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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현장취재

유쾌하게 쏟아지는 음악의 힘, K-루키즈 기획공연 #03

by KOCCA 2015. 12. 17.


12월의 첫 토요일, 정오가 조금 지나자 상상마당 라이브홀 앞에는 조금씩 줄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저녁에 열리는 K-루키즈 기획공연을 조금 더 앞에서 보기 위한 관객들이었답니다. K-루키즈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신인뮤지션 발굴·육성 프로젝트인데요. 2015 K-루키즈로 선정된 여섯 팀은 9월부터 두 팀씩 기획공연에 참여해왔죠. 그리고 12월 5일 토요일, 마지막 순서로 엔피유니온과 보이즈 인더 키친의 무대가 열렸습니다. 브라스 힙합과 개러지 록, 정말 다른 장르였지만 두 팀의 무대 모두 열정적이고, 또한 화끈했는데요. 2015 K-루키즈에 빛나는 엔피유니온과 보이즈 인더 키친, 그리고 K-루키즈를 응원하기 위해 게스트로 참여했던 피터팬 컴플렉스, 그리고 딕펑스까지! 총 네 팀과 함께 했던 토요일 밤의 열기,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스크린이 올라가면서, K-루키즈 세 번째 기획공연이 시작되었는데요.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팀은 피터팬 컴플렉스였습니다. 전지한 씨가 기타를 치기 시작하자,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북적북적하던 공연장이 일시에 조용해지면서 모든 이목이 전지한 씨에게로 집중되었는데요. 오백여 명에 달하는 관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전지한 씨는 기타 반주 하나에 맞추어 <감정을 삼키고>를 노래했습니다. 첫 곡이 진행되면서, 관객석 여기저기서 전지한 씨의 음색에 대한 탄성이 나지막히 터져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날 피터팬 컴플렉스는 전반적으로 어쿠스틱한 편곡과 미니멀한 기악 연주를 선보이면서, 전지한 씨의 음색을 한껏 살리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어쿠스틱이라고 해서 마냥 잔잔하고 경건한 분위기만은 아니었는데요. 전지한 씨와 김인근 씨의 화음이 매력 있게 어우러지던 <내 맘을 알기나 해> 이후, 드러머 김경인 씨가 함께하며 들썩들썩 신나는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피터팬 컴플렉스의 공연에서 전지한 씨의 전매특허, 차양막댄스가 빠질 수는 없겠죠! 새로운 편곡과도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전지한 씨의 몸짓 하나하나에, 객석에는 유쾌한 웃음과 기분 좋은 환호가 가득했답니다.



▲ 사진 1-2. 공연 시작과 동시에 상상마당 라이브홀을 마성으로 물들인 피터팬 컴플렉스의 보컬 전지한 씨.



피터팬 컴플렉스의 공연이 끝나고 나니, 이날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새 후끈후끈한 열기로 바뀌어있었는데요. 공연장 안에 있는 모르는 사람들과도, 한층 더 가까워진 기분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곧이어, 관객들을 더 강하게 하나로 묶어줄 9인조 브라스 힙합 밴드, 엔피유니온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잠깐, 브라스와 힙합의 만남이라니. 뭔가 어색하지 않나요? 엔피유니온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는 사실 저도 갸우뚱했는데요. 노래도 아닌 랩이, 짱짱한 브라스 음색을 뚫고 전달되기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죠. 엔피유니온 멤버들이 무대에 올라와서 준비하는 동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무대를 쳐다보던 관객들은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리듬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롸키엘 씨의 랩핑은 때로는 날카롭게 브라스를 뚫고 귀에 팍 꽂히기도 했고, 또 때로는 브라스와 잘 어우러져 랩 자체가 악기인 것처럼 흘러가기도 했는데요. 금관악기와 리듬악기가 절묘하게 만들어내는 힙합 비트, 그리고 롸키엘 씨의 힘찬 랩을 듣다 보니 엔피유니온은 정말 유일무이한 음악색을 지닌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롸키엘씨의 멘트 역시 너무나 재밌었는데요. 누가 들어도 완벽한 부산 사투리로, "저 사투리 안 쓰는데요? 저 완-전 서울 사람인데요"라고 말할 때는 모두가 하나 되어 유쾌하게 웃었답니다. 엔피유니온은 곧 EP가 나올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타이틀곡 <MAMAMA>를 K-루키즈 기획공연 현장에서 처음으로 연주했는데요. 연주를 듣다 보니, 하루빨리 모든 곡이 정식 음원으로 발매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이번 공연이 끝나고도, 영상을 촬영한 관객 중에는 곡의 제목을 알지 못해 유튜브에 올리기 힘들다는 분들이 계셨거든요. 엔피유니온의 EP가 발매되고, 이들의 멋짐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날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공연이었습니다.




▲ 사진 3-5. 2015 K-루키즈 중 유일한 힙합 팀, 엔피유니온



2015 K-루키즈 중 마지막 무대를 담당한 팀은 홍대 인디씬의 돌풍, 개러지 록 밴드 보이즈 인더 키친이었는데요. 조금 거칠고 날카로운 듯하면서도 제대로 균형 잡힌 사운드, 발음을 일부러 흘리는 듯한 독특한 보컬, 그리고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저번 달에 개최되었던 2015 올해의 헬로루키 파이널 경연에서는 우수상을 받은 팀이기도 합니다. 이날 보이즈 인더 키친은 무려 여덟 곡의 풍성한 셋리스트를 선보이며 네 팀 중 가장 많은 곡을 관객들에게 들려주었는데요. 공연 당시는 미발매 곡이었던 <토이스토리>를 들을 때는 까랑까랑한 기타 톤에 반했고, 민트페이퍼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된 <Television Now>가 연주될 때는 전현근 씨의 어깨춤과 율동을 보면서 신기하고, 또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보이즈 인더 키친의 무대에서는 무대 위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무대 아래 관객석의 팬들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요. <Bivo>의 가사를 모두 따라부르고, <Dream#1>의 도입부 기타 멜로디까지 따라부르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이날 보이즈 인더 키친의 무대는 악기 밸런스적인 측면이나, 멘트적인 측면이나, 여러모로 봐도 밴드계의 모범생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현재 홍대 인디씬에서 가장 '핫'한 밴드 중 하나인 만큼, 12월에도 계속해서 클럽 공연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12월 24일에는 홍대 라이브클럽 세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위대한 크리스마스 락데이" 중 Club FF 무대에 참여하고요. 12월 31일에는 홍대 무브홀에서 열리는 "단란한 쫑파티" 공연에 함께한다고 하는데요. 보이즈 인더 키친과 함께 크리스마스이브, 또는 연말을 보내고 싶은 분들은 예매를 서두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사진 6-8. 관객을 뛰게 만드는 개러지 록 사운드, 보이즈 인더 키친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4>의 준우승팀, 딕펑스는 2015 K-루키즈 기획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VIVA 청춘>으로 무대를 시작한 딕펑스는 사실 이날 셋리스트가 급하게 많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는데요. 공연 며칠 전 눈이 많이 오던 날, 키보디스트 김현우 씨가 넘어지면서 오른손을 다치셨다고 해요. 그래서 이날 딕펑스의 공연에서는 현란한 테크닉이 필요한 곡보다는, 템포가 다소 느린 발라드곡이나 편안한 곡이 많았는데요. 평소에는 자주 연주되지 않던 곡을 들을 수 있어서 새로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베이시스트 김재흥 씨는 "자꾸 템포가 느려지는 것 같다"고 농담을 하기도 하고, 보컬 김태현 씨는 "자주 선곡하지 않았던 곡을 급하게 준비하다 보니 가사가 헷갈린다"고 머쓱해 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그래도 모든 밴드 멤버들은 부상 중인 김현우 씨의 컨디션을 내심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는데요. 사실 손을 다쳤을 때는 붕대로 감고 푹 쉬는 것이 최선일 텐데, 김태현 씨는 공연을 위해 투혼을 발휘하셨던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 김태현 씨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 사진 9. 유쾌함과 차분함을 여유롭게 오갔던 밴드 딕펑스


▲ 사진 10. 공연 며칠 전, 오른손을 다쳤던 딕펑스의 키보디스트 김현우 씨.

김현우 씨는 이날 멘트를 거의 하지 않고, 연주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 차례의 K-루키즈 기획공연이 열렸던 상상마당에서, 저는 "성공한 밴드들에는 모두 그만큼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괜히 또는 우연히 성공하는 경우란 없다"는 글귀를 발견했는데요. 감미롭게, 발랄하게, 그리고 때로는 파워풀하게 관객들을 휘어잡는 공연을 선보였던 팀들을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이었습니다. 이날 공연을 끝으로 세 번에 걸쳐 진행된 2015 K-루키즈 기획공연은 막을 내렸는데요. 하지만, K-루키즈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 이날 멋진 공연을 보여준 엔피유니온과 보이즈 인더 키친, 그리고 앞선 기획공연에서 각각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던 에이퍼즈, 스트레이, 데드 버튼즈, 빌리카터는 내년 1월 23일 토요일, 악스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데요. 파이널 공연을 더욱 빛내줄 게스트로 데이브레이크, 칵스, 크라잉넛, 페퍼톤스, 그리고 2014 K-루키즈 우승팀 아즈버스 역시 함께 한다고 합니다. 파이널 공연 역시 전석 초대로 진행되니, K-루키즈 페이스북 계정을 계속 주시해주세요!


ⓒ 사진 제공 : mp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