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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디자인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by KOCCA 2012. 12. 7.

 

 

이 름 : 고 영 민

주요 경력
현재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티브 그룹 ‘매시즘(MASSISM)’ 실장
네이버 카페 일러스트마켓(http://cafe.naver.com/illustmarket) 운영
하이브랜드가 후원하는 ‘하이큐브’ 오픈갤러리 및 디자인 아트샵 운영
매달 2회 일러스트레이션 개인전 무료 전시 및 70여 명의 핸드메이드 상품 전시 판매

 

 

네이버 카페 일러스트마켓을 운영 중인 고영민 실장. 그는 순수 예술과는 다른 영역에서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아트웍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매시즘(MASSISM)을 만들게 됐다며, 아트 디렉터로 활동 중인 원성구 감독 등과 함께 애니메이션 전시회를 열고 일러스트마켓을 여는 등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는 아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아트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시즘과 일러스트 마켓을 통해 다양성 추구
“프랜차이즈 분야에서 기획 관련 일을 10년 동안 했어요. 그러다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지 고민하던 때에 원성구 감독을 알게 됐습니다. 또, 그 당시에 일본 여행을 갔다가 ‘도쿄 디자인페스타’를 봤는데, 규모도 꽤 크고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아티스트의 아트웍을 활용해 티셔츠를 만들어서 판매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한국에 돌아온 고영민 실장은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가 자신이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사람들과 만나서 새로운 일을 추진하고 유대관계를 통해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미술을 전공한 게 아니라서 아트적인 감각은 없지만 디자인페스타에서 본 것처럼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아트웍을 활용해서 티셔츠 사업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상업적인 마인드를 갖고 일을 시작했어요. 돈을 모으고 티셔츠를 만들어서 판매를 했는데, 생각보다 잘 됐어요. 하지만 티셔츠는 계절상품이다 보니 사업을 지속하는데 한계가 있더라구요.” 

 

 

▲ 순수 예술과는 다른 영역에서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아트웍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매시즘(MASSISM)의 고영민 실장


그는 사람들과 그림이나 애니메이션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방법을 찾다가 스트릿 마켓(Street Market)에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어떻게 사람들을 모으는지를 보면서 하나의 방법을 찾게 됐다. 그 동안 아티스트들이 아트 적으로만 접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스트릿 마켓처럼 오픈된 새로운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기획하게 됐고, 일러스트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러스트 마켓도 열었다. 그렇게 시작한 하나둘 추진해 온 일들이 결실을 맺게 되면서 지금은 양재동에 위치한 하이브랜드 쇼핑몰에 작은 오픈 갤러리와 아트샵도 운영 중이다.


매장 관리, 작가 섭외, 카페 운영까지 어떻게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해 물었더니 그는 주로 기획을 해서 사람들을 모으는 일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일하고 있는 두 분이 있는데요. 김승민 실장은 하이큐브에서 매장을 관리하고 작가들의 상품을 진열을 담당하고 있고, 원성구 감독은 아트디렉터로서 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할 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미술
그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이 혼자서 진행하는 일이 많고 시간도 오랜 걸리는 쉽지 않은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수익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 않은 점이 늘 아쉬웠다고 한다. 그러다 국내에서 이름 있는 애니메이션 감독들을 초청해서 ‘천재들의 파티’라는 개념으로 지난해 애니메이션 영화제 ‘60초 애니(60’sec ANI)’를 선보이며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 ‘60초 애니’를 기획했을 때는 어떤 회사를 타깃으로 삼아 감독의 눈으로 그 기업이 갖고 있는 문화적인 면을 풀어주면 기업에서도 좋아할 것이고, 그것을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작품을 만들어서 보여주고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지난해 소개됐던 작품들 중에 앙시에 출품된 작품도 있습니다.”


3개월에서 한 번씩 정기전을 열고 있는 일러스트 마켓에서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신진 일러스트 작가들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보통 일러스트하면 동화에 들어가는 삽화 정도로만 생각하는데요. 생존 문제를 떠나서 작가들이 표현하고 싶은 다양한 작품들을 일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전시회에서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고, 마켓에서는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판매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작품을 고르는지 궁금해서 묻자 고 실장은 원성구 감독과 함께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며 재밌고, 다양한 느낌을 주는 특색 있는 작품을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보통 80~100여명 정도가 작품을 신청하는데요. 컨셉에 맞는 20여 명의 작품을 엄선해서 뽑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전시회 장소에 맞는 그림인지, 또 우리가 제시하는 컨셉에 맞는지 등 다양한 검토를 통해 작품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전시회를 준비하다 보면 필요한 경비가 하나 둘이 아니다. 이럴 때는 작가들과 N분의 1로 경비를 충당하지만 가장 큰 비용이 많이 드는 장소는 공모전에 응모를 하거나 협찬을 받아서 해결하고 있다. “우리가 전시회를 열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새로운 시도, 어설프더라도 오브제를 만든다든지, 상품과 연결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좋은 그림이나 잘 그린 그림은 다른 전시회에서 많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오픈갤러리

 

신진 작가의 등용문, 일러스트 마켓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작품을 가지고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일러스트 작가들과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이들의 그림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일러스트 마켓을 마련하게 됐다. 그 동안 인사동 쌈지길, 남산N서울타워, 대학로 갤러리 이앙 등 일반 사람들과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섭외해 왔다. 이곳에서 크리스마스카드를 비롯해 노트, 티셔츠 등을 공동으로 제작하기도 했고, 저작권 문제 같은 현실적인 고민의 해결에도 앞장서 왔다.


“잘 모를 때는 티셔츠 한 장을 혼자서 만들어 상품화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상업적으로 판매하고 싶어도 어떻게 샘플을 만들어서 어디에 내놓아야 할지 잘 모르죠. 이럴 때 일러스트 마켓이나 하이브랜드 아트샵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작가들을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이 늘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남산 N타워에서 진행된 첫 번째 전시회는 윈도우 페인팅 행사였는데 지워지는 펜을 사용해 그림을 다시 그려달라고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전시회에 따라 20여 명에서 때로는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과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일에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불만도 있었고 의견 충돌도 많았어요.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익 면에서 큰 성과를 내진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하는 일이 재밌고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는 언더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어떻게 작품을 소개하고 전시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작가들에게 하나의 길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하이큐브를 통해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기존 작가들과 새로운 작가, 눈여겨 본 작가 등 카페 회원들 중에서 분기별로 작가 리스트를 리뉴얼하고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잘하고 열심히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열정적인 작가들이 많습니다. 이들과 함께 다양한 것들을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시회나 마켓에 작품이 소개되었다고 해도 변화가 없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작가들은 다른 작가들로 교체될 수도 있습니다.” 그는 특히 일러스트 마켓이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되도록 현장에서 대중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줌으로써 어떤 것들이 부족하고 무엇을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충분히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주고 있는 일러스트 마켓

 

작가들을 위한 새로운 유통구조와 접근 방식 필요
“얼마 전에 꿈의숲 아트센터에서 일러스트 정기전을 열었어요. 작가들도 하루에 한 번씩 당번을 정해서 마켓을 지켰구요. 그때 캐리커처도 하고 체험전도 열면서 준비한 상품들을 판매했어요. 손님들에게는 저금통에 자유롭게 돈을 넣어달라고 했었는데, 큰돈은 아니지만 저금통마다 꽉 차 있었고 작가들도 자기의 작품이 팔려서 매우 좋아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는 기존 유통 구조나 판매방식에서 벗어나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큐브에서 오픈갤러리를 운영하다 보니 팔리는 그림들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며 사람들이 어떤 그림을 고를 때는 예쁜 그림 보다는 어디에 쓸 것인지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작가들이 만든 상품을 보고 바로 사가지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어느 방에 걸지, 벽지 색과는 잘 맞는지 생각해서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들도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구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디자인 페스티벌로 키우고 싶다는 일러스트 마켓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고영민 실장은 일러스트 마켓이 신인이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작가들에게 발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의뢰한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고민인 업체들을 위해서도 작가와 업체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는 에이전시 역할도 해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일러스트 마켓이 아직은 규모면에서 작지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VOL.01 ILLUFEST(일러페스트) 2012’ 행사를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디자인 페스티벌로 키우고 싶습니다. 또, 전시회를 통해 일반 사람들과 작가들이 한 자리에서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열심히 하는 작가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해요. 참고로, 전시회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지 일러스트 마켓의 회원으로 등록해 주세요. 언제나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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