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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웹툰 속 휴식의 공간 <늘푸른 찻집><차차차><망자카페>

by KOCCA 2014. 5. 22.

 

 

 

하루 종일 고민거리가 마음을 휘저어 심란한 날, 옛 기억이 떠올라 괜시리 울적한 날, 사람들의 활기가 그리워지는 날, 카페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본 적이 있으신가요? 오늘날에 이르러 카페는 사람들의 단순한 담소를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자신을 추스르기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며 변모해가고 있습니다. 따스한 차 한잔과 안락함은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의미, 그리고 공간으로 다가올텐데요.

 

조금은 독특한 공간, 그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웹툰들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사진1  <늘 푸른 찻집>

 

오늘도 설희는 아르바이트 시간에 늦을까 노심초사하며 학교가 끝나자마자 헐레벌떡 달려옵니다.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문을 열자 문 앞에 점장님이 딱 버티고 서있습니다. “30초 지각이다!" 이러한 점장의 횡포에 항의하며 '너무하다'고 툴툴대지만, 곧 점장님이 시키는대로 빗자루를 드는 설희. 그런 설희를 돕기 위해서일까요? 때마침 문을 열고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설희의 동급생이자 '다솜'의 또다른 식구들 태현과 준휘입니다.

 

 

▲사진2 <늘 푸른 찻집> 의 '다솜' 식구들, 창민, 점장님, 설희, 태현, 준휘

 

 

늘푸른 찻집은 찻집 ‘다솜’에서 벌어지는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다솜’의 아르바이트생인 고교생 설희를 중심으로 같은 아르바이트생 태현이와 준휘, 점장님의 시끌벅적한 일상에 더하여 ‘다솜’의 맞은편에 위치한 ‘커피마네’ 식구들의 이야기까지. <늘 푸른 찻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항상 활기찬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작중 웹툰의 이름이 무색하게도 이들의 활동공간은 학교로, 비닐하우스로, 산 중으로 휙휙 바뀌곤 하는데요. 첫인상이 좋지 않던 '커피마네'의 식구가 주인공 설희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게 되는가 하면 학교에서 지각을 하여 동급생에게 걸리고, 시험성적을 빌미로 학교의 비닐하우스를 관리하게 되는 해프닝에 더해 찻집과 카페의 식구들이 캠핑을 가서 길을 잃기까지.

 

사실 차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일상이 웹툰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행동부터 앞서가는 캐릭터들이 하나하나가 모여 ‘늘 푸른 찻집’의 이야기 요소가 되고, 이들은 각각 에피소드마다 소소한 사건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는 보는 사람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게 합니다.

 

 

▲사진3  <늘푸른 찻집>의 주인공 설희와 태현

 

티격태격하며 쉼 없이 움직이는 이들이지만 한 템포 쉬어가고자 할 때 보온병을 꺼내드는데요. 보온병에는 어김없이 다양한 차가 들어있습니다 . 이는 등장인물들이 일상의 많은 시간을 다른 공간에서 보내더라도 결국 찻집 ‘다솜’의 식구임을 의미합니다.

 

<늘 푸른 찻집>은 보통 카페가 아닌 전통 찻집을 배경으로 하는 웹툰입니다. 고교생들이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전통 찻집이라니, 이질적이라고요? 주인공 설희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 새콤달콤한 오미자차를 슬며시 내 놓습니다. 차에 대한 자부심이 담뿍 담긴 멘트와 함께 말이죠.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차에 대한 지식은 이들의 활력의 기반이 혹시 ‘차’가 아닐까 의심하게 만들기까지 하는데요. 실제로 이들의 일상의 템포 조절에는 차의 힘이 뒷받침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찻집 ‘다솜’에 한번 찾아가보세요. 상큼발랄한 아르바이트생들이 다가와 당신에게 알맞은 차를 추천해 줄 것입니다.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오늘도 활기찬 그들의 모습에서 일상의 활력을 찾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이 아닐까요?

 

 

 

▲사진4 <차차차>

 

도심의 인적이 뜸한 교차로, 아담한 공간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옥에서 볼 수 있는 격자무늬의 가게 문이 묘하게 정겨운 이곳의 이름은 '고운 다실'. 슬쩍 문 앞에 서자 은은한 차 내음이 코를 스쳐 지나갑니다. 근래 들어 너무도 복잡한 마음, 어디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은데 혹시 차라도 한 잔 하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요? 딸랑, 문을 열자 종소리와 함께 귀여운 여직원이 빼꼼히 고개를 내밉니다. “어서 오세요. 고운다실입니다!”

 

 

▲사진5 <차차차> '고운다실'의 식구들, 한이, 아씨, 자여, 학도

 

아늑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고운 다실'은 4명의 식구들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차에 대해 눈을 떠가는 아르바이트생 한이, 귀여운 외모로 고운 다실의 경영을 맡고 있는 자여, 무뚝뚝하지만 차에 대한 애정은 진심인 학도, 화려한 한복만큼 차에 대한 애정이 뚜렷한 아씨. <차차차>는 고운 다실의 네 식구와 고운 다실을 찾아주는 사람들의 '차'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는 웹툰입니다.

 

고운다실에 앉아 메뉴판을 집어들면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해왔던 녹차, 유자차, 메밀차부터 생소한 이름의 철관음, 정산소종, 대홍포까지 찾아 볼 수 있는데요. 이곳의 차들은 각각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새콤달콤한 레몬꿀차에서는 풋풋한 첫사랑의 내음이, 철관음에서는 섬세한 선녀의 모습이, 오미자차에는 살던 곳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어 차를 들기도 전에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진6,7 <차차차> '고운 다실'의 이슬차와 주인 아씨

 

'고운 다실'에서 익숙한 차를 맛보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이 묻어나오며 복잡한 다도법의 낯선 차를 주문하면 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지요. 차를 우리는 과정을 눈으로 먼저 맛보고 여러 종류의 차를 등장인물들의 아련한 회상과 함께 시음할 수 있다는 것이 <차차차>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고운 다실 식구들은 오늘도 손님을 기다리며 차를 우리고 있습니다. 차를 통해 인연을 맺은 이들이 앞으로 차를 통해 어떤 사건을 겪고 어떻게 성장을 해 나갈지,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 또 어떤 차 내음이 퍼지게 될 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나른한 오후 적막한 분위기에서 따스한 차 한 잔, 어떠신가요? 바쁜 일상 속 잠깐의 휴식을 통해 마음 한 켠을 덥히다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피어날 것입니다 .

 

 

▲사진8  <망자카페>

이번에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선, 조금은 특별한 공간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황하나는 남들과는 다른 면모를 가진 독특한 소녀입니다. 그녀가 항상 귀에 꽂고 있는 이어폰에서는 레퀴엠, 즉 죽은 이를 위로하는 미사곡이 흘러나오고 주변사람들은 묘하게 그녀를 경계합니다. 하나는 여느 때처럼 레퀴엠을 들으며 길거리를 걷다가 ‘카페 레퀴엠’의 간판을 발견하는데요. 카페 문에 붙은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보고 묘한 기대를 가진 채 ‘카페 레퀴엠’의 문을 열게 됩니다. 그 안에는 무표정한 카페 매니저가 서 있었고 하나의 파란만장한 일상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사진9 <망자카페>

 

 

사실 하나는 어린 시절부터 죽은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도 살아있는 사람처럼 또렷하게 보였던 하나는 죽은 자를 산 사람과 구분없이 대했고 이러한 하나의 행동은 주변 사람들의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죽은자와 산 자를 구별 할 수 없었기에 두 세계의 간극 속에서 홀로 십여 년 이상을 살아온 것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산 사람들 사이에서 생활할 수 없게 되어버린거죠.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하나가 들어온 ‘카페 레퀴엠’은 죽은 자들을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사진10  <망자카페>

 

 

죽은 사람은 남아 있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고 살아 있는 사람은 갑작스레 떠난 사람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은 사는 세계가 다르기에 서로 그 경계에 가로막히고 맙니다.

 

처음, ‘카페 레퀴엠’이 오직 죽은 자를 위한 공간이라는 말에 겁을 집어먹고 나갈 생각만 하던 하나였으나 자신의 첫 손님을 눈물로 배웅한 이후 이 생각은 슬며시 사라지게 됩니다. ‘카페 레퀴엠’ 안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존재로서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죠. 바로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을 이어주는 메신저가 되기로 한 것입니다.

 

본래 카페의 유래는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산 사람들의 세계에 이런 공간이 있으니 죽은 자들 역시 그들의 세계에서 담소를 나누는 삶을 영위해 갈 것입니다. 하나는 오늘도 ‘카페 레퀴엠’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죽은 자가 생에 남은 한이 없이 카페 뒷문의 세계로 향할 수 있도록, 산 자는 과거를 털어버리고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금은 슬프고 독특한 공간, 망자카페를 찾아가 보는건 어떨까요? 흰 고양이 달이와 하나가 당신을 반겨줄지도 모릅니다.

 

 

3가지의 웹툰을 통해 다양한 찻집을 들여다보았는데요. 웹툰 안의 공간들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에서 더 나아가 차를 통해 추억을 되새기고, 거기에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함으로써 특별한 공간으로 나아갔습니다. 혹시 당신도 이렇게 자신의 휴식처로 삼는 공간이 있지 않나요? 없다면 혹시, 당신의 무의식 중에 자리잡은 그 곳, 항상 지나쳐왔던 그 거리의 찻집에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곳에서 당신의 마음을 덥혀 줄 따스한 차와 인연을 조심스레 상상하며 말이지요.

 

 

ⓒ 사진 및 동영상 출처

- 표지 네이버 웹툰 <차차차>

- 사진 1,2,3 네이버 웹툰 <늘푸른 찻집>

- 사진 4,5,6,7 네이버 웹툰 <차차차>

- 사진 8,9,10 레진코믹스 <망자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