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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KOCCA 행사

[문화원형] 문화원형을 찾아서, 세 번째 이야기 - 탐라답사기

by KOCCA 2013. 7. 3.

 

 

이 글은 <문화원형을 찾아서>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남쪽의 아름다운 섬, 제주도를 답사하고 작성한 글입니다. 모든 콘텐츠의 근간은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숨겨져 있는 지역적 · 역사적 문화원형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문화원형을 찾아서 제주도로 떠나봅시다.

 

 

태곳적 신비를 품고 있는 곳 – 거문오름

 

대한민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은 분화구 내 울창한 산림지대가 검고 음산한 느낌을 준다고 하여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과거 제주도의 왕성한 화산 활동을 증명하는 거문오름은 용암동굴인 만장굴, 벵뒤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의 모체이기도 합니다. 이 용암동굴들은 세계적으로도 그 규모와 생성물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진1 거문오름 입구에서 설명중인 문화해설사

 

검은오름은 제주에서 가장 긴 용암협곡을 지니고 있으며, 용암함몰구와 선흘수직동굴, 화산탄 등 화산활동 흔적이 잘 남아 있어 지질할적 가치가 높습니다. 또한, 식나무, 붓순나무 군락 등 독특한 식생을 자랑하는 거문오름은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게다가 과거 숯가마터와 일본군 진지가 곳곳에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도 높습니다.

 

 

▲사진2 거문오름 입장을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탐방출입증

 

거문오름은 현재 보존을 위해 하루 탐방객의 수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는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400명으로 제한됩니다. 이 또한, 사전예약이 필수적입니다. 탐방 중에도 거문오름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비가 오는 날에 탐방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산을 쓸 수가 없습니다. 자연 그대로 보존하려는 노력인 것입니다.

 
거문오름의 탐방로는 총 4개로 구분이 되어있습니다. 먼저 첫째, 정상코스는 약 1.8km의 거리로 1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말 그대로 높이가 450m 정도 되는 거문오름의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코스입니다. 둘째, 능선코스가 있습니다. 이 코스는 약 5km의 거리로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셋째, 분화구코스입니다. 이 코스는 약 4.5km의 거리로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코스를 다 돌아보는 전체코스입니다. 약 10km로 총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다음의 코스들은 나이나 체력들을 고려해 고르면 됩니다.

 

▲사진3 거문오름 분화구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태곳적 풍경


거문오름의 분화구코스를 가보면 마치 태곳적으로 돌아간 듯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높게 뻗어 올라간 나무들은 그야말로 장관을 연출합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탐방 도중 간간히 만나게 되는 나무그늘은 탐방 중에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사진4 거문오름을 닮은 제주세게자연유산센터

 

거문오름의 입구 쪽에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가 건립되어 있습니다. 이 건물의 형태는 거문오름을 닮아 분화구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 센터에서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도의 자랑스러운 곳들에 관련된 상설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콘텐츠를 활용한 4D영상관을 비롯하여, 곳곳에 누구나 흥미를 느낄만한 장치들이 있어 자연스럽게 제주도에 있는 세계자연유산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됐습니다.

 

 

자연이 빚은 조각품들의 전시관 - 만장굴

 

▲사진5 만장굴 입구의 신비스러운 모습

 

만장굴(萬丈窟)은 만쟁이굴이라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총 길이는 약 7,416km이며, 부분적으로 2층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약 7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굴은 주 통로의 폭이 18m이며, 높이가 23m로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이 동굴은 1962년 12월 3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98호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 7월 2일에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고, 2010년 10월 1일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만장굴은 중간 부분의 천장이 함몰되어 3부분으로 나누어 졌으며, 현재 공개되고 있는 구간은 2구간입니다.

 

고온의 용암이 흘러가면서 형성된 만장굴은 내부의 벽면에 그 흔적이 잘 남아있습니다. 또한, 용암이 빗어 놓은 여러 가지 조각품들은 동굴 내부에서 감탄사가 쉬지 않고 터져 나오게 합니다. 동굴의 중간 즈음에 있는 거북바위는 거대한 거북이가 그대로 굳어버린 것처럼 매우 정교합니다. 특히 개방구간 끝에 위치한 7.6m의 용암석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6 벽면에서 용암이 흘러내려간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만장굴 내부의 모습


 

만장굴의 온도는 연중 11~21℃가 유지됩니다. 여름에 찾으면 시원하고, 겨울에 찾으면 따뜻하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또한, 동굴 내부의 공기는 의외로 산뜻합니다. 저는 산뜻한 공기와 시원한 온도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좋아진 기분에 곳곳에 산재된 용암이 빗어놓은 작품들을 나름대로 평가하며 걸었습니다. “이 작품은 노력을 더 요하는 군요. 이 작품은 정말 훌륭하네요.”라고, 혼자 말을 하면서 걸으니 어느새 개방되어 있는 구간이 끝나버렸습니다.

 

시원한 굴의 내부에 있다가 나오니 햇살이 더욱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화장실을 가려고 지나치던 만장굴의 매표소 간판에 박스가 덧대어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호기심에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 이유가 다음과 같았습니다.

 

어느 날 매표소 간판에 까치가 집을 지었는데, 매정하게 치워버리지 못해 배설물이 흘러내리는 것만 방지하고자 박스를 덧대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자연과 공생하는 것이 몸 속 깊이 배어있는 제주도민들의 태도에 다시 한 번 감명 받게 되었습니다.(4편에서 계속)

 

 

▲사진7 까치집을 철거하지 않고 남겨둔 만장굴 매표소의 간판

 

◎ 사진출처

- 1-5,7 직접 촬영

- 사진6 두산백과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