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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한 눈에 살펴보는 <BIFF 총 정리>

by KOCCA 2012. 10. 22.

 

부산국제영화제의 2011년은 '시즌 2'를 선언한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새로운 시즌의 프롤로그는 앞으로의 기세등등한 성장을 암시하며 무사히 완결 되었고, 2012년은 부산국제영화제의 본편이 되었는데요.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안으로는 튼튼해지고, 밖으로는 무섭게 자라났음을 입증했습니다. 짜릿하고 흥겨웠던 부산국제영화제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지금, 올해 BIFF가 어떠했고,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으며, 성장했음을 나타내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되짚어 보며 정리 해 보았습니다.

 

 

1. 영화제의 꽃, 개·폐막작

 

 

#개막작 _ 10월 4일 PM 7,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

콜드 워 / 렁록만, 서니 럭 / 2012 / Hong Kong, China / 102min

 

홍콩 영화계의 가장 큰 손인 제작자 빌 콩이 발굴한 두 명의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은 <콜드 워>가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불꽃을 쏘아 올렸습니다. 렁록만 감독은 미술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활약해온 베테랑이며, 서니 럭 감독은 조감독으로 경력을 다졌습니다. 렁록만 감독과 서니 럭 감독이 합심해서 쓴 시나리오는 빌 콩의 눈을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영화는 경찰 조직 내의 내통자로부터 실마리를 풀어가는데요. 내통자의 목적은 불분명하며, 이 점이 <콜드 워>를 뛰어난 범죄 영화로 완성시키는 트리거입니다. <콜드 워>는 선과 악의 대립 구조로부터 벗어나 인간 내면의 욕망과 양심을 심도 있게 고찰하는 심리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폐막작 _ 10월 13일 PM 7,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

텔레비전 / 모스타파 파루키 / 2012 / Bangladesh / 106min

 

부산국제영화제는 글로벌 영화제를 선언하며 세계의 영화를 굴착해내고 있습니다. 그 선연한 증거가 바로 폐막작인 <텔레비전>.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선보인 바 있는 세 번째 장편영화 <제3의 인생>으로 아부다비국제영화제와 로테르담영화제, 티뷰론국제영화제, 다카국제영화제 등에서 호평받은 방글라데시의 모스타파 파루키 감독의 신작인데요. 이슬람적 종교관, 세대 간의 간극, 전통과 현대화, 가족의 사랑 등 광범위한 이야기가 신랄한 풍자로 그려집니다. 부조리해 보일 정도로 극단적인 이슬람 주의자가 마을 지도자로 있는 마을에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텔레비전이 등장하며 일어나는 충돌과 화해를 헛웃음 나는 부조리극으로 펼쳐냈습니다. 뉴 방글라데시 시네마의 등장을 알리는 풍자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2. 세계적인 호평작을 국내 최초, 먼저 만나다!

#From Cannes

 

 

아무르 / 미하엘 하네케 / 2012 / France, Germany, Austria / 127min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독일의 거장 감독 미하엘 하네케에게 2009년 <하얀 리본>에 이어 또 한 번 황금종려상을 안겼습니다. 신작 <아무르>가 그 수상작입니다. 반신불수가 된 아내를 돌보는 남편의 희생적인 사랑을 통해 노부부가 겪는 말년 삶의 의의를 던지는데요. 몸짓과 눈빛으로 많은 말을 하는 시적인 영화라고 합니다.

 

 

리얼리티 / 마테오 가로네 / 2012 / Italy, France / 115min

 

나폴리의 생선 장수는 아내와 함께 사기나 치며 푼돈으로 생활을 꾸리는 소시민입니다.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인 그가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게 되면서 자본주의의 광마가 되어갑니다. 이탈리아의 차세대 거장으로 꼽히는 마테오 가로네의 작품으로 2012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From Berlin

 

시저는 죽어야 한다 / 파올로 타비아니, 비토리오 타비아니 / 2012 / Italy / 76min

 

노령의 형제 감독, 파올로 타비아니와 비토리오 타비아니는 이 영화로 제 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금곰상을 챙겼습니다. 로마의 한 교도소 극장에서 수감자들이 연극 <율리우스 시저>를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요. 현실은 교도소와 비 현실인 연극 무대가 뒤섞이고 병합되는 과정이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바바라 / 크리스티안 펫졸트 / 2012 / Germany / 105min

 

독일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평가받는 크리스티안 펫졸트의 <바바라>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갑갑한 동독 사회를 탈출해 서독으로 가려는 여의사 바바라가 한 소녀와 교감하고 동료 의사와 사랑에 빠지는과정에서 겪는 변화를 무심한 표정과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3. 유지태와 윤은혜의 감독 도전기

 

일상을 영화 촬영 현장에서 살아가는 배우들에게는 어쩌면 연출에 대한 욕망이 본능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요? 그간 착실하게 감독으로서의 계단을 올라온 유지태의 첫 장편영화와 감독 꿈나무 윤은혜의 첫 단편영화가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마이 라띠마 / 유지태 / 2012 / Korea, South / 123min

 

<자전거 소년>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 <나도 모르게> <초대> 등 네 편의 중·단편 영화를 연출하며 감독으로서 차츰 성취해온 유지태가 첫 장편 영화인 <마이 라띠마>를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30대 남자, 그리고 코리안 드림을 품고 국제 결혼한 20대 태국 여성이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하네요.

 

 

뜨개질 / 윤은혜 / 2012 / Korea, South / 12min


가수와 배우로 활동한 윤은혜가 카메라 뒤에 선 것은 평생 처음이었을 것이다. 항상 카메라 앞에서 재능을 펼쳤던 그녀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상학과에서 영화를 공부하며 처음으로 영화를 연출했는데요. 제목은 <뜨개질>. 이삿짐을 싸다가 완성하지 못한 뜨개질을 발견한 한 여자의 서성임을 담았습니다. 잊힌 물건으로부터 이별을 기억해내는 마음의 흐름을 12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촘촘하게 다룹니다.

 

 

4. 부산국제영화제 최대의 화제작, 허진호 감독과 장동건의 <위험한 관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출신의 영화는 단연 <위험한 관계>였습니다. 이 영화를 '한국 출신'이라 표현한 것은 감독이 허진호이며, 남자 주인공을 장동건이 맡았다는 것 뿐. 이외엔 장쯔이, 장백지 등 모두 중국 배우가 출연해 중국에서 촬영했으며, 중국이 제작하고 중국이 투자한 명백한 중국영화이기 때문입니다. 1782년 군인 출신의 작가 피에르 소데를로 드 라클로가 유혹의 심리와 18세기 당시 퇴폐적인 사교계를 서간체로 써 내려간 소설 <위험한 관계>는 앞서도 여러 번 영화화 되었는데요. 영국에서는 글렌 클로즈, 미셸 파이퍼, 존 말코비치가 구도를 이룬 <위험한 관계>가 1988년 개봉되었으며, 할리우드에서는 1999년 라이언 필립과 사라 미셸 겔러, 리즈 위더스푼이 나서 <위험한 관계>를 재구성한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위험한 관계>를 조선 시대로 편입시키기도 했고요. <위험한 관계>와 중국의 매치는 이전의 영화와는 구분되는 이색적인 결을 타고났습니다. 배경으로 설정한 1930년대의 상하이는 원작에서 묘사되는 혁명 직전 프랑스의 퇴폐적인 상류사회와 평행 우주를 이루는 듯 똑 닮은 사교계 문화하고 있었던 때 입니다. 상하이의 퇴폐적인 사교계를 손에 주무르는 희대의 플레이보이 세이판(장동건), 돈과 권력을 모두 소유한 상하이 최고의 신여성 모지에위(장백지), 자선 사업에 전념하는 정숙한 미망인 뚜펀위(장쯔이)를 중심으로 한 향락과 욕망의 위험한 스캔들인 이 영화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는데, 상하이 사교계의 퇴폐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다고 하니 정말 기대되죠?

 

 

5. 일취월장 성장하는 BIFF! 2012 BIFF만의 달라진 점

 

#두 번 달아오르는 부산의 주말

다른 지역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부산을 찾는 관객들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었죠? 부산국제영화제의 주말은 두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 목요일에 시작해 13일 토요일에 끊났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주말을 끼고 9일 동안 개최되던 영화제 기간이 하루 늘어나 10일간의 두 번의 주말을 품었는데요. 상영작은 304편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게 주말을 끼고 영화제를 찾을 수 밖에 없는 타 지역 관객들을 배려한 변화라고 하네요. 뿐만 아니라 올해 시행 후 내년에는 주말 하루를 더 늘린 11일로 개최 기간을 하루 연장할 예정라고하니 더욱 핫한 BIFF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영화 보기 더 편리한 영화제

올해 8월부터 시행된 법률에 따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예매, 발권 시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예매 시 발급되는 예매번호만 알고 있으면 발권 창구에서 예매한 티켓을 배부 받게 되었지요. 또한 오픈 시네마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상영과 개·폐막식은 지정 좌석제로 운영되어 예매 시 구미에 맞는 좌석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정시 입장제도 올해는 상영 시작 후 15분 동안 입장이 가능하도록 완화되어 운영했습니다. (단, 상영 시작 후에는 지정 좌석을 보장 안함.)

 

 

#이상적인 상영관 동선

작년 영화제 때 선보인 영화의 전당을 본격적으로 가동했습니다. 영화의 전당은 상영관 뿐 아니라 소극장, 야외극장, 카페 및 레스토랑, BIFF 사무국을 한데 모은 대규모 영화 콤플렉스로 거듭났고, 이를 거점으로 CGV 센텀시티, 롯데 시네마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로 촘촘히 연결되는 이상적인 동선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센텀시티 소향 뮤지컬센터도 상영관으로 추가하고 동시에 부산국제영화제의 고향인 남포동에서는 전야제, 한국 고전 영화 상영 등을 마련해 또 하나의 즐거움을 추가 했습니다.

 

#본격적인 글로벌 영화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느 때보다도 진취적인 성향으로 세계를 끌어안았습니다. 개막식 사회를 중국 국적의 배우 탕웨이와 영화제의 단골 사회자인 안성기가 맡은 것이 그 신호탄 이였는데요. 개·폐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을 눈 여겨보면 BIFF의 고유 안목으로 좋은 영화를 발굴해내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합니다. 제3세계 영화의 특별전이 유독 강세인 점 역시 같은 맥락이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지원해온 세계 곳곳 영화인들의 신작 역시 결실로 돌아오고 있다니 참 뿌듯합니다.

 

 

이처럼 한국의 대표 영화제를 넘어서 세계로 널리 그 유명세를 퍼뜨리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앞으로도 나날이 발전해나가는 BIFF의 명성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