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 중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1 영화 <김종욱 찾기> 스틸컷
필자는 이번 2월에 싱가포르에 친한 친구와 자유여행으로 4박 6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입국 절차를 받기 전 ‘김종욱’을 만났습니다. 영화 <김종욱 찾기>의 공유만큼 잘생기고 키가 큰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외로운 듯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그에게 계속 시선이 갔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이게 바로 운명이야!' 라고 외쳤지요.
접점도 없는데 무슨 운명을 이야기하는지 지금은 제 자신이 우습지만 이름이라도 물어볼까, 아니면 이메일이라도 알아낼까 고민하면서 그의 주변을 서성거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말 한마디도 못 해본 채 헤어졌고 여행 중 꼭 한 번 만나길 기도했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원인은 임수정처럼 혼자 여행 온 것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고 결론지으며 제 ‘김종욱’을 마음에 묻었습니다.
▲사진2 영화 <김종욱 찾기> 스틸컷
앞서 언급한 공유, 임수정, 그리고 영화 <김종욱 찾기>. 많은 관객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영화 <김종욱 찾기>의 감독 장유정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연출가이기도 합니다. 장유정 연출가는 지하철에서 술에 취해 떡이 된 남자를 보며 ‘저 사람도 누군가의 첫 사랑이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순간 본인의 인도여행 당시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잘생긴 남자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만들게 되었다는 재밌는 탄생 비화가 있답니다.
2013년 11월 24일 기준으로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에서 2006년 초연 이후로 7년간 총 공연 횟수 3,439회를 기록하며 총 60 만명이 관람했습니다. 또한, 2010년 겨울에는 공유, 임수정 주연의 영화로 탄생하고, 소설로도 출간되며 창작뮤지컬 최초의 OSMU(One Source Multi Use)로서의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2013년에는 국내 무대를 넘어 중국 상해와 일본 동경에서도 공연되었으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한류 대표 뮤지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사진3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장면
아직도 많은 관객이 찾고 있는 뮤지컬 <김종욱찾기> 이야기의 시작은 7년 전에서 시작됩니다. 7년 전, 여자 주인공은 운명의 사랑을 만나기 위해 인도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턱선의 외로운 각도와 콧날의 날카로운 지성이 흐르는 운명의 남자 ‘김종욱’을 우연히, 운명적으로 만나고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아무리 밀어내고 돌아선대도 운명은 서로 다시 만나게 해줄 거라 굳게 믿으며 한 달 뒤 한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지지만, 결국 둘은 만나지 못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첫 사랑인 ‘김종욱’은 잊히지 않고, 여자는 결국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에 노크를 하게 되고 남자주인공과 만나게 됩니다. 두 남녀는 ‘김종욱’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의 특징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호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여자의 사랑에 대한 방어적인 태도로 그와 멀어지고자 합니다. 그러던 중 여자가 ‘김종욱’에게서 도망친 이유가 본인이 받을 미래의 상처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리고 여자는 다시 ‘김종욱’을 만나 본인 스스로 솔직해지고, 남자 주인공과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합니다.
▲사진4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 장면
작품 속 ‘김종욱’은 단순한 이름이 아닌 특별한 의미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에게 '김종욱'은 첫사랑이자 낭만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행기 옆 좌석에서의 동행과 인도(India)라는 타국에서의 재회까지 흔치 않은 일이기에 그녀는 더 조바심이 듭니다. 그래서 스스로 자꾸 최면을 겁니다. '그가 정말 내 운명이라면 아무리 밀어내고 돌아선대도 꼭 한 번 더 만날 거야.' 그리고 운명적으로 그와 재회합니다.
‘김종욱’과 헤어질 때,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나 연락처마저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와 한국에서 만나기로 한 날 서울로 가는 항공권을 팔고 그에게 오는 모든 메일에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와 다시 만난다고 해도, 인도에서처럼 낭만적인 사랑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래서 완벽한 그와의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추억이란 이름으로 박제하고, 그 안으로 숨어버립니다.
즉 ‘김종욱’은 그녀에게 하나뿐인 도피처입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해서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다.’라는 핑계로 아름다운 사랑만을 꿈꾸며, 아직 가보지도 않은 미래에 겁을 먹고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입니다. ‘김종욱’과 제대로 된 연애하지도 않은 채 사랑 후에 남을 상처에 대한 너무 먼 미래를 내다본 것이죠.
▲사진5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 장면
<김종욱 찾기>의 매력은 소재의 출발이 ‘김종욱’, 즉 ‘첫사랑’이라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때문에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기억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되새겨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의 진정한 매력은 끝이 보이는 사랑과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진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뮤지컬을 빌려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기쁘다가도 이내 식어버리는 마음 대신 오아시스 속의 오아시스, 즉 그 사람의 새로운 매력을 계속해서 발견해 나가며 사랑하면 된다는 이야기로 막을 내립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뮤지컬인 만큼 극의 진행과 함께 주인공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들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뻔하지 않은 색다른 비유와 은유로 극의 몰입도를 한 층 더 높입니다.
또한 1인 21역을 맡은 멀티맨 역시 <김종욱 찾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2명의 남자 배우와 1명의 여자배우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턱선의 외로운 각도와 콧날의 날카로운 지성이 흐르는 ‘김종욱’와 자신의 일과 계획 그리고 약속에 충실하지만 어딘가 어리버리한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의 남자를 동시에 연기하는 남자 배우 한 명, 그리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살지만 사랑 앞에서는 하염없이 작아지는 첫사랑인 ‘김종욱’을 잊지 못하는 여자를 연기하는 여자 배우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한 남자 배우는 바로 멀티맨(Multi Man)입니다.
<김종욱 찾기>의 멀티맨은 군기 반장 아버지, 신들린 무당, 인도 가이드, 할머니, 다방 아가씨 등 다양하고 많은 역할들을 천연덕스럽고 유쾌하게 연기해냅니다. 그래서 볼 때 마다 새로운 멀티맨의 남녀노소를 불문한 무한한 변신은 놀라움과 함께 공연 내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진6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 장면
"오오오 이젠 정말 사랑해야 할 때, 오오오 이젠 정말 만나봐야 할 때"
이는 가짜 ‘김종욱’이 남자와 여자가 티격태격 싸우고 있을 때 부르는 노래 <이젠 만나야 할 때>의 일부로, <김종욱 찾기>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운명은 달나라에 있지 않다던 가사처럼 당신의 인연은 당신의 바로 옆에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네, 이젠 정말 만나야 할 때입니다.
그녀가 잃어버린 '김종욱'에 대해서 응답한 사람은 한 남자였고, 그의 노력으로 그녀는 드디어 혼자서는 찾지 못했던 답을 찾았습니다. 이때, 남자는 앞으로도 여자에게 응답해줄 유일한 한 사람이자 사랑할 바로 한 사람으로 찾아온 것이 아닐까요? 필자 역시 이 뮤지컬에 응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진정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랑에 대한 환상이자 강한 소망이 아닐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진7 뮤지컬 <김종욱 찾기> 출연진
마지막으로 필자가 느낀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운명, 즉 인연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바로 옆에 있는 것임을 말해주는 파랑새 동화입니다. 또한 스스로가 묻어 놓았던 상처와 기억을 찾아 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 뮤지컬의 색깔도 함께 지녔습니다. 물론 모두에게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함께 날아가기도 걷기도 하는 누군가가 함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의지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니까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의 ‘김종욱’은 누구인가 보다, 당신의 ‘김종욱 찾기’ 끝에 만난 옆의 그 사람이 누구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필자는 감히 말해봅니다. 아직 그런 사람이 없다면, 조금만 더 주위를 둘러보세요.
‘운명은 달나라가 아닌 바로 옆에 있지만 깨닫지 못하는 것뿐’이기 때문입니다.
ⓒ 사진 출처
- 사진1-2 CJ E&M, 영화 <김종욱 찾기> 스틸컷 캡쳐
-사진 3-7 CJ E&M,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식 홈페이지
'상상발전소 > 음악 패션 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용, 음악, 영상, 인터랙션의 향연, <서울예술대학교 산학협력단 멀티미디어 공연>연습 현장을 가다 (1) | 2014.04.28 |
---|---|
봄처럼 달콤한 그들의 음악, 악동뮤지션 (0) | 2014.04.24 |
우리나라 유일의 책방골목 '보수동 책방골목'을 찾아가다 (2) | 2014.04.21 |
기록되지 않은 그 날의 기억, 뮤지컬 <공동경비구역JSA> (0) | 2014.04.18 |
MIDEM을 유혹한 <K-POP Night Out>, 그 뜨거운 열기 속으로 (0) | 2014.02.07 |
2014 MIDEM 깐느를 휘어잡을 K-POP (0) | 2014.01.27 |
영화 <레옹(Leon)>과 노라조의 <여자사람> (0) | 2014.01.24 |
서로 다른 곳을 보기에 더욱 아름다운 사랑, 뮤지컬 <풍월주> (0) | 2014.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