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영상디자인,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 아닐까요?

by KOCCA 2012. 4. 20.

 

 

이 름 : 김 성 일

 

주요 경력
현재 VDAS(Visual Design Art School, www.vdas.co.kr) 대표 겸 담임교수

 

비주얼 디자인 아트(Visual Design Art)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설립된 디자인 전문 교육기관 ‘VDAS(Visual Design & Art School)’. 단순히 주어진 디자인만 해내는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컨셉을 실행할 수 있는 디자인 리더들을 키워내고 있다. 16년 넘게 영상 분야의 전문 디자이너들을 발굴해온 VDAS의 김성일 교수. 그는 진정한 아티스트들이 국내외 업계에서 참된 빛깔의 영상을 만들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폭넓은 경험과 깊은 통찰력이 중요하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Creative Process)’입니다. 디자인 기획에 관련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기존 교육은 TV나 웹, 모바일 등 특정한 디바이스에 디자인을 끼워 맞추려는 우(愚)를 범해 왔어요. 하지만 VDAS는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진정성 있게 사물을 바라보는 것, 글을 쓰고, 정리하는 것, 클라이언트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고 소비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 그 다음이 디바이스입니다. 디자인이란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존중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김성일 교수는 미디어가 발달하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편집디자인이나 CI 디자인을 하는 인쇄물이 주요 디자인 이슈였지만 TV라는 새로운 매체가 나오고 웹이나 모바일로 진화하면서 영상이 주된 관심의 대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이제 디자인 영역은 각종 디바이스와 기기, 공간으로 확대되고 변모하고 있다고 말한다.

 

▲ 김성일 VDAS 교수는 깊은 통찰력과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갖춘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초창기 미디어는 편집디자인이나 CI 같은 인쇄물이 위주였지만 TV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나오면서 TV에 맞는 디자인이 필요했고 웹에 이어 최근에는 모바일 디바이스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영상 매체를 통해 기업들은 자사의 이미지를 알리고 제품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삼아 왔어요. 단순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통합적이며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영상디자인을 브랜딩 역할로 사용하기 시작했죠. 디자이너들도 문화와 트렌드의 변화에 맞춰 기업이 원하는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고 있고, 경영전략에 관련된 브랜딩과 마케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해결 능력과 디자인적인 접근법이라고 말한다.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영상은 파급력이 큰 매체로 성장했다. 모션 그래픽과 같은 다양한 기법들은 기업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새로운 상품, 캠페인 등에 널리 활용되며 영상의 파괴력에 힘을 더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영상을 다루는 디자이너들이 좀 더 따뜻한 인간미를 갖췄으면 하는 바램이다.

 

“앞으로 필요한 디자이너 인재상은 ‘폭넓은 경험과 깊은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 될 거라고 봅니다. 많은 경험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작업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많은 경험들을 쌓아야 하죠. 우리의 교육 목표는 깊은 통찰력과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갖춘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키워내는데 있습니다.”

 

▲ VDAS 36기 졸업작품 프로젝트로 진행된 페덱스 브랜드 캠페인. 기획에서부터

마케팅 플랜,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영상 제작까지 개인이 직접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포크레인으로 두부를 썰 필요는 없다!


한 해 VDAS에서 일정 과정의 교육을 받고 배출되는 디자이너들은 80여 명이다. 이들은 현재 국내 유명 모션 그래픽 업체로 대거 진출해 새롭게 익힌 디자인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영상을 디자인하고 있다. “이곳 출신 디자이너들이 업체들로부터 환영을 받는 것은 실력 면에서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어라는 언어적인 면이 해결된다면 여기에서 배운 전략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해외 어느 곳에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VDAS는 디자인 툴 위주의 교육을 해왔던 교육기관들과는 달리 일반 기업에서 디자이너를 뽑을 때처럼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면접을 통해 입학하는 독특한 절차를 거친다. “가끔 모션 그래픽에 많이 쓰이는 애프터 이펙트(After Effects) 같은 툴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서 오는 친구들도 있는데, 사실 툴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디바이스도 바뀌고 툴의 역할도 바뀌기 때문이죠.”

 

그는 무엇보다 디자이너로서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긍정적인 에너지와 좋은 인성을 갖고 있는 지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 2~3분 정도의 짧은 인터뷰를 하지만 지원자들의 말투나 행동, 열정, 생각들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VDAS에서는 2개월 과정의 파운데이션(Foundation) 코스를 통해 기본적인 디자인 관련 내용을 가르치며 또한 3개월 과정의 정규코스인 레귤러(Regular)와 어드밴스(Advance)를 각각 거치면서 광고, 영화, 모션 그래픽 등 디자인의 역사와 글쓰기, 커뮤니케이션 기법 등을 통해 새롭게 디자인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고 있다.

“우리의 핵심은 생각의 실천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교육에 있습니다. 종이 한 장과 연필 한 자루가 기본인 VS보드를 사용해 하루에 10가지의 기획안을 제출하는 훈련을 합니다. 두부를 썰 때 간단히 칼로 자르면 되는데 많은 초보자들이 툴에만 억매여 포크레인으로 작업하는 상황을 만듭니다. 툴이란 가장 심플하고 몸에 익숙해졌을 때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에겐 지금도 너무 많은 좋은 툴이 있습니다.”

 

최근 VDAS에서 디자인한 아이패드용 무료 어플인 ‘리도한글놀이’가 관심을 모았다. 또한 한글의 나라라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도 실시간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단순히 한글을 가르치는 기능적인 면에서 벗어나 한글에 감동을 받은 느낌을 글과 디자인으로 재정리한 것이 주목을 받았죠. 기존에 콘텐츠를 만들던 접근 방식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제 디자인도 진정한 가치를 보고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산돌커뮤니케이션, 핸즈스튜디오, VDAS가 산학연 공동으로 제작해 관심을 모았던 아이패드용 무료앱 ‘리도한글놀이’. 한글 창제 원리(첫소리+가운뎃소리+끝소리)를 이용해 아이들이 쉽게 한글을 익힐 수 있게 만들어 앱스토어 교육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어드밴스 코스에서는 회사를 브랜딩하거나 캠페인을 디자인하고 실제 상용화가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또한 다양한 디바이스로의 접근도 시도하고 있다. “브랜드앱을 만드는 일을 비롯해 디지털 출판물 제작, 인터랙티브한 사인 제작, 게임 제작 등 모든 것을 제작하고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전략적 사고를 가진 디자이너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학생들도 언젠가는 창업을 할 텐데 그때는 개개인이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전에는 툴을 배우고 기술을 배우는 것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웹에서 만으로도 툴을 다루는 기술은 충분히 배울 수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영상을 잘 만드는 기술을 갖췄다고 해도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 없으면 안 되죠.”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최근 VDAS는 여행용 책을 아이패드용으로 만드는 플랫폼 작업을 진행 중이다.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사용자 분석을 통해 기존에 나와 있는 여행서적을 아이패드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아이폰이나 갤럭시, 아이패드 등 모바일 디바이스 사용이 많아지면서 디자인 교육도 새로운 디바이스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모바일 사용이 늘면서 ‘찾고, 보고, 읽는’ 등 이동성이 강조된 프로세스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VDAS에서도 영상 디자인만 가르치는 곳에서 벗어나 전략적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한편 앞으로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해외시장에도 팔 생각입니다.”

 

▲ VDAS 36기 졸업작품 프로젝트로 진행된 폭스바겐 브랜드 캠페인.

기획에서부터 마케팅 플랜,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영상 제작까지 개인이 직접 진행하는 점이 특징이다.

 

 

김성일 교수는 기존 제도권 틀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디자인 교육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변화되고 있는 모습들을 인식할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그래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회사에 취업을 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곳에 가면 여러 가지 많은 문제들에 부딪히게 되는 게 자기 스스로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개선시켜 나갈 수 없다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죠.”

 

그는 영상 디자인의 다변화를 가져온 모션 그래픽에 대한 정의를 이제는 새롭게 내려야 한다며 모션 그래픽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라고 말한다. “모션 그래픽은 광고를 만들고 기업의 이미지를 알리고, 디자인에 의미를 부여하는 등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과 메시지를 영상으로 디자인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위험한 툴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해로운 광고를 만든다면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죠.”

 

디자이너를 교육하는 아카데미에서 VDAS는 한걸음 더 나갈 계획이다. 디자이너들을 위한 진짜 학교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이곳 선생님들과 앞으로 10년쯤 뒤에는 진정한 디자인학교를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기존 교육 시스템은 그림이나 음악, 춤, 글쓰기 등을 따로따로 가르쳐 왔어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런 창조적인 과정들은 모두 함께 배워야 합니다. 특히 한국적인 것을 찾고 이어간다면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사람을 낚는 어부를 키우고 싶어요!


하지만 그에게도 고민은 많다.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대기업의 기획사나 에이전시들이 돈의 논리를 앞세워 디자인을 하청주고 재하청을 주는 기형적인 방식에서는 제대로 된 디자이너들이 일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해 3만 명이 넘는 디자이너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이중에서 90%는 디자인을 포기하고 있어요. 안타까운 현실이죠. 그래서 기업의 논리에 지배되지 않도록 자체 콘텐츠를 만들고 싶고 디자인 면에서도 새로운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 VDAS 36기 졸업작품 프로젝트로 진행된 플레이스테이션 브랜드 캠페인.

기획에서부터 마케팅 플랜,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영상 제작까지 개인이 직접 진행하는 점이 특징이다.



그는 VDAS에서 디자인 꿈을 키워 국내외 디자인 업체로 진출해서 열심히 일하는 이곳 출신의 학생들을 볼 때가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들이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많은 활동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외국어 교육에도 힘쓸 계획이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직업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작품을 만들지만 저는 사람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선생님이나 멘토 같은 역할보다는 앞으로도 친한 형처럼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미래비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과거, 현재, 미래의 디자인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디자인학교는 현재 VDAS에서 터전을 닦고 있다. 김성일 교수는 10년쯤 뒤에 오랫동안 그려왔던 진정한 디자인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하루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의 고민과 노력들이 VDAS 출신의 디자이너들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 것인지 기대된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