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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노래를 읽다. 일곱 번째 이야기 - 브로콜리너마저 <춤>

by KOCCA 2013. 7. 12.

 

▲ 사진1 브로콜리너마저 앨범자켓

 

 

알파치노가 열연한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나요? 알파치노는 시력을 잃은 퇴역군인 프랭크 역할을 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프랭크는 레스토랑에 가는데 거기서 비누 향기가 좋은 여인을 만나죠. 약혼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그 여인에게 프랭크는 탱고를 권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 사진2 영화 장면 캡쳐

 

“탱고는 인생과 달리 단순하죠. 탱고는 정말 멋진 것예요. 만약 실수를 하고 스텝이 엉키면 그것 또한 탱고죠. 한번 춰봅시다.”

 

그 둘은 아름다운 탱고선율에 맞춰 우아하게 춤을 춥니다. 오늘 소개드릴 노래는 브로콜리너마저의 <춤>이라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 속의 남녀도 춤을 추고 있네요. 아마 재즈선율에 맞워 탱고를 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노래에서는 연애를 춤에 비유하였습니다. 그럼 가사를 먼저 보시죠.

 

 

브로콜리 너마저 <춤>

 

 

우린 긴 춤을 추고 있어. 자꾸 내가 발을 밟아.

고운 너의 그 두발이 멍이 들잖아.

난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해. 

 

이 춤을 멈추고 싶지 않아. 그럴수록 마음이 바빠.

급한 나의 발걸음은 자꾸 박자를 놓치는 걸.

자꾸만 떨리는 너의 두 손. 

 

함께라면 어떤 것도 상관없나요?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정말 그런 걸까.

함께 라는 건 그렇게 쉽지 않은데.

그만큼 그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우린 긴 꿈을 꾸고 있어. 문득 꿈을 깨진 않을까.

눈을 뜨면 모든 게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마치 없었던 일처럼.

 

 

난 눈을 감고 춤을 춰.

 

 

두 남녀는 아주 긴 춤을 추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남자가 자꾸 여자의 발을 밟나 봅니다. 남자가 일부로 발을 밟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여자와 정말 멋진 춤을 추고 싶어 힘이 들어 가다보니 스텝이 꼬이는 것입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여자의 발에는 멍이 들고 맙니다. 연애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인에게 이 남자처럼 뜻하지 않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 사진3 영화 장면 캡쳐 

 

남자는 자꾸 여자의 발을 밟아 마음이 조급해 집니다. 하지만 이 춤을 끝내고 싶지는 않죠. 마음이 바빠집니다. 이 춤이 끝나면 이 여자는 멀리멀리 떠나버릴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바빠지니 박자를 계속 놓치게 되지요.

 

 

남자는 춤을 추면서 자꾸 여자의 발을 밟게 되고, 우아하게 춤을 추고 싶지만 박자를 놓치게 됩니다. 그래서 여자에게 물어보죠. “나와 함께라면 정말 어떤 것도 상관없나요?”라고 말이죠. 여자는 대답이 없습니다. 불안한 남자는 다시 말하죠. “함께라면 어떤 것도 상관이 없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정말 그런 걸까 고민되어서요. 내가 자꾸 당신의 발을 밟아 상처를 주고, 박자를 못 맞춰 창피를 주잖아요.”

 
남자는 생각합니다. 이 여자와 계속해서 춤을 추고 싶지만, 계속되면 여자의 발에는 상처가 늘어나고, 창피를 당하게 될 거라고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이 춤을 멈추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지금 이 순간 남자에게는 춤을 추고 있는 것만이 존재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죠.

 

 

 

 

▲ 사진4 영화 장면 캡쳐

 

결국 남자는 이 춤을 계속 추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죠. 그래도 언젠가는 꿈처럼 춤을 추었던 적이 있었다고 말이죠. 지금은 비록 어긋나고 있지만 다시 한 번 꿈처럼 춤을 추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죠.

 

연애란 탱고와 같습니다. 서로의 호흡이 중요한 법이죠. 만나다보면 서로의 동작이 어긋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는 눈을 감고 꿈처럼 아름답게 춤을 추었던 순간을 생각하며 버티면 그 뿐입니다. 그렇게 이겨내면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오겠죠.

 

 

 

▲ 사진5 영화 장면 캡쳐

 

◎ 사진출처

- 사진1 브로콜리너마저 공식 홈페이지

- 사진2-5 영화 <여인의 향기>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