국이라는 제작 환경은 원작의 환경과 같을 수 없기 때문에 리얼함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이 됩니다.

 

 새로운 미디어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 초기의 불안정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어야 하고, 정부는 포맷 개발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금 등의 직접적 지원과 개발 인력, 교육, 포맷 정보 등의 간접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 최초의 생방송 코미디 프로그램

 

tvN

 

3. <Saturday Night Live 코리아><Saturday Night Live>

 

 

Saturday Night Live 코리아

편성 :  tvN l 예능 l 19세 이상 관람가 l 2012.09.08~ l 토요일 오후 11:00~
제작진 : 기획 l 안상휘 / 연출 l 유성모, 백승룡 
 

VS

 

 

Saturday Night Live

편성 : 미국 NBC l 예능 l 2012.09.15~ l 토요일 오후 11:30~
제작진 : 연출 l 론 마이클스

 

 

① 오리지널 포맷 유지

 

 tvN에서 시즌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방영하는 <Saturday Night Live 코리아>(이하 SNL코리아)는 국내 최초로 도입된 생방송 코미디 포맷입니다. 원작인 <Saturday Night Live>(이하 SNL)의 형식과 마찬가지로 매주 게스트가 출현하며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요.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과 정치판을 풍자하는 내용, 호스트와 게스트가 구성되어 있다는 점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② 내러티브의 변형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안에 '우리만의 정서를 얼마만큼 잘 녹여내느냐'에 있습니다. <SNL코리아>를 본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인데요. 원작을 보았냐, 안 보았냐의 차이는 그 프로그램에 기대치를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게 보는 반면 원작을 즐겨보던 사람들은 프로그램 안에 녹아있는 허술한 내러티브에 다소 실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SNL코리아>식 이야기에 적당한 풍자와 위트가 가미되기를 바랐던 사람들은 풍자에만 매달려 정작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는 프로그램에 아쉬움을 토로하게 됩니다.

 

 

 위에서 살펴보았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작에 너무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포맷을 수입해왔다고 해서 내용까지 원작을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무리하게 원작을 따라 가다간 아류작이라는 평가를 받거나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요.

 

 현지화 할 때는 포맷을 따르되 그 나라의 사회적, 문화적인 특성과 정서적 취향에 맞게, 사회 구조에 어긋나지 않게 각색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수입된 포맷 프로그램을 차용하고 있다 할지라도 우리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원작을 뛰어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결국 모든 것은 모방에서 시작되지만 끝맺음마저도 모방을 벗어나지 못하면 그것은 하나의 완성된 아류작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