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
때는 바야흐로 1996년. 건축학과 새내기 승민(이제훈 분)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음대생 서연(수지 분)을 만나게 됩니다. 승민이 첫 눈에 반한 그녀는, 우연히도 동네 이웃이었습니다. 자기가 사는 동네에 대해 조사하라는 교수님의 고맙기 그지없는 과제(?) 덕분에 둘은 함께 동네여행을 하며 더욱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어리숙한 승민이 예쁘고 도도한 서연에게 자기 마음을 전하기란 쉽지 않은데요.
이룰 수 없었던 첫사랑에 대한 기억과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았던 그 시절 청춘들을 추억한 <건축학개론>은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지금의 30대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2012년 상반기 흥행작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복고'하면 영화 <써니>처럼 70년대, 혹은 80년대의 우리 '어머니'세대의 청춘들이 그 대상이었는데요.
<건축학개론>은 지금 30대의 그때 그 시절을 '복고'라는 이름으로 스크린으로 불러낸 거의 최초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무릎을 치며 '저때는 저랬지,'그 시절을 떠올렸던 분들이라면 반가워할만한 드라마가 지금 안방극장에 인기리에 방영중인데요.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이야기입니다.
1997년 부산을 배경으로 아이돌 그룹 H.O.T.의 열렬한 팬인 시원(정은지 분)과 원래 성격은 사포같이 까칠하지만 짝사랑 하는 시원앞에서는 맹물인 천상 부산남자, 윤제(서인국 분), 그리고 그 친구들의 이야기인 이 드라마는 90년대 말 청춘들이 뜨겁게 열광했었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세기말 청춘보고서입니다.
H.O.T., 젝스키스, DDR, 다마고치, PC통신 채팅방, 팬픽, 첫사랑, 수능...그 시절 청춘들이 한번쯤 겪었던 아픔, 한 번쯤 미쳤던 것들에 대한 꼼꼼한 묘사와 현재(2012)와 과거(1997년-1998년)을 오가며 애청자들의 혼을 쏙 빼놓는 연애 추리극까지. 종합선물세트같은 이 드라마는 지난 14일 케이블 TV에서 평균 시청률 3.25% 최고시청률 4.56%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 명실상부 2012년 여름의 '핫'한 콘텐츠로 등극했답니다.
지금부터 청춘보고서 <응답하라 1997>의 깨알같은 재미포인트를 소개해드릴테니,
아직까지 <응답하라 1997>에 빠져들지 않은 80년대 생 여러분들은 단단히 영업당할(?)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한류(韓流)라는 말이 최초로 등장하게 만든 그룹은 누굴까요? 동방신기? 2PM? 아닙니다.
한류라는 말이 최초로 등장한 건 2000년, H.O.T.가 중국 베이징에서 콘서트를 열었던 때였습니다.
중국언론은 그들의 콘서트 소식을 보도하며 우리 K-Pop이 중국에 상륙했음을 알리기 위해 '한류'라는 단어를 최초로 언급합니다. H.O.T.는 지금 활동하고 있는 모든 아이돌그룹의 원조와도 같은 그룹이면서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로 10대 소녀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그룹이기도 했습니다.
팬카페 최초로 다음카페 회원수 10만명을 돌파했으며 Club H.O.T.라는 이름의 공식 팬클럽의 숫자는 비공식 집계로 25만여명에 이른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 하죠?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 시원이도 바로 이 Club H.O.T.의 회원입니다. 반에서 꼴등해도 일주일 야자를
빠져가며 '토니'오빠를 위해서 곰인형 가슴에 십자수를 수놓는 열성 팬이죠.
이 못말리는 부산아가씨의 H.O.T.에 대한 열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그 때, 그 시절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그 '오빠'/혹은 '누나' 생각에 가슴한켠이 아련해집니다.
DDR을 아시나요? 그 풀네임 한 번 어마어마한 Dance Dance Revolution... 곧이어 등장한 '펌프'에 밀려 입지가 좁아지게 되는 이 댄스게임은 1990년대 말의 닌텐도 wii였습니다. 컴퓨터에 화살표가 그려진 매트를 연결한 후에, 게임을 구동시키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너도 나도 댄싱머신으로 변신하게 되죠. 제일 유명한 곡은<Butterfly>인데요. 듣기만 해도 어느새 1990년대 말이 느껴진다는 분이시라면, 이제 돌이켜 볼 '추억'이 있는 나이가 되셨다는 걸 인정하셔야 할겁니다 :)
DDR 이외에도 <응답하라 1997>에는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당시의 '잇'아이템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일명 '마이마이'라 불리던 워크맨, CDP, 삐삐, 지금과는 달리 모니터가 오동통한 486 컴퓨터... 스마트폰 하나면 음악도 듣고, 친구와 자유롭게 연락도 가능한 지금 보다는 가방이 훨씬 무거웠던 시절이었지만 마음대로 연락이 닿지 않기에 더욱 친구사이가 애절했고, 무작정 사들일 수 없기에 노래 '한 곡'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고, 인터넷이 느리고 답답했기에 더욱 사이버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신비감이 컸는지도 모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놀라운지, 그리고 반면에 잃게 된 것은 어떤 것인지 느껴보실 수 있으실 거에요.
소꿉친구 사이인 '시원'과 '윤제'. 시원이는 윤제를 그냥 친구로만 생각하지만 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윤제는 어느날 부턴가 천방지축 시원이를 좋아하게 되고 긴긴 가슴앓이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시원이의 친구 유정이는 그런 윤제를 짝사랑하고, 새로 온 전학생 학찬이의 마음에는 그런 유정이가 또 들어옵니다.
<응답하라 1997>속 청춘들은 97년도에 누군가를 뜨겁게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중이었습니다. 아직 어리고 서툴기에 화력조절(?)이 잘 안되서 더 아프고 힘든 그런 사랑말입니다.
드라마 속 '시원'의 말처럼 어른들은 열 여덟살이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 나이라고들 하지만, 열 여덟살 그들은 그 어떤 어른들보다 뜨겁고, 치열하고, 진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고 있는 사람과 알 수 있는 세상이 좁은 만큼 가까운 사람에게 받는 상처도 크고 기대도 컸으니까요. 그래서 일까요, 지나간 시절에 대한 '추억'을 담은 영화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첫사랑'이야깁니다. <써니>에서도 그랬고, <건축학개론>에서도 그랬죠. <응답하라 1997>의 청춘들의 짝사랑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매회, 드라마가 끝날때 마다 시청자 게시판은 후끈 달아오릅니다. 다름아닌 주인공 '시원'이의 남편이 누구냐는 문제로 말이죠. <응답하라 1997>은 2012년 현재 부산 광안고 동창회로부터 시작합니다. 이 동창회에서는 한 쌍의 커플이 결혼발표를 했고, 그 커플이 대체 누군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저 97년도에 일어났던 무수한 사건들 속에서 시청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찾아야 할 따름입니다. 저중에 대체 누구와 누가 결혼을 한단 말인가!!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시츄에이션 코미디 시트콤 <How I met your mother>에서 처럼 주인공과 이어지는 '그 누군가'가 존재하는 건 확실한데 그의 정체는 손에 잡힐듯 잡힐 듯 알려지지 않습니다.
매 화를 보면서 힌트를 찾아내는 재미, 그리고 이어지길 바라는 커플이 과연 성사될 것인가를 두고 간을 졸이며 보는 재미가 더해져서 <응답하라 1997>의 마수에 걸려드는 시청자들이 이렇게 많아졌는지도 모릅니다.
▲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스크린에서 시작된 복고 열풍이 브라운관으로 옮겨와 한층 세밀해진 묘사로 90년대 말 청춘들에 대해 써내려가는 보고서, 드라마 <응답하라 1997>. 97년에 10대였던 80년대 생들이 아니라도, 달콤 쌉싸름한 청춘들의 좌충우돌 성장스토리는 이 뜨거운 여름밤 한번쯤 열어봄직한 보물상자입니다. 때때로 웃고, 때때로 뭉클해지고 싶은 분들이라면 지금, 이 97년도 속 못말리는 청춘들에게 응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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