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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KOCCA 행사

대구, 이제는 문화콘텐츠의 봄을 맞이할 때

by KOCCA 2011. 4. 19.
<대구, 이제는 문화콘텐츠의 봄을 맞이할 때>

 

     "대구에 문화콘텐츠가 있긴 해?"

 "대구에선 뭐하고 놀아요? 시내가 하나밖에 없다면서요?" 만 20년을 대구에서 살면서, 이제는 이런 질문에 익숙해질 법도한데 여전히 들을 때 마다 숨이 턱 막혀 옵니다. 정말 즐길거리가 하나도 없는 것일까요? 20년을 지내면서 확실히 얻은 한가지 답은, (멀리)있다는 겁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일부러 찾아 나서지 않는 이상 문화콘텐츠가 부재하는 것 처럼 보이는 도시, 대구. 그래서 오늘은 열심히 발품을 팔아보았습니다.





 

     예술전용 영화관, 동성아트홀

사실 대학 새내기였던 지난 1년간, 대구에 있는 모든 문화를 즐겨보겠다는 결심으로 여러가지 사고(?)를 치고 다녔습니다. 동성아트홀(클릭), 대구신택리지(클릭), 매거진 도발대구(클릭), 어색하지 않은 창고(클릭), 대구경북 맛집멋집(클릭)이라는 카페들을 거의 매일 방문했었죠. 
 
대구신택리지 카페와 관련해서는 지난 가을에 읍성 골목 풍경전에 참여했고, 도발대구에 올라오는 여러 전시를 관람하고, 어색하지 않은 창고에서 열리는 워크숍에도 참여해보았습니다. 대구경북 맛집멋집카페에 올라오는 맛집에는 수도 없이 찾아가보았죠. 그래서 이제 정복할 곳은 단 한 곳, 동성아트홀 뿐입니다. 오늘, 대구의 예술전용 영화관인 동성아트홀을 찾았습니다.





 

     '비주류'의 중심에 위치한 동성아트홀

 '비주류'라는 단어의 어감이 어떻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동성아트홀은 확실히 위치적으로 보나 상영하는 영화의 내용면에서보나, 비주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성아트홀의 주변에는 이제 주류의 자리를 동성로에 내 준 교동시장과 중앙시장이 있습니다. 예전에 교동시장의 까치분식과 중앙시장의 마산식당을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주인장들이 내쉬던 한숨이 새로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오늘 동성아트홀도 인터뷰했더라면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주류 자리를 내 준 한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겠지요.





 

     다양성으로 승부하다.

 그러나 비주류라는 것은 결코 나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가 아닙니다. 주류는 어떠한 형태로 획일화 되어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비주류는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어찌 밥만 먹고 살 수 있나요.





     다시 만날 그 날을 꿈꾸며, 굿바이 평양

오늘 관람한 영화는 양영희 감독의 <굿바이 평양>입니다. 30년간 평양과 오사카에 떨어져 살아야 했던 눈물겨운 가족사를 감독인 그녀 스스로가 카메라에 담아낸 작품입니다. 그녀는 러닝타임 내내 평양 조카 선화에 대한 애정을 살뜰히도 풀어냅니다. 영화 제목에서 노래의 한 소절이 울려 퍼지는 듯 합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거야 ...'

이 영화를 택한 이유는 순전히 콘텐츠에 대한 고민때문이었습니다. '문화'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옳은 것일까요? 아니, 이 질문 자체가 우스운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문화에 옳다/그르다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선두에 서겠습니다.

 1992년 개관부터 다양한 영화에 대한 선택권이 극도로 제한된 지역의 척박한 현실과 맞서 고군분투해 왔습니다. 동성아트홀이 예술영화와 독립영화 개봉의 선두에 서겠습니다.

 영화표의 뒷면은 잘 읽어보지 않는 편인데, 선두에 서겠다는 구절이 이렇게 사진까지 남기게 만들었습니다. 대구라고 말하면 놀 것도 없는 재미없는 도시가 아니라, 콘텐츠의 선두에 있는 도시로 떠올랐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의 '근대'

영화를 보고, 조선식산은행 자리에 개관한 대구근대역사관을 찾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중앙시장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대구는 국채보상운동, 2.28학생운동을 주도하며 근대역사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근대역사라는 콘텐츠가 대구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는 데 큰 축이 됩니다.





     이야기라는 콘텐츠가 있는 도시

 앞서 나왔던 동성아트홀과 대구근대역사관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영화와 역사에는 '이야기'가 흐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영화가 삶의 한 단편을 풀어주는 이야기라면, 역사는 한 시대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인 결과물이겠지요. 그래서 이제 대구에서 무얼 하고 노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구에선 이야기를 하고 놉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콘텐츠가 넘치는 더 큰 대구를 꿈꿉니다.






 

     나가며

오늘 경상감영공원에는 산수유가 예쁘게 피었답니다. 봄입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은 당연한 순리입니다. 대구에도 봄이 옵니다. 콘텐츠에도 봄이 옵니다. :-)






글 ⓒ 한국콘텐츠진흥원 블로그기자단 / 배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