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과 가족들에게 1년 중 가장 중요한 날, 수학능력시험. 단 하루의 시험으로 그간의 노력을 평가한다는 사실이 학생들에게 큰 부담과 불안으로 다가올 텐데요. 한 번쯤은 ‘내가 왕자나 공주쯤 된다면 이렇게 공부하지 않아도 될 텐데'하는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그러나 실제 조선왕조의 왕세자들이 어떻게 교육 받았는지 알게 되면 오히려 현재의 수험생들이 행복하다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은 조선 왕세자 교육의 이모저모를 알아보겠습니다.
◎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제왕교육
▲사진2 자적용포를 입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왕
왕세자의 교육은 그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태어난 원자의 정서교육을 위해 보양청을 설치하고 종2품 이상인 3명의 관료를 보양관으로 임명했습니다. 이들은 원자의 서책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일뿐만 아니라 원자가 먹을 음식과 의복을 살피는 일까지 담당했습니다.
글을 배울 때쯤인 네 살 정도가 되면 보양청은 강학청으로 바뀝니다. 이 곳에선 소학과 천자문 등의 유교 교육을 하였으며 주로 서책의 내용들을 외우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원자는 보통 여덟 살을 전후해 세자로 책봉되는데 책봉 후엔 성균관에서 본격적으로 제왕교육을 받습니다.
왕세자 교육은 '서연'이라 하며 3명의 관리가 서연관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강의는 보통 조강, 주강, 석강으로 하루에 세 번 진행되었는데 무더운 여름에는 조강만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나라에 중요한 제사가 있거나 왕과 왕비의 생일, 일식과 월식, 그리고 사형을 집행할 때에도 수업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 왕의 정신적 지주, 왕세자의 스승
▲사진3 비현각 내부 스승들의 자리
서연은 3명의 서연관이 담당했습니다. 이들 중 한 명은 왕세자의 교육을, 2명은 복습을 맡았죠. 서연에서의 교육을 '진강'이라고 하는데 세 명의 스승 중 한 명이라도 불참할 경우, 연대책임을 물어 대죄로 다스리도록 했습니다. 당시 대죄는 종신유배나 사약을 내리는 것이었으니 왕세자의 교육을 맡은 책임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서연관의 자격 요건 또한 까다로웠는데요. '경국대전'에 의하면 서연관은 문신이어야 하고, 뇌물을 받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취한 자의 자손이 아니어야 했습니다. 선발 과정에서 부모 양측 4대 위의 조상들까지 조사했다고 하네요. 적임자의 경우 다른 관직에서의 임기가 만료되지 않았더라도 선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왕세자의 스승들은 어떤 대우를 받았을까요? 서연관은 왕세자를 가르치는 만큼 많은 혜택을 받기도 했습니다. 중앙 관리의 경우, 매년 두 차례에 걸쳐 근무 성적을 평가해 승진과 면직을 결정하는데 서연관은 이 규정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또한 이들에겐 직급을 뛰어넘어 승진하는 일이 수월했습니다. 실제로 세종을 가르쳤던 이수는 서연관의 자격이 아니었음에도 세종이 왕위에 오른 후 정3품 당상관인 승지로 발탁되었습니다. 예종은 파직 당한 스승에게 관직을 주기 위해 특별히 기관을 설치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미래의 왕을 가르쳤던 만큼 그 대우도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 세자의 친구 될 자격
▲사진4 또래와 어울리는 왕세자 이미지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는 공주의 친구인 '예동'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인 연우가 민화공주의 예동자격으로 궐에 들어와 세자와 만나게 되죠. 일반 백성들이 자연스럽게 또래 친구들과 어울렸던 것과 달리 왕실의 자녀들은 인위적으로 붙여준 또래들과만 어울릴 수 있었습니다. 사대부의 자제나 일반 백성 중 준수한 자를 엄격히 선발해 함께 지내고 공부했죠. 이는 학업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대인관계를 넓히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훗날 왕위에 올랐을 때 올바른 인재등용을 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도록 한 것입니다.
◎ "통(通)이오~!" 매일매일 시험 스트레스
▲사진5 비현각 내 세자가 공부하던 자리
왕세자도 시험은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이전에 배운 것을 확인했으며 수시로 책을 덮고 전날 배운 것을 외우게 했습니다. 공식적인 시험으로는 '고강'이 있었는데 고강은 과거 응시자들이 보는 구술시험과 성균관에서 실시하는 정기시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고강'이 치러지는 방식은 KBS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에서 일부 재연되기도 했는데요. 감독관이 경서의 글귀를 써넣은 대나무쪽을 통에 넣어 뽑게 합니다. 이렇게 뽑은 글귀를 해석하는 것이죠. 어느 글귀가 나올지 모르니 책 한권을 통째로 외워야 시험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시험성적은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4등급으로 매겨졌습니다. 통(通)은 우수하게 통과했음을 뜻하고 약(略)은 두 번째, 조(粗)는 세 번째, 불(不)은 낙제였습니다. 시험은 5일에 한 번 실시되었고 성적은 장부에 기록되었죠. 성적은 곧바로 왕에게 보고 되었다니 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을 듯 합니다.
◎ 세자의 극기훈련, '심신수련법'
심신수련법은 왕세자를 왕의 재목으로 다듬기 위해 반드시 실시했던 절차였습니다. 대표적인 교육과정으로는 인두수련법과 사신수련법, 지식법 등이 있습니다. 인두수련법은 크게 소리내어 책을 읽고 암송하는 것으로 음률에 맞춰 몸을 좌우로 흔들도록 했습니다. 매우 많은 노력이 필요한 수련법으로 인두수련법에 능한 왕자의 경우 경서 한 권을 통째로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암송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사신수련법은 신체를 단련하는 교육법입니다. 사지를 강화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건식과 습식 피부마찰을 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눈으로 온몸을 비볐으며 영하의 혹한에도 홑바지저고리만 입고 극기 훈련을 하였습니다. 심지어 야간훈련까지 하며 담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지식법은 정신집중을 위한 호흡법을 말합니다. 왕세자가 세수할 때 옻칠을 한 함지에 소금물을 타 거행했는데 이 함지에 귀만 막고 머리 전체를 담가 숨을 참는 것입니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소금물이 콧속으로 들어가 아리거나 쓰라렸죠. 심신수련법의 최종 목적은 시련을 이겨내기 위한 것으로 비밀리에 진행되었습니다.
▲사진6 옥좌
왕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무색하게 왕이 되기 위한 과정은 만만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식과 덕을 쌓으면서 혹독한 방법으로 심신수련까지 해야 했으니 말이죠. 왕위에 오른다는 것은 막중한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왕세자 교육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것이었죠. 결국 왕세자 교육은 엄격한 훈련을 통해 왕의 자질을 키우는 과정이었습니다. 교육기관과 내용, 교수 및 학습 방법, 교재까지 미리 정해져 있는 맞춤 교육인 것이죠. 이만큼 혹독한 왕세자 교육이 있었기에 조선 왕조가 500년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30만 건의 문화원형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 문화콘텐츠닷컴 www.culturecontent.com
▶ 더 많은 조선 왕세자의 공부방법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http://2url.kr/Yq7
이 기사는 2004년 한국곤텐츠진흥원의 <조선왕조 아동교육> 프로젝트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 모든 사진은 문화콘텐츠닷컴 <조선왕조 아동교육>에서 사용했습니다.
'상상발전소 > KOCCA 행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중문화예술상] 빛나는 수상자들을 위한 ‘헌정무대’ (0) | 2013.11.22 |
---|---|
[대중문화예술상] 올 한해를 빛낸 대중문화예술인은 누구? (0) | 2013.11.22 |
[글로벌콘텐츠센터] ‘두리뭉실 뭉게공항’ 해외 진출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0) | 2013.11.19 |
[문화원형스토리] 제중원에서 세브란스까지, 근대 병원 이야기 (0) | 2013.11.18 |
[문화원형스토리] 우리 밤하늘 속 별자리 이야기 (0) | 2013.11.13 |
하늘을 향하여! 공군참모총장배/대한항공 비행시뮬레이션 대회 (1) | 2013.11.13 |
[글로벌콘텐츠센터] 스마트 콘텐츠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0) | 2013.11.08 |
[문화원형스토리] 얼굴이 말해주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 (0) | 2013.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