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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버티세요, 그러면 기회는 옵니다!

by KOCCA 2012. 8. 9.

 

이 름 : 김 선 권

주요 경력
2012년 5월 ~ 현재 네이버 만화 ‘후유증’ 연재중
2010년 7월 네이버 만화 ‘심부름센터 K' 연재
2008년 8월 네이버 만화 ‘N의 등대’ 연재
2006년 9월 네이트 만화 ‘교차생’ 연재
2006년 1월 네이버 만화 ‘수사9단’ 연재

 
 
자신을 ‘그림쟁이’라고 말하는 김선권 만화가. 그는 한 강연회에서 힘들고 고됐던 연습생 시절에 대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지난 2006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6년에 걸쳐 네이버 웹툰으로 연재했던 ‘수사9단’이 인기를 끌면서 그도 이젠 유명 웹툰 작가가 됐다. 올해 5월부터 네이버에 ‘후유증’이라는 신작으로 관객과 새로운 만남을 시도하고 있는 김선권 작가와 만났다.

내 인생의 마지막 보루, 만화
사고로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아 기침을 해서 소리를 확인한다는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혔었는데, 힘들었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내내 가슴 한쪽이 먹먹해졌다. 김선권 작가는 신작 ‘후유증’의 주인공 안대용이 자신과 닮은꼴이라고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 ‘수사9단’을 비롯해 ‘N의 등대-도망자’, ‘심부름센터 K’, ‘구석구석캠페인’, ‘후유증’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김선권 작가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시절에는 샘플이 있으면 그림을 그리기가 좀 더 쉬웠어요. 하지만 만화가가 되고도 샘플을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네이버에 6년 동안 연재를 했던 ‘수단9단’은 대중들에게 저를 알린 작품인데, 정말 생각나지 않는 장면에 대해서만 관련 자료를 찾아보거나 사진을 찍어서 활용하는데 그쳤죠. 하지만 ‘후유증’은 차기작인 만큼 부담도 컸어요. 그래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 하나도 제 모습을 찍어서 그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어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거의 모든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샘플로 활용할 정도로 공을 많이 드렸어요.”


‘수단9단’이 왜 그렇게 인기를 끌게 됐는지 묻자 그는 그림을 잘 그려서 유명해지기보다 오랫동안 웹툰 시장에 남아 있었던 것이 많이 알려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진짜 운이 좋았어요. 그 당시 네이버에는 웹툰이 5개 밖에 없었어요. 지금처럼 웹툰이 커지고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올 때 ‘수사9단’을 그렸다면 아마 데뷔도 못했을 거예요. 예전에 웹툰은 출판만화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견해가 많았어요. 저도 출판만화를 그렸던 시절이 있다 보니 웹툰은 좀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는 웹툰을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정말 소름끼칠 만한 좋은 아이디어가 새록새록 잘 떠올랐다. 하지만 장편으로 해도 좋을 만한 내용들을 3~4회 분량으로 모두 소진하는 우(愚)를 범하기도 했다. “중간 중간에 들어가는 디테일한 묘사가 빠진 거죠. 그래서 다음 회부터는 이야기와 아이디어를 짜내는데 힘이 많이 들었어요. 지금 하고 있는 ‘후유증’을 예전 방식대로 했다면 4회 만에도 끝냈을 거예요.”

 

 

▲ 자칭 수사9단 홍달기 반장과 형편없는 정보에 정통한 정보통 형사, 그리고 고집불통

강호진과 조양이 함께하는 황당한 수사 일지로 많은 인기를 모았던 ‘수사9단’


웹툰은 디지털 작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웹툰은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서 그림을 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궁금했었다. 그는 웹툰은 그리는 작가마다 다른데, 그림을 더 그리는 것은 일종에 자기욕심이라고 말했다. “웹툰은 너무 짧으면 몰입도가 떨어져요. ‘수사9단’은 1회에 40~50컷 정도를 그렸어요. 요즘에는 긴 만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처음 연재할 때만 해도 그렇게 긴 만화는 없었어요. 신작 ‘후유증’에서는 거의 2배 분량인 80~90 컷을 그리고 있어요. 일주일마다 마감해야 하는데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들죠.”


그도 10년 넘게 출판만화에 있다 보니 웹툰을 그리기 시작한 초반에는 작업양의 80%를 원고지에 잉크를 찍어서 밑그림을 그린 다음 컬러 작업만 컴퓨터로 진행했다고 한다. “시간이 정말 많이 걸렸죠. 하지만 지금은 와콤 신티크(Cintiq)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면에 바로 대고 그림을 그립니다. 물론 태블릿도 손으로 그릴 수 있지만 신티크는 화면에 그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예전에 출판만화를 그릴 때와 같은 손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신작을 준비하면서 장만한 뒤로는 계속 이것만 쓰고 있어요.”


웹툰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보니 연령층이 낮은 독자를 대상으로 만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김선권 작가는 말한다. “그렇다고 인기를 끄는 어린층만을 고집하면 장르적인 특성이 없어지겠죠. 제 작품은 스릴러물이라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지만 장르적인 마니아층이 꽤 있습니다.”


김선권 작가는 오래 전부터 ‘이나중탁구부’ 같은 개그만화를 그리고 싶었는데, 자신과는 잘 맞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을 웃긴다는 것은 정말 힘들더라구요. 스릴러 같은 스토리 만화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 ‘수사9단’ 네이버 팬 카페 회원들과 함께


비온 뒤에 땅은 더 단단해진다!
어린 시절에 겪었던 힘들었던 때보다 그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준 만화가로서의 삶에 갑작스럽게 불거진 표절 논란으로 그는 또 한 번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강연회에 이어 인터뷰 때도 그는 예전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이 괴롭고 힘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만화가의 길을 가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어떤 시련에도 버틸 수 있는 단단한 힘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랬다.


“신작을 준비하면서 작업 스타일을 180도로 바꾸면서 심열을 기울였어요. 제 작품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더 많지만 아직도 좋지 않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더 힘을 내려고 합니다. 특히 ‘후유증’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흔한 설정에서 살짝 바꾼 것이 관심을 모은 인기의 비결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죽었다가 깨어났더니 귀신이 보인다고 하면 흔한 설정이죠. 하지만 저는 여기에 나름 독특한 설정을 부여했어요. 귀신이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오감이 서로 꼬이면서 새로운 감각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죠.”


김선권 작가는 ‘후유증’ 주인공이 어느 날 사고 이후에 감각이 꼬였다는 걱정을 하다가 곧 죽을 사람이 보이면서 자신의 육감이 발달해 오감으로 느껴지게 된다며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특히, 하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주인공이 사고 이후에 보통사람을 넘어 특별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설정으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굉장히 예민한 편이라서 혼자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함께 웹툰을 그리고 있는 동료 작가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지금 제일 잘 나가는 웹툰이라면 네이버 만화에서 상위권에 있는 작가들의 작품입니다. 이런 작품들을 보면 저도 많은 자극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죠.”

 

▲ ‘수사 9단’ 김선권 작가 신작 ‘후유증’. 한 순간의 사고 이후 조금씩 나타나는

후유증으로 주인공 안대용의 삶이 틀어지기 시작하는데...

 

버티다 보면 기회는 온다!
그는 웹툰에 관심이 있다면 자신이 연재 중인 네이버 만화에 도전해 보라고 말했다. “네이버에 보면 ‘도전만화’라는 코너가 있어요. 여기에 만화를 올려서 인기가 많아지면 ‘베스트 도전’으로 올라가게 되죠. 그러다 보면 ‘웹툰’에서도 볼 수 있게 됩니다. 네이버 담당자가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작품의 조회 수만 보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일상이나 개그, 판타지 등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장르별로도 보는 것 같아요.”


‘후유증’ 외에 다른 작품을 준비하는지 묻자 김선권 작가는 대형 사고에 대한 자료를 모아둔 어느 PD의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구상한 것은 아니지만 자료화면에 의문의 사람이 계속 등장하게 되는 설정입니다. 이 사람이 누군지를 쫓아가는 과정이 재미나게 그려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을 가져 주세요.”

 

▲ 지난 7월 7일, 한국와콤과 디노마드 주최로 논현동에 위치한 성암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유명 웹툰 작가와 함께 하는 드로잉 세미나’ 현장 모습

 

그는 출판만화 시절에 힘든 경험들이 많았지만 웹툰을 하면서 너무 좋은 점들이 많아졌다며, 만화에 관심이 있다면 웹툰을 꼭 해보라고 강력하게 권했다. “제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이 힘들어서 때로는 외롭기도 하지만 자유롭게 일하는 것도 좋고 금전적인 면에서도 다른 직업 못지않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열심히 노력해야죠. 웹툰도 성실하게 꾸준히 한다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은 보상이 있을 거예요.”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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