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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현장취재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사랑을 받기까지, <로보카 폴리>의 여정

by KOCCA 2015. 8. 27.



혹시 TV에서 "우리의 친구, 로보카 폴-리-" 라는 주제가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 노래를 KBS2 육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처음 접했는데요. 그 후 딱히 끌리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리모컨 채널을 계속 돌리던 어느 토요일 오전, 낯익은 주제가와 함께 익숙한 캐릭터들이 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캐릭터 상품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귀여운 캐릭터들의 모습에, 저는 나이를 잊고 멍하니 <로보카 폴리>를 시청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에피소드가 끝날 무렵에는 TV 앞에 온 가족이 모여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8월 18일 화요일, 콘텐츠코리아 랩에서 열렸던 창의마스터클래스 통기타에서는 로보카 폴리를 만들어낸 '로이비쥬얼'의 이준우 해외산업본부 본부장님이 강연을 맡아주셨는데요. 한국을 사로잡은 <로보카 폴리>가 세계에 진출하기까지, 그중에서도 특히 러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 사진 1.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에 보도된 <로보카 폴리> 완구 품절 대란


[출처] 150818 창의마스터클래스 통기타 - 로보카 폴리 (비공개 카페)

<로보카 폴리>는 7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11년 국내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해, 폴리는 프랑스와 대만부터 시작해서 마침내 전 세계로 나아가기 시작했는데요. 2015년 현재, <로보카 폴리>는 95개국에서 23개의 언어로 방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로보카 폴리>의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는 작년에 이미 15억 건을 넘어섰다고 해요.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폴리는 2,000여 개에 달하는 캐릭터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는데요. 특히 러시아와 프랑스에서는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 매장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던 상품들뿐만 아니라 창고에 있던 모든 제품이 소진되며 올해 2월까지 물품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폴리가 전 세계에서 막강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로보카 폴리>의 교육적인 내용 때문인데요. 주 시청 층인 3~5세 유아에게 적합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폴리는 "친구를 의심하지 말아요"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바람직한 방법을 보여줍니다. 또한, "정기점검 하는 날"과 같은 에피소드에서는 도로안전규칙과 야외안전 등, 어린이가 꼭 숙지해야 할 안전규칙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내용 덕분에 폴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교통안전 홍보대사'로 불리고 있는데요. 홍보대사라는 직함에 걸맞게, 학교나 유치원 등을 돌면서 교육을 진행하는 오프라인 캠페인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 사진 2. <로보카 폴리>의 주요 캐릭터들

- 평소에는 헬리콥터, 소방차, 경찰차, 앰뷸런스의 모습이지만 구조활동을 벌일 때면 차에서 로봇으로 변신한다.

시장 조사를 통해 아이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결과를 얻은 완구, '자동차'와 '로봇'을 결합시킨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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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50818 창의마스터클래스 통기타 - 로보카 폴리 (비공개 카페)

폴리의 두 번째 인기 요인은 활발한 SNS 사용입니다. <로보카 폴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SNS 채널을 운영 중이고, 국가별 팬 페이지를 개설해서 전 세계의 반응을 꼼꼼하게 체크합니다. 가장 신경 쓰고 있는 SNS 채널은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인데요. 공식 영상뿐만 아니라 TV에서 상영되지 못한 실험적인 영상들, 폴리 완구를 이용한 스토리텔링 영상, 관객들이 촬영한 오프라인 행사 '직캠' 영상, 그리고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만든 영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상들이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또한, 하나의 영상이 여러 플랫폼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각 국가에서 영향력 있는 사이트와 연계하여 유튜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이트에서 폴리의 동영상이 재생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로보카 폴리>의 세계적인 인기는, 이렇게 다양한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  사진 3. 에피소드 "서두르지 말아요" 스크린 샷

-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을 벌이는 캐릭터들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로보카 폴리>의 에피소드 중에는 '안전규칙 홍보'를 주제로 하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출처] 150818 창의마스터클래스 통기타 - 로보카 폴리 (비공개 카페)



로이비쥬얼이 폴리의 세계화를 위해서 가장 중점적으로 심혈을 기울인 나라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인데요. 이미 관련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든 유럽 국가와는 달리, 신흥 경제국 모임 '브릭스(BRICS) 국가'의 일원인 러시아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4년 해외콘텐츠 시장동향조사'에서, 러시아 애니메이션 마켓 성장률은 14%, 캐릭터 마켓 성장률은 10.1%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이는 만화, 게임 등 다른 부문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높은 수치인데요. 이처럼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러시아 콘텐츠 마켓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로이비쥬얼은 러시아의 완구마켓과 미디어를 동시에 공략하자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완구 마켓은 토이저러스(toysrus) 몰인데요. 다만, 러시아에서는 토이저러스보다 영향력이 더 큰 완구 마켓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로이비쥬얼은 러시아 내 140여 개의 도시에 5,000여 개의 매장을 갖춘 Destski Mir과 파트너쉽을 체결했는데요. 이 파트너쉽은 무척이나 성공적이었습니다. 2013년에서 14년에 이르기까지, 1년 동안 폴리 완구의 매출은 453% 증가했다고 하네요. 



인터넷의 보급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러시아에서는, 뉴미디어보다 전통적 미디어 채널이 더 강세입니다. 러시아의 키즈 채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채널로는 두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요. 국영 채널 Channel One에서 운영하는 키즈 채널 Karusel, 그리고 민영채널 CTC입니다. 국영 채널은 아무래도 자국의 캐릭터 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로이비쥬얼은 민영채널 CTC와 파트너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로보카 폴리>는 CTC 채널을 통해서 2013년 2월부터 약 2년 반 동안, 주말마다 8시에 방송되었습니다. 러시아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폴리는 러시아 도로 안전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는데요. 러시아 내 9개의 대도시에서 19번의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며 35만 명이 넘는 아이들과 함께했다고 합니다. 

 


폴리가 세계적인 캐릭터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본부장님께서는 해외 진출에는 무엇보다 '파트너쉽'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요. 판권을 넘겨서 당장 큰 이익만 창출하기보다는, 해외 미디어/토이/퍼블리싱 업체들과 네트워크를 쌓은 후 파트너쉽을 체결해서 지속적인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좋은 해외 진출 방법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리고 세계 모든 시장이 다 그렇겠지만, 러시아 역시 단기간 문을 두드려서는 결코 열리지 않을 시장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사회주의 국가에서 급격하게 체제 변환을 겪은 나라답게, 개방성과 폐쇄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나라인 만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본부장님께서는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원한다면 반드시 파트너 업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신뢰를 쌓고 마음을 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강의를 마무리하셨는데요. 무한한 성장 동력을 갖췄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선 나라, 러시아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폴리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많은 캐릭터들이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해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 사진 출처

EBS <로보카 폴리> 홈페이지




[출처] 150818 창의마스터클래스 통기타 - 로보카 폴리 (비공개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