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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KOCCA 행사

이강토는 왜 각시탈을 선택했을까?

by KOCCA 2012. 9. 25.

 

 얼마 전 9월5일,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마다 온 가족을 TV 앞에 불러 모았던 KBS <각시탈>이 얼마전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강토와 슌지의 쫓고 쫓기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로 마음 졸이게 하더니 결국 오목단의 죽음과 슌지의 자살로 시청자들을 펑펑 울게 하며 드라마는 다소 비극적 결말을 맞았죠. 


 하지만 그 비극적 결말 속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각시탈>의 마지막 장면! 수천 명의 조선인들이 태극기를 들고 또 하나의 각시탈이 되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종로 경찰서로 향하던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드라마 스틸컷ⓒKBS&KBS미디어>


 비극 속에서도 독립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되었던 항일투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던 그 장면! 그런데 그 경외로운 하얀 물결을 보다보니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르더군요.  




 먼저 드라마 <각시탈>은 모두 아시다시피 동명의 원작 만화(허영만 작)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콘텐츠의 뿌리가 되는 문화원형으로서의 "각시탈"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이 질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우리 문화원형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문화콘텐츠닷컴

(www.culturecontent.com)을 찾았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현재 문화콘텐츠닷컴에는 각시탈에 대한 총 194건의 자료가 정리되어 있었는데요. 검색결과를 하나둘씩 살펴보니 의외의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각시탈은 하회별신굿탈놀이에 나오는 10여 등장인물 중 하나로, 현재 각시탈의 가장 오래된 원형이 국보 121호로 지정되어 국립 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점이죠. 


 하지만 국보로 지정된 수많은 탈 중에 왜 유독 “각시탈”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표 문화원형으로 자리 잡게된 것일까요? 이곳에서 어렵지 않게 첫 번째 '비밀의 열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 각시탈은 "하회마을을 지켜주는 동신으로서 무진생 성황님의 현신(顯神)"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각시탈이 새색시를 형상화한 모습임에도 아름답기보다는 두려움과 경외감을 주는 이유입니다. 


 또한 각시탈은 "토지와 마을을 수호하는 서낭신을 나타내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각시탈을 보려면, 산주가 제물을 차려놓고 고사를 지낸 다음에야 궤문을 열고 볼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다시 말해 각시탈은 마을의 수호신이자 경외의 대상이었던거죠!

 

이러한 각시탈의 문화원형 속에서 우리 민족이 어려움에 처한 순간 위풍당당하게 나타나 일본 순사들을 두려움을 떨게하며 사람들을 지켜주던 이강토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나요?

 

 하지만 보다 재미있는 두 번째 '비밀의 열쇠'는 바로 각시탈의 외형에 담겨있습니다.

  


 


 우리의 탈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탈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보듯 다양한 표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것의 비밀은 바로 이 부조화를 이루는 이목구비에 있답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역시 각시탈에서도 좌우로 비대칭을 이루는 눈매와 꾹 다문 입술 찾아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문화콘텐츠닷컴에서 설명하는 각시탈의 얼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각시탈의 눈매는 좌우가 짝짝이이다. (중략) 왼쪽에서 보면 각시는 다소곳한 눈매를 하고 있지만, 오른 쪽에서 보면 눈을 바로 뜨고 있다. 내리깐 눈은 각시에게 강요된 가부장적 질서 속의 제도적인 눈이라면, 바로 뜬 눈은 세상을 자기 눈으로 직접 포착하려는 각시 자신의 인간적인 눈이다. 그러므로 부조화를 이루는 두 눈은 각시의 처지를 가장 절묘하게 형상화한 진실의 눈이다."  


[하회탈의 조형미ⓒ문화콘텐츠닷컴]


 이처럼 짝짝이 눈은 각시탈을 만드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소곳해 보이는 내리깐 눈과 정면을 응시하는 눈으로 불평등한 세상에 대한 저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각시탈! 

 

 이러한 양면성은 드라마 속 이강토라는 인물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는데요. 목단을 사랑하는 인간적인 순수청년 이강토와 나라를 위해 각시탈을 쓰고 자신을 내던지는 영웅적인 모습의 이강토에서, 그리고 일본제국주의에 순응하며 사는 일본 순사에서 불의에 맞서 독립투사로 변모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런 양면성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다른 두 눈을 가진 각시탈은 가부장질서 아래 각시의 처지를 절묘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일제하에 두 인생을 살았던 이강토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시탈 얼굴에 담긴 비밀은 '꾹 다문 입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원래 각시탈은 완전한 탈 모양을 지니고 있지만, 드라마 <각시탈>에서는 반쪽짜리 모습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이강토가 각시탈을 쓸 때마다 그의 꾹 다문 입이 유독 눈에 들어왔는데요. 바로 이런 모습이죠.

 

< 이강토의 굳게 다문 입술! 이 모습은 곧 각시탈의 굳게 다문 입술과 

상당히 닮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KBS&KBS미디어>     


  이렇게 드라마 각시탈에서 꾹 다문 입술 강조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꾹 다문 입술이 힘든 현실에 대해 입을 다문 것이 아닌 입을 열고자 하는 아우성의 역설적 표현이기 때문이죠. 즉 각시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가부장 체제에 대한 저항의 마음을 역설적으로 꾹 다문 입을 통해 형상화한 것이죠. 이는 앞서 말한 각시탈의 두 눈만큼이나 일제강점기의 각시탈이 대변하는 조선인들의 마음을 잘 표현주고 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각시탈우리 민족을 지켜주는 영웅인 동시에 절대 권력 앞에서 고통 받는 민중의 두 가지 모습을 가장 잘 담고 있는 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강토가 그리고 각시탈이 다른 탈이 아닌 각시탈을 써야만 했던 이유가 아닐까요?

 

 자, 이제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결 되셨나요? 각시탈에 대해 열심히 살펴보고 나니 이제 그럼 다른 탈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여러분도 그러시다구요? 그렇다면 한번 시간 나실 때 문화콘텐츠 닷컴의 인기검색어 "탈"을 꾸욱 눌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럼 전 이만 물러가고, 다음시간에 더 즐거운 문화원형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