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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KOCCA 행사

부산영화제 ‘新話창조 프로젝트 피칭’ 참가기

by KOCCA 2013. 10. 29.


 

※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최한 ‘2013 新話창조 프로젝트 피칭’행사를 참가한 ‘2012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작 당선작가인 권유선 작가의 참가기입니다. ‘2013 新話창조 프로젝트 피칭’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수상작품 중 영화화 혹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가능한 작품을 선정, 부산영화제 기간 중 투자자, 제작사 등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행사입니다.

 

 

내게 ‘부산 영화제’ 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을 거니는 스타들과 감독들. 그리고 평소 접하기 힘든 영화들과 개봉 이전의 화제작들을 누구보다도 먼저 접할 수 있는 특권의 공간 정도였다. 하여, 처음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전, 신화창조의 수상자 중 한명으로서, 10월에 부산영화제에서 제작 및 투자 유치를 위한 피칭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에도 그저 남 얘기 듣듯 했다.

 

더군다나 컨설팅을 받는 과정에서 하늘을 나는 13세 소년이 주인공인 패밀리 판타지라는 말에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투자금이 많이 들어갈 작품이라 실사든 애니든 영화는 힘들 것이라는 일종의 ‘사형선고’를 받았던 터라, 더욱 그랬다.

그런데, 뭐든 기회가 주어지면 부담 없이 경험해보는 게 좋지 않겠냐는 누군가의 조언으로,

‘에라 모르겠다, 내가 낸 세금으로 놀러나 가자!’ 라는 불순한 생각으로 피칭 행사를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사진1 팀 회의 중인 멤버들

 

그런데, 정말 기대도 안 했는데, 운영팀은 물론 피칭 멘토님까지...

너무나 유능하신 분들을 만나 뵐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또, 그 분들이 내 작품에 불어넣어주는 긍정적 에너지를 받으면서 점점 잘 해봐야겠다는 설렘이 한 구석에서 싹 트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일은 일단 시작하면 쉽지 않은 것! 지금껏 PPT 작성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PPT 문서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 대학 이후로 끊고 살았던, 남 앞에서 나와 내 분신을 소개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끙끙대느라 정작 작가로서 글은 손도 못대는 상황. 후회, 후회, 후회...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결국 팀은, 피칭 하루 전날 부산에 내려간다.

이상하게도 벡스코에서 내가 서야 할 무대를 만나는 순간부터 후회라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설렘과 두려움이 가득 찼다.

고 3때도 7~8시간의 수면을 확보하고 첫사랑과 이별한 후에도 12시간을 자던 내가,

위가 틀린다는 핑계를 대며 새벽 3시부터 깨어 밤잠을 설쳤다.

 

사진2 '2013 新話창조 프로젝트 피칭' 이벤트홀 입구

 

드디어 피칭 시간. 250석이 가득 메워지고, 구름떼처럼 서 있는 뒤쪽 사람들을 보자니,

머릿속이 하얗고, 1시간 전에 먹어두었던 청심환도 소용없이 온몸이 가늘게 떨렸다.

『백일 청춘』의 정해연 작가, 『수호자』의 최슬기 작가, 그리고 내 차례.

 

 

사진3 피칭 중인 권유선씨

 

무대에 오른 난, 여전히 백지 같은 머릿속에 당황했지만, 그 동안 중얼거리며 내용을 숙지했던 내 입이 자동으로 알아서 이야기를 해나갔다. 서서히 같은 팀 사람들의 응원이 눈빛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나중엔 이야기를 경청하는 사람들의 숨결이 몸으로 전달되었다. 막판엔, ‘그래. 내 얘기를 사람들에게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그 반응을 느끼면 되는 거야...’ 라는 생각과 함께... 피칭은 마무리되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말 그대로 경청해준 모든 사람들이 그저 감사해... 절로 흘러나왔다.

 

인사를 하고 무대에서 내려오자, 잘 했다고 잡아주던 팀원들의 따뜻한 손...

『폭풍』의 조용득 작가, 『붉은 말의 켄데바이』의 조은영 작가, 그리고 우리 팀의 히어로우, 『반인전』의 신동익 작가님까지...!

피칭 모두가 성공적이었다!

 

작년 겨울, 눈보라를 헤치며 참석했던 시상식 때의 감동 이후... 줄곧 잊고 있었던 감동이 다시금 몰려왔다. 사람들 모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서로를 축하했다. 이어지는 행사에서 몸은 천근만근인데, 말 그대로 행복! 숙소로 들어오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다.

 

다음 날, 신청하는 사람이 한 팀도 없으면 어떡하나 싶어 아는 사람까지 동원하려 했던 비즈니스 미팅. 예상외로 많은 미팅이 들어와서 놀라고 감사했다. 다른 작가들도 모두 미팅 폭풍에 밥도 굶어가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내 일이 아닌데도 그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이 느낌은 도대체 뭘까... 한참을 고민하기도.

 

드디어 공식 일정이 끝났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을 만나고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지난 3박 4일을 돌아보니, 말 그대로, 인생에 몇 번 없을 축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직 영화인이 아니라 몰랐었는데...

 

부산영화제는 영화인들이 1년 동안 체력 관리했다가 일주일동안 밤을 세워가며 신나게 노는 영화인들의 축제라고 한다. 앞으로 당당한 영화인으로서 이 축제를 계속 즐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분명한 건, 그 시작은 그 누구보다도 멋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화창조와 이를 통해 만나게 된 모든 분들은 내게 오랜 시간 빛이 바래지 않을 보석 같은 선물일 것이다.

 

사진4 '2013 新話창조 프로젝트 피칭' 참여자 단체사진

 

이제, 2013년 스토리공모대전 발표가 얼마 남지 않았다.

1년 후에 또 다른 분들이 이 경험을 하시리라...

결코 쉬운 작업이라 할 수 없지만, 분명 경험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라고 믿는다.

그게 추억으로 남든, 실질적인 결과로까지 이어지든. ^^

 

신화창조 홧팅! 참, 이 자리를 빌려 피칭멘토 김선구 PD님과 그림을 그려주신 김예리씨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잊지 못할 은인이십니다!

 

 

◎ 권유선 작가 (2012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작 『날개족 전사 우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