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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현장취재

지금 영화를 듣지 않는 자 모두 유죄, <한 겨울밤의 씨네콘서트>

by KOCCA 2015. 12. 21.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요즘, 거리에선 흔하게 캐럴을 들을 수 있는데요. 캐럴은 듣기만 해도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흠뻑 젖게 합니다. 이처럼 음악의 힘은 대단한 건데요. 얼마 전 음악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개최된 <2015 겨울 영화를 노래하다>라는 씨네콘서트입니다.


북콘서트, 토크콘서트……. 다양한 콘셉트의 콘서트가 많은 요즘인데요. 아직 씨네콘서트가 생소한 분이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씨네콘서트는 Cinema와 Concert가 합쳐진 이름인데요. 영화를 주된 소재로 콘서트가 진행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팝페라가수 김선희가 영화 OST를 부르고, 영화평론가 전찬일이 영화를 인문학적으로 보는 방법과 영화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그렇다면 아래에서 한 겨울밤의 낭만적이었던 씨네콘서트를 좀 더 자세히 만나보겠습니다.



▲ 사진1. 공연 무대


 사진2. 공연장 로비 


영화와 음악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데요. 이번 씨네콘서트에서는 종합선물세트처럼 구성된 영화와 음악을 선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유독 씨네콘서트가 좋았던 이유는 평소에 한 가지에 집중하느라 좋은 장면, 좋은 음악을 놓쳤던 경우가 많아서인데요. 영상미에 집중하느라 음악을 놓치거나, 음악에 빠져 있느라 스토리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게 다시금 명장면을 보여주고, 대표되는 OST를 들려주니 이전의 좋았던 기억을 되새김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련하게 남아있던 기억의 테이프를 천천히 감아주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더라도, 음악을 듣더라도 그것이 들려주는 현재의 이야기만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떠올려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좀 더 다양하게 예술 장르를 대할 수 있었습니다.



▲ 사진3. 객석에 앉은 관객들


 사진4 .뒤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예고편


씨네콘서트를 찾은 관람객의 연령대는 다양했는데요. 가족단위부터, 어린 학생, 어르신 등 정말 다양한 분들이 방문해주었습니다. 그만큼 영화와 음악은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 장르인데요. 그중 영화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유지해주기도 하고, 절정으로 치닫게도 해주며 다양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씨네콘서트에서는 두 출연자가 선정한 8개의 영화의 10개 곡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부터, 아시아, 그리고 한국 등 세계 각지의 여러 영화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시대 또한 80년부터 최근인 2014년 개봉 영화까지 거의 반세기의 영화를 다뤘고, 로맨스, 무협, 전쟁 등 영화의 장르 또한 다채로웠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영화를 소개하고 예고편 또는 명장면을 보고 OST를 듣는 형식으로 콘서트는 진행되었는데요. 씨네콘서트에서 만날 수 있었던 8 작품을 제 나름대로 2개의 분류로 나눠봤습니다. 밑에서는 분류에 따라 살펴보겠습니다.



▲ 사진5.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예고편


사진6. 노래하는 팝페라가수 김선희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일수록 영화음악이 잔잔하게 분위기를 유지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번 씨네콘서트에서는 <시네마천국>의 ‘Se’,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いのちの名前(생명의 이름) / ふたたび(또다시)’, <러브레터>의 ‘Sweet Memories / His Smile’, <영웅본색1>의 ‘당년정 / A Better Tomorrow‘가 그랬습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은 “영화에서 영화음악이 얼마나 중요할까?”를 질문했는데요. 자신의 지론으론 50% 정도는 영화음악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만큼 영화음악이 영화 전체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건데요. 그뿐만 아니라 『음악본능』이라는 책을 추천하며 책의 부제인 ‘우리는 왜 음악에 빠져들까?’를 바탕으로 누구나 음악성을 가지고 있고, 실은 음악은 뇌의 기본욕구라는 설명을 했습니다. 책을 따르자면 이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음악에 빠져든다고 합니다.


우리의 음악 욕구를 가장 살려주는 것이 영화의 훌륭한 백그라운드가 되는 영화음악인데요. 저는 위 영화 중 <시네마천국>의 예고편에 나오는 'Love Theme'와 팝페라가수 김선희가 부른 ‘Se’ 곡이 인상 깊었습니다. <시네마천국>은 우리 삶에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인연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얘기하는데요. 인생의 희로애락과 함께 흘러가는 영화음악이어서 그런지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영화의 온도를 유지해주는 또 한 영화를 얘기하자면,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러브레터>는 “오겡끼데스까”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우리나라에서 1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첫 번째 일본영화입니다. <러브레터>는 하얀 눈과 같은 순백의 첫사랑과, 잊혀진 기억을 꺼내는 서정적인 음악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관객, 평론가 모두에게 평점이 높고, 1000번이나 재관람한 관객이 있을 정도로 반복관람이 많은 영화 중 하나인데요. 최근에 서울에서 ‘당신이 기억하는 첫 설렘’이란 이름으로 이와이 슌지 기획전이 열렸다고 합니다.



▲ 사진7. <겨울왕국> 예고편

 


▲ 영상1. I Dreamed a Dream - Anne Hathaway (Les miserables)


영화에서 영화음악의 역할은 다양한데요. 뒤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되어 관객에게 극적인 감정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뒤에서 얘기할 영화들은 음악이 주가 되며, 음악이 없으면 단무지 빠진 김밥처럼 느껴질 것 같은 영화들인데요. 이번 씨네콘서트에서는 <레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 <국가대표>의 ‘Butterfly’, <겨울왕국> 의 ‘Let It Go’이었습니다.


이 영화들이 음악이 없다고 해서 잘 만들어지지 않은 영화인 건 아니지만, OST가 영화의 매력을 한 층 업 시켜주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만한 사실인데요. 그만큼 영화에서의 OST 비중 또한 컸습니다. 그중 뮤지컬로도 유명한 <레미제라블>의 경우, 뮤지컬만큼이나 잘 만들어진 걸작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모든 대사를 노래로만 진행하는 송스루 방식으로 대사를 처리했으며, 다른 작품들과 달리 현장 녹음을 해서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특히 앤 해서웨이가 부른 ‘I Dreamed a Dream’은 더할 나위 없는 명곡이었는데요. 이외로도 영화에는 휴 잭맨이 부른 ‘Suddenly’,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등 다양한 명곡이 탄생했습니다. 이 명곡들은 영화에 감정이입을 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으며, 영화의 극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주었습니다.



▲ 사진8. 영화평론가 전찬일


‘인문학적’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 강연을 가든 책을 보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인문학적’이란 수식어인데요. 어디서든 인문학을 강조하고, 저마다 다른 방법의 인문학을 이야기하니 도대체 인문학적인 게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강연에서는 인문학적으로 영화를 보는 법을 이야기하되, ‘인문학적 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에 국한되지 않았는데요. 그저 자연스럽게 ‘보는 법, 생각하는 법’을 이야기하며 함께 나눴습니다. 인문학적으로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복잡한 것이 아니고, 작품을 만든 시대를 생각해보고, 내 상황에 비유해보고,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얘기해주셨는데요. 그러면서 2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인문학적으로 영화를 보는 법에 대해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영화평론가 전찬일이 강조해 말하던 “영화 그 너머를 보는 것”일 텐데요. ‘영화 반영의 힘’을 믿고 그 너머를 생각해보고 관심 두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영화 <국가대표>로 인해 비인기스포츠 종목인 스키점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를 꿈꾸는 사람들이 생겨났던 것처럼요.


우리 삶에는 다양한 예술 장르가, 그리고 영화가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우리는 <완득이>를 보며 다문화사회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고, <도가니>를 보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해 관심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예술 장르는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존재하는데요. 그 메시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내 삶을 되돌아보고, 나의 답은 어떤가를 고민한다면 인문학적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쉬기 위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영화를 보기도 하지만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할, 잊지 않아야 할 사실 또한 많이 존재합니다.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라면 우리가 영화의 가치를 믿고, 그 메시지로 자신의 삶을 둘러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영화의 힘을 알고, 음악의 힘을 깨달을 때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테니까요.


◎ 사진 출처

- 사진. 기자 촬영

- 영상. 레미제라블 유튜브영상_sih8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