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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모션 그래픽, 너무 재밌고 멋진 일이죠!

by KOCCA 2012. 4. 24.

 

 

이 름 : 이 완 섭

2012년 현재 브래드 커뮤니케이션즈(www.hellobread.com) / 브래드 UX 대표
SADI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전공 겸임교수
2011년 제일모직 비전 선포식 영상, 삼성 모바일 및 노트북 개발제품 영상,

현대자동차 브랜드 옥외광고 제작 및 기획(런던 피카디리써커스), App 동화

<Sir Rabbit> 자체 개발 런칭
2010년 모바일 App 개발팀 doobooapps 설립, 브래드UX(Bread UX) 설립,

삼성 노트북 해외 광고 Q530, N210, R580, 현대 자동차 ‘액센트’ 광고 등 다수

 

갓 구워낸 빵은 냄새만으로도 후각을 자극하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은 어느새 군침을 흘리게 만든다. 신선하고 풍미 가득한 빵처럼 따끈따끈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브래드 커뮤니케이션즈. 국내 보다는 해외 마켓에서 먼저 인정받으며 국내 모션 그래픽 업계를 이끄는 대표 업체로 내실을 다져왔다. 항상 재밌고 즐겁게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이완섭 브래드 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오랜 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모션 그래픽은 현재진행형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에서는 ‘모션 그래픽’이란 용어가 낯설게 느껴졌을 때였죠. 대학에서 영상 쪽을 공부하고 국내에 돌아와서 2004년부터 회사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영상 작업에 매달렸죠.” 지금의 브래드는 국내에서 모션 그래픽이 발돋움을 시작하던 시기에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

 

이완섭 대표는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4년에 회사를 설립했다. “해마다 모션 그래픽 분야는 꾸준히 성장해 왔어요. 최근에는 약간 외도(?)를 하기도 했죠. UX 쪽에 손을 댔다가 잠시 주춤한 상태인데요. 아이패드용 App 동화책 <Sir Rabbit>을 만들기도 했고, 캐릭터 애니메이션도 다뤄 보았죠.” 그는 영상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 작업자의 마인드를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사업가로서 영상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에도 관심을 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 모션 그래픽을 이용해 더욱 재밌고 멋진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이완섭 대표

 


물론 그는 여전히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디자인해서 새로운 스토리라인과 컨셉을 기획해서 영상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작업에 많은 흥미를 느끼고 있다. 그에게 모션 그래픽이 좀 더 특별한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브래드는 그 동안 삼성전자의 모바일, 노트북 등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영상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해왔다. 이 영상들은 국내 보다는 해외시장에서 마케팅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어서 국내에서는 쉽게 영상 결과물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매번 최선을 다해 영상을 만들었고, 광고주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지금은 삼성의 다른 사업부에서도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도 받고 있다.

 

“삼성 쪽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연간 30여 편 정도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주로 해외 마케팅용으로 쓰이는 영상을 만들고 있죠. 최근에 삼성전자 사업부가 많아지면서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해 갤럭시노트, 갤럭시탭 등 모바일 제품의 영상 작업을 많이 했어요. 또, 삼성 노트북 시리즈도 광고주들이 좋아하면서 지금은 삼성의 프린터 영상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브래드’라는 이름이 좀 더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삼성이 아닌 다른 프로젝트에서였다. “지난해 만들었던 ‘현대자동차 액센트(Hyundai Accent) 프로젝션 매핑’ 영상이 대외적으로 크게 히트를 쳤어요. 특히 캐나다의 스태시(Stash) 미디어에서 연락이 왔고, 모셔노그래퍼를 비롯해 각종 모션 그래픽 매체에 소개되었죠.” 그는 이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면서 영국, 인도, 캐나다 등 전 세계에서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 동안 쌓아온 브래드의 실력이 새롭게 입증된 셈이다.

 

 

▲ 장안에 화제를 모았던 현대자동차 액센트(Hyundai Accent) 프로젝션 매핑 영상.

위에서부터 영상 제작에 사용된 스토리보드와 3D 애니메이션, 메인 영상 이미지(http://player.vimeo.com/video/23142988)

 


새로운 길에는 장애물이 있기 마련
국내에 인터넷 붐 못지않게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분야는 모바일 시장이다. 브래드 역시 모바일에서 새로운 영상의 길을 모색했다. 그래서 만들게 된 것이 아이패드용 앱인 <토끼전(Sir Rabbit)>이다. “개인적으로 꽤 잘 만든 콘텐츠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도 무지 좋아했구요. 하지만 비용과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서는 수익이 크진 않았죠.”

 

 

▲ 브래드에서 만든 아이패드용 앱인 <토끼전(Sir Rabbit)>


브래드는 UX(User eXperience) 분야에 도전하면서 영상을 제작해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보수를 하고 관리를 해야 하는 등 또 다른 고민에 직면하게 됐다. “UX로 유명해진 디스트릭트에서 보유한 기술력을 우리도 갖고 있어요. 하지만 UX 분야는 기술력 보다는 비즈니스적인 문제가 더 많은 것 같아요. 한두 달에서 많게는 6개월 이상도 영상이 걸려 있는 등 많은 인원이 참여해 매달려야 돼서 쉽지 않은 작업이었죠.”

브래드는 북서울꿈의숲에 있는 어린이미술관에 전시영상을 걸었다. 사람들이 다가가면 한 그루의 나무가 생겨나고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형태였다. 무당벌레가 기어가다가 아이들이 다가가면 도망을 친다. “기술적인 면만 본다면 이미 모두가 한번쯤은 보았던 영상입니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지요. 중요한 것은 시각적으로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죠.”

 

 

▲ 북서울꿈의숲에 있는 어린이미술관에 걸린 전시영상

 


그는 또 인천공항철도역에 유니세프 모금함과 같은 컨셉을 도입한 인터랙티브 영상도 만들었다. 박스에 돈을 넣으면 센서가 작동하면서 아프리카의 메마른 땅에 물이 차오르고 나무가 만들어지고 학교나 병원이 지어지기도 하는 등 적은 모금이라도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큰 힘이 된다는 의미의 영상을 제작했다. “문제는 생각보다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이죠. 그래서 많은 홍보가 되지 못했구요. 하지만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영상미가 주는 힘은 의외로 강하다. 장황한 이야기나 연설만이 아닌 하나의 이미지가 주는 효과는 대단히 인상적이고 오래 간다. 각종 CF가 매일매일 안방극장의 주요 시간대를 점령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국내 모션 그래픽 시장이 발전하게 된 계기도 영상이 주는 메시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 인천공항철도역에 유니세프 모금함과 같은 컨셉을 도입해 만든 인터랙티브 영상

 


하지만 아직도 일을 주는 광고주나 프로덕션에서는 모션 그래픽 업체를 후반작업을 해주는 업체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Creative)한 부분에 대해서. 프로덕션 감독이나 기획사에서는 모션 그래픽 업체가 자신들이 제공한 아이디어를 컴퓨터를 이용해 영상으로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영상 작업들을 할 때면 어떤 이미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기획하고 컨셉을 잡는 등 수많은 아이디어 회의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을 그들로부터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완섭 대표는 작품제작 초기부터 참여해 프로덕션 업체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작업을 하는 등의 모습들이 이뤄지고 있어, 전 보다는 한 단계 발전한 상태지만 아직도 모션 그래픽 업체를 낮춰보는 경향은 여전하다며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일과 재미를 동시에
한편, 그를 모션 그래픽 업계로 이끈 것은 영상에 대한 많은 관심과 흥미 때문이었다. 대학시절에 인쇄 기반의 2D 그래픽을 공부했지만 캠코더를 처음 접했던 1990년대 초반부터 영상 제작에 큰 흥미를 느꼈다. 그림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았던 이완섭 대표는 수많은 웨딩비디오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면서 촬영감과 편집기법을 하나씩 익혀나갔다.

 

“카일 쿠퍼가 만든 영화 <세븐> 타이틀을 보면서 모션 그래픽에 심취하기 시작했죠. 정말 멋진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영상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브래드로 이어지며 20년 가까이 영상 작업을 해오는 그에게 지치지 않는 힘을 주고 있다. ‘뽀사시’한 느낌을 주는 브래드의 영상미는 그들의 트레이드마크처럼 기억되고 있다.

“미국도 지금은 경기침체의 영향이 있는지 잘 되는 곳만 잘 되고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어요. 국내도 마찬가지죠. 우리의 경우에는 삼성 쪽의 일을 많이 하고 있어서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모션 그래픽 분야가 해외만큼 크게 성장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 갓 구워낸 빵처럼 따끈따끈한 영상을 만들고 있는 브래드 커뮤니케이션즈 사람들


브래드의 경우에는 17명의 인원이 한 달에 최대 만들 수 있는 영상이 2~3개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영상만 제작해서는 인건비를 비롯해 회사의 각종 유지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여기에 해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모션 그래픽 업체들이 더 규모 있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우리도 많이 노력해야 하지만 정부의 지원책과 업계 인식 등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많은 모션 그래픽 업체들이 GUI(Game User Interface)나 UX에 관심을 두고 있고, 실제로 영상을 만들면서 아이폰 케이스 같은 부대사업으로 회사의 수입을 늘리는 업체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현재 브래드는 4명의 팀장이 3~4명의 팀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큰 프로젝트가 걸리면 두 팀이나 모두가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 해외 마켓에서 먼저 인정받으며 국내 모션 그래픽 업계를

이끄는 대표 업체로 내실을 다져온 브래드 커뮤니케이션즈

 


하지만 그는 팀원들에게 너무 일에만 매달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물론 클라이언트가 한밤중에 전화해서 아침까지 수정해 달라는 경우가 있고, 해외출장을 가는 업체 직원에게 공항에서 영상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나이가 어린 친구들일수록 집에 가지 않고 늦게까지 일하려고 해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니까 더 열심히 배우려고 하죠. 물론 열심히 한다는 자세는 좋지만 정규시간에 열심히 일하고 퇴근해서는 자기의 사생활을 즐길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최근 업계에서 디스트릭트의 대표의 부고 소식을 듣고 ‘뭘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달리고 있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직원들이 좀 더 자신의 생활을 즐기면서 영상을 만드는 일에 힘써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브래드만의 색깔은 ‘화려함’
“삼성 노트북과 TV 시리즈 등 클라이언트가 주문하는 데로 맞추다 보니 한 때는 우리의 색깔이 없고 잡식을 한다고 느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요즘 브래드가 만들고 있는 영상은 소위 ‘뽀대난다고 하는’ 영상입니다. CG가 들어갔는지 느끼지 못하면서도 은유적으로 제품의 컨셉과 디자인을 표현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브래드가 메인으로 만들고 있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노트북 시리즈 9 프로모션 영상


이완섭 대표는 광고주들의 입맛에 맞는 영상을 제작하면서도 브래드 만의 색깔을 담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브래드의 스타일은 제품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아트적인 면과 사실적인 면, 그리고 광고적인 면들이 하나의 영상 속에 모두 녹아 있다는 점이다.

 

그는 현재 SADI에서 4년째 출강하며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한 가지를 학생들에게 꼭 당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어떤 업체가 있고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름이 알려진 업체만 관심을 두지 말고 다양한 분야와 새로운 정보에도 관심을 갖으라고 주문하고 있어요.” 디지털 분야가 계속 발전하고 있어서 하드웨어와 콘텐츠가 결합하고 서로 다른 분야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젊은 아티스트들이 더 많은 분야로 도전장을 던졌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앞으로 더욱 재미있고 멋진 영상들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상을 하나둘 맛있게 구워나갈 예정이다. 브래드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새로운 영상을 기대한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