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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KOCCA 행사

[문학]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by KOCCA 2013. 7. 25.

 

▲사진1 소설 <흡혈귀>

 

 

소설가 김영하는 1995년 대중문화평론지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96년에는『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제 1회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했고, 1999년에는 「당신의 나무」로 제 44회 ‘현대문학상’도 수상했답니다. 놀랍게도, 그의 단편소설집과 장편 소설집들은 현재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의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고 하네요.

 

▲사진2 김영하 소설

 

▲사진3 소설가 김영하

 

김영하의 대표적인 문학적 특징은 환상성입니다. 그가 작가로 활동한 1990년대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로 포스트모더니즘이 성행하는 시기였는데요. 김영하 작가는 서구의 이성주의와 합리주의 사조에서 벗어나 그것들이 초래하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문제점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또 그는 작품에서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한 환상적인 세계를 구현함으로써 이성주의와 합리주의로 대표되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작품에 드러난 환상성은 그의 작품과 후기 자본주의 시대 및 포스트모더니즘을 시대를 읽어내는 중요한 열쇠가 된답니다.

 

그의 문학적 특성은 작품 『흡혈귀』에서도 예외 없이 드러나는데요. 서사구조 측면에서 소설 『흡혈귀』는 액자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작품 서사구조는 그의 문학적 특성인 환상성을 구현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되는데요. 소설에는 소설가 김영하 자신이 화자로 등장하는데 소설가 김영하는 실제 인물도 아닌, 허구 인물도 아닌 상태에 있음으로써 편지로 보내진 사연을 현실감 있게 하죠.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편지 밖과 편지 안의 구조로 전개됩니다. 편지 안에서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는데요. 한 가지는 작가 김영하에게 우편물을 보낸 김희연이라는 여성이 자신의 남편을 흡혈귀로 의심하는 이야기와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전개되는 남편의 흡혈귀 영화 시나리오입니다. 편지 밖에는 작가 김영하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 소설은 크게 여성의 이야기, 영화 시나리오 이야기, 작가 김영하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죠. 작가는 소설과 현실의 사이를 넘나드는 서사구조로 소설과 현실의 구분을 애매하게 합니다. 소설 속에 현실이 나오고 그 현실이 다시 전체 소설에 포함되는 과정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죠. 현실이 소설이 되고, 소설이 현실이 되며, 소설과 현실의 관계가 소설이 되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현실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여러 소설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진4 책 <흡혈귀>

 

다음으로 김영하는 작품에 ‘흡혈귀’라는 환상적 존재를 직접 등장시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데요. 여기서 등장하는 흡혈귀는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모습과 다릅니다. 많은 영화와 소설에서는 흡혈귀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고 피를 빨아 생명력을 얻어 영생을 얻는 존재이지만, 이 소설에서 흡혈귀는 흡혈의 본성이 거세된 무력한 존재로, 죽음과 소멸을 예찬하고 허무주의에 빠져있으며 현실의 삶에 흥미가 없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나옵니다.

 

후기 자본주의 시대는 이성주의, 합리주의 아래 야성, 본성, 충동, 망상, 환상, 광기, 무의식과 같은 가치들이 배제되었는데요. 그 결과 흡혈귀들은 사회의 질서와 기준에 적합한 존재가 되기 위해 본성을 포기하고 지하 어둠 속에 숨죠. 이 소설에서 흡혈귀로 등장하는 남편 또한 이러한 이유로 야성적인 욕망을 거세한 채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잃어버린 흡혈의 본성을 자신의 시나리오 속에 등장시켜 흡혈귀를 통해 형상화해요.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흡혈귀들은 현실 속에서 무력하게 살아가는 남편의 분신인거죠. 현실에서 남편은 자식 낳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분신을 만들지 않지만 허구의 세계, 시나리오 안에서는 분신을 만들어내요. 시나리오 속의 흡혈귀는 정신병원에 갇히지만, 그 병원 사람들 전체를 자신이 흡혈귀라고 믿게 만들며 그들은 음지에 숨어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세상에 맞서요.

 

▲사진5 김영하의 흡혈귀 포스터

 

시나리오 속의 흡혈귀는 욕망이 거세된 채 무력하게 살아가는 남편의 무의식적 욕망을 드러내요. 이처럼 흡혈귀는 현실 장벽에 부딪쳐 진정한 욕망과 본성을 무의식 속에 묻어두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해요. 작가는 흡혈귀를 통해 허구 안에서만 숨겨진 욕망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 대해 현실을 비판하고 있죠.

 

 

▲사진6 두드림에 출연한 소설가 김영하

 

 

◎ 사진출처

- 사진1,4 블로그 <모모>

- 사진2 문학동네

- 사진3 SBS 컬쳐클럽 

 - 사진5 김영하의 흡혈귀 포스터

- 사진6 두드림 방송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