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부캐 있으신가요? 부캐는 원래 게임에서 부수적으로 새롭게 만든 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일상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면서 ‘평소 내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행동하는 경우’를 지칭하는 말로 의미가 확대되었습니다.
오늘은 부캐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유행하는 부캐 사례를 알아보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개인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정체성을 표출하는 이른바 ‘멀티 페르소나’를 기반으로 하는 ‘부캐(부캐릭터)’ 문화는 MZ세대의 주된 소통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부캐 문화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은 2020년 부터입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유산슬, 닭터유, 유르페우스, 유두래곤 등의 부캐로 활동한 것이 대표 사례입니다. 그 밖에도 김신영(둘째이모김다비), 이효리(린다G), 비(비룡) 등이 새로운 정체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동일 프로그램 내 다른 에피소드만이 아니라, EBS 캐릭터 펭수의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출연처럼 다른 채널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부캐 사례도 빈번하게 발견됩니다. 부캐는 연예인에게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할 기회를, 시청자에겐 신선한 재미를 제공해, 그 활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부캐 문화는 메타버스와 만나면서 한 번 더 진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부캐는 메타버스가 아닌 곳에서도 존재할 수 있지만, 메타버스에서는 부캐의 존재가 필수적입니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성격을 띕니다. 물리적 현실 속 참여자가 가상의 공간에서 활동을 하기 위한 아바타가 필요함은 앞에서도 언급했습니다. 아바타를 통해 참여자는 원래의 자신이 지닌 것과 다른 정체성을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즉, 아바타를 통해 참여자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거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거나, 그 아바타를 통해 자신을 감추는 것이 가능합니다. 메타버스의 주된 특징 중 하나로 부캐가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입니다.
메타버스는 흔히 아바타를 통한 3D 기반의 가상현실세계와, 가상+현실을 결합한 증강현실세계로 구체화됩니다. 하지만 꼭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이 아니라 해도 가상기술을 활용해 현실 속 커뮤니케이션의 경계와 제약을 허물어 참여자들의 이용 동기를 만족시킨다면, 그 자체로 메타버스의 핵심을 이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듀오 아이돌 ‘매드몬스터’가 이 같은 참여형 메타버스 부캐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매드몬스터는 유튜브 채널 ‘빵송국’의 세계관에서 시작된 부캐로, 개그맨 곽범과 이창호가 아이돌을 따라 하는 콘셉트 하에 실제 아이돌들이 하는 거의 모든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단순 부캐 같지만 이들이 메타버스와 관련됨는 지점은, 아이돌과 같은 비주얼을 위해 특별한 필터를 사용한다는 데 있습니다. 얼굴은 더 작게, 눈은 더 크게, 다리는 더 길게 만드는 필터는 이들을 아이돌과 유사한 외모로 만들어줌과 동시에, 웃음의 포인트가 됩니다. 매드몬스터는 필터 앱을 통해 현실과 가상 비주얼을 결합한 증강현실 기반의 메타버스 부캐인 셈입니다. 매드몬스터가 인기를 얻으면서 얼굴 필터 앱으로 유명한 ‘스노우’가 ‘매드폰스터 x 스노우’ 필터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부캐 문화의 인기를 견인하는 요소는, 해당 캐릭터만의 설정과 스토리를 담은 부캐 ‘세계관’입니다. 부캐들의 주 무대인 메타버스는 그 자체로는 느슨한 세계관만을 갖거나 세계관을 갖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그 안에서 다양한 부캐를 가지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세계관은 가상세계를 구성하는 기본원리로 흔히 시간·공간·사상적 배경을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여러 작은 이야기를 통해 묘사되는 세계와 캐릭터, 그리고 설정으로까지 확장된 의미로 활용됩니다.
매드몬스터는 단순히 개그맨이 아이돌을 연기하는 차원을 넘어, 멤버 개개인의 배경과 그룹 탄생비화, 앨범 제작과정과 주변 인물 성격까지 철저히 설정한 결과물입니다.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외모와 오토튠인 듯 들리는 신비로운 복막 창법을 사용한 노래 “내 루돌프”의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큰 인기를 얻은 매드몬스터는, 대체 불가능 토큰 기술을 활용해 한정판으로 제작된 “다시 만난 누난 예뻐”를 발표하고, BTS 등이 속한 글로벌 팬 플랫폼인 ‘위버스’에도 커뮤니티를 오픈하며 글로벌 스타로서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메타버스 기반 멀티 페르소나의 보편화를 중심으로 숏폼형 콘텐츠가 유행하고, 콘텐츠의 세계관이 확대되며, MZ세대들이 밈에 열광하는 상황 하에서 당분간 부캐 문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캐릭터 산업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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