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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애니메이션은 사람들과의 소통이죠!

by KOCCA 2012. 8. 14.

 

 


 

이 름 : 맹 주 공

 

 주요 경력
 2008년 ~ 현재 (주)투바 엔터테인먼트 감독
 2004년 ~  2008년 (주)파파빙고 감독
 2002년 ~  2003년 클럽와우 사이트 애니메이션 제작 총지휘
 1999년  ~ 2001년 (주)nworks 애니메이션 팀장

 


 

52번가 횡단보도 아래에 살고 있는 두 마리 애벌레, 레드와 옐로우가 펼치는 좌충우돌 코믹 스토리가 장안에 화제다. 최근 개그콘서트(?) 못지않은 인기를 끌며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로 떠오른 ‘라바’를 어디서 만들고 있을지 늘 궁금했었다. 특별히 큰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잔잔하고 넓게 귀를 즐겁게 해주는 ‘투바(Tuba)’ 같은 악기처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싶어 하는 투바엔터테인먼트. 이곳에서 ‘라바’를 만들고 있는 맹주공 애니메이션 감독과 만났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죠!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는 맹주공 감독은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제가 그린 그림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함께 생각을 나누고 싶었어요. 하지만 순수미술 분야는 그런 부분들이 적죠. 그러다 보니 다른 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대학에서 ‘만화의 이해’라는 강의를 듣게 되면서 만화 쪽에 좀 더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출판만화를 해볼 생각도 있었지만 움직임도 있고 음악도 들어가는 종합적인 예술 성격을 갖고 있는 애니메이션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는 웹 애니메이션이 처음 등장하던 초기에 출판만화의 원본 소스를 가져다가 플래시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로 애니메이션 분야에 뛰어들었다. “당시 일했던 회사의 규모가 꽤 컸어요. 유명한 만화가들의 작품을 플래시로 변환하는 작업들을 주로 했었죠. 처음 3명일 때 그 회사에 들어갔는데, 나중에는 팀원이 50명이 넘게 돼서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됐어요. 그렇게 되자 ‘원래하고 싶었던 일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었죠.”

 

▲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애니메이션을 시작하게 됐다는 맹주공 감독
 

그는 회사를 나와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애니메이션 일을 다시 시작했다. “2D 애니메이션 작업을 많이 했는데, 당시에는 애니메이션 기획과 외주 작업들을 많이 했어요. 공모전도 당선되고 어느 정도 가능성도 보였지만 거의 모든 파트를 혼자서 했고 결국 한계에 부딪혔죠. 결론적으로 애니메이션은 혼자만의 생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러다 지금의 투바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을 맺게 됐다. 최근 그가 구상하고 기획한 ‘라바’는 애니메이션도 재밌지만 캐릭터 상품으로도 각광받으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떻게 이런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투바에서 ‘미앤마이로봇’과 ‘오아이스’도 합작으로 진행했는데, 기획팀에서 더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도 일을 나눠서 진행하는 합작품에서는 빛을 보기 힘들었죠.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어요.”
 

 

두 마리 애벌레로 세상과 만나다!


그는 진행되고 있는 작품 외에도 좀 더 가볍고 캐릭터성이 강한 작품을 만들어서 캐릭터 사업으로 연결시켜 그 수익으로 회사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한편 다시 다른 작품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라바에 대한 아이디어는 두 가지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캐릭터 애니메이션이어야 한다는 것과 저예산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이런 저런 구상을 하다가 하수구에서 살고 있는 벌레 두 마리가 티격태격하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됐어요. 라바 시즌1에서 1편에 소개됐던 ‘아이스크림’은 처음에는 2D 애니매틱으로 만들었는데, 반응이 꽤 괜찮았어요. 해외마켓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구요.”

 

 

 

▲ 라바 시즌1의 초기 캐릭터 디자인

 


맹주공 감독은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시 프리 단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실제 본편이 제작되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바 2D 애니메틱을 보면 거의 러프한 2D 애니메이션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3D로 옮겨질 때 3D 애니메이터들이 디테일한 움직임이라든지 타이밍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가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시즌1에서는 104편이 방영됐고, 지금은 내년 1월에 TV에서 방영할 예정으로 시즌2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즌1이 2분 정도의 짧은 스토리로 구성됐다면 시즌2는 총 제작 편수는 줄이는 대신 한 편의 분량은 4분 정도로 늘어났다. “시간이 짧으면 좋은 점도 있지만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담기에는 부족해 보였어요. 하지만 편수를 줄이는 대신 이야기를 좀 더 다이내믹하고 재미있게 구성하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 라바 애니메틱 제작과정



현재 ‘라바’ 제작에는 총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기획팀에서는 미술과 컨셉, 스토리보드를 담당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스토리와 2D 콘티, 2D 애니메틱까지 모두 작업하고 있다. 맹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전체적인 흐름이라든가 중요하게 결정되어야 할 부분들을 다듬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모든 작업은 아이디어가 제대로 나올 때까지 진행됩니다. 한 편이 완성되면 전 직원을 모아 놓고 시사회를 하는데요. 보름에서 한 달 넘게 작업했다고 해도 웃기지 않으면 제작에 못 들어갑니다. 이런 내용들은 정말 아이디어를 내기 힘들 때 모아 두었다가 좀 더 고쳐서 나가기도 합니다. ‘거칠고 거친 세상’이란 제목의 이야기에서는 하수구에서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기존에 고정되었던 카메라워크에 변화를 주어 좀 더 다이내믹한 연출을 시도한 것이죠. 제 나름에는 라바를 극장용으로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실험적으로 만들어 본 건데, 그 생각이 이어져 현재 극장용으로도 시나리오를 구상 중에 있습니다.”

 

▲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투바엔터테인먼트의 라바 제작팀

 

 

힘들고 어려울수록 웃음이 필요하다!


투바는 끊임없이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는 회사다. 기획팀에 인원이 많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가 재밌는 것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 ‘라바’였어요. 기획팀들도 내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고 있죠. 이렇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하다 보니 음악도 접목되고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라바’의 성공코드는 뭐니 뭐니 해도 ‘웃음’이다. 귀엽고 깜찍한 애벌레들이 중심이 돼서 누가 봐도 언제든 웃음을 줄 수 있는 웃음 코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는 라바를 통해 힘을 내길 바란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현실은 살기가 힘들잖아요.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데 라바에 나오는 레드와 옐로우는 항상 밝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죠.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 번 더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는 애니메이션이 복잡하기 보다는 단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벌레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어떤 특정한 모델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캐릭터가 단순하지만 귀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름도 레드와 옐로우로 지었어요. 개인적으로 뭐든 명확한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캐릭터를 각인시킨데 좋은 장치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라바 시즌2 배경 중에서 부엌 부분의 스케치부터 컨셉아트, 모델링, 오쿨루젼, 라이팅 과 렌더링, 합성까지

 


맹 감독이 처음부터 끝까지 도맡아서 한 작품은 ‘라바’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제가 전공인 순수미술을 포기하고 애니메이션을 하게 된 것은 가슴 속에 품었던 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장르가 무엇이 됐든 풀어 놓고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버틴 거죠.”

 

그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많은 작품들로부터 감명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주식회사’ 같은 작품을 추천했다. “이 작품들은 아이디어는 물론 이야기 구성이나 내용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가 사람을 끌리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다 보면 작품 구상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이럴 때 저는 완전히 머릿속을 비우기 보다는 힘들지만 계속 끌어안고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결책을 찾습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아직 서로 경쟁한다고 말하기 힘들 만큼 어려운 시기라 서로 협력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은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길 바라죠. 애니메이션에 대한 성과를 따지기 보다는 작은 회사라도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고 지원해 주면 좋겠어요. 꼭 투자한 자금이 회수 되지 않더라도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생각에서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또, 지금 잘 되고 있는 업체라고 해도 좀 더 확실하게 제대로 밀어주면 좋겠어요.”

 

 

 

 

▲ 52번가 횡단보도 앞 하수구 밑에 사는 작은 벌레 ‘레드와 옐로우’를

메인 캐릭터로 내세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주는 이야기로 큰 인기를 모은 ‘라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먼저 고민해야 된다!


한편, 그는 업계에 먼저 나온 선배 입장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무엇이 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 보라고 당부했다. “회사도 좋은 인재를 키우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애니메이션만큼 협업이 중요한 장르도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각 파트별로 모두 중요하죠. 영화는 보통 ‘감독의 예술’이라고 불리지만 애니메이션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애니메이션 감독은 선장처럼 지휘를 할 수는 있지만 각 파트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 뛰어나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이 아무리 머릿속에 좋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해도 팀원들과 함께 제대로 구현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는 오래 전부터 자신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었고 연출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었다. “애니메이션은 내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이야기할 수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제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좋은 애니메이션을 계속해서 선보일 계획입니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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