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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빨간고래와 함께 멋진 일러스트 세계에서 여행하고 있어요!

by KOCCA 2012. 12. 11.

 

이 름 : 빨간고래 (박정아)

주요 경력
2006년 ~ 현재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www.redwhale.co.kr)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
2011년 ~ 2012년 홍익대학교 컴퓨터 그래픽 강사
[미샤] 패키지 일러스트, [어퓨] 아이덴티티 일러스트, [SK건설] 캘린더, [LG 지인]뮤럴벽지

외에 다수 책 표지 디자인
2011년 <실력이 탐나는 일러스트레이터> 출간
2010년 <당신의 빨간고래는 안녕한가요?> 출간

 

 

빨간고래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그림 그리며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는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박정아 작가. 그녀는 7년차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일 년에 한두 번은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새로운 풍경들을 마음에 담아와 그녀만의 빨간고래로 새롭게 그려내고 있다.


당신의 빨간고래는 안녕한가요?
가끔 홍대 거리를 걷고 있으면 미로 속을 헤매는 느낌이 든다. 아까 이 길을 걸었던 것 같은데 하면서도 어느새 제자리를 걷고 있다. 내비게이션 앱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헤매지 않기 위해 길을 걷다가 빨간고래(박정아) 작가와 만났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다닐 때 미대에 가고 싶어서 입시학원에 다녔고 대학에서 광고미디어학을 전공했어요. 그때도 그림을 그리러 다니거나 카페에서 커피마시는 것을 좋아했는데, 졸업하고 3년 반 정도 디자인 회사에 다니면서 갈등을 많이 했어요.” 그녀는 정말 하고 싶었던 일과 거리가 있는 일을 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계속 이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을 찾을 것인지…….


그러다 광고회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채용해서 일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취미로 글을 쓰는 것도 좋아했는데 그림을 그리는 작업들이 새로운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게 됐죠.”


당장 회사를 그만 두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고 나섰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우선 어디서 그림을 받아서 어떻게 그려야할 지 막막했다. “혼자서 낙서하듯이 그린 그림과 작가라는 마인드를 갖고 그린 그림은 완전히 달라요. 저도 1년 정도는 제 그림을 그리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무엇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어떻게 등단해야 하는지 잘 몰랐죠. 그러다 그림을 그려서 온라인 사이트에 올리면서 차츰 일감도 들어오게 됐어요. 그림도 전보다 더 잘 그리게 됐구요.”


답답한 느낌이 들면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세상을 좀 더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에 그녀는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 느낀 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눈과 마음에 담아 오는데 <당신의 빨간고래는 안녕한가요?>라는 책을 내면서 그녀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자신의 스타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알았지만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 지 제 스타일의 그림이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그냥 여행을 하면서 좋아하는 것, 감동적인 것, 이국적인 것들을 보면서 일정한 스타일로 형식을 갖춘 그림을 그리게 됐죠.”

 

 

▲ 빨간고래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그림 그리며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박정아 작가

 

빨간색과 고래를 좋아했어요!
‘빨간고래’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만들게 됐을까? 그녀는 빨간색을 좋아하고 고래를 좋아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대에 다닐 때 작업실에서 영화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 그림은 상당히 목가적인 느낌이 나죠. 고래의 울음소리로 음악을 만드는 제3세계의 음악을 많이 접했던 것이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때부터 고래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능도 높고 우울증 때문에 자살도 한다는 얘기도 들었죠.”


그래서인지 그녀의 그림에는 빨간고래가 자주 등장한다. “빨간고래는 하늘을 떠다녀요. 그러면서 원하던 원하지 않았던 여행을 하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가 마치 제 자신의 인생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지금도 저는 고래처럼 서울이라는 도시를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을 통해 제 스타일의 그림을 알기 전에도 그림은 그릴 줄은 아니까 여러 가지 일들이 들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작가로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책을 내고 전시회를 열면서부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에 맞는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또 한 가지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 등단하려면 자기만의 작품 세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때 처음 깨달았죠.”

 

 

▲아이띵소(텐바이텐) 전시회&아트상품 판매

 

▲[당신의 빨간고래는 안녕한가요?]개인전 (274g gallery)

 

 

빨간고래 작가는 여행을 다니면서 꾸준히 여행지에서 느낀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 왔다. 이 그림들이 출판사의 일과 잘 맞아서 다수의 책 표지 작업에도 참여했다. “요즘에는 미샤의 ‘어퓨’라는 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초반 작업부터 참여해서 1년 동안 매달 10여 장의 그림을 그려왔어요. 심벌 작업도 진행했는데, 일러스트레이터가 초기부터 투입되서 하나의 브랜드를 작업을 하는 일은 흔하지 않아요.”


한편,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초반에는 이국적인 것들이 좋아 주로 그런 곳을 찾아서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크리에이터로서 일을 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점점 더 이국적인 것들을 찾아 헤맸죠.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자 지루한 느낌을 받게 됐어요. 최근에는 일종의 도피를 위해 여행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상에 지치고 일에 쫓기다 보면 어디 가서 좀 쉬고 싶은 생각이 들죠.”

 


시적인 은유가 담긴 그림을 그린다
그녀는 그리스의 파란 코발트색 바다가 제일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채도가 높은 코발트색의 바다를 배에서 보고 있자니 수천 년 동안 바다는 늘 그랬듯이 파랬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바다를 보고 있으니까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라구요. 바다가 제게 ‘괜찮아, 괜찮아. 그냥 파랗게 흐르면 돼.’ 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이런 느낌의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 안에 있는 내면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빨간고래 작가는 주로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을 그려 왔는데 요즘에는 포토샵과 수작업을 합성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칫솔이나 스펀지를 사용하기도 하고 종이를 찢어서 붙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그녀는 작가마다 다른 생각들을 표현하는 것은 바로 작가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에세이 [연애에 말걸기] 일러스트레이션(왼쪽). 연애에 관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책표지와 내지의 그림을 그렸다. 

우리 정말 사랑이었을까?(중간)  당신이 날 보고프시다면 나는 늘 세상 밖으로 달려가요.(오른쪽)

 

“요즘에는 프로그램들이 좋아지면서 특정한 효과를 내는 방법은 흔해졌고 더 쉽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특정한 효과를 내기 보다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작가적인 감성으로 은유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림에도 일정한 형식이 있어야 하는데, 제 경우에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고 복잡한 그림 보다는 심플하면서도 베이직한 그림체를 좋아합니다. 시적인 은유가 담긴 그림도 자주 그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독일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크빈트 부흐홀츠(Quint Buchholz)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모작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서 영향을 받은 작가가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마그리뜨 작품도 좋아해요. 특히 크빈트 부흐홀츠의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을 가장 좋아하죠. 그림 톤도 무척 좋거든요.”


일 때문에 요즘에는 여행을 자주 못 다니니게 되자 그녀는 반대로 왜 여행을 다닐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보면 도피, 낙원을 찾아서, 그냥 등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죠. 제 경우에는 누군가 여행을 갖다 와서 거기에 뭐가 있더라 하고 말하면 가보고 싶은 호기심이 부쩍 생기죠. 내년에는 이러한 여행을 주제로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스무 가지’라는 내용으로 개인 전시회를 열 생각입니다.”

 

 

▲ 좌, 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책표지 일러스트레이션

우, 소설[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책표지 일러스트레이션

 

▲ 좌, 소설[저택섬] 책표지 일러스트레이션, 우 단편소설집[여신과의 산책]책표지 일러스트레이션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가 필요하다
그녀가 그리는 심플하면서 편안한 그림은 이제 대중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가고 있다. “그림이 좀 센 느낌을 주거나 난해해서는 안되죠. 혹은 야한 느낌을 준다면 작품으로써는 괜찮을지 몰라도 다양하게 쓰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그림은 따뜻하고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어서 여기저기서 사용되고 있죠.”


빨간고래(박정아) 작가는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는 편인데, 작가로서 대접을 잘 해주는 출판사와의 일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스타일과 다른 일을 맡게 되면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보통 클라이언트와 만나서 일을 하게 되면 미팅을 자주하게 되는데, 기본적인 시놉시스와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작가들은 러프한 스케치 이미지나 관련 이미지들을 검색해서 적합한 것들을 찾아서 보여주죠. 이때 서로 간의 의견 조율이 중요한데, 미샤 같은 경우에는 패키지에 들어가는 이미지 외에도 매장에서 사용되는 디스플레이용 프린팅 이미지와 광고용 포스터도 있어야 해서 A4 정도의 크기가 보통 사이즈라면 A3 혹은 A2처럼 세배 정도의 크기로 작업을 해두고 있습니다.”


그녀는 평상시에는 2B 연필을 주로 사용하고 여행을 할 때는 A4 크기의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면서 그림을 그린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 이유도 있지만 크리에이터이기 때문에 트렌드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툴이 나오면 동영상 강좌를 몇 번씩 들으면서 감을 익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툴 기능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 것 같아요. 다만 더 편리하고 좋은 기능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배우고 있어요.”

 

 

▲ 내년에 개인전시회를 열 계획이라는 빨간고래(박정아) 작가는 누군가에 공감을 주고 위로받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생각이다.

 

그녀 역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담긴 디지털 표현 방식을 좋아했다. “전에는 다양한 자료들을 참조했는데요. 이제는 되도록 다른 그림을 보지 않으려고 해요. 대신 제 안에 숨어 있는 감정들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누군가 자신의 그림을 통해 위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그녀는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편안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자신의 브랜드가 된 빨간고래를 캐릭터 삼아 피규어나 액세서리로도 만들어볼 생각이다. 디자이너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변신한 빨간고래(박정아) 작가. 그녀는 이제 디자인 사업을 꿈꾸며 새로운 변신을 준비 중이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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