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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게임

앵그리버드(angry birds), 동화같은 상상력으로 폭력성을 소리없이 부수다

by KOCCA 2012. 2. 13.

 




 스마트폰 게임 중 가장 인기있는 게임은? 수많은 분들이 바로 '앵그리 버드'를 떠올리실 겁니다. 저도 1년 전 스마트폰이 없었을 시절, 팀장님이 점심시간에 자꾸 '앵그리버드'를 언급하시고 저희 대리님, 과장님마저도 앵그리버드에 푹~ 빠지셔서 종종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_- 또한 앵그리버드의 빨간 새가 캐릭터 상품으로 등장하거나 과자, 티셔츠, 심지어 짝퉁상품까지 등장하니 이 통통하고 작은 새의 인기가 얼만큼인지 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죠? 저는 늦게서야 앵그리버드를 즐기게 되었지만 앵그리버드는 확실히 '참신성'이란 무기가 얼마나 큰 힘을 지녔는지 알려주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그리버드는 매우 단순한 게임입니다. 지금은 보기 힘든 물건이 되었지만 새총에 새를 조준하고 발사시켜 적(돼지, 원숭이 등)을 부수는 게임입니다. 보통 4마리의 새가 제공되며 각기 다른 외모를 지닌 새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액션과 슈팅이 결합된 장르지요.  


 '액션'장르의 게임이라 하면, 주먹이나 총칼을 휘둘러 목표물을 때려 부수는 폭력성이 있는 게임을 떠올립니다. 슈팅게임도 마찬가지로 총으로 목표물을 부수는 걸 생각하죠. 과거 오락실에서 유행했던 게임의 성격이 무언가를 때리거나 죽여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쉽게 설명하자면, 폭력성을 전제로 한 게임이 인기를 끌자 그 후에 기획되는 게임들도 '쉽게 인기를 얻으려고' 비슷한 소재와 방식을 택한 것이죠. 한 마디로 인기영합주의가 첨단 무기와 사실적인 파괴묘사, 섹시한 여성이 등장하는 액션·슈팅 게임을 우후죽순 만든 셈입니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공군이 적을 쳐부수는 게 목표. 슈팅게임은
이처럼 '문명'으로 인간의 야만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 많다

무자비하게 적을 파괴하는 잔혹성과 노출이 심한 여성이 등장하는 등 액션 게임은 '마초성'을 대변한다


 앵그리버드는 흔히 떠올리는 액션이나 슈팅과는 다릅니다. 물론 성과를 정량화시키고 대상을 맞추는 건 게임의 본질에서는 벗어나지 않았지만, 스토리나 소재, 방법이 기존의 액션·슈팅과는 매우 차별화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 발상지가 게임천국 미국이 아닌 핀란드라는 점과 작은 벤처기업에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적극적인 지원 덕에 정상에 올랐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앵그리버드에는 화려한 그래픽도, 웅장한 사운드도 없습니다. 십수년 전 콘솔 게임을 연상시키는 그래픽과 작은 용량을 가진 게임입니다. 하지만 색다른 발상으로 주목을 받고 전세계 스마트폰 유저들을 매료시킨 문화콘텐츠이기도 합니다. 이 게임이 만약 여타 액션·슈팅 게임과 다를 게 없다면 지금의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그럼 다른 게임에서 갖지 못한, 앵그리버드가 갖는 참신함은 뭐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구요.


 첫째, 앵그리버드는 액션과 슈팅 게임이 지닌 폭력성과 파괴성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대체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의 폭력성을 비판하고, 특히 액션과 슈팅 게임은 다른 장르보다 폭력성이 많이 드러납니다. 인간은 게임에서 폭력성을 습득하진 않는다는 주장은 논외로 치더라도, 기존의 액션(대전격투 포함)·슈팅게임은 삼엄한 전쟁 혹은 철권같은 시대상을 배경으로 총으로 적을 쏘아 죽이거나 피비린내나는 복수를 진행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물론 연소자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많지만, 액션이나 슈팅 게임이 굳이 잔인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해야하는가 의문도 많았습니다. 이에 비해 앵그리버드는 자신들의 알을 훔쳐간 돼지에게 복수를 하여 장벽과 돼지들을 부순다는 내용으로, '복수'라는 건 비슷하나 마치 동화에서나 나올듯한 스토리입니다. 여기 나오는 새들은 총칼을 사용하지도 않고 아주 원시적인 무기 '새총'을 씁니다. 무력과 문명이란 무기를 휘둘러 자신의 권력에 종속시킨다는 야만적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어린이같은 발상으로도 충분히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임입니다.

                     어! 내 알이 어디갔지?


 둘째, 자칫하면 너무 단순해질 수 있는 게임 구조에 각기 다른 특성을 부여하여 스릴을 주었다는 점입니다. 앵그리버드에서는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동그랗고 빨간 새 이외에도 여러 마리로 분리될 수 있는 파란 새, 앞으로 돌진할 수 있는 노란 새 등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새들이 있어 전략을 짜는 재미가 더해졌습니다. 또한 장애물도 모양에 따라 내구성도 달라 어떤 새로 부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새총을 쓸 때도 각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가벼운 게임에 과학적 시스템까지 도입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창던지기 게임을 할 때 어느 각도로 던져야 가장 멀리 나갈까 고민하신 분들이라면 게임상의 성공 각도가 현실의 물리학을 충실히 반영했다는 걸 아실 겁니다.


                     


            

42~45도에서 가장 멀리 나간다는 거 기억하시죠? ^^;


 셋째,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다는 겁니다. 앵그리버드를 만든 ROVIO는 작은 벤처기업인데다 핀란드는 벤처기업의 인프라가 열약해 값비싼 광고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나 페이스북같은 소셜미디어를 택하여 게임 스토리나 방법, 새 버전을 자주 업데이트 할 뿐만 아니라 유저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게임에 반영하였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콘텐츠 뿐만 아니라 본질인 '쌍방향 소통'을 준수하였기 때문에 유저들은 앵그리버드를 신뢰하였죠.


 이 밖에도 누구나 좋아할듯한 귀여운 디자인, 재미있는 사운드도 앵그리버드의 인기 요인입니다. '아기자기한 게임'하면 일본 게임을 생각하지만 유럽의 유저들도 아기자기한 게임을 충분히 좋아할 수 있죠.


 문화콘텐츠(다른 분야도 그렇지만)는 특정 장르·스토리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시류에 편승하는 '인기영합주의'가 두드러지는 분야입니다(소녀시대가 잘빠진 다리를 강조하는 패션으로 인기를 얻으니 다른 걸그룹들도 하의실종으로 나가는 세태!). 게임도 마찬가지로 총으로 적을 쏴서 죽이는 게임이 인기를 얻자 많은 개발사들이 시류에 편승하였습니다. 하지만 '앵그리 버드'는 얄팍한 인기영합주의가 아닌 순수(?)하고도 창의적인 발상으로 독보적 인기를 얻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인기영합주의적 사고보단 참신한 발상이 절실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