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가을의 어느 날, 100퍼센트의 단편영화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by KOCCA 2012. 10. 23.

 

스펙타클하고 화려한 영화들이 넘쳐나는 요즘, 극장갈 시간도 없어 여유를 느끼지 못하시다구요? 그렇다면 짧지만 긴여운을 주는 단편영화 어떠신가요. 추천할만한 몇 편의 단편영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거장의 단편영화

 


VINCENT (1982)
팀 버튼의 데뷔작. 그러나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연출과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데요. 스톱모션으로 기법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으로, <유령신부>와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뿌리라 볼 수 있습니다. 또래 친구들과 달리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좋아하고, 빈센트 프라이스라는 공포영화 전문 배우를 좋아하는 일곱 살 소년 빈센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팀 버튼의 유년 시절과 무관하지 않아 보여 더욱 반가운 이 영화. 배우 빈센트 프라이스가 실제로 나레이션을 맡아 훌륭한 목소리 연기로 공포와 유머가 적절히 섞인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나의 새 남자친구 (2004)

<8월의 크리스마스 (1998)>와 <봄날은 간다 (2001)>로 명실상부 대한민국 멜로 연출의 대가로 자리 잡은 허진호 감독의 단편.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11일 된 여자 윤진서는 인터넷에서 '실연의 아픔 탈출 성공기'를 검색해 실행해 옮기는데요. 머리카락을 자르고, 햇볕을 쬐고, 그와의 흔적을 지웁니다. 그의 전작 장편영화들이 워낙 대단해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 할 수는 없지만, 간결한 플롯과 텍스트를 따라 진행되는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단편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살린 작품인 것 같습니다.

 

 

졸업영화 (2006)
<은하해방전선 (2007)>으로 급부상한 윤성호 감독은 장편영화 이전에 <중산층 가정의 대재앙 (2002)>, <우익청년 윤성호 (2004)>, <이렇게는 계속 할 수 없어요 (2005)> 등의 단편영화로 이미 많은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그 중 제일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바로 <졸업영화>인데요. 대담하고 발랄한 여고생들의 대화라는 연관이 없어보이는 몇 개의 시퀀스를 '졸업영화'라는 타이틀 아래 연결했습니다. 기성 영화의 문법을 넘어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한바탕 놀이판을 벌인 느낌은 "레코드판 끄트머리의 여백을 채우기 위해, 스텝들이 함께한 음정박자 무시한 보너스 트랙"이라는 연출의 변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고 하네요.

 

# 신선한 단편영화

 

SIGN LANGUAGE (2010)
다수의 단편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되고, 수상한 작품인 이 영화는 런던 거리에서 광고판을 들고 상점을 홍보하는 남자 벤의 모놀로그로 진행됩니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지만, 오늘은 그의 마지막 출근 날. 짝사랑하는 그녀에게는 말도 못 붙여 봤으나 친구들의 깜짝 응원에 힘입어 그녀에게 다가가는 그의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보는 이의 마음까지 간질이는데요. 벤의 시선을 따라 흔들리는 카메라 워킹으로 담은 화면과 영상에 꼭 맞는 이 영화를 자주보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ARE YOU THE FAVORITE PERSON OF ANYBODY? (2005)
"Are You the Favorite of Anybody?" 라는 질문에 대한 세 행인의 대답을 담은 단편으로 한 명은 Yes, 한명은 No, 다른 한 명은 '이런 것'에 관심이 없다고 말합니다. 5분도 안되는 짧은 영상이지만 아마도 전 애인이라 답하는 여자의 미소와 너무도 확신하며 없다고 이야기하는 남자의 담담함은 오랜 잔상으로 남았는데요.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노희경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쌍둥이들 (2007)
어느 날 갑자기 여자친구 나영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봉남은 그녀를 찾아가 매달려 보려 하지만, 나영은 자신이 외모만 똑같이 생긴 쌍둥이 언니라고 소개합니다. 봉남은 그 말을 믿고 그녀의 집에서 머무르며 쌍둥이 언니와의 대화를 통해 나영을 이해하고, 무심했던 자신을 반성하는데요. 오랜 시간 함께했음에도 알아보지 못하고, 서로의 속내를 모르는 연인이 맞는 결말이 이러할까요?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몰입을 이끄는 작품이네요.

 

 

 

이렇게 몇 가지 단편 영화를 추천해드리게 되었는데요!!

날씨가 쌀쌀해진 가을~ 요즘은 가을이 없이 겨울이 온다고 할 정도로 가을이 금방 지나가게 되죠~
더 추워져서 가을을 느낄 수 없기 전에 추천해 드린 단편영화를 한 번쯤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