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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문화기술

우리지역에는 어떤 이야기가? 지역 설화를 기반으로 한 공연들!

by KOCCA 2015. 9. 11.



“옛날, 아주 옛날에 말이야…”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문장이 아닐까 싶은데요. 지역에 어르신들이 어릴 적 자주 들려주던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이처럼 우리가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지역에는 옛날 옛적부터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매일 지나다녔던 익숙한 거리, 지명이 나오다보니 귀를 쫑긋 세우면서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지역 설화는 ‘전설’의 성격을 지니면서 구체적인 증거물이 이야기에 포함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유대감과 공감까지 이끌어 낼 수 있지요. 이처럼 지역설화가 가지는 매력은 무궁무진한 것 같은데요. 바로 이러한 지역설화를 바탕으로 기획된 공연들이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을지 무척 궁금한데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산시 지역극단 ‘동네풍경’의 <별망엄마>는 바다로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공연입니다. 줄거리를 보고도 어머니의 안타까움을 예상 할 수 있듯, 안산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것이 특징인데요. 바로 ‘별망산과 어부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별망산’의 지명유래담과 관련이 있습니다. 


▲ 사진 1 <별망엄마>공연 모습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 아주 옛날에 어느 여인이 어린 자식을 업고 한 산에 올라 바다로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록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눈물로 지새우기를 몇 달, 눈물도 마를 지경이었지만 아내는 물때가 되면 바다를 바라보며 남편을 기다렸지요. 


아내는 머리가 희어지도록 매일 산에 오르면서 남편을 기다렸습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 산을 ‘별망산’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현재는 아내가 남편을 기다리다 산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더욱 유명합니다. 기다림의 미학이 담겨있으면서도 여인의 슬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극단 동네풍경은 공연에 대해, 안산에서 있었던 세월호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따뜻한 등불이 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설화의 결말처럼, 안산의 기억이 사람들에게서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은 것이지요.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겠지요?



지난 5월, ‘전설을 찾아 떠나는 유랑극단’에서 연출한 <깊은 모실 꼬막왕>도 옛이야기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지역의 사라져가는 민담 및 설화를 재창작하여 공연 예술 교육프로그램으로 개발한 것인데요. 이 공연은 영암군 덕진면에서 전해 내려오는 '깊은 모실 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모실’이란 마을을 뜻하는 것으로, ‘깊은 모실’이라 함은 깊은 바다를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극의 제목처럼 깊은 바다 속에 사는 인물인 ‘꼬막왕’과 두 남매의 만남, 그리고 노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사진 2 <깊은 모실 꼬막왕>공연 모습


‘찍고 볼르고/ 어디 어디 가냐/ 짚은 모실 간다/ 무슨 화장 했냐/ 칠부화장 했다’


위 노래 내용처럼, <깊은 모실 꼬막왕>은 아이들이 갯벌의 흙을 얼굴에 칠하고 노래를 부르던 풍속과 관련이 있는데요. 예부터 잘생긴 사람, 특히 어여쁜 여자는 물귀신이 데려간다고 해서 아이들이 바다에 들어갈 때는 못생겨 보이도록 얼굴에 얼룩덜룩 칠을 한 것입니다. 여기에 얽힌 ‘깊은 모실 설화’는 꽤 흥미롭습니다.


옛날 바닷물이 드는 덕진강 인근 마을에는 사이좋은 남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바다에 꼬막을 잡으러 간 누나가 돌아오지 않자, 동생은 강물을 보며 누나를 기다렸지만 누나는 영영 오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달이 밝은 밤, 소년은 우연히 동네 여인들이 풀밭에 모여 노는 것을 봅니다. 여느 때처럼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누나가 없어 슬퍼진 소년은 강가로 나가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이때, ‘노래하는 나무’를 찾으러 오라는 용왕의 명을 받고 나타난 용궁사자가 소년을 발견하고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는 소년의 대답에 용궁사자는 아무리 돌아다녀 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며, 나무가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사정했지요. 소년은 자신이 ‘노래하는 나무’를 찾아 주면 용궁에 끌려간 누나를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고, 용궁 사자가 약속하자, 소년은 버들가지를 꺾어서 피리를 불었습니다. ‘노래하는 나무’는 바로 피리였던 것입니다. 용궁 사자는 즉시  소년의 누나를 물 밖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이후 소년의 누나는 왕녀가 되고 동생은 현명한 신하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피리’를 ‘노래하는 나무’로 표현했던 조상들의 재치도 재미있고 누나를 생각하는 동생의 아름다운 마음도 느껴집니다. ‘전설을 찾아 떠나는 유랑극단’은 극단의 이름처럼 지역 전설을 기반으로 한 극을 꾸밀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가 됩니다.



제주도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전해 내려올까요? ‘어른을 위한 어린이극’이라 불리는 <가믄장 아기>는 제주도 ‘삼공본풀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관련한 설화로는 검은 나무 그릇으로 먹여 살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거지부부의 셋째 딸, 가믄장 아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셋째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차츰 부자가 된 거지 부부, 어느 날 아버지가 세 딸을 불러놓고 누구 덕에 먹고 사는가를 물었습니다. 부모덕에 먹고 산다고 대답했던 위의 두 딸과 달리 셋째 딸인 가믄장 아기는 자기의 배꼽 밑 줄 덕에 먹고 산다고 대답했고, 화가 난 아버지에게서 쫓겨나게 되고, 길을 떠나게 됩니다. 이후 여러 번 시련을 겪고 ‘마퉁이’를 만나 함께 노력 해 부자가 된 가믄장 아기는 마을에 거지 잔치를 열었습니다.


어느날 자신의 부모가 걸인의 모습으로 나타나자 가믄장 아기는 그들을 불러 그동안 살아온 말을 해 보라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말을 마치자 술잔을 권하며 자신이 가믄장 아기라고 말하자, 눈이 멀었던 부모는 그 순간 놀라서 술잔을 떨어뜨리고 눈도 뜨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사진 3 <가믄장 아기>공연 모습


연극은 이 설화를 비교적 충실히 따르면서, 중간 중간 신명나는 장단과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기회 등 다양한 요소로 극을 채우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믄장 아기가 남성이 아닌 당찬 여성의 모습이기에 더욱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데요. 어린이극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어른들에게 더욱 인기가 있는 작품입니다. 여기에는 <가믄장 아기>의 연출이 가진 특유의 은유가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이라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 때문일까요? 2003년부터 약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롱런하고 있는 인기 공연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독일, 루마니아, 러시아 등 세계 12개국에서 초청받기도 했지요. 세계를 사로잡은 연극 <가믄장 아기>가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요? 한번 쯤 생각해 보게 합니다.



설화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것으로, 입에서 부터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가리킵니다. 안동에서 있었던 옛 사연, ‘원이엄마’이야기는 좀 다른데요, 16세기 조선시대에 있었던 실제 인물에 얽힌 사연이라는 점입니다. 비록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던 것은 아닐지라도 지역민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겠지요.


1596년, 안동 고성이씨 이응태의 부인이었던 원이엄마는, 아픈 남편을 극진히 간호하다가 끝내 곁에서 떠나보내고 맙니다. 그 때 자신의 머리카락과 짚을 엮어 만든 미투리와 함께 남편을 그리워하는 편지를 함께 묻은 것인데요. 그 편지의 내용이 매우 절실하여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과 중국 공영방송에도 소개될 정도였지요. 뮤지컬 <원이엄마>는 이 편지 내용에 기반 하여 제작이 되었습니다. 원이아빠 이응태와 원이엄마 예진의 잔잔하고 때로는 가슴 시린 사랑을 보여줍니다. 

 

▲ 사진 5 애니메이션 <미투리>


두레문화기획의 김진욱 대표는 “지역을 기반으로 탄생한 뮤지컬인 만큼 이를 더욱 발전시켜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원이엄마의 이야기는 안동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테마파크, 상품, 4D애니메이션<미투리>등 다양한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는데요. 원이엄마의 애틋한 사연을 기리기 위해 설치한 ‘월영교’는 원이엄마가 무덤 속에 넣어두었던 미투리를 형상화해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이제 어른들은 월영교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원이엄마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지요. 


이렇듯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공연으로 풀어내는 것은 연극을 담당하는 연출가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의 역할이 크겠지요. SNS와 각종 스마트기기들의 사용이 활발해지고 또 발전해 나가면서, 세계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빈도가 더욱 잦아졌습니다. 이렇게 세계와의 교류가 더욱 가속화될수록 우리문화를 알리는 것이 좋겠지요? 우리 전통문화 그대로를 뜻하는 ‘문화 원형’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가 더욱 중요해 진 것입니다.


올해 한국 콘텐츠진흥원에서도 지역특화 문화콘텐츠 22개를 선정하여 개발부터 상용화, 마케팅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는데요. 강원의 창작애니메이션 <꽉잡아>, 경북 <넌버벌 퍼포먼스 탈>, 인천의 <개항장 기반 체험형 콘텐츠> 전남에서는 <얼씨구나 벌떡, 와불와불> 등이 창작 중에 있습니다. 이처럼 지역 산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통해, 지역에서도 많은 콘텐츠가 제작될 예정입니다. 때론 정겹고 감동적인 우리 지역의 이야기. 그 매력이 더욱 더 빛을 발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

- 표지, 안동문화예술회관 사이트

- 사진 1 혜화동 1번지 공식 페이스북

- 사진 2 신세계 문화 홀 공식 사이트

- 사진 3 극단 ‘북새통’ 공식홈페이지

- 사진 4 안동시 문화콘텐츠 박물관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