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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더욱 탄탄한 스토리로 무장하고 돌아온 '흑과 백의 전사'

by KOCCA 2011. 7. 4.


1편, 한국 동원 관객 700만 명 2편, 2011년 7월 기준으로 500만 명 돌파.
총 1,200만 명의 관객을 매료시킨 ‘흑과 백의 전사’가 돌아왔다.

전작에 이어 더욱 강력한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로 돌아온 <쿵푸팬더2>. 웅장한 스케일과 다이내믹한 캐릭터 설정으로 사랑받고 있는 <쿵푸팬더2>의 스토리 감독 필 크레이븐을 만나 드림웍스 SKG만의 강력한 스토리텔링과 제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콘텐츠피플을 통해 <쿵푸팬더2>의 스토리 감독으로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저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3,000 마일(약 4,800km)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미술을 좋아했고 특히 애니메이션을 너무나 사랑했습니다. 그 사랑이 지금까지 이어져 애니메이션은 제 삶의 일부가 되었지요. <쿵푸팬더1>에 참여하고 <쿵푸팬더2>의 스토리 총감독을 맡은 것은 정말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는 그동안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수많은 작품들에서 스토리 아티스트로 경력을 쌓고 처음으로 <쿵푸팬더2>로 스토리 총감독(헤드)를 맡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큰 부담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제 목표는 제니퍼 여 감독과 같은 애니메이션 총감독입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존경하는 멘토이자 친구인 제니퍼 여 감독과 친밀하게 일할 수 있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전작 <쿵푸팬더1>이 매우 성공적인 작품이었기에 <쿵푸팬더2>를 제작하는데 있어 부담감 또한 상당했다. 그래서 그는 <쿵푸팬더2>의 스토리 팀원을 구성하는 것부터 전작인 <쿵푸팬더1>의 감각적인 면과 스타일을 잘 이해하는 작가들로 엄선해 팀 구성에 최선을 다했다.


“스토리 팀 구성원을 만드는 데에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어떤 아티스트가 그 장면에 적합한지를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팀 구성원들도 바뀌었습니다. 주로 5명~8명의 아티스트가 한 팀으로 구성되고 참여한 스토리 전체 인력은 40여명정도 됩니다. 팀플레이에 있어서는 각 팀원들 간의 소통과 민감성을 잘 조화시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장점은 수많은 신규 아이디어들이 여러 스토리 아티스트로부터 쏟아져 나온다는 점이지요. 만약 이 모든 과정을 한사람이 한다면 복잡한 영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가장 어려운 점은 모든 스토리 아티스트들이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장점을 가장 잘 살려 이야기를 채택해 의견을 조율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쿵푸팬더2>는 주인공 포가 자신의 과거 기억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는 매우 상투적이고 고전적인 감성으로 통한다. 자칫하면 식상한 스토리가 될 수 있는 소재를 그만의 차별점으로 전개해 나갔다고 한다.  “저는 아무리 상투적이고 고전적인 이야기라도 항상 그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을 끌어낼 수 있는 소재, 힘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도리어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장점이 많다고도 생각해요. 고전적이라는 것은 다른 시각으로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본인만이 간직한 유년시절의 연약함은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을 ‘포’라는 캐릭터의 유년시절을 통해서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포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을 독특하게 표
현함으로써 영화의 흥미를 더 살리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말이지요.”

강한 캐릭터가 강한 스토리를 만든다


쿵푸팬더는 시리즈물로 전작과 후속작을 관통하는 코드가 존재함과 동시에 2편만의 재미와 개성, 독립성 또한 고려되어야 했다. 그는 두 영화상의 공통점과 차이점, 상반되는 두 요소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라고 전했다. “1편에 이어 속편을 만들 때 전편에서 설정되었던 각 캐릭터들의 특성과 독특한 개성들이 주는 유머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독특함이 변화하는 것도 보여주어야 하지요. 예를 들면, 1편보다 2편에서의 ‘시푸’는 참을성이 있고 더욱 성숙한 캐릭터로 표현이 됩니다. 하지만 포의 돌발적이고 엉뚱한 행동에는 여전히 짜증스런 예전의 모습을 보이지만 이전보다는 성숙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모습은 1편의 캐릭터와 일관성을 유지하되 새로운 캐릭터로서 갖는 차별성이겠지요. 또 다른 예로는 1편에 나왔던 매우 긴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는 포의 모습을 2편에 공작의 성에 재등장시켜 1편에서의 기억을 관객들로 하여금 불러올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1편에서 몇 가지 유사점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새로운 장면과 재미를 많이 만들어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더욱 깊게 표현하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유명한 배우들이 성우로 참여해 실사 영화 못지않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며, 실제로 특정 배우를 염두 해 두고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야기 안에서 캐릭터를 만들어낼 때 실제의 배우를 염두 해 두고 만드는 것이 캐릭터의 몰입도나 완성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걸까?

“잭 블랙과 같은 유명한 배우를 쓰는 것이 영화마케팅에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이야기 속에서 얼마나 포의 캐릭터가 잘 묘사되느냐가 중요합니다. 포의 캐릭터가 잭 블랙에게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에 포의 캐릭터를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배우였지요. 포의 캐릭터를 개발할 당시 잭 블랙의 성격을 그대로 표현하는 캐릭터를 만들기를 원했었고 잭 블랙의 성우 캐스팅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냈습니다. 이와 다른 예로 시푸는 캐릭터를 먼저 개발하고 여러 후보들 중에 최종적으로 더스틴 호프만을 성우로 캐스팅 했습니다. 성우가 시푸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하기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지요. 그 밖에 유명한 배우가 아니어도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연출해 성공적인 캐스팅으로 평가받는 반면, 유명한 배우를 캐스팅해도 영화의 성공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캐릭터와 목소리 연기자 즉 성우의 밀착도도 영화의 완성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할리우드의 문을 넘어 한국 애니메이션 인더스트리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명가로 자리 잡은 드림웍스 SKG 스토리텔링 팀만의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라는 답이 돌아왔다. “드림웍스 최고 스토리텔링은 각각의 개성 있는 캐릭터들에 기반을 둡니다. 이것은 어떠한 구성이나 스페셜 이펙트, 다이내믹한 액션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개성 있는 캐릭터가 그 특성에 맞추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하려고 하는지를 잘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요. 스토리란 독특한 주인공이 그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입니다. 강한 캐릭터가 강한 스토리를 만들게 되지요. 따라서 좋은 스토리는 좋은 캐릭터에서 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좋은작가의 사전엔 ‘포기’란 단어는 없다

그가 개인적으로 글을 잘 쓰기 위해 강조하는 부분은 인물에 대한 통찰력과 공감이다. “‘좋은작가’는 인간의 본성과 심리에 대한 깊은 관찰력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의 행동에 어떻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작가가 타인을 공감할 수 있어야지만 가상의 캐릭터를 그럴듯한 감정으로 말이나 그림 또는 말과 그림으로 동시에 표현해 낼 수 있습니다. 무엇을 쓰거나 그려서 다른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항상 작가는 자신의 표현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또한 관객의 반응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요. 관객이 의도한 방향대로 반응하지 않았다면 왜 그랬는지를 연구하고 반드시 가상공간의 캐릭터뿐만이 아니라 관객의 생각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좋든 나쁘든 다양한 장르의 책과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왜 좋은지, 왜 나쁜지를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어야 좋은 작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작가는 능동적이어야 하고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쿵푸팬더2> 주인공 포가 과거의 기억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자아를 찾아가듯 필크레이븐 감독이 드림웍스 안에서 혹은 더 나아가 기나긴 애니메이션 여정 속에서 어떠한 자아를 찾아갈지 궁금해졌다. “<쿵푸팬더1>과 <쿵푸팬더2>에서 제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점은 진실한 사랑은 무조건적이며 나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입니다. 이 점은 쿵푸팬더 시리즈에서 포와 다른 캐릭터들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쿵푸팬더1>에서는 포가 타이렁과 싸우며 시푸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시푸 또한 자기 학생들과 계곡(마을)을 보호하기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쿵푸팬더2>는 양아버지가 포를 돌보며 용기를 주기 위해 자신의 삶 전부를 어떻게 희생하는지를 보여주고 포의 과거를 통해 포를 위해 치러졌던 위대한 희생들이 밝혀지게 됩니다. 이런 무조건적인 사랑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하고 의미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스토리를 통해서 관객과 공감하고 싶은 사랑을 보여줍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사랑에 대한 주제를 통해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또한 스크린에서 사랑스런 캐릭터들이 나와서 다양한 모험과 유머를 통해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제가 포와 함께 모험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듯이 관객들도 함께 이야기에 공감했으면 합니다.”

한국의 덥고 습한 날씨가 오히려 고향을 생각나게 해서 힘들기보단 친숙함이 든다고 전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본인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필 크레이븐 스토리 감독. 다음에는 애니메이션 총감독으로 돌아온 그와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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