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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영상 표현의 핵심은 키워드죠!

by KOCCA 2012. 4. 21.

 

이 름 : 박 종 후

 

주요 경력
2012년 현재 알프레드 이미지웍스(www.aiw.co.kr) 대표
2011년 한국타이어 에코 드라이빙 프로모션, EBS 네트워크 디자인, JCE 프리스타일2 프로모션
2010년 런던 피카디리 LG LED 브랜드 ID, MBC Station ID 등 다수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으로 모습을 바꾸는 모션 그래픽은 첨단 IT 기술과 영상이 재결합하면서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특정한 트렌드에 편승하기 보다는 컨셉을 우선시 하는 기획과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영상을 만들어 온 알프레드 이미지웍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알프레드 이미지웍스의 박종후 대표와 만나 국내 모션 그래픽 시장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상 디자인만을 고집하다!
“알프레드는 그 동안 큰 변화 없이 똑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회사 입장에서는 퇴보라고도 할 수 있죠. 요즘처럼 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전과 같다는 것이 꼭 좋다고만 할 수는 없거든요. 뭔가 이런저런 새로운 이슈가 있어야 그러는 가운데 조금씩 더 성장했다고 할 수 있죠.” 오랜 만에 다시 만난 박종후 대표는 모션그래픽을 한지 얼마나 됐냐는 질문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모여서 영상을 디자인해 온 지도 어느새 10년이 됐다고 말한다. 변화무쌍한 모션 그래픽 세계에서 한결 같은 마음으로 함께 영상을 디자인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만화를 보고 그리기를 좋아해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일본과 미국 등 각종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고 즐기면서 영상의 매력에서 푹 빠져 지냈다. 2000년대 초반 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는 웹디자인 붐이 일고 있었지만 그는 애니메이션 회사나 방송국 등에서 일하며 영상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싶었다.

 

“대학 때부터 영상에 관심 있는 친구들 네 명이 함께 모여서 이런저런 영상을 만들다가 알프레드 이미지웍스를 창업했어요. 그 중 한 명은 외국으로 유학을 갔고, 지금은 세 명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죠..”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지금처럼 모션 그래픽을 하는 업체가 많지 않았습니다. 모션 그래픽이란 말도 생소할 때였죠.” 처음부터 모션 그래픽을 하자고 회사를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영상과 관련된 일을 주로 하다 보니 지금의 모션그래픽 회사가 되었다고 박종후 대표는 말한다.

 

▲ 욕심내지 않고 묵묵히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박종후 알프레드 이미지웍스 대표.

알프레드의 최신 영상들은 웹사이트(http://vimeo.com/aiw/videos) 참조


“지금은 13명 정도 팀원이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서너 명이 한 팀이 되어서 프로젝트별로 작업을 하거나 직원 모두가 참여해서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회사에는 저와 두 명의 공동 대표인 실장들이 프로젝트 진행시 디렉터를 맡고 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두 명의 팀장도 있습니다. 저를 비롯해 다른 두 실장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디자인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좀 더 공부를 하거나 연출이나 사업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는 등 지금은 각자 맡고 있는 역할이 조금씩 달라졌어요.”

 

그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웹디자인이나 TV CF도 관심이 있었지만 다른 분야에 관심을 두는 대신 영상을 디자인하는 모션 그래픽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사실 모션 그래픽을 어떤 특정한 영역으로 나누기는 힘듭니다. 영상 제작을 할 때는 아이디어를 내는 기획 작업부터 제작과 포스팅까지 모든 부분을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데, 아직도 TV CF쪽에서는 모션 그래픽 업체를 후반작업을 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는 프로덕션 업체가 의뢰를 주고 모션 그래픽 업체는 하청 받는 식으로 일하는 TV CF 대신, 자신들이 생각하는 영상미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제품디자인, 프로모션 영상 등의 작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금은 국내 모션 그래픽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로 발돋움했다.

 

▲ 특정한 트렌드에 편승하기 보다는 컨셉을 우선시 하는 기획과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영상을 만들고 있는 알프레드 이미지웍스


영상은 키워드가 중요하다!
“보통 모션 그래픽 영상 하나를 만들려면 한두 달은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수익이 나지 않으면 10명 이상의 인원이 작업하기는 힘듭니다. 지난해 직원들 모두가 매달려서 작업한 작품이 있어요. JCE의 ‘프리스타일2’ 프로모션 영상인데요. 큰 규모의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직 이 영상을 만드는 작업에만 올인 했죠.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든 셈이죠.”

 

‘프리스타일2’ 게임이 예전만 못하다는 게이머들의 볼멘소리도 있지만 길거리 농구의 새로운 프로모션 영상은 알프레드의 진가를 다시 한 번 드러내 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게임 캐릭터들은 힙합 비트와 리듬을 타고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3대 3 길거리 농구의 재미를 제대로 표현했다. 여기에 맛깔나게 버무려진 힙합 사운드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어 누리꾼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전파됐다.

 

▲ 온라인게임 ‘프리스타일2’의 런칭을 위한 게임 트레일러.

스트리트 팀과 대학 농구팀의 대결을 소재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회사를 설립한 초창기에 작업했던 패션 브랜드 ‘ASK Enquired’ 프로모션 영상도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왠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 당시에는 사진을 오려 붙이고 하는 작업들이 흔치 않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알프레드의 색깔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잘 모르겠다며 오히려 자신들이 보기에는 좋지 않았던 작품도 사람들은 좋아해 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 회사 초기에 진행된 ASK ENQUIRED 프로젝트로 다이나믹한

카메라워킹과 사진 소스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기획해 여러 편이 제작됐다.


“LG전자의 LED 모니터 프로모션 영상에서 독수리가 나는 장면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이 영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어떤 면에서는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때도 회사의 모든 인원이 매달려 작업했는데 연출, 그림 등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영상을 본 사람들은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는 이때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의 시각과 소비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한다.

 

▲ 2009년 ‘Origin of Light’를 컨셉으로 LG LED LCD 모니터를

홍보하기 위해 이집트 신화의 ‘빛의 신 호루스’를 차용해 기획, 제작된 영상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영화, 게임 특히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면서 영상을 보는 눈과 귀 등 감각을 키워왔다. 특히 월트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고, 일본의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그의 감성을 높여주었다. “요즘 미국의 애니메이션은 좀 진부한 경향도 있지만 일본의 젊은 작가들은 아티스트적인 실력도 좋지만 어떤 경지에 이른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이런 점들이 제게 많은 자극을 주고 있죠.”

 

한 우물만 판다!
“지금은 국내에도 모션 그래픽을 하는 업체들도 많아졌고 프리랜서들도 늘어났어요. 한마디로 격변기라고 할 수 있죠. 최근 모바일 앱이나 UX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어 우리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판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분야가 새롭게 주목 받을 지는 아직 미지수죠.” 하지만 그는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디자인을 하는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영상을 어떻게 표현하고 보여주느냐는 아이디어적인 면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10여명 이상의 인원이 한 솥 밥을 먹는 모션 그래픽 업체를 운영하려면 유지비가 많이 든다. 더 좋은 영상 퀄리티를 내려면 해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도 꾸준히 업데이트 해야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저기 낮은 단가에도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프리랜서 모션그래퍼들도 늘고 있어 시장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 2010년 제작된 MBC의 Station ID. MBC의 새로운 전략플랜을 담는 동시에

과거의 캐치프레이즈인 ‘좋은 친구’와 연결해 ‘MBC가 세상을 따뜻하게 감싼다!’는 컨셉을 담아 제작됐다.


“시장이 급변하고는 있지만 조급하게 생각하고 싶진 않아요. 그저 그 동안 해왔던 것처럼 영상을 만드는 일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오히려 경쟁력은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앞으로 해외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은 국내 시장에 좀 더 전념하면서 그들만의 색깔을 내는데 힘쓸 생각이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그 영상의 키워드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예를 들어, 리얼리티를 살려야 한다면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사실적인 면은 무조건 강조하고 살리는 거죠.” 그는 다양한 프로젝트의 일을 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이너를 뽑을 때면 디자인을 가장 먼저 본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그림을 보는 눈이 중요한데, 디자인의 강약조절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올바른 방향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진화와 발전’이라는 소재를 다양한 그래프로 재구성해 표현한 EBS의 2011년 Station ID 영상


“가능하면 신입을 선호하죠.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해본 좀 안다는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디자인 재교육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죠. 각 회사마다 작업 스타일이 다른데, 신입의 경우에는 잘 따라옵니다.” 알프레드는 회사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홈페이지를 새로 디자인하는 것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박종후 대표는 홈페이지를 디자인해 보면서 경직된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더불어 회사의 성향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끔 진도를 고민하면서 지나치게 계산이 앞서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디자인을 하면 어떨까, 게임이 더 전망이 좋지 않을까, 모션은 어떨까 하면서 말이죠. 사실 본인이 직접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죠. 어쩌면 진심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는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돈이나 명예를 쫓기 보다는 자신들이 하는 일이 너무 좋아서 그 일에 매달리다 보니 성공도 하고 유명해졌다고 말한다. “미친 듯이 일한다고 해도 모션 그래픽 분야에서 성공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
그는 최근 작업 중인 한국타이어 프로모션 영상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볼 생각도 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 GUI, UX 등 다른 분야로의 접목도 쉬울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도 CG에 대한 비중이 늘어나는 것처럼 게임이나 뮤직비디오, 방송 타이틀 디자인 등에서도 모션 그래픽에 관심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 친환경 타이어의 특성을 생산에서 재활용까지의 여정으로

표현된 2011년 한국타이어의 친환경 타이어 프로모션 영상


“모션 그래픽 회사들이 다 그렇듯이 야근은 종종 하고 있어요. 하지만 밤샘 작업은 일 년에 프로젝트가 끝날 때 한두 번 정도만 하죠. 그 외에는 주 5일제 근무를 지키려고 합니다.” 그는 가능하면 직원들이 더 많은 역량을 키워서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 교육에 많은 힘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는 애니메이션을 연출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모션 그래픽은 애니메이션을 하는 중간 과정이라고 생각하죠. 대학을 졸업하고 애니메이션과 영상 일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흘러온 것 같아요.” 앞으로 새로운 10년은 영상을 어떤 모습으로 바꿔놓을지 아무도 모른다. 박종후 대표는 욕심 내지 않고 묵묵히 하던 일들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그런 알프레드가 만들어낼 또 다른 새로운 영상이 기대된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