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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지상파 재송신 문제… 호날두와 성춘향처럼

by KOCCA 2012. 12. 12.

 

 

지상파 재송신 문제… 호날두와 성춘향처럼

 

지상파DMB 한국DMB㈜ QBS
이희대 편성제작팀장


흔히 자존심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해당 분야에서 객관적으로 그 밖의 대체재가 없다고 평가 받는 경우에 발생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러한 자존심 대결은 피할 수 없이 한번 이상의 결전을 치르게 되며 또 의외로 싱겁게 끝나는 경우도 많다.


지난 4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2011~2012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4라운드 경기.
메시와 호날두의 대결! 철벽수비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던 메시. 반면 1대 1의 팽팽한 접전 상황에서 호날두는 놀라운 개인 돌파로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리고 결승골을 넣는다. 호날두는 이날의 승리로 시즌 우승까지 견인하게 되면서 숙명의 라이벌 대결에서 진정한 영웅으로 떠올랐다.        

 

1961년 1월 영화 ‘성춘향’과 ‘춘향전’의 승부도 떠오른다. 신상옥 감옥의 신필름이 제작한 ‘성춘향’과 홍성기 감독의 선민영화사가 제작한 ‘춘향전’은 당대 최고 감독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었다.
열흘 간격으로 개봉했을 정도로 양자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승부였다. ‘성춘향’의 최은희와 ‘춘향전’의 김지미라는 최고 여배우의 맞대결이었을 뿐 아니라 신상옥•최은희 부부, 홍성기•김지미 부부의 벼랑 끝 승부이기도 했다.


결과는 싱거웠다. ‘성춘향’(107분)의 완승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성춘향’은 장장 74일간 관객 38만 명을 동원하며 한국영화•외화 통틀어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반면 ‘춘향전’(110분)은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이처럼 동일한 분야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이게 되는 경우 결국 가장 확실하고 깔끔한 해결책은 시장에서 평가를 받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비정하지만 메시는 연봉이 깎였고, 홍성기 감독의 선민영화사는 ‘춘향전’의 실패로 문을 닫은 바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system operator)간의 지상파 재송신 문제도 사실상 해결점에 있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에 맡기는 것 이상은 없을 것이다. 


올해 초 난항을 거듭하던 양측의 협상이 결렬되고 실제 지상파 디지털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재송신과 관련한 분쟁이 매년 반복되고 현재 진행형이지만 관련 법제도 개선은 진전이 없다. 내년 다시 한 번 송출 중단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지상파 3사와 방송커버리지 약 85%의 시장 지배적 플랫폼사 SO의 싸움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싸움의 명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전까지는 상호 공동 협력 모델로서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벌어졌다. 법원 판결까지 나온 마당이다. 


다매체시대를 맞아 경쟁력 위기를 느낀 지상파는 현 시점에서 플랫폼사들에 국내 최대 콘텐츠 공급사로서 위치를 다시 공고히 함과 동시에 콘텐츠의 가치만큼은 비용적으로도 인정 받아야겠다는 의사다.
지상파방송 진영은 SO가 분명 커버리지 확대에 공헌한 것을 일부 인정하지만 전체 케이블 방송 점유율 중에 자신들이 약 60~70% 이상이니 수신료 수익 등이 있다 해도 그건 거의 지상파의 공이기도 하기 때문에 커버리지 확대보다 콘텐츠의 공력이 더 큰 가치라는 것이고, 반면 SO는 그 커버리지 덕으로 지상파 방송사가 거의 전국권을 대상으로 한 광고 비용을 받아온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SO입장도 만만치 않다. 위성방송, IPTV에 스마트TV까지 케이블의 대체 플랫폼이 우후죽순 만들어 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상파 재전송에 따른 저작권 인접료까지 별도 비용으로 책정하면 비용 상승으로 인해 플랫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계산이다. 결국 양 진영 모두 급변하는 매체 환경에서 수익성 확대와 방어의 목적이 사태를 여기까지 끌어 온 것이다.


결국은 수익성, 즉 '돈'과 연관되어 있다. 


그렇다면 상황은 객관적으로 볼 때 어느 쪽에 더 불리하고 유리한가? 


이미 법원은 지상파채널들의 콘텐츠 저작인접권료를 인정한 상황이다. 여기에 통신사가 대주주로 있는 위성방송과 IPTV의 결합상품, 그리고 다른 통신사와의 시장 경쟁 등으로 최근 케이블 SO를 대체하는 유료방송플랫폼간 경쟁 활성화로 가입자간 플랫폼 전환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인 협상력이 지상파방송 사업자 쪽으로 강화한다고 볼 수 있고 또한 지상파 재송신에 따른 수익 분배 협상이 지상파방송사에 더 유리한 환경이라 볼 수 있다.
SO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케이블방송이라는 척박한 방송계를 기반으로 현재의 입지를 다져온 SO입장에서는 1보 후퇴가 곧 영원한 패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즉, 물러설 수 없는 모든 방안을 다 동원할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SBS 번호 변경 시도와 같이 그간 PP들을 상대하던 갖가지 전략 전술들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 여기서 규제기관이자 중재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 11월 29일 방송통신위원회의 마지막 전체회의 안건에는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안이 빠져있었다. 또 만약 연내에 제도개선안이 도출된다 해도 후속 법안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연내 법 적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시청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내 방송의 특수 환경상 향후 상당기간 고품질 콘텐츠 문제와 디지털 전환 등 커버리지 문제가 지속되는 바 국내 방송 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양 진영 경쟁과 협력이 동시 필요하기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본 건은 결국 양측의 비용 산정과 관련한 내용이 주이며 이를 위해서는 사실상 양측 다 물러서면 시장에서의 패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비용 산정의 문제다.
SO는 콘텐츠 댓가를 주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위성이나 IPTV 수준으로는 가입자가 많은 만큼 상대적으로 전체 단가가 너무 상승해 이는 과하다는 것이고, 지상파는 타 유료 플랫폼과 선결된 가격과의 형평성 등을 전제로 그 이하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상호간 단가에 대한 구체적 근거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다년 계약에 합의한 씨앤앰을 제외한 티브로드, 현대HCN, CMB 등은 지상파 방송사로부터 재송신 금지 청구소송을 당한 상태다. 법원 결정이 나는 대로 과거 CJ헬로비전처럼 간접 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특히, 지상파와 케이블TV 방송사간 재송신 계약이 올해 1년에 한정돼 있는 상태인데 올해 계약 체결이 안된 상태에서는 내년 이후 계약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현재 업계는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방통위가 무료 재송신 범위를 명확히 정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의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계약의 기준은 '시청자'의 '편의와 선택'이 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청자가 최대한 현재 비용 대비 추가비용 상승 분이 가장 적도록 해야 할 것이며, 그러면서도 비용은 가급적 양쪽 플랫폼에 공평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지상파는 연간 난시청 지역 조사 통해 난시청 지역의 TV수신료는 받지 않고 각 플랫폼별로 받게 하며, 그리고 SO나 플랫폼 사업자 들의 경우 지상파 수신 채널 여부는 요금제를 따로 분리하여 시청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고려해본다. 


결국 지상파는 SO 재전송료 외에 광고라는 기본 수익 구조가 이미 있는 상태이니, SO가 난시청 해소를 위해 방송 시설에 투자한 것은 투자한 비용만큼만 돌려받고, SO에서의 지상파 선택은 현재 케이블 채널 티어링제도와 같이 시장(시청자)에 맡기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난항은 있겠지만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한다. 결국 이를 통해 광고 시장에서의 평가도 역시 시장에서 판가름될 수 있을 것이다. SO와의 문제가 결국 커버리지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안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자체 송신시설 구축의 확대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다. 이는 막대한 비용을 그리고 투자로서의 가치가 현재 SO와 연계하는 것 대비 더 소모적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이 두 진영간의 결전은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와있다.


그렇다면, 진정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이 사실은 가장 현명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호날두 그리고 성춘향의 대결처럼...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지혜가 반드시 매번 제대로 발현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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