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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1억 관객 돌풍의 힘! 2012년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다.

by KOCCA 2013. 1. 4.

 

 

2012년 한해 한국 영화 연간 관객 수가 1억 명을 넘어섰는데요. 이례적으로 두 편의 천만 영화‘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가 탄생하기도 했고, 함께 개봉하거나, 후에 개봉한 영화도 고르게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 관객 표 (출처 : movieweek)

 


 사상 첫 기록인 1억 관객은 ‘한국영화’가 양뿐만 아니라 질로 승부했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에는 다양한 소재를 담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특히 많았는데요. 오늘은 2012년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마무리 해볼까 합니다.


1. 법

 사법부를 파헤치는 법정드라마로 2007년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라 개봉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부러진 화살은 2007년 석궁사건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안성기, 박원상, 나영희, 김지호’ 등이 출연하였는데, 주인공부터 주변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라 이야기에 더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5억 원의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약 346만 명의 관람객을 모았고, 日 후쿠오카 영화제 개막작 선정, 2012 청룡영화제에서 감독상, 2012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영화부문 작품상 · 최우수 남우 주연상(안성기)을 수상했습니다.

 

 


부러진 화살(Unbowed, 2011)

드라마 l 2012. 01.18 l 100분 l 한국 15세 관람가

감독 l 정지영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법정, 엇갈리는 진술! 결정적인 증거 ‘부러진 화살’은 행방은?

 


 대학 입시시험에 출제된 수학문제 오류를 지적한 뒤 부당하게 해고된 김경호 교수는 교수지위 확인소송에 패소하고 항소심마저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각되자, 담당판사를 찾아가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석궁으로 위협하기에 이릅니다.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사법부는 ‘김경호’의 행위를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테러’로 규정, 피의자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피의자 ‘김경호’가 실제로 화살을 쏜 일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면서,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 같았던 재판은 난항을 거듭하는데요. ‘부러진 화살’은 상식 없는 세상에 원칙으로 맞서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2. 군사정권, 고문

 ‘부러진 화살’로 인기를 끈 정지영 감독의 신작으로 고문이라는 소재를 갖고 한정된 공간에서 서사를 구성합니다.

 남영동 1985는 ‘군사정권 시절 자행된 고문의 실상을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응시하고 감당해야 된다’는 감독의 말처럼 인권영화입니다. 고 김근태 의원이 고문당하는 이야기로 고문당하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아 관객들의 감정을 분노로 바꾸어 놓는데요.

 영화 마지막 세월이 흐른 뒤 국회의원이 된 김종태와 죄수가 된 이두한이 특별 면회실에서 만나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남영동 1985(Namyeong-dong1985, 2012)

드라마 l 2012. 11.22 l 106분 l 한국 l 15세 관람가

감독 l 정지영

 

1985년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15호

 


 전 국민의 숨소리까지 검열하는 군부 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1985년 9월 4일, 민주화운동가 ‘김종태’는 가족들과 목욕탕을 다녀오던 길에 경찰에 연행됩니다. 예전부터 자주 경찰에 호출되었던 터라 큰일은 없으리라 여겼던 그는 정체 모를 남자들의 손에 어딘가로 끌려가는데요. 눈이 가려진 채 도착한 곳은 남영동 대공분실. 경찰 공안수사당국이 ‘빨갱이’를 축출해낸다는 명목으로 소위 ‘공사’를 하던 고문실이었습니다.

 그날부터 ‘김종태’는 온갖 고문으로 좁고 어두운 시멘트 바닥을 뒹굴며 거짓 진술서를 강요 받습니다. 아무 양심의 가책 없이 잔혹한 고문을 일삼는 수사관들에게 굽히지 않고 진술을 거부합니다. 하지만 ‘장의사’라 불리는 고문기술자 ‘이두한’이 등장하면서 갈등은 증폭되는데요. 잔혹한 22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3. 성범죄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지적한 일부 장면을 편집해 재심의를 신청했고 기존 등급 판정(19세 이상 관람가)을 15세 이상 관람가로 뒤집었습니다. 지난 2012년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가해자 중 미성년 비율이 최근 3년 사이에 2배 이상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에게는 대부분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을 내린다고 하는데요. 미성년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 체계가 필요하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작품입니다.

 남보라는 영화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다 눈물을 흘릴 정도로 연기를 하는 내내 괴로웠다고 하는데요. 특히 남보라와 유선의 열연이 독보였던 영화입니다.

 


돈 크라이 마미(Don't Cry, Mommy, 201)

한국 l 드라마 l 2012. 11.22 l 15세 이상관람가 l 91분

감독 l 김용한

출연 l 유선, 남보라, 유오성, 동호

 

나는 딸을 잃고 그들을 죽였다.

 


 남편과 이혼하고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던 ‘유림(유선)’은 고등학생이 된 딸 ‘은아(남보라)’가 같은 학교 남학생들로부터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남학생들은 미성년자라는 이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게 되고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은아’는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한 순간 딸을 잃은 ‘유림’은 ‘은아’의 죽음 뒤에 충격적인 사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은아’를 죽음으로 몬 가해자들에게 직접 복수를 결심합니다.

 

 

4. 살인기생충

 ‘연가시’는 이색적인 소재로 국내 개봉과 동시에 큰 인기를 끌며 약 450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인간의 생존 본능 그리고 가족愛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영화로, 영화 ‘괴물’과 닮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괴물’이 한강에 괴물이 등장하는 설정인데 반해 ‘연가시’는 한강에 시체가 떠오른다는 설정입니다.

배우 김명민의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진심이 묻어나는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연가시(Deranged, 2012)

드라마, 모험 l 2012 .07.05 l 109분 l 한국 l 15세 관람가

감독 l 박정우

출연 l 김명민, 문정희, 김동완, 이하늬


치사율 100% 변종 연가시 감염주의보

 


 고요한 새벽녘 한강에 뼈와 살가죽만 남은 참혹한 몰골의 시체들이 떠오르고 이를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의 하천에 변사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원인은 숙주인 인간의 뇌를 조종하여 물속에 뛰어들도록 유도해 익사시키는 ‘변종 연가시’ 때문인데요. 정부는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해 감염자 전원을 격리 수용하는 국가적인 대응태세에 돌입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일에 치여 가족들을 챙기지 못했던 제약회사 영업사원 재혁이 연가시에 감염 되어버린 아내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치료제를 찾는 도중 단서를 발견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5. 늑대소년

 ‘늑대소년’은 판타지 멜로로, 처음 시작은 오랜 외국생활 끝에 고국을 찾은 한 노부인(순이)의 회상을 경유해 늑대소년을 만나게 됩니다. 늑대소년(철수)는 ‘늑대는 평생 한 마리 암컷에게 마음을 준다’는 말처럼 순정 100%의 심장을 가진 존재로 나옵니다.

 인기에 힘입어 늑대소년 철수와 소녀 순이의 재회 장면을 다른 버전으로 그리고 악역 지태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이야기, 소녀 순이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추가된 확장판도 나와 골라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늑대소년(a werewolf boy, 2012)

드라마 l 2012. 10.31 l 125분 l 한국 l 15세 관람가

감독 l 조성희

출연 l 송중기, 박보영, 장영남, 유연석

 

기다려!

 


 47년 전, 폐병을 앓는 소녀 순이(박보영)는 요양 차 이사한 시골집 창고에서 야수 같은 소년과 만납니다. 가뜩이나 투박한 시골이 싫었던 소녀는, 말도 못하고 짐승처럼 행동하는 소년을 구박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를 가르치고 보호하며 마음을 기울입니다. ‘철수’라고 불리게 된 소년의 가슴에도 소녀를 향한 무조건적 신뢰와 애정이 싹트고 둘의 관계는 순이네를 마을에 이주시킨 부잣집 아들 지태(유연석)의 질투를 부릅니다. 지태(유연석)는 철수(송중기)에게 누명을 씌우게 되고 위험에 처하게 합니다. 소녀 순이와 늑대소년 철수의 사랑은 이루어질까요?

 

 

 

 로맨스, 멜로가 대세

신파위주였던 로맨스가 아닌 새로운 소재의 로맨스



1. 서로의 마음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애자’ 정기훈 감독의 신작 ‘반창꼬’는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약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애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이야기였다면 ‘반창꼬’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찾아오는 새로운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창꼬’는 한효주의 깜짝 노출, 고수의 만취 연기, 김성오와 쥬니의 콤비 연기 등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주는 영화로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니 어서 빨리 보러 가세요!

 

 


반창꼬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l 2012. 12.19 | 한국 l 15세 관람가

감독 l 정기훈

출연 l 고수, 한효주

 

사람 구하기 좋은날 우린 만났다.

 


 우연한 기회에 ‘미수(한효주)’가 119 구조대 의용대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같은 구조대에 있는 ‘강일(고수)’에게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다가갑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일’에게 애정공세를 펼치는 ‘미수’에게 까칠함으로 일관하던 ‘강일’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매일 목숨을 내놓고 사건 현장에 뛰어들지만 정작 자신의 아내를 구하지 못한 상처를 간직한 소방관 ‘강일(고수)’, 거침없이 행동하지만 상처와 사랑을 간직한 여자 ‘미수(한효주’의 사랑 이야기로, 다른 이들의 생명은 구하며 살지만 정작 자신의 상처는 돌보지 못하는 둘은 서로의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줄 수 있을까요?


 

2. 첫사랑

 첫사랑이라는 소재와 건축이라는 소재를 함께 녹여낸 새로운 멜로드라마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첫눈 오는 날, ‘서현’이 ‘승민’이 오지 않는 정릉의 빈집에서 멈춰버린 시계처럼, 얼어버린 식물처럼 외롭게 오랫동안 앉아 있는 모습이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깝게 했습니다.

 

 ‘건축학 개론’은 첫사랑을 평생 간직하고 있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살면서 가장 최초로 하는 결정은 아마 연애를 시작하려고 하는 순간일 것입니다.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솔직한 감정 속에서 이뤄지는 고단함마저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그런 순간들을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 냈습니다.

 


건축학개론(2012)

멜로/애정/로맨스 l 2012. 03.22 l 118분 l 한국 l 12세 관람가

감독 l 이용주

출연 l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연애의 필수조건은 의리?!

 

 


 건축학과 ‘승민(이제훈)’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현(수지)’에게 반합니다. 함께 숙제를 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데요. 종강이 다가오고 ‘승민’은 ‘서현’에게 고백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집 앞에서 ‘서현’이 그린 설계도의 집 모형을 들고 기다리지만 작은 오해로 멀어지게 됩니다. 15년 뒤 대학시절 첫사랑 ‘서현’이 건축가가 된 ‘승민’ 앞에 나타나 자신의 집을 설계해 달라고 부탁하게 되는데요. 이미 ‘승민’에게는 약혼녀가 있는 상태입니다. ‘승민’과 ‘서현’의 사랑은 이루어질까요?

 


* 캐릭터 분석
승민 : 옷 차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과거 승민은 때 묻지 않은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서현’을 대하는 서툰 행동이나 친구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는 승민의 모습에서 내성적이고 상대방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엿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승민은 과거와 다르게 순수한 마음보다는 현실을 보려고 합니다.

 

서현 : 하얗고 긴 생머리로 청순한 이미지가 물씬 풍깁니다. 승민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적극적입니다. 남자의 마음을 애타게 하는 말솜씨와 행동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의 서현은 과거와 다르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서현은 승민과 제주도에서 집을 지으면서 상처를 위로받습니다.

 

 

- 살면서 내내 내 안에 ‘누군가와 손잡고 걸었던 그 골목’이 없다면?


 두 사람은 항상 상대방의 오래된 삶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과거 승민의 고향인 정릉에서 만남을 시작하여 현재는 서현의 고향인 제주도에서 만남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건축한 개론은 대화나 배우의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고 영상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순수했던 시절이 지나 더 자라고 나이가 들면서 사랑하는 일은 더 어렵고 힘들어집니다. 그것은 서로 사랑하기에는 손에 쥐어진 것들이 너무 많고 안에 든 것들이 너무 가득하여 쉽게 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평범하게 흘러갈 수도 있었던 영화를 사람들이 더욱 감정이입하며 가슴이 먹먹하게 바라본 것은 마지막에 이루어지지 않은 서현과 승민을 보면서 영화 시작부터 느릿느릿하게 다가왔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다’라는 말을 마음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2012년의 영화 시장은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고,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13년에도 재미와 감동을 주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