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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디지털과 박물관의 만남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

by KOCCA 2013. 7. 5.

 

▲ 사진1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

 

박물관은 딱딱하다? 저도 그랬고, 여러분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실텐데요!

제가 직접 찾아가 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 사진2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외관과 동판  

 

지난해 12월 광화문에 개관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08년 건국 6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록하고 남기기 위해 ‘현대사박물관’을 만들기로 계획했는데요! 이후 2009년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박물관은 개항기부터 독립운동, 광복, 6·25 전쟁, 경제 개발, 민주화 운동을 거쳐 현재의 대한민국에 도달하기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전형적인 역사박물관이 어떤 면에서 딱딱하지 않고 살아있나 라는 의문이 드실 텐데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풍부한 실물 자료에 더불어 정보 기술(IT)과 문화기술(CT)이 도입된 박물관입니다. 즉, 아날로그(analog)와 디지털(digital)이 공존하는 ‘디지로그(digilog)’ 박물관인 것이죠!

 

'디지로그‘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보셨지만 사실 정확하게 어떤걸 의미하는 건지 헛갈리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먼저 간단하게 ’디지로그‘가 무슨 뜻인지 소개를 해 드릴게요!

 

‘디지로그’는 이화여대 교수인 이어령이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입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뜻하기도 합니다. 현재는 주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재현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디지로그’가 생겨난 이유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지만 아날로그에 대한 사람들의 향수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회 전반적으로 디지털 사회에서도 아날로그적 감성과 사고는 필요하고, 아날로그가 깃든 디지털 기술일수록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죠.

 

이런 ‘디지로그’ 상품에는 직접 손으로 만지는 디스플레이인 '터치스크린', 펜으로 종이에 글을 쓰는 감각을 구현해 낸 '터치팬', 아날로그시계 형태를 띈 ‘전자시계’, 아날로그 방식 필름 카메라의 형태를 가져온 ‘디지털 카메라’등이 있습니다. 이제 이런 '디지로그'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어떻게 녹아있는지 알아볼까요?

 

▲ 사진3 왼쪽부터 전시장 로비모습과 입체 디스플레이로 되어있는 전시 안내 기기와 전시 안내 앱 QR코드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을 반기는 것은 대형 디스플레이 였습니다. 다른 박물관과 다르게 디지털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죠. 또 하나 놀랐던 것은 전시 안내 형태 였습니다. 박물관 안내기기는 내부에 전시장 구조 미니어처가 들어있었고, 그 위의 투명 터치 스크린을 통해 전시장 구조를 직접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 전시 안내 어플이 준비되어 있어, 누구나 손쉽게 QR코드를 이용하여 다운받아 모바일 기기를 들고 다니며 전시장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디지로그를 찾아내기는 아주 쉬웠습니다. 일단 역사적인 사료를 전시하는 형태와 디지털 영상의 전시가 공존한다는 점과, '디지로그'기술을 전시장 곳곳에 구현해 관람객의 체험을 끌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디지로그'를 '디지털자료형', '체험형'으로 나누어 구분해 보았습니다.

 

 


◎ 실물 자료에 디지털을 얹다 - 디지털 자료형

 

▲ 사진4 전시장 내부에 디스플레이가 설치된 모습

 

 

▲ 사진5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다양한 형태의 디스플레이들

 

대부분의 박물관은 실물 자료들을 제외하고는 당시의 사건을 글로써 재현, 설명해 놓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중간 중간 기둥이나 벽면, 빈 공간을 활용해 영상자료를 곳곳에 배치해 두었습니다. 사실 글의 경우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기도 할 뿐만 아니라 기억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죠. 그렇지만 영상자료를 주로 활용하게 되면 좀 더 생생하게 당시의 상황이 와 닿는 느낌을 줍니다. 또 박물관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상당히 많았는데요. 글로 번역된 설명보다 사진이나 당시 영상으로 엮은 시청각 자료들에 상당한 관심을 갖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 사진6 박물관에 비치된 특수 스크린에 역사적 사건을 3D입체 영상으로 담아낸 모습

 

 


◎ 첨단 기술로 역사를 만지다 - 체험형

 
‘디지로그’박물관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었던 것은 ‘체험형’ 전시물들이었어요. 기존의 보기만 하는 박물관에서 사용자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직접 몸을 움직이고 만져보는 박물관이 된 것이죠.

 

▲ 사진7 손동작 인식을 통해 이미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술

  

박물관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바로 제 1 기획전시관인데요. 이 전시관에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 조성되어 있었어요. 바로 ‘가상현실’이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가상현실’이란 특성 현실 - 환경이나 상황 - 을 컴퓨터로 구현해서 사용자가 실제로 그 현실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곳에서는 사용자가 허공에 특정 손짓을 하면 이를 인식해서 디스플레이를 조종할 수 있게 됩니다. 마치 디스플레이 속 사진을 직접 손으로 집어 드는 듯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것이죠!

  

▲ 사진8 터치스크린을 통한 관객 체험형 전시물


또 박물관 곳곳에 터치 스크린을 통한 체험 전시가 준비되어 있었어요. 터치 스크린은 대표적인 ‘디지로그’ 상품이죠! 관람객들이 터치와 스크롤링을 직접 하게 되면서 기존에 관람만 하던 박물관과는 확실히 차별점을 둘 수 있겠더라고요.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을 디지털에 입혀낸 ‘디지로그’ 박물관의 모습이었습니다.

 


 

◀ 사진9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다양한 형태의 관객 체험형

 

 

위의 전시물은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열기를 재현할 수 있게 조성된 체험 부스입니다. 이 부스는 특이하게 일정 데시벨 이상의 소리가 감지되어야 영상이 재생되는데요. 디지털 영상기술에 사용자의 응원이라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더해져 제대로 ‘디지로그’를 보여주고 있었어요. 직접 박물관에 취재차 방문한 당시에 몇몇 관람객 분들이 이 부스를 체험하고 나오는 것을 보았는데요. 역사박물관의 관람객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재밌고 신나는 경험을 한 사람들로 보이더라고요.

 

처음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디지로그’ 박물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실 박물관과 디지로그가 어울릴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에 입혀진 ‘디지로그’는 제 3자의 관점으로 관람하던 관람객을 주체가 되게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전시물과 나를 분리시켜 그저 관찰하는 형태로만 관람을 했던 것은 아닐까요? ‘디지로그’가 끌어안은 아날로그적 감성은 전시물이나 작품에 좀 더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었습니다.

 

인간 냄새가 나는 기술, ‘디지로그(digilog)’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 사진출처

- 사진1-9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