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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문화기술

㉗ 스크린 속의 캐릭터와 관객이 대화를 한다? 기술을 통해 감성을 공유하는 기업 ‘레이그리프’

by KOCCA 2013. 7. 11.

 

▲ 사진1 2012 여수세계박람회 '듀공'

 

 

여러분, 혹시 만화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철인 28호’ ‘태권V’ ‘피구왕 통키’ ‘축구왕 슛돌이’ 등 만화영화를 즐겨 봤습니다. 물론, 어린아이들에게 있어서 만화영화는  무엇보다 재밌는 엔터테인먼트죠. 저는 밖에서 놀다가도 만화영화만 시작하면 친구들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는 등 만화영화를 유독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작은 화면 속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저를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안내를 했었죠.

 

최근 저의 상상력을 자극하였던 추억의 만화영화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용어로 변화되어 문화기술 및 첨단기술과 함께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흑백의 화면이 컬러가 되고, 집에서 TV로만 볼 수 있었던 만화영화를 극장에서 더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놀라운 컴퓨터 그래픽 기술들이 더해지더니 입체 영상으로까지 발전 했습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는 애니메이션의 궁극의 도달점은 과연 어디일까요? 그건 아마도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과 대화가 가능한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인간과 캐릭터들이 대화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향후 애니메이션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이 기술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고 합니다.

 

디지털 퍼페트리(Digital Puppetry) 기술에 대하여 들어보셨나요? 디지털 인형극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과거 전통적인 인형극에서는 직접 손으로 인형을 조작 하면서 관람객과 소통 할 수 있었는데, 이를 디지털로도 가능하게 만든 것이죠.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하여 디지털 퍼페트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레이그리프’를 박영민 대표님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박영민 대표님. 귀사의 소개에 대하여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A)
레이그리프는 CG애니메이션 기획 및 제작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 대화형 캐릭터 기술인 애니로보와 증강현실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한 인터렉티브 미디어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 사진2 애니로보

 

Q) 디지털 퍼페트리 기술이란 무엇인가요?
A) 디지털 퍼페트리는 관객들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음성을 인식하는 것처럼 보이는 ‘라이브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인형극의 경우에는 사람이 인형을 가지고 관객들과 소통 하면서, 상황에 따라 인형을 조작 하였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퍼페트리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 지기 때문에 사람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물론, 디지털 스크린 속의 캐릭터들이 아이들의 말을 모두 알아듣고 대답을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무대 뒤에 캐릭터의 목소리를 내는 성우가 숨어있죠. 아이들의 질문에 성우가 대답을 하고, 캐릭터는 성우의 말에 맞는 입모양으로 스크린 속에서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 것 이죠.

 

▲ 사진3 2012 여수세계박람회 '듀공'

 

Q) 현재, 디지털 퍼페트리 기술은 어떻게 활용되어지고 있나요?

A) 미국 디즈니에서는 이미 디지털 퍼페트리 기술을 도입하였는데요. 디즈니의 ‘터틀 토크 위드 크러쉬’가 그 예입니다. 픽사(PIXAR)의 ‘니모를 찾아서’에서 등장했던 거북이 ‘크러쉬’가 아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죠. 저희 회사에서도 이러한 디지털 퍼페트리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했는데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에서 선보인 ‘듀공’캐릭터는 수많은 실패와 경험을 통해 탄생되어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스크린 앞에서 ’듀공‘을 부르면 바다 속을 배경의 스크린에서 귀여운 돌고래 ’듀공‘이 나타나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죠.


 

최근에는, ‘롯데월드’에서 벨루가라는 캐릭터를 통하여 디지털 퍼페트리 기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 사진4 롯데월드 '벨루카 토크쇼'

 

 

Q) 
대표님께서 디지털 퍼페트리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먼저, 아이들에게 판타지. 다시 말해 풍부한 상상력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이 기술을 통해 아이들은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좀 더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최근 제작되는 콘텐츠에서는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시청자 혹은 관람객들과 인터렉티브가 중요시되고 있는데요. 단순히 영상을 보여주는 것에 머물지 않고, 질문과 답변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형태는 교육적인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Q) 디지털 퍼페트리 기술이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은?
A)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인식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알려져서는 안 되는 기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술들이 알려졌을 경우, 더 이상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이들이 디지털 퍼페트리 기술에 대하여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스크린 속의 캐릭터와 대화를 하기 보다는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마이크나 카메라를 찾는 것에만 집중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디지털 퍼페트리가 본질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죠.

 

 

 

▲ 사진5 롯데월드 '벨루가 토크 쇼 진행장면'

 

 

Q)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지원과제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지원과제를 하게 된 계기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죠. 원천기술을 확보하기보다는, 현재의 기술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시장을 확보하고자 노력 했습니다. 디지털 퍼페트리와 관련된 전시에 많이 참석 해 본 결과, 디즈니를 제외한 다른 회사의 경우 기술 활용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기술이나 장비를 판매 할 뿐 콘텐츠를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술을 콘텐츠로 어떻게 구현하는가에 대한 감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콘텐츠를 융합하여 사람들의 감성에 한발 짝 더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Q) 레이그리프의 향후 계획에 대하여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향후 디지털 퍼페트리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할 때, 단순히 주문형으로 제작하는 것을 넘어서고 싶습니다. 즉,  다양한 상품으로 제작 하여 전 세계 곳곳에 판매될 수 있도록 콘텐츠 사업의 영역을 넓힐 계획입니다.

 ‘스크린 속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와 사람들 간의 교감(Interactive)’ 바로 이것이 레이그리프의  박영민 대표님이 콘텐츠와 기술의 융합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가장 큰 목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모티브들은 과거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실제로 체험을 할 수 있다니, 기술적인 진보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만약 더 많은 기술과 지식이 축적이 된다면 그때는 뒤에서 사람이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을 구현하여 스크린 속의 캐릭터가 직접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CT포럼 2013 리포터 김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