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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KOCCA 행사

[문화원형] 문화원형을 찾아서 <충북 보은편> 어머니 품에 안긴 작은 마을, 두 번째 이야기

by KOCCA 2013. 9. 12.

 

 

 

 

◎ 어머니의 품에 안겨있는 암자, 상환암

 

 ▲사진1 속리산 계곡 주변에 쌓여있는 돌탑

 

  ▲사진2 속리산에 위치한 법주사 말사 상환암

 

 

속리산은 포근합니다. 웅장하고 호방한 멋은 좀 덜하지만 어머니의 품 같은 부드러움이 있는 그런 산입니다. 법주사에서 평탄하게 잘 정돈된 길을 걷다보면 세심정이 보입니다. 세심정에서 한 숨 돌리고 우리네 인생과 닮은 산길을 30여분 올라가면 '참배객 이외의 출입을 금합니다.' 라는 표지판 뒤로 상환암이 빼꼼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사진3 상환암의 전경

 

 

좁은 공간에 용하게도 법당과 삼성각을 포함한 4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법당 앞쪽에는 사천왕이 새겨진 석탑이 고고한 모습으로 서있고, 옆쪽으로 2m 남짓의 작은 폭포가 쉬지 않고 흐르고 있습니다. 상환암의 절정은 삼성각으로 올라가는 계단입니다. 직각으로 서있는 절벽을 쪼아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마치 이 계단을 다 오르면 호랑이 등에 앉아있는 백발의 산신이 만나게 되리라는 착각에 빠집니다.

 

▲사진4 조용히 놓여있는 스님의 신발

 

삼성각에 오르면 상환암을 감싸고 펼쳐진 속리산의 정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그 풍경에서 어머니에 품에 안겨 편안히 잠이 든 아기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느림과 빠름의 교차로, 향교마을

 

 

▲사진5 부수리 마을 초입의 감나무집

 

 

 ▲사진6 감나무집을 돌아올라가면 보이는 회인향교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의 거침없는 속도는 느리고 답답했던 과거와 결별하라고 유혹합니다. 현대의 대부분의 것은 그런 유혹에 빠져 변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보은군 회인면 부수리에 아직 유혹에 빠지지 않은 느리고 조용한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은 조선시대에 만든 향교가 있어 향교마을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사진7 회인향교의 명륜당

 

  ▲사진8 회인향교에서 보이는 고속도로

 

 

이 마을 초입에 큰 감나무가 있는 집이 있는데, 그 집에 사는 노모는 세월을 등에 업고 구부러진 허리로 아들을 맞이하기 위함인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앞마당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집을 돌아 오르막길을 오르자 향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향교 옆에는 소가 여유로운 되새김질을 하고 있습니다.

 

향교에 올라 바라본 향교마을의 전경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고요하고 조용한 향교마을의 위로 빠름의 상징인 고속도로가 비웃기라도 하듯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혹시나 이 향교마을도 유혹에 빠져버리는 것은 아닐까하고 조바심이 들었습니다. 제발 이 몇 남지 않은 고요함의 미덕이 깨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진9 조용한 마을의 풍경과 대조되는 고속도로의 모습

 

 

육중한 시멘트 구조물 아래 살구 빛 물고기, 대청호와 송어회.

 

저는 결코 육중한 시멘트 구조물, 대청댐을 보기위해 대청호를 찾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대청호를 가는 길에 가지런히 심어진 초록을 보기 위함입니다. 또, 그 사이에 수줍게 고개를 들고 있는 이름 모를 들꽃을 보기 위함입니다. 사람들은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강의 길을 막아 필요한 것을 얻는 법을 고안해냈고, 이것은 금강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막혀있는 강이 외롭지 않게 주변에 나무를 심고 꽃들이 피어나게 했다는 것입니다. 자연은 너그럽기에 이 정도의 대가에도 심통을 부리지 않습니다.

 

▲사진10 대청댐의 전경

 

대청댐에서 청원군 현도 방향으로 내려가면 송어 양식장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옵니다. 또, 한 쪽에는 송어회를 파는 상업지구가 형성되어있습니다. 댐을 만들었기에 송어양식이 용이해 진 것인지, 아니면 옛 부터 이 일원에서 송어가 많이 잡혔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청호의 송어회 맛은 일품입니다. 가지런히 놓인 살구 빛 송어의 최후는 애처롭기 보다는 영광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담백한 송어회를 먹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대청호 주변의 초록과 꽃을 느끼며 하는 걸음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리라 생각됩니다. 사랑이 싹틀 수 있는 풍경입니다.

 

◎ 사진출처

- 사진1-9 직접 촬영

- 사진10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