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CG에는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이 있어요!

by KOCCA 2012. 4. 19.

 

 

이 름 : 임 배 근

 

주요 경력
2010년 ~ 2012년 현재 디지아트 제작운용팀 책임(코알라 키드: 영웅의 탄생)
2003년 ~ 2009년 DTI(주유소습격사건 2, 핸드폰, 선덕여왕, 귀신이 산다,

놈.놈.놈(이상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요가학원 등) 다수의 영화 VFX 작업 참여

 


 

2012년 장편 3D 애니메이션 <코알라 키드: 영웅들의 탄생>을 발표해 관심을 모은 디지아트. 이곳에 <놈.놈.놈>, <선덕여왕> 등 다수의 국내 영화 VFX 작업에 참여해 온 임배근 씨가 합류해 애니메이션 제작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10년 넘게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CG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 2000년 CG 전문 매거진 ‘그래픽스 라이브(Graphics LiVE)’의 창간호 표지로 사용된 이미지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 경험
“2010년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디지아트의 제작운용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슈퍼바이저 파트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프로젝트가 발생하면 PD팀과 의논하면서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진행을 하죠.” 임배근 디지아트 제작운용팀 책임은 프로젝트 제작시 생길 수 있는 돌발변수나 제작여건에 따라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각 파트의 장점은 살리고 외부환경 조건을 맞춰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그 동안 CG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아트센터를 거쳐 게임 제작사인 유즈드림, 다수의 영화 VFX 작업을 해왔던 DTI, 그리고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디지아트로 자리를 옮기며 다양한 분야에서 CG 제작을 경험했다. “각 장르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제작환경이 정말 많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또, 생각하는 방식이나 팀원들의 성향도 제각각이구요.”

 

 

▲ 2003년 동우애니메이션에서 만들었던 CG 작업물


그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어느 장르에서건 쉬운 것은 없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아트센터 시절에는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이 CG 업체로 취업할 수 있도록 졸업 작품을 만들고 취업 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또한 게임회사 시절에는 기획, 프로그램, 그래픽 등 세 파트로 나눠진 팀원들 간의 끊임없는 회의와 조율을 거쳐야 했고, 차별화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고 한다.

 

 

“영화 VFX를 만들던 시절에는 하고 싶은 그림은 정말 많이 들어 있어서 좋았지만 작업량이 너무 많아서 팀원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일 안타까웠어요. 물론 지금 하고는 있는 애니메이션도 쉽지는 않아요. 여러 파트의 팀원들 간의 조율과 복잡한 파이프라인에서 효율적인 진행과 동시에 퀄리티도 내야 하는 등 부담이 있죠.” 그 동안 어느 파트도 쉽지는 않았지만 그는 매번 새롭게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일에 매달리고 있다.

 

 

▲ 2004년 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에 나오는 타조 모습. 타조의 얼굴 모델링과 fur 작업을 했다.

 


CG 프로젝트는 팀원들 간의 작업 조율이 중요
“2004년에 DTI에서 영화 CG 작업을 할 때 <귀신이 산다>라는 작품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프로젝트를 계획적으로 진행하지 않아서 마지막에는 작업자 일부가 CG 작업에 회의를 느끼는 모습을 봤어요. 슈퍼바이저나 제작 진행을 담당하는 파트에서 일을 맡은 입장에서는 좀 더 체계적으로 작업을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을 이때부터 하게 됐죠.”

 

 

▲ 2004년 영화 <마지막 늑대>에 등장하는 늑대 얼굴로, 3D 모델링 매핑 작업을 통해 완성했다.

 


그는 이 작품을 계기로 CG 작업에서 제작관리 부분에 많은 점들이 강화됐다고 말한다. 작업 막판에 몰려서 힘들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작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이 끝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어떤 프로젝트도 만족스러웠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항상 다양한 변수들이 튀어 나와 힘들었죠. 영화든 드라마든 CG 작업을 할 때 항상 같은 작업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슈퍼바이저나 프로젝트 관리자가 가져야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CG 작업을 할 때는 항상 비슷한 작업환경을 만들어 왔던 것과는 달리 작업에 대한 욕심을 너무 냈었다고 한다. “CG 작업은 숲을 보는 안목을 가지고 넓게 봐야 하는데, 나무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죠. 나무를 키우는 데만 욕심을 내다보니 프로젝트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어요.” 그는 CG 제작 납품은 잘 했지만 그 동안 CG작업 환경과 업무 배분에 신경 썼던 것처럼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 2006년 선배의 파인아트 전시회에 걸렸던 작품

 

 


무엇보다 CG 작업을 좋아해야죠!
“어릴 적에는 그림 그리는 것이 너무너무 좋았죠. 그림을 더 잘 그리려면 미대를 가야한다고 해서 입시미술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에는 그림을 좋아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미대를 가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구요. 그 당시 많은 회의도 들었죠. 하지만 컴퓨터 그래픽(CG)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면서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는 CG 작품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처음 그림을 그릴 때처럼 만족감이 많았고 즐거웠다고 전한다. “물론 저도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는 입장이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만큼은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고 있어요. CG 작업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그림에 대한 발전도 자기 자신에 대한 발전도 기대하기 힘들죠.”

 

 

 

▲ 1998년에 개인 작업으로 그린 그림(왼쪽)과 그래픽스 라이브(2000년 10월호)에 튜토리얼로 게재되었던 3D 결과물(오른쪽)

 


그는 신입일수록 근무조건 보다는 자신에게 행복감을 주는 쪽으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갈 것을 주문한다. 당장은 힘들어도 꾸준히 열심히 한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작업이나 파트에서 충분한 보상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프로젝트든지 마감이라는 날짜가 가까워지면 숨이 막히지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한 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마친 그가 이번에는 어떤 색깔의 작품을 들고 다가올지 궁금하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