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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현장취재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 2015> 눈에 띄는 부스를 탐방하다!

by KOCCA 2015. 12. 28.


사람은 완벽을 추구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번번이 좌절하고 실패하고는 합니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상’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바람을 가상의 인물, 즉 ‘캐릭터’에 투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러 콘텐츠 속 캐릭터들이 사건을 해결해 나아가고 악인을 무찌르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는 희열을 느낍니다. 그래서 캐릭터는 사람들의 불만족을 대신 채워주는 존재입니다. 캐릭터는 역경에 처해도 이겨냅니다. 설령 좌절하더라도 ‘행동’ 하며 자신의 현실에 의연히 대처합니다. 하지만 작품이 끝나면 사람들은 공허해지고 여운이 남습니다. 현실에는 결국 자신이 이입하던 캐릭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대를 해도 좋을 일이 생겼습니다. 캐릭터들이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작품 밖으로 나오는 장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바로 올 겨울을 뜨겁게 달군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 2015>입니다.


지난 12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COEX에서는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 2015>가 개최되었습니다. 우리 손으로 만든 캐릭터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해외 유명 캐릭터들도 이번 페어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여름에 진행되었던 이전 캐릭터‧라이선싱 페어와 달리 올해는 메르스 사태를 피해 겨울에 개최되었습니다. 늦게 열린 만큼 크리스마스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진행된 이번 페어는 ‘앞으로도 겨울에 열렸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크리스마스 특유의 들뜬 분위기를 잘 함축하고 있었습니다. 산업 특성상 이번 페어에는 어린이를 위한 행사가 많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린이만을 위한 장이 아닌, 더 다양한 목표를 가진 부스들이었습니다. 어린이만 참가대상으로 삼는다면 다른 캐릭터 전시전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어린이보다 조금 더 큰 사람들을 위한 부스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진1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 2015>에 설치된 키덜트 특별관 부스


캐릭터가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에 도전장을 내민 어른들이 있습니다. 바로 ‘키덜트 족’입니다. ‘어른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키덜트(Kidult)는 어린이를 뜻하는 ‘Kid’와 어른을 뜻하는 ‘Adult’의 합성어로, 어린이들의 문화를 향유하는 어른들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피터팬 증후군’ 등으로 이들을 정의하며 키덜트들이 정신적으로 퇴행한 사람들이라 생각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순수한 감성을 가진 어른으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키덜트 문화는 사회전반으로 퍼져 연예인들의 취미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도라에몽’의 광팬으로 알려지면서 ‘성공한 덕후 ⃰’로 불리는 배우 ‘심형탁’씨와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 푹 빠진 가수 ‘데프콘’, ‘김희철’ 씨 등이 있습니다. 

( ⃰ : 한 분야에 몰입하는 사람을 이르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된 인터넷 은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음역한 단어 ‘오덕후’를 줄인 말.)


▲사진2 캐릭터 상품에 대한 설명을 하는 판매자와 이를 유심히 듣는 소비자


이번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 2015>에서는 어른아이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여러 제품들이 전시되었습니다. 미니언즈, 어벤져스, 스타워즈 등 외국의 유명 캐릭터는 물론이고 ‘주름이’, ‘Mr.Donothing’ 등 국내 온라인상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캐릭터들의 부스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취재하는 동안 수많은 어른들이 이들 업체의 부스 앞을 기웃거렸고, 몇몇 어른들은 ‘귀엽다’를 연발하기도 했습니다. 또 전날 개최되었던 국제라이선싱산업협회(LIMA)의 관계자들도 부스를 기웃거리며 궁금한 점을 업체 관계자에게 물어보기도 하며 키덜트 특별관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사진3 해외 유명 캐릭터를 라이선싱 받아 제품을 제작하는 업체


키덜트 문화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긍정적이었습니다. 외국의 유명 캐릭터 라이선싱 상품을 판매하는 한 업체는 키덜트 문화가 한 사람의 취미로 인정받는 느낌이라고 하면서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업체 관계자분은 “키덜트 상품이 금액도 높고 퀄리티도 높기 때문에 아동용 캐릭터산업보다 수익도 높다”면서 “매니아층 분들로 인해 이런 분야를 알게되는 분들도 있으므로 앞으로 좀 더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수집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면서 키덜트 문화의 한국 정착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주름이’ 캐릭터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스쿱미디어’의 캐릭터 작가는 키덜트 문화의 성장이 1인 가구의 증가가 원인이라고 진단하며, 사회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보았습니다. 작가님은 또한 액션이 큰 아동용 캐릭터와는 다른 매력이 성인용 캐릭터에 들어있음을 강조하며 “그래서 성인들에게 장점으로 작용되어 매력으로 느껴지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4 ‘주름이’로 유명한 ‘스쿱미디어’의 부스와 주름이 작가님 (위쪽부터)


하지만 시장이 커지는 만큼 저작권에 대한 우려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라이선싱 상품 판매 업체 관계자분은 “(캐릭터 상품을) 병행수입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쁘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고객들께 원산지나 제조국 등의 정보를 잘못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면서 “그런 분들로 인해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업체들이 피해를 본다.”고 말했습니다. 스쿱미디어의 작가님은 “주름이가 원래 많은 사람들이 그려서 이슈가 된 캐릭터이다. 그래서 재미로 그리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품화 시키는 것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상품화를 시키기 위해 우리가 저작권을 구매했기 때문이다.”며 무단으로 상품화 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사진5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 2015>내에 설치된 한국콘텐츠진흥원 ‘캐릭터 정품사랑 홍보관’


이번 캐릭터 페어를 주관한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전시장 한 편에 독자적인 부스를 마련했습니다. 바로 ‘캐릭터 정품사랑 홍보관’입니다. 한국의 캐릭터 상품의 3개 중 2개는 불법 가짜 상품으로, 일명 ‘짝퉁상품’이 활개를 치는 중이라고 합니다. 짝퉁상품은 재질도 나쁘고, 몸에 유해한 원재료로 제작하기 때문에 소비자, 특히 소비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린이들의 건강에 나쁩니다. 또한 완성도가 떨어져 모양새나 품질이 떨어지고, 창작자의 창작 의욕까지 떨어뜨리기 때문에 우리 캐릭터 산업의 퇴출되어야 할 어두운 면입니다. 


▲사진6 캐릭터 정품사랑 홍보관 전경 그리고 정품사랑에 동참하는 연예인들을 그린 일러스트


하지만 짝퉁산업이 유지되는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짝퉁임을 아는데도 가짜 상품을 구매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을 위해 캐릭터 정품사랑 홍보관을 설치하고, 페어 참가자들에게 ‘진짜친구’ 서포터즈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우리 캐릭터산업과 짝퉁상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진짜와 가짜 상품을 가리는 OX퀴즈를 풀어 3개 이상 맞춘 참가자에게는 문구세트를 주는 장 이었습니다. 또한 부스에 태블릿 PC를 설치해 ‘진짜친구’ 서포터즈에 손쉽게 가입할 수 있게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이 행사는 긴 줄을 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참가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던 자리였습니다. 


▲사진7 진짜상품과 가짜상품을 구분하는 OX퀴즈와 진짜친구 서포터즈에 가입하는 참가자들 (위쪽부터)


이번 행사를 맡은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애니캐릭터팀의 이봉수 부장님은 “음지시장의 규모가 정품시장보다 크다.”면서 “불법 복제품은 몸에도 해롭고, 작가의 창작에도 방해를 주며, 캐릭터 산업의 발전도 방해한다.”며 정품 사용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진짜친구 서포터즈가 하는 일에 대한 질문에는 “소비자들이 정품사용을 약속하겠다고 서명하는 것이다.”면서 “연예인들도 서포터즈에 함께 참여하고, SNS에 홍보영상을 올려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5월에는 서포터즈들과 함께 서울랜드에서 소풍놀이를 하며 이벤트를 열고 선물도 나눠 주는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향후 계획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한편 부장님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짜친구 서포터즈 외에도 ‘정품사랑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정품 캐릭터를 접하기 힘든 시골 초등학교 등에 방문하여 정품 캐릭터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인기 개그 프로그램에 PPL을 넣는 것을 후원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이번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 2015>를 취재하며 느낀 바는 캐릭터 산업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입니다. 이제는 연령층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캐릭터 산업의 성장세입니다. 과거에는 어른들이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면 눈총을 받았지만 이제는 점차 대중적인 문화로 받아들여집니다. 소비자가 경제력있는 어른으로 확장됨으로써 수익의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적 성장도 질적으로 높아야 의미가 있습니다. 캐릭터 산업의 질적 성장을 높이는 길은 정식으로 저작권자에게 라이선싱을 받은 상품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정품 캐릭터가 아니면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돌아가지 않으므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더 이상 못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양적으로 성장하는 캐릭터 산업의 현주소를 알리며 질적 성장을 소비자들에게 부탁하는 것, 그것이 이번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 2015>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은 ‘캐릭터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캐릭터가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잘 만든 캐릭터 하나로 억 소리 나는 수익을 얻기도 하고, 사람들을 계몽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고양이’처럼 공공기관에서도 캐릭터를 만들어 시청홍보는 물론 기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캐릭터가 우리의 삶 속 깊숙한 곳까지 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어린이의 전유물이라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캐릭터는 좋은 홍보수단으로 쓰이기도 하고, 가지고 싶은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캐릭터 산업이 각광받는 만큼 캐릭터를 사랑하는 올바른 방법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위법요소를 가지면서 일방적으로 집착하는 것을 스토킹이라 부르듯, 캐릭터를 사랑하는 데에도 지켜야 할 길이 있는 것입니다. 캐릭터의 시대인 만큼, 캐릭터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잘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취재였습니다.


ⓒ사진출처

-표지 직접촬영

-사진 1~7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