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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디지털 시대에 음악의 감성을 소유하는 가치에 대하여

by KOCCA 2012. 8. 7.

 

 

디지털 시대에 음악의 감성을 소유하는 가치에 대하여   

 

  

 

 

김 민 준 / 음악SNS Lisn.me 마케팅팀장

  

 


최근 온라인 음악시장이 뜨겁다. 2008년 이후 변동이 없던 온라인 음악시장의 가격체계가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량제, 정액제 및 다양한 결합상품들을 사용해서 모바일로도 음악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지금이다. 물론 MP3 음악파일 한 곡에 적당한 가격을 부여하고자 하는 시장의 변화는 음악시장의 장기적 대안과 공정한 수익이 아티스트에게 돌아간다는 선순환 구조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긍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가 음악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노래 한 곡을 듣는 데이터패킷 단위, 노래 한 곡을 다운로드 하는 금액 단위로 음악이 공정하게 “소비”된다고 말할 순 있지만, 정작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2012년의 ‘음악’은 단순한 ‘소비콘텐츠’ 단위 정도의 가치로만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그룹 U2의 보컬 Bono는 어느 인터뷰에서, “어느 날 갑자기 무인도에 가야 하는 상황에서 앨범 한 장, 영화 한 편, 책 한 권 중 하나만 고를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르겠는가?” 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앨범 한 장” 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책이나 영화는 반복해서 감상하기 힘들고, 늘 몰입해야 하지만 음악은 들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음악은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고, 그 음악을 들을 때 마다 다른 상황, 장소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렇듯 음악은 단순히 콘텐츠 단위 이전에, 개개인의 감성과 기억을 담고 있는 하나의 독립적 문화콘텐츠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같은 노래 한 곡에 대해서라도 그 음악을 들었던 시간과 장소, 기억에 따라 사람마다 모두 다른 스토리텔링을 가지는 음악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생각하면 음악은 소비의 단위이기 보다 감성과 기억이 결합된 “소유”의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음반시장이 살아있다라고 평가 받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생일선물로 음반을 선물하는 문화는 익숙한 것이었다. 음반을 선물한다는 건 물리적인 가치의 전달보다도, 그 음반이 가지고 있는 느낌에 자신의 정서를 함께 실어 전달한다는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디지털과 모바일로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에 MP3를 선물해 주는 것이 여전히 감성을 전달하는 의미 있는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음악소비의 시대에도, 한 켠에선 음악을 소유하고 감성을 향유했던 시절의 문화를 재해석하고 현대화하는 새로운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LP의 부활은 그 대표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LP의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고,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경우 신보를 발매할 때 LP를 함께 발표하는 것도 보편화 되고 있는 중이다. 2011년 북미지역 음반 및 음원판매량을 취합하는 넬슨 사운드스캔(Niesen SoundScan)은 미국 내 LP 판매량이 3.9밀리언을 기록했다고 발표해서 음반시장의 화제가 되었는데,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음은, 2012년 미국레코드협회(RIAA)의 최근 발표를 통해서도 재 입증 되고 있다. RIAA에 따르면 2011년의 LP판매량이 2010년에 비해 99.6%가 증가했고, 이 판매량의 수치는 새로 발매된 신보음반 기준으로만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는 LP만이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의 감성과, 손에 잡히는 풍족한 소유의 느낌에 젊은 리스너들도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중고음반을 거래하고, LP를 전시하는 행사인 레코드페어가 2회째 개최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여 애플의 아이튠즈 스토어는 2009년부터, MP3를 앨범단위로 구매하면 앨범의 부클릿을 디지털파일로 제공하는 상품으로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전통적 방식의 LP시장의 부활 이외에도, 디지털 시대의 소유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반영한 접근법들도 나타나고 있다. 비틀즈(Beatles)나 본조비(Bon Jovi)는 그들의 새로운 앨범에 밴드의 브랜드 모티브를 응용하여 USB앨범으로 제작하기도 했고, 매치박스20(Matchbox Twenty)은 암스트롱 밴드를 모티브로 USB 앨범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들은 음악을 듣기만하고 손에 잡을 수는 없던 디지털 음악파일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디지털과 모바일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SNS서비스들에서도 변화의 흐름을 찾아 볼 수 있다. 작년 가을 공개된 페이스북의 타임 라인 기능은, 개인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동을 체크인 할 수 있을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엔 음악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자리잡고 있다. Spotify, Last.fm 등의 전문 음악서비스들과 API연동을 통해, 지금 자신이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 체크인(Check-In) 할 수 있고, 나의 관계망에 있는 사람과 공유해서 그 음악을 함께 듣거나 구매하게 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삶의 어느 순간에 음악이 함께 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고, 일상의 감성과 결합한 스토리텔링을 더욱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과 통신망이 가벼워져 질수록 앞으로 음악을 듣는 환경은 더욱 빠르게 변화해갈 것이다. 그 동안 mp3포맷의 한계로 온건한 제 음악의 소리를 듣지 못했던 사람들은 보다 좋은 음질을 찾게 될 것이고, 어떻게 하면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을 주변사람들에게 빠르게 알리고, 자신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을지 연구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결국 음악의 본질적인 가치와 감성을 온건히 소유하고 향유하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소비콘텐츠로서의 음악보다 더 광의의 개념으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음악은 오롯이 감상하고, 느낌을 향유할수록 그 가치가 배가되는 콘텐츠다. 2012년 디지털 음악시장 생태계의 여러 현상과 변화들은, 시장주의 논리로서의 접근 및 이 상황을 융통성 있게 풀어줄 수 있는 시스템의 준비를 기초로, 실제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음악이 주는 근원적 소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과 상품을 기획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다면, 근 10여년간 이어져온 음악시장의 디지털 패러다임이 불러온 한계점들을 서서히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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