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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영화가 꽃피는 공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by KOCCA 2014. 5. 13.


5월의 시작과 함께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막을 올렸습니다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슬로건은 영화만개 映畵滿開 Blooming in Jeounju’입니다나비가 꽃을 찾아 날아들 듯향기로운 영화를 찾아 전 세계의 영화인들이 모이는 전주국제영화제를 표현한 문구이라고 하는데요두 개가 한 쌍을 이루는 포스터에도 나비의 이미지가 녹아있습니다.



▲ 사진1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5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동안 열리는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이전과는 다른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1일에 개막식을, 7일에 시상식을 치룬 후 8일부터 10일 까지는 영화 상영을 중심으로 하여 영화로 시작해 영화로 막을 내립니다전주국제영화제는 적은 예산으로 제작되는 독립영화예술영화 그리고 다큐멘터리영화 등의 다양성영화를 주로 상영합니다일반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영화들이지만최근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고 있습니다. 5월 3일부터 나흘간의 긴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주말상상발전소에서 직접 영화가 꽃피는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아갔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중심은 시청 앞에 위치한 영화의 거리입니다크고 작은 영화관들이 모여 있는 영화의 거리 입구에는 지프광장과 지프라운지가 있습니다티켓 판매소와 야외무대가 있는 지프라운지는 넓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광장인데요푸른 잔디에 붉은 파라솔이 특징적인 지프라운지는 영화를 사랑하는 관람객들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 사진2 지프라운지



지프라운지의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지프 토크에서는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감독과 배우들에게 직접 영화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스크린이 아닌 현실에서 배우들과 감독을 만나는 경험은 신선한 즐거움이었습니다소풍 온 듯한 기분으로 영화에 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많은 시민들이 지프라운지에 모인 토요일 오후 2, ‘지프 토크 – 두 시의 데이트:한국 영화를 만나다를 통해 네 편의 한국영화가 소개되었습니다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대되어 주목받고 있는 네 영화를 소개했는데요각각의 매력으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게 된 <레디 액션 청춘>, <그댄 나의 뱀파이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그리고 <미국인친구>입니다.


첫 번째로 소개된 영화 <레디 액션 청춘>은 네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소문>과 <훈련소 가는 길>, <세상에 믿을 놈 없다그리고 <플레이걸>은 모두 혼란스럽고 치열한그래서 그 자체로 빛이 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 <그댄 나의 뱀파이어>는 제목부터 흥미롭습니다자신이 뱀파이어라고 믿는 천재 과학자와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스물아홉 살 여자의 로맨스를 통해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파고들었습니다.



사진3 영화 <그댄 나의 뱀파이어무대인사. 왼쪽부터 이원회 감독배우 김형미배우 최윤영,배우 박정식



영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는 충격적인 작품들을 많이 제작한 이상우 감독이 바라보는 가족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마다 가정 내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청소년들의 마지막 선택이 어쩐지 씁쓸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네 번째 영화 <미국인친구>는 독특한 스토리 구조 속에 인물과 사건이 얽혀있는 로드무비입니다.


지프 토크  두 시의 데이트: 한국 영화를 만나다에서 소개된 영화들은 저예산영화라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전주국제영화제에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하나같이 매력적인 영화들의 다양성과 완성도에 우리 영화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프 토크가 영화와 관람객의 거리감을 좁혔다면, ‘시네마 클래스는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시네마 클래스에서는 스페셜 포커스 영화, 감독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는데요. 영화 상영 후, 특별 강연을 통해 벨라 타르, 사무엘 풀러 그리고 잉그마르 베리만 등 유수의 영화감독들을 재조명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준비한 프로그램 시네마 클래스: 영화, 감독을 말하다에서는 스크린 뒤의 영화감독들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영화를 통해 그들을 돌아봅니다.


토요일 늦은 저녁에 진행된 시네마 클래스: 영화, 감독을 말하다에서는 미국 독립영화의 거장 사무엘 풀러의 영화세계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무엘 풀러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사무엘 풀러의 삶>은 그의 딸인 사만다 풀러에 의해 만들어졌는데요이날 '시네마 클래스'는 사만다 풀러 감독과 중앙대 김지훈 교수와의 대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진4 사만다 풀러 감독



사만다 풀러 감독은 아버지인 사무엘 풀러 감독의 탄생 100주년이었던 2011년에 이 영화를 제작했습니다생전에 100세가 되면 아주 큰 생일 파티를 하자고 말하셨던 아버지를 위해 동료 영화인들의 도움을 받아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해요영화 <사무엘 풀러의 삶>은 사무엘 풀러 감독의 자서전에서 발췌한 단락을 제임스 프랑코와 제니퍼 빌즈빌 듀크 등의 영화인들이 차례로 낭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사무엘 풀러 감독이 살아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작업실에서그의 삶을 차근차근 따라갑니다사무엘 풀러는 성인이 되기 전부터 신문사의 기자로 활동하였으며 전쟁터에서 16mm 카메라로 첫 영화를 만들었습니다저널리스트에서 작가 그리고 사진가감독까지평생 동안 넘치는 재능과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했던 사무엘 풀러 감독은 스크린을 통해 다시 태어난 듯 했습니다.




디지털 삼인삼색 2014’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작년까지는 주로 세 개의 단편영화를 하나로 묶어 상영했었는데요. 올해부터는 세 개의 장편영화로 확대되었습니다. 국내, 국외의 젊고 가능성 있는 영화감독들에게 제작비를 지원하여 제작 기간 동안 꾸준한 관리를 했다고 합니다. 새롭게 바뀐 ‘디지털 삼인삼색 2014’의 세 감독은 헝가리의 기요르기 폴피, 한국의 신연식, 박정범 감독입니다.



사진5 왼쪽부터 기요르기 폴피신연식박정범 감독



기요르기 폴피 감독의 영화 <자유 낙하 Free Fall>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배경의 한 노파가 삶과 죽음을 여러 번 겪게 되는 이야기입니다영화 <조류 인간 The Avian Kind>의 감독 신연식은 전작인 <러시안 소설>에 등장했던 소설 조류 인간을 확장하여 영화로 제작했는데요. 15년 전에 집을 나간 아내를 찾아다니는 소설가를 따라 전개되는 이 영화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알지 못하는 진정한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박정범 감독의 <산다 Alive>는 사회의 계급구조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충돌을 넘어 서로 화합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합니다감독이 직접 연기한 주인공 정철은 강원도 어느 건설 현장의 노동자로 영화 속 갈등과 화합을 겪게 됩니다.


세 감독의 세 작품은 삼인삼색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이야기의 주제도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저마다 제각각이지만세 감독은 모두 현실에 대한 자신만의 시선을 영화로 이야기합니다관람객들은 영화를 보며 평소와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고미처 생각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디지털 삼인삼색 2014’는 감독들에게는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관람객들에게는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습니다앞으로도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은 감독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주국제영화제 현장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로 가득했습니다대중적이지 않은 다양성영화를 주로 상영하는데도 불구하고 젊은 관람객들이 많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그만큼 다양성영화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남녀노소 불문의 관람객으로 가득 찬 전주 영화의 거리에서 다양성영화가 지닌 앞으로의 가능성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영화제의 프로그램에 참가해보고 평소 극장에서는 보기 힘든 영화들을 보면서 다양성영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내년에도 더욱 활발하고 풍부한 영화와 프로그램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합니다!



◎사진 출처

메인이미지 및 사진1,2,3,4 -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사진5 -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