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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볼만한 만화 많죠! 골라 드릴까요?

by KOCCA 2012. 7. 1.

이 름 : 서 찬 휘

주요 경력
만화 칼럼니스트
소셜 만화 라디오 토크쇼 만화만담(http://mhmd.kr) 기획 및 DJ


자칭 만화 골라주는 남자(만골남). 만화 즐김이, 서찬휘 씨. 그는 1998년부터 만화를 중심으로 하는 서브컬처 분야에서 신문과 잡지, 웹 등 지면을 가리지 않고 활동해 온 만화 칼럼니스트다. 만화계에서 디지털 트렌드가 어떻게 만화와 접목되는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서찬휘 씨와 만화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을 나눴다.

 

프로그래머에서 만화 골라주는 남자로
만화와 관련된 일에는 무엇이든 흥미 있어 하는 그는 만화와 관련된 칼럼과 기고는 물론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서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만화만담 시즌2’도 진행 중이다. 또한 대학 강의와 전시, 방송 등 다양하게 활동 폭을 넓혀 가며 만화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

 

“PC통신 시절에 프로그램 동호회 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프로그래밍으로 밥벌이를 하려고 했었는데, 만화도 좋아하고 글을 쓰는 일도 좋아하다 보니 10대에서 20대로 오면서 진로가 바뀌더군요. 20대 시절에는 외주 작업으로 만화 관련 웹페이지 디자인 구축하는 일도 했었는데, 지금은 프로그래밍 쪽은 거의 하지 않고 만화와 관련된 일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는 10년 넘게 프리랜서 생활을 해오는 동안 뼛속까지 프리랜서 기질이 몸에 배었다고 말한다.

 

서찬휘 씨도 여느 아이들처럼 어렸을 적에는 보물섬이나 전과에 실린 만화들을 보면서 먹지로 그림을 베끼거나 직접 그려서 색칠을 해 책받침으로 가지고 다니는 등 만화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의 삶의 일부는 만화였고, 생활도 만화와 함께 했다. 만화가 재미있었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 속에 푹 빠져 지냈다.

 

“고등학교 때는 시를 쓰는 문학 동호회에서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시를 쓰고 싶은 생각은 많지만 저한테는 창작이라는 것 자체가 어렵더군요. 자라면서 느낀 거지만 그림도 안 되는 것 같고, 생각은 많이 나지만 내러티브를 살린 스토리 전개도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다만 요즘에는 다시 그림 그리는 욕심이 나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크로키북 백권 채우기가 목표죠. 현재 여섯권 째를 채웠네요.”다만 습작 아이디어나 그림의 수준은 여전히 일천하다고 하는 그는 주변에 있는 프로 만화작가들이 봐줄 때면 민망해진다고 한다.

▲ 크로키북 백권 채우기를 목표로 현재 여섯권 째를 그렸다는 서찬휘 씨의 스케치 모음집


소셜 만화 라디오 토크쇼 ‘만화만담’
그는 올해 5월부터 양세종 PD와 함께 새롭게 준비해온 소셜 만화 라디오 토크쇼 ‘만화만담 시즌2’를 시작했다. 만화만담은 소셜 미디어와 아이튠즈 팟캐스트를 통해서 선보이고 있는데 만화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진지하게 모아서 이야기 형태로 풀어내고 있다.

 

지난해 강도하 작가와 6개월 정도 진행했던 ‘만화만담 시즌1’이 많은 관심을 받은 것에 주목하고 올해부터는 새로운 아이템들도 준비했다. 만화 관련 소식을 모은 ‘뉴스테이블’을 비롯해 30분 동안 만화계 현안에 대해 논의해 보는 ‘30분 초재기 토론실’, 만화와 관련된 각종 고민들을 해결해 주는 ‘만만한 상담소’, 한 주에 만화 한 편을 소개하는 ‘만화 집현전’ 등 다양한 코너들이 그것이다.

▲ 소셜 만화 라디오 토크쇼 ‘만화만담’의 로고와 캐리커처


“올해 달라진 점은 강도하 작가가 작품 제작으로 빠지고 PD를 맡은 양세종 씨와 함께 더블 DJ 형태로 진행하고 있어요. 한 번 녹음을 하면 일주일 정도 분량을 한꺼번에 녹음하는데 보통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녹음을 끝내고 나니 프로그램이 날아가서 다시 녹음을 해야 했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녹음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만화만담은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컨셉인데 아이튠즈 팟캐스트나 SNS, 블로그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어요. 최근에는 메일로 전송할 계획도 갖고 있죠. 시즌 1에서는 강도하 작가가 동료나 후배 작가들을 인터뷰 코너에 많이 초청해 주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돌아온 럭키짱’으로 유명한 김성모 작가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그는 만화만담에서 사용하는 BGM을 직접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의 특성상 아무 음악이나 가져다 쓸 수도 없고 자신들이 만드는 방송에 사용할 음악에도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닝은 강도하 작가와의 인연으로 레이지본 정차식 씨가 만들어 주었어요. 방송에 사용할 음악을 일부는 제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지만 음악을 제공해 준다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 서찬휘 씨 작업실 모습과 녹음 작업을 위한 믹서 장비들



달라진 만화 환경과 현실적인 아쉬움
서찬휘 씨는 종이 만화에 대한 욕구는 여전하지만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되면서 만화를 즐기는 패턴도 변화해 왔다고 본다. 특히 만화는 장르적인 특성상 아날로그 없이 디지털로만 유지될 수 없다고 말한다. “제 개인적으로 대여섯 종의 만화 관련 잡지들을 꾸준히 구독하고 있는 것처럼, 현재 웹툰이 뜨고 있고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해서 종이책으로 만들어진 만화가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닙니다. 미디어다음에서도 웹툰으로 제작된 만화들을 모아서 프리미엄 만화책으로 출간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만화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에서 상호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는 1990년대 주류를 이뤘던 종이 만화시장이 2000년대 웹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만화시장에 웹이 추가된 형태로 발전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종이 만화가 없어지진 않았지만 만화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좀 더 의미 있는 일들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에 19년 넘는 역사를 자랑해 온 윙크가 앱진으로 전환을 하게 됐어요. 찬스와 부킹이 찬스 플러스란 이름으로 통폐합되어 새로운 잡지로 나올 예정이구요. 만화 관계자들도 꽤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했을 겁니다. 문제는 앞으로 종이만화의 특징과 장점을 갖추면서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와 이를 바탕으로 한 또 다른 시장 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최근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그는 OSMU(One Source Multi Use)가 유행하던 시절 보다 많거나 적어졌다는 양적인 논의를 떠나서 그런 흐름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상 제작업체 관계자들이 국내 만화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만화 소재들을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는 점들이 많거든요. 일본이나 미국 등 외국 작품들에 기대기보다는 국내 만화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여다 봐 주길 바랍니다.”

 

그는 만화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들이 빠르게 소비되는 현대사회 속에서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라져버리는 점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특히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는 새것에 대한 열망은 과거의 것을 지키고 보전하는데 힘을 쏟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화도 그렇지만 다른 분야의 콘텐츠들도 옛날에 만들어졌던 것들이 제대로 보관되지 못해서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것들이 많지 않습니다. 일본은 ‘코난’이나 ‘도라에몽’ 시리즈처럼 내러티브가 지속되는 장르 만화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그는 전부터 만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져왔는데, 만화만담을 시작하게 된 것도 만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만화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의도에서였다.

 

재미난 만화 한 편은 또 다른 문화를 만든다!
서찬휘 씨에게 최근 연재되고 있거나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몇 작품을 소개해 주었다. 그는 먼저 서울문화사 아이큐점프에서 소개된 ‘금지소년’을 꼽았다. “여장남자물인데요. 남자애가 여장을 하고 뛰어 다니는데 귀엽고 트렌디한 스토리가 재미있죠. 또, 웹툰에서 인기를 모았던 ‘브레이커’도 괜찮아요. 작화와 스토리의 밀도가 굉장히 높은 작품입니다. 일본에서 나온 ‘토끼드롭스’도 볼만해요. 영화는 ‘버니드롭’이라는 제목으로도 소개되었는데 27살 조카가 엄마에게 버림받다시피 한 6살 이모를 데려와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동거 스토리가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꼬맹이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고등학생이 되어 가는 과정을 알콩달콩 잘 담아냈어요. 여자아이의 심리묘사도 좋구요.”

 

▲ 서찬휘 만화 칼럼리스트의 추천작 ‘브레이커, 금지소년, 토끼드롭스’


한편, 현재 만화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웹툰은 네이버를 비롯해 다음, 파란, 야후 같은 포털 사이트가 주축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네이버와 다음만 남게 됐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웹툰 작가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공간은 포털 사이트인데 매체 역할을 하는 곳이 두 곳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현재 상업적인 웹툰 공간을 마련해 주는 곳은 포털 사이트 외에는 없습니다. 따라서 포털 사이트 뿐만 아니라 그 바깥으로도 만화 생태계가 확장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만화시장에서 또 다른 큰 축을 만들고 있는 학습만화에 관한 입장도 내비쳤다. “어린 시절에 만화를 즐겼던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만화를 ‘공공적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자신들의 아이들에게는 만화를 보지 못하게 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습만화는 꼬박꼬박 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학습만화들 상당수가 부모들의 기대와는 달리 정작 학습이나 교양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님들이 먼저 좀 더 폭넓게 만화를 접하고 아이들과 함께 독서 경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질 좋은 학습만화는 물론, 만화 그 자체로 독서 폭을 넓히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새로운 만화의 발전을 기대한다!
그 역시 만화 관련 일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14년을 지내다 보니 힘든 점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분야든지 10년 넘게 꾸준히 해야 판로도 생기고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만화시장에서 위기가 아닌 적은 없다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최근에는 만화잡지도 줄어들고 있고, 포털 사이트도 줄어들고 있죠. 하지만 지금도 볼만한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재미도 있고 힘도 떨어지지 않은 그런 작품들이 많아요.”

 

그는 일본처럼 철저하게 매뉴얼화 되어 있는 만화제작 시스템은 아니지만 국내 만화만의 에너지가 있다는 점을 크게 보고 있다. “우리 만화는 날 것 같은 에너지가 있어요. 콘텐츠의 힘에 대해서는 외국 작품들과 비교해서 걱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장이 작아진 것을 다시 키워야 하죠. 디지털 환경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진 않습니다. 비관하고 좌절하기 보다는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하고 전진해야 할 때입니다.”

▲ 한국 만화계에서 ‘독수리 오형제’의 남박사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서찬휘 만화 칼럼리스트


만화에 애정을 갖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후배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는 그는 만화 분야에서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만화가는 엉덩이로 그린다고 하죠. 하지만 칼럼리스트는 발로 뛰어다니면서 글로 표현해야 하죠. 만화와 관련된 현장이나 정보가 있고 사람들과 많이 만나서 살아있는 글을 썼으면 해요. 개인적으로는 ‘독수리오형제’에 나오는 남박사 역할을 만화 업계에서 오래도록 하고 싶어요. 남박사는 독수리오형제가 싸울 수 있도록 무기를 만들어주고 구도를 짜 주죠. 독수리 오형제는 남박사 없이는 싸울 수 없어요. 저 역시 만화계라는 판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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