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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현장취재

북유럽으로 떠나는 영화 여행. 4Th Swedish Film Festival

by KOCCA 2015. 11. 17.


매년 이맘쯤이면 우리를 찾아오는 영화제가 있는데요. 바로 스웨덴 영화제(Swedish Film Festival)입니다. 스웨덴 영화제는 올해로 4회를 맞았는데요. 작년까진 서울, 부산에서 개최됐던 것에서 광주가 추가되어 총 3도시에서 영화제가 개최되었습니다. 그 덕에 필자도 광주에서 스웨덴 영화제를 즐길 수 있었는데요. 가깝고도 먼 나라, 북유럽의 다채로운 삶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알아갈수록 더 알아가고 싶었던 스웨덴 영화제에 다녀온 이야기, 함께 살펴보실까요?



▲ 사진1. <그녀, 잉그리드 버그만>영화 스틸컷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대해선 알아도, 스웨덴 영화에 대해선 생소한 게 사실인데요. 알고 보면 우리가 봤던 영화 중에 스웨덴 영화가 꽤 많습니다. 작년에 개봉했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든가 ‘서칭 포 슈가맨’, ‘개 같은 내 인생’, ‘렛미인’ 등 우연히 한 번쯤은 들어봤던 영화들이 스웨덴 영화였는데요. 이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영화는 15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다수의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말리크 벤젤룰 감독의 ‘서칭 포 슈가맨’은 2013년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으며 스웨덴 영화의 힘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스웨덴 영화는 근 60년의 역사를 지녔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영화계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1910년대 후반부터 20년대 전반에는 무성영화시대에 스웨덴 영화의 황금기를 형성했고, 이후 마우리츠 스틸레르·빅토르 쇠스트림 등 명감독을 탄생시켰습니다. 위에 언급된 잉그리드 버그만뿐만 아니라 그레타 가르보라는 대스타도 스웨덴 영화 속에서 탄생하며 스웨덴 영화의 역사를 계승했습니다. 어둠과 빛이 골고루 조화되면서도 어둠과 빛이 모호하게 뒤섞이는, 신비로운 북유럽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운 자연의 묘사, 그리고 인간의 삶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신비적 주제는 스웨덴파(派)라 불리며 프랑스영화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최초의 스웨덴 영화는 1909년 스벤스카에서 제작되었고, 가장 유명한 감독으로는 잉그마르 베리만이라는 감독이 있는데요. 스웨덴 영화는 알프 쇠베리와 잉그마르 베리만 두 감독을 대표로 얘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루벤 외스트룬드와 리사 랑세트와 같은 젊은 감독들도 다양한 작품활동을 통해 영화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리사 랑세트는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플래쉬 포워드상을 수상하기도 했구요. 이번에 스웨덴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호텔>의 감독이기도 합니다.



▲ 사진2. 1·2·3회 스웨덴 영화제 포스터



그렇다면 이런 명감독들을 낳은 스웨덴의 영화, 그리고 스웨덴 영화제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길 텐데요. 스웨덴 영화제는 올해로 4회가 되었고, 주한 스웨덴 대사관과 스웨덴 대외홍보처가 주최하고 전 상영작은 무료로 상영된다고 합니다. 올해는 11월 4일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시작해서 12일 광주 ‘광주극장’에서 마무리됐으며, ‘새로운 인생(New Life)’이라는 테마로 총 8가지의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아래는 올해 상영했던 상영작 리스트인데요. 상영작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스웨덴 영화제 설명을 빌려와 얘기해드리겠습니다.

 

•스톡홀름 스토리, 2013, 카린 팔리엔 감독

•호텔, 2013, 리사 랑세트 감독

•돈 크라이 포 미 예테보리 , 2013, 몬스 몰린드, 비에른 스테인 감독

•동창회, 2013, 안나 오델 감독

•에고, 2013, 리사 제임스-라르손 감독

•베리만 통과하기, 2013, 휘네크 팔라스, 예인 망누손,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나의 프랑스 연인, 2013, 미아 엥베리 감독

•어떤 이혼, 2014, 카린 에크베리 감독

 

“스웨덴 영화 최고의 젊은 스타 배우들이 그려내는 5개의 기발한 스토리가 교차하는 개막작 <스톡홀름 스토리>를 비롯, 스웨덴 영화의 젊은 기수 리사 랑세트 감독과 세계적 라이징 스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두 번째로 함께 한 강렬한 심리 드라마 <호텔>, 스웨덴의 전설적인 뮤지션 호칸 헬스트룀의 음악이 빚어낸 판타스틱 청춘 음악영화 <돈 크라이 포 미, 예테보리>, 외모지상주의의 꽃미남이 사고로 시력을 잃은 뒤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는 로맨틱 코미디 <에고>, 자기 혼자 초대받지 않은 동창회에 나타나 왕따 주동자들과 대면하는 자전적 드라마 <동창회>, 거장 잉마르 베리만 감독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숨겨진 이야기들을 세계의 거장 감독과 배우들로부터 듣는 다큐멘터리 <베리만 통과하기>, 몇 년 만에 전화를 걸어온 옛 연인의 목소리로 되살아나는 파리의 사랑의 기억에 대한 다큐멘터리 <나의 프랑스 연인>, 오래전에 이혼했어야 할 부모의 마침내 찾아온 이혼과 새 출발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어떤 이혼>.”

 

저는 이중 개막작인 <스톡홀름 스토리>와 <나의 프랑스 연인>이라는 두 작품을 감상했는데요. 총 8개 상영작을 다 보진 못했지만 두 작품을 보며, 스웨덴의 영화에 대해서 그리고 북유럽의 영화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영상미와 특유의 분위기였는데요. 위 작품에 대한 얘기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진3. <스톡홀름 스토리> (좌), <나의 프랑스 연인> (우) 포스터


스톡홀름이 스웨덴의 수도인 만큼 스웨덴 영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이 두 영화에서 스톡홀름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만 두 영화에서 모두 스톡홀름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느꼈던 스톡홀름의 분위기는 <스톡홀름 스토리>의 포스터 배경색과도 같았는데요. 맑아 보이면서도 어두운, 저녁이 되기 전 어스름이 약간 낀 하늘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스톡홀름 스토리>는 5명이 나와 5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빛과 어둠에 집착하는 작가 요한, 사소한 일로 복수를 다짐하는 예시카, 수수께끼 편지에 집착해서 사랑에 빠지고 마는 토마스, 연인에게 버림받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안나, 말더듬이 상류층 자제 더글라스 총 다섯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 다섯 명의 인물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부자연스럽게 스톡홀름 안에서 뒤섞이는데요. 큰 사건 없이 사소한 사건사고들로 채워집니다. 그러다 보니 잔잔한 분위기가 영화 전반에 유지되었는데요. 이중 가장 큰 감정 동요를 보였던 작가 요한이 집착했던 빛과 어둠의 이야기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지막에 작가 요한이 예시카와 토마스, 안나와 더글라스가 함께 있던 때 도시의 빛을 끄고자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어둠이 내렸다가 다시 빛이 내린 스톡홀름의 모습을 보며 이름 모를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막연히 좋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빛과 어둠 그 자체가 영화가 된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간 여러 길로 달려나가던 이야기가 한 길에서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방치했던 더글라스의 모습이라든지 상품을 빼앗긴 것에 정도가 심하게 분노하는 예시카의 모습이라든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던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굳이 여러 에피소드가 하나의 길로 향하지 않아도, 만나는 길이 한 길이라면 이 또한 좋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97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크게 눈길을 끌만 한 장면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적막하면서도 신비로운 영화의 분위기는 관람객에게 일정한 감정선을 유지하게 시켜주며 스웨덴 영화의 매력에 빠지게 했습니다.


<나의 프랑스 연인>이라는 작품은 76분의 짧은 다큐멘터리인데요. 영화는 지옥 속에서 아내를 구하려고 하지만, 절대 뒤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지키지 못하고 아내를 잃는 오르페우스 이야기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작품은 보통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영상미를 느낄 순 없었는데요. 오히려 대충 찍은 듯한 영상과 이야기와는 관련 없는 단순한 그림 때문에 친구가 몰래 찍은 영상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상보다는 음성에 집중하게 됐는데요. 옛 연인에게서 10년 만에 연락을 받은 그녀와 그의 목소리로 전해 듣는 파리의 모습은 혁명이기도 했고 봄날이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 혁명을 해야만 했던 젊은 세대들을 들려주기도 하고,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과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여주며 밝으면서도 어두운 파리의 양면의 모습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녀는 옛 애인을 찾아 파리에 다시 가지만, 결국 옛 애인을 만날 수는 없었는데요. 담담하게 추억을 회상하던 그들의 모습과는 달리 만나지 못하는 결말은 영원히 봄날일 수는 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시간, 추억, 지나간 사랑,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잃어버리게 되는 것들에 대한 영화라고 하는데요. 시간에 따른 사랑의 스러짐도 느낄 수도 있었지만, 앞서 <스톡홀름 스토리>를 보고 연이어 본 탓인지 필자는 영화의 적막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에 좀 더 집중했습니다. 초점 없는 불투명한 영상과 긴 세월에 비례하는 담담한 그들의 대화, 그리고 결국 바뀐 게 아무것도 없는 일상, 앞으로도 계속될 일상. 이 모든 것들이 빛도 어둠도 아닌 것으로 먹먹하게 가슴에 남았습니다.

 



▲ 사진4. <나의 프랑스 연인> 스틸컷



<나의 프랑스 연인>이라는 영화에서 옛 애인은 “나에 대한 조각난 기억들을 하나로 모으고 싶어서. 너를 만난 게 현실이었는지, 꿈이었는지 알고 싶었어.”라며 자신이 전화한 이유를 설명하는데요. 그녀가 얘기하는 옛 추억들로 기억의 퍼즐이 하나씩 하나씩 채워지게 됩니다.


제겐 북유럽의 영화가, 스웨덴의 영화가 조각들로 채워지는 퍼즐로 느껴졌는데요. 조각 하나만 봐서는 어떠한 그림을 가진 것인지, 어떤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끼워나가다 보면 어느새 완성되는 퍼즐처럼 영화의 부분들을 완벽히 이해할 순 없어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엔 먹먹한 감정에 한동안 앉아 있게 되는 완성된 무언가로 다가왔습니다.


영화제 상영작 중 고작 2편만을 본 것이었지만, 2편 모두에서 동일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자주 접할 수 없는 북유럽의 영화였지만 스웨덴 영화에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매년 늦가을이면 환절기처럼 찾아오는 스웨덴 영화제. 내년에는 과연 어떤 작품들로 북유럽의 삶을 소개해줄지 궁금한데요. 앞으로 우리 모두 스웨덴 영화, 북유럽 영화의 조각을 맞춰보는 건 어떨까요?

 

◎ 사진 출처

- 사진1. 4회 스웨덴영화제 포스터, 주한스웨덴대사관

- 사진2. <그녀, 잉그리드 버그만>영화 스틸컷, 네이버영화

- 사진3,4,5. 1·2·3회 스웨덴 영화제 포스터, 네이버영화

- 사진6,7 <스톡홀름 스토리>,<나의 프랑스 연인> 포스터, 네이버영화

- 사진8. <나의 프랑스 연인>스틸컷, 네이버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