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발전소/현장취재

미래 콘텐츠 창의 인재 발굴 프로젝트! <콘텐츠 창의체험스쿨>

by KOCCA 2015. 12. 7.


“기억하라. 예술가를 격려하는 데에는 어떤 비용도 들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잠재적 이득은 놀랍다는 것을. 지금 예술가의 등을 두드려주는 것은 나중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나 혹은 당신이 완전히 빠져 넋을 잃고 보는 만화나 혹은 당신의 인생을 구원할 노래가 될 수 있다. 예술가를 낙담시킨다면 당신은 절대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케빈 스미스


인터넷에서 호주의 아티스트 Zen Pencil이 그린 만화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영화감독 케빈 스미스(Kevin Smith)가 했던 말을 만화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많은 부모님은 흔히 자녀들이 그린 그림이나 만든 작품들을 보고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가서 공부나 해.”하고 다그치고는 합니다. 자녀가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진학해 좋은 직업을 가지고 좋은 배우자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건 모든 부모님의 바람일 것입니다. 자신이 겪은 고난을 자녀에게 주고 싶지 않은 것이 부모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라고 합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창작욕이 숨어있으며, 가장 순도 높은 창작욕과 아이디어를 가진 때가 바로 어린 시절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만든 작품에 ‘쓸데없는 짓’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필히 예술가를 낙담시키는 일일 것입니다. 단언컨대, 아이들은 가장 성장 가능성 높은 예술가이고 미래의 전도유망한 콘텐츠 제작자입니다. 따라서 아이들의 재능을 살려주고 미래에 더 나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어른의 책무이고, 부모님이 할 일입니다. 설령 예술가가 될 실력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아이가 보다 많은 제작활동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 아이가 자라서 취미로 가질 예술 활동이 아이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아이들을 위해 실제 창작활동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나서기로 했습니다. 바로 <콘텐츠 창의체험스쿨>입니다. <콘텐츠 창의체험스쿨>은 전국 각지에 6개 기관을 선정하여 관할 지역 청소년들이 콘텐츠 제작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자유학기제와 연계해서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의인재양성팀의 천소현 과장님과 함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으로 강원도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두 곳의 창의체험스쿨을 직접 다녀와 보았습니다.



스마트폰도 화려한 컴퓨터 게임도 없던 시절, 우리의 교과서 테두리는 시커먼 손가락 때와 그림이 지워질 새 없었습니다. 동그라미와 선 몇 개로 만든 사람으로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싸우는 장면, 장풍을 쏘는 장면 등을 한 컷 한 컷 그린 그림 때문입니다. 우리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책을 빠르게 훑으며 살아 움직이는 그림들을 감상하고는 했습니다. 사실 이 추억 속 그림들은 ‘페이퍼 애니메이션’이라는 엄연한 이름을 가진 애니메이션의 한 종류입니다.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하지도 않고, 특별한 기계장치도 필요 없으므로 프로나 아마추어 가리지 않고 시도해보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페이퍼 애니메이션 공모전을 열기도 할 정도이니, 대중화된 애니메이션 제작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페이퍼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의 기본원리를 충실히 담고 있는 제작법입니다. 바로 한 컷 한 컷 그린 그림들을 빠르게 움직여 우리의 눈을 ‘그림이 움직인다’고 착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모든 애니메이션은 이 원칙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다만 손으로 그리느냐 컴퓨터로 그리느냐, 영사기를 이용하느냐 컴퓨터를 이용하느냐 등 저마다의 차이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이번에 찾은 강원도 춘천의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스마트 애니메이션 제작체험’과 '스토리텔링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나름 만화/애니/캐릭터 담당 기자로서 여러 지식을 쌓았다 생각했지만 ‘스마트 애니메이션’은 들어본 적 없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 사진1 애니메이션의 원리를 설명하는 강사님과 흥미롭게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위쪽부터)


체험교실이 열리는 강의실을 들어가니 비로소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강사님은 학생들에게 애니메이션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면서 실제 사진을 촬영해 즉석에서 간단한 영상을 만들어 보였습니다. 친구들이 등장하는 짧은 영상에 학생들은 박장대소했고, 수업의 분위기는 무르익었습니다. 간단한 원리 설명이 끝나고 과거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보고 나자 학생들은 애니메이션 제작 실습에 들어갔습니다.


사진2 강사님의 도움으로 스마트 애니메이션 제작용 특수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설치하는 학생들


학생들의 참여는 적극적이었습니다. 스마트 애니메이션 만드는 법을 강사님이 설명하자 학생들은 손을 들어 저마다 궁금한 점을 묻고는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강사님의 설명이 끝나고 학생들은 하나둘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나이대인 만큼 학생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메롱 하는 아이부터 일본의 만화캐릭터 도라에몽까지 여러 캐릭터로 학생들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습니다. 그림이 준비가 끝나자 학생들은 강원정보문화진흥원 측에서 준비한 스마트폰과 특수 거치대를 이용해 그림을 촬영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한 컷씩 페이퍼 애니메이션을 그렸던 것처럼 학생들은 그렸던 그림을 한 컷씩 움직이며 촬영했습니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의 한 관계자 분은 이 과정을 체험함으로써 학생들이 애니메이션의 기본원리를 직접 체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3 ‘스토리텔링 전시 체험’을 둘러볼 수 있는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가지는 틈을 타 ‘스토리텔링 전시 체험’을 체험해보았습니다. 5월경에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블로그를 통해 알려드렸던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을 투어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봄나들이 생각나는 당신을 위한,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기사 링크 http://koreancontent.kr/2380) 박물관은 한 애니메이터가 카메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꿈을 꾸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전시되어있었습니다. 각 부분은 기획, 제작, 편집의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학생들도 이 '스토리텔링 전시체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완성해보며 애니메이션의 제작과정과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세계도 이해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이번 ‘스토리텔링 전시 체험’을 위해 방문한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봄에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못 보고 지나친 부분을 다시 볼 수 있었던 점은 물론이고, 제작법을 배운 다음에 전시관을 체험했기에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박물관 관계자분들의 친절한 설명도 곁들일 수 있어서 전시물의 숨겨진 이야기도 들을 수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하나의 완성된 영상물 뒤에는 수많은 스태프들의 땀이 서려있 습니다. 우리가 TV, 컴퓨터 앞에 앉아 편하게 보는 영상을 찍기 위해 스태프들은 며칠 밤낮을 씻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고는 합니다. 촬영기간 동안 스태프 앞에는 수없이 반려된 기획안과, 여러 번의 재촬영, 지난한 편집과정이 기다립니다. 이 노고가 그대로 결과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촬영물은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과감히 편집됩니다. 1분짜리 타이포그래피와 6분짜리 다큐멘터리 한 편을 제작하는데 각각 기획부터 편집까지 보름이 넘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영상제작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낍니다.


사진4 ‘화천생태영상센터’에 비치된 전문가급의 방송설비들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한 ‘화천생태영상센터’에서는 이 수행과도 같은 영상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천소현 과장님과 함께 방문한 ‘화천생태영상센터’는 외관부터 독특했습니다. 피라미드를 형상화하였는데, 그 주위로는 물길과 다양한 곤충 동상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생태’ 그 중에서도 ‘물’을 주제로 한 영상센터다운 외관이었습니다. ‘화천생태영상센터’는 단순히 체험에만 중점을 두던 기존의 체험센터와 다르게 실질적인 ‘콘텐츠 제작 과정’을 가르치기 위해 전문화된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화천생태영상센터’에는 부조정실은 물론이고 음악 녹음을 위한 녹음실도 갖추고 있었고, 프리미어, 애프터 이펙트 등 전문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두었습니다. 촬영장비도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써도 무방한 장비들로 구비되어 있었으며, 레일을 활용한 촬영도 가능한 세트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방송영상뿐만 아니라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고 있어서 다양한 분야의 영상 인재를 발굴하고자 하는 센터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5 진지하게 촬영에 임하는 학생들


실제와 같은 환경이 주어진 이곳에서 한 무리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배우, 오디오, 카메라, PD 등 저마다의 역할을 나누어 직접 영상제작을 체험하고 있었는데, 실제 방송국 촬영장과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실제 드라마 세트장과 같이 꾸며진 촬영장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놀란 것은 학생들의 자세였습니다. KBS에서 인기를 끌었던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의 한 장면을 직접 제작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는 흡사 실제 스태프와 같은 진지함이 묻어났습니다. PD를 맡은 학생의 스텐바이 신호와 함께 배우와 카메라, 오디오 담당 학생들은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해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는 서로 저마다 고쳐야 할 점과 부족했던 점을 이야기하며 다음에 촬영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논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치 자신들이 실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과 같은 진지한 모습이 전문 제작자들 못지않았습니다.



사진6 화천의 마스코트 '얼곰이'로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학생과 실제 클레이 인형을 제작하는 학생(위에서부터)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 실습실에서도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신(Scene)을 나누어 화천군의 마스코트인 ‘얼곰이’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체험 목적으로 방문했으니 대충 만들 것’이라는 편견을 뒤집었습니다. 더 나은 장면을 위해 다양한 얼곰이 인형을 가져다 컷을 촬영하기도 했고, 두 남학생으로 구성된 한 조는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완성작을 삭제하고 다시 제작에 들어가는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제작을 일찌감치 끝낸 한 조의 남학생은 사전에 준비해 놓은 얼곰이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얼곰이 목소리를 녹음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다른 체험장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기 때문에 오히려 제작 시간이 모자라 학생들이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클레이 인형을 직접 만들어보며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 밖에도 '화천생태영상센터'에서는 센터 방문이 어려운 학교를 대상으로 센터 이동차량을 이용해 전문강사진이 학교를 직접 찾아가 크로마키 스튜디오 이동식 영상체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체험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학습은 배울 학(學)자와 익힐 습(習)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학습은 무언가를 배우고 그것을 익히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말했습니다. 배운 것을 실천해보는 것이 중요함은 몇 천 년 전 성현도 누누이 강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만 하지 배운 것을 실생활에 적용해볼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싫어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배운 것을 체득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우리의 불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콘텐츠 창의체험스쿨>은 훌륭한 익힘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던 딱딱한 예술 수업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보며 꿈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취재를 하며 본,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했습니다. 물론 전문가나 관련 콘텐츠 학과 전공생들에 비하면 모자란 실력입니다. 하지만 더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완성작을 지우고 다시 만들고, 원하는 컷이 나올 때까지 카메라를 계속 돌리는 열정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못지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열정 가득한 예술가들을 그동안 못 알아보고 책상에만 앉히고 있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이번 체험이 인상 깊었는지 이번 기회에 영상제작 동아리를 만들자고 학교의 인솔담당 선생님께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지역 콘텐츠 유관기관들의 노력은 청소년들의 창작역량을 일깨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의 창작활동은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오물조물 만들어 낸 작품들과 아이디어는 미래에 우리 콘텐츠산업을 먹여 살릴 핵심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창의체험스쿨>은 청소년들에게 콘텐츠 분야에 대한 관심해소와 창작체험의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콘텐츠 창작에 흥미를 느낀 아이들이 단순한 경험을 넘어 꿈, 진로에 대해 고민 할 기회를 가지기를 희망합니다. 그럼 이 아이들을 위해 우리들이 할 일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들이 좌절하지 않게 어깨를 다독여주며 꿈을 지켜주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미래를 선도할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출처

-표지 직접촬영

-사진 1~6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