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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문화기술

참혹한 현장을 찾아가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 다크투어리즘

by KOCCA 2015. 8. 28.



이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본격적인 가을이 오면 곱게 물드는 단풍을 보며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됩니다. 올해는 어떤 곳을 방문할 예정이신가요? 아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찾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여행은 좋은 곳, 편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이번에 소개해 드릴 곳은 이것과는 정 반대의 개념인 여행 ‘다크투어리즘’입니다.


다크투어리즘이란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입니다. 여행자들은 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도 하는데요. 때문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역사교훈여행’으로 다크투어리즘을 우리말로 명시하였습니다. 인류의 찬란한 문명적 성과를 드러내 주는 박물관이나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도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대표적인 외국의 다크투어리즘의 장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00만 명이 학살당했던 폴란드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미국대폭발테러사건(9·11테러)이 발생했던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인 그라운드 제로, 국내 여행지로는 수만 명의 양민이 희생된 제주4·3사건의 실상을 알려주는 제주4·3평화공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이 있습니다. 



세계 제2차 대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영화·문학작품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진 소재가 아닐까 하는데요. 이 역사적 사건을 생생하게 간직한 곳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입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폴란드 남부 크라쿠프에서 서쪽으로 50㎞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요. 세계2차 대전의 상징적 장소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곳이지요. 


▲ 사진1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


1940년 봄, 당시 독일의 친위대 장관인 하인리히 힘러가 강제수용소를 세웠습니다. 수용소 주위에는 고압전류가 흐르게 하는 등 수용자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장치해 놓았지요. 초기에는 폴란드의 정치범들이 수용되었으나 약 2년 후부터는 대량학살 시설로 이용되었습니다. 


당시 끌려온 유대인들은 가스, 총살, 고문, 질병, 굶주림, 인체실험 등으로 약 300만 명 이상이 희생되었습니다. 전쟁의 막바지에는 증거인멸의 목적으로 수용소의 건물이 파괴되기도 했지만 일부 건물과 막사가 남아있었는데요. 전쟁이 끝난 후, 1947년 폴란드의회에서는 이를 보존하기로 결정했고, 현재까지도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아우슈비츠 수용소 터에는 박물관이 건립되었습니다. 박물관에서 역사적 사실이 담긴 영화 등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 생체실험실·고문실·가스실·처형대·화장터와 함께 희생자들의 머리카락과 낡은 신발 등이 담긴 거대한 유리관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그 역사적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데요. 올 여름 유럽여행을 계획하셨다면 꼭 한번 둘러 봐도 좋겠지요.


▲ 사진2 쌍둥이빌딩이 있었던 자리


2001년 9월 11일, 믿을 수 없는 사건이 전 세계 뉴스에 보도되었지요. 바로 911사건으로 불리는 미국대폭발 테러사건입니다. 90여 개국 2,800∼3,500여 명의 무고한 사람이 생명을 잃은 끔찍한 사건이지요. 뉴욕시는 이 테러사건이 일어났던 세계무역센터(쌍둥이 빌딩)자리를 추모지로 마련했습니다.  


이제 건물은 찾을 수 없지만 그 자리는 얕은 물이 흐르는 구조물이 채우고 있습니다. 희생자의 눈물은 마르지 않는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물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곳에 새로 지어진 ‘Memorial Museum’박물관에는 처참했던 그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알 수 있게 하는 소방차와 비행기, 충돌했던 부러진 철근 등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 시간이 지나도 결코 그대들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 못하리. 라는 글귀가 말하듯, 슬프고 떠올리기 싫은 참사였지만 누군가가 이를 더욱 기억해준다면 그 자체로도 누군가에겐 고마운 것이 되지 않을까요?



사실상 더욱 와닿는 것은 외국이 아닌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닐까 하는데요. 여행지로 외국만큼이나 우리나라도 들러볼 곳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소개해 드릴 곳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제주 평화공원’입니다. 서대문형무소는 을사조약 이후 일제가 만든 감옥 시설입니다. 일제가 정한 법에 대해 저항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을 수용할 큰 교도소가 필요했기 때문인데요. 그만큼 수많은 독립투사 분들의 넋이 이곳에 서려있지요. 당시 이곳을 거쳐간 애국지사만 해도 4만여 명이었고, 그 중 수 백여 명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저항의 역사를 말해주는 현장이라고 할 수 있지요.

 

서대문형무소는 1998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개관하여 많은 이들에게 근현대 역사의 증거로서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크게 박물관으로 쓰이는 보안과 청사와 중앙사, 11~12옥사에 마련되어 있는 옥사전시, 한센병사, 사형실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야외전시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특히 옥사와 공작사 내부는 고문체험, 사형체험 등을 해볼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있는데요. 생각만 해도 으스스하지만 얼마 되지 않은 과거에, 애국지사들이 이곳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숙연해집니다.


▲ 사진3 수용소 내부 모습


마지막으로 형무소에서 유명을 달리한 독립 운동가들을 기념하는 추모비에 잠시 멈추어서서 애국지사들을 추모하는 시간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대문형무소는 우리역사의 현장일 뿐 아니라 애국심까지 고취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나 더, 국내 관광지 중에 요즘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탁 트이는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제주도입니다. 여러분. ‘제주도의 역사’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1948년에 일어난 제주 4.3사건이 떠오르는데요. 제주 4.3사건으로 수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아직도 그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어르신 분들이 많습니다. 제주도민들에게는 먼 지역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 자신과 관련된 사건이기에, 더욱 크게 가슴에 남겠지요.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임을 기억하기에, 우리는 더욱 끊임없이 발길을 이어가야 하겠지요. 제주 4.3 평화공원이 바로 그곳입니다. ‘평화공원’이라는 이름에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사회에도 평화가 가득하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만 같습니다.


▲ 사진4 현 위치에서 희생된 두 모녀를 본뜬 조각과 공원 내부 모습


평화공원 내부에는 기념관과 더불어 위령제단 등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건에 의해 희생되었던 이름 모를 넋을 기리기 위한 3800여 개의 행방불명인 표석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넓은 공원 잔디 위를 걷다보면 베를린 장벽의 일부를 볼 수 있는데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이 장벽의 일부는 2007년 독일 베를린 시가 제주시와의 친선을 위해 기증한 것이라고 하는데, 1989년, 약 20년 만에 붕괴된 베를린장벽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 사진5 공원 내 베를린장벽의 일부 모습


제주 평화관 내 전시실은 총 6가지의 주제로 이루어져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 역사적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고 방문객들로 하여금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잘 기획이 되어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는 또, 농촌진흥사업의 일환으로 상모리의 전쟁유적을 발굴하고, 다크투어리즘 개념의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고 하는데요. 여행 계획이 있다면, 제주로의 여행 어떠신가요?



“역사를 잊는 자는 퇴보의 길에 접어들 것이며, 역사를 기억하는 자는 다시금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명언처럼, 우리는 인류가 걸어왔던 역사를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합니다. ‘다크 투어리즘’여행의 목표는 이처럼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현장을 제대로 되살려내는데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인류의 어두운 역사, 더 좁게는 우리 주변의 과거로부터 역사를 직접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여행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앞으로 우리 인생을 변화시켜 줄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지역, 사람들…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추억이 됩니다. 하지만 과거의 참혹했던 현장을 방문한다면 또 다른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역사 속 장소들을 방문해 볼 때 마다 우리가 겪어왔던 수많은 시간의 한 가운데에 서있는 듯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세상을 더욱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그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들 하나하나를 곱씹어볼 수 있었지요. 여러분, 올 여름 조금 더 가치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으시다면 과거의 어두운 사건이 있었던 그곳, 다크투어리즘이 이끄는 장소로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진출처

- 표지 다크투어리즘 영국 사이트(Dark-tourism.org.uk)

- 사진 1 carbonaro 개인 블로그

- 사진 2 위키피디아

- 사진 3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공식사이트

- 사진 4 sknsk wordpress.com

- 사진 5 러진콰이진 개인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