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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한국영화! 헐리우드와 협력을 주저마세요! - 스캇로스(DICON 2011)

by KOCCA 2011. 8. 31.


DICON2011(국제콘텐츠컨퍼런스)이 코엑스에서 8월 30일 개최되어 열리고 있습니다. 저도 이 곳에 참여하여 취재를 하고 왔는데요. 평소에 뵙기 어려운 실무 관련 담당자들의 강연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콘텐츠의 발전 방향과 대안을 알고자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고 계십니다.



 

8월 30일 DICON2011의 문을 여는 기조연설을 맡은 분은 디지털 미디어의 선구자로 불리는 '스캇 로스(Scott Ross)'입니다. 그는 유명한 VFX 관련 회사인 ILM의 부사장을 역임하고 디지털 도메인을 설립하는 등 30년 동안 시각 효과 분야의 일인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타이타닉', '아이로봇', '투모로우' 등 뛰어난 시각 효과를 자랑하는 영화들이 모두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본인의 특기를 살려 한국 영화가 세계적인 콘텐츠로 성공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들을 꼼꼼하고 알기 쉽게 설명했습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스캇 로스의 말을 빌어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이하 Scott Ross)

"저는 헐리우드 영화를 싫어합니다. 스토리도 형편없고 영화도 재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 영화는 굉장히 좋아해요. 특히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즐겨 봤습니다. 그러나 이런 재미있는 한국 영화를 보는 미국 사람은 아쉽게도 거의 없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 영화는 한국 관객만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헐리우드 영화의 예를 들었는데요. 미국인이 만든 콘텐츠는 훌륭한 예술은 아닙니다. 그러나 훌륭한 사업이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예술이라도 돈을 벌 수 없다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훌륭한 예술가라는 찬사와 명예도 내가 살아있을 때 누려야 하는 것입니다."

 

 
 

"시각 효과를 담당하는 회사들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스스로 진화를 해왔습니다. 그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회사는 거의 손에 꼽습니다. 그중 하나가 제가 설립한 디지털 도메인이나 ILM 같은 회사죠. 그러나 콘텐츠를 담당하는 회사는 계속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들이 성공한 이유는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체 콘텐츠가 없이 시각 효과만을 만드는 회사는 돈을 일정하게 벌지 못하고 미래의 수입이 얼마가 될지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므로 가격의 원가도 수치적으로 책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고객에게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이 원가를 제대로 콘트롤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IT 기업들처럼 주식 배당 등으로 직원들이 돈을 많이 벌거라고 기대하겠지만 이런 업체는 그 업체들처럼 직원들의 소유도 아니고 설사 직원들 소유라고 해도 주식 상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 자체의 가치가 없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영화 20위까지의 순위표입니다. 20위권 내에 있는 영화는 전부 CG 애니메이션이거나 VFX에 실사가 합성된 것, 모두 VFX로 만들어진 것 뿐입니다. 유명한 영화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다크나이트' 정도일까요?

 

그러나 영화제작사는 꼭 스타가 나와야 영화가 성공하고 잘 팔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시각 효과 회사들은 스스로 몸을 사리고 적은 가격으로 입찰을 하여 노동에 비해서 적은 돈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돈은 제작사나 배급사가 주로 벌고 시각 효과 회사는 노동이나 결과만큼의 돈은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영화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멋진 시각 효과가 있어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예고편을 보고서도 CG나 VFX가 멋있어 보이면 그 영화를 꼭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브랜드도 어필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겠죠. '스파이더맨'이나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이미 영화만으로도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정도면 좋습니다. 또한 어느 세계에서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만한 소재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것을 한국 영화 산업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은 전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과도 함께 협력하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꼭 한 회사 건물 안에서 같이 일할 필요가 없지요. 또 서드파티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여 다른 회사와 협력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나라는 각자 자신의 나라가 영화의 메카가 되고 자신의 나라에서 모든 것을 작업한 영화가 나오길 원하지만, 현실은 헐리우드 영화계와 협력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시야를 넓게 보고 다양한 회사와 협력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업과 창작, 두 가지를 모두 성공적으로 해내기란 힘듭니다. 한국은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한국의 영화는 분명 예술적이지만 글로벌에서 돈을 벌지는 못합니다.

 

헐리우드의 제작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제작자나 감독에게 큰 권한이 실리는 시스템 때문에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 VFX 회사나 작가들은 큰 돈을 벌지 못합니다. 이는 한국에게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헐리우드의 시각 효과 회사나 각본가에게 접근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고 저렴합니다. 배우들에게 줄 개런티를 줄이고 이들 회사와 협력해 영화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헐리우드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접근한다면 한국 영화의 질은 앞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캇 로스는 강연 내내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이전에도 한국에 방문해 영화 콘텐츠 산업의 강점을 얘기했다는 그는 한국 영화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고, 스스로의 틀을 벗어나 적극적인 협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그의 강연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강연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비즈니스 미팅과 인터뷰를 요청해 스캇 로스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의 애정 어린 조언이 한국 영화 산업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DICON 2011의 기조강연이었던 스캇 로스의 강연은 저에게도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외부인의 입장으로 정확하게 짚어내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어요. 덕분에 한국 영화 산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콘텐츠 산업에 관심을 갖고 계신다면 DICON 2011에 한번 참석해보세요. 31일까지 다양한 콘텐츠 현업 전문가와 직접 만나 강연을 듣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습니다.

앞으로 헐리우드 영화팀과 합작한 감성적인 한국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