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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노래를 읽다. 여섯 번째 이야기 – 트윈폴리오 <웨딩케이크>

by KOCCA 2013. 6. 28.

 

▲사진1 트윈폴리오 공연모습

 

이 기사는 ‘노래를 읽다’라는 큰제목으로 대중가요나 팝송 중 어느 정도 서사가 있거나 서사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을 뽑아 그에 대해 곱씹어 보는 형식으로 작성될 예정입니다. 시리즈로 연재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은 옛 연인의 결혼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사실 저도 아직은 없었는데요. 가정하여 생각해보자면 매우 섭섭한 심경일 듯합니다. 다시 잘해볼 생각을 안 해봤다고 해도, 전에 사랑했던 사람이 이제는 누군가의 평생의 짝이 된다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닐 것 같네요.

 

 

▲사진2 트윈폴리오 앨범 자켓사진

 

그렇다면 만약에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인데 집안의 반대로 사랑이 이루어 질 수 없다면 어떨까요?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들처럼 말이죠. 1990년 10월에 발표된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이크>를 들어보면 집안의 반대로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 다른 사람에게로 가는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송창식과 윤형주의 하모니가 일품인 곡입니다. 그럼 가사를 보겠습니다.

 


트윈폴리오 <웨딩케이크>

 

 

이제 밤도 깊어 고요한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잠 못 이루고 깨어나서, 창문을 열고 내어다 보니.

사람은 간곳이 없고, 외로이 남아 있는 저 웨딩 케익.

그 누가 두고 갔나. 나는 아네. 서글픈 나의 사랑이여.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가네. 그대 아닌 사람에게로.

이 밤이 지나가면 가네. 사랑치 않는 사람에게로.

마지막 단 한번만 그대 모습 보게 하여 주오. 사랑아.

 

 

아픈 내 마음 모르는 채 멀리서 들려오는 무정한 새벽 종소리.

행여나 아쉬움에 그리움에 그대 모습 보일까 창밖을 내다봐도.

이미 사라져 버린 그 모습 어디서나 찾을 수 없어.

남겨진 웨딩케익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네.

남겨진 웨딩케익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네.


이 노래 속의 주인공을 개인적으로 여성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 여자는 다음날 결혼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본래 사랑했던 남자와의 결혼이 아닌 집안에게 정해준 사람과의 결혼이죠. 이 여성은 잠이 오지 않습니다. 밤이 늦도록 뜬 눈으로 지새우고 있는데 조그맣게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소리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웬 웨딩케이크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그 여성은 직감하죠. 사랑하는 연인이 놓아두고 갔다는 것을 말이죠.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그 남자도 이 여자도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을 자신이 없었겠죠. 아마 마주쳤으면 서로를 보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케이크만 남겨놓고 빠른 걸음으로 떠나버렸습니다. 그 남자의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웨딩케이크를 보고 그 여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버립니다. 눈물범벅이 되어버린 여자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입니다.

 

 

▲사진3 트윈폴리오 80년대 모습 (왼쪽부터 윤형주, 송창식)

 

“누가 두고 갔는지 나는 알 수 있어요. 나의 서글픈 사랑아.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갑니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갈거예요. 그대 아닌 사람에게로. 마지막 단 한번만 그대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나의 사랑아.“

 

 

슬픈 읊조림입니다. 여자는 마지막으로 그 사람을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내 영혼까지 선뜻 건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혼식 전날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창밖에 쓸쓸히 놓여있는 웨딩케이크를 바라봅니다. 또, 혹시 그 남자가 다시 돌아와서 나를 불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아침이 밝아오고, 아침을 알려오는 무정한 새벽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침이 오는 것이 너무 싫은 여자입니다. 아침을 알리는 종소리가 너무 싫은 여자입니다. 남자는 결국 창문으로 돌아와 주지 않았습니다. 남자가 무심하다기 보다는 배려가 깊은 것이라 하고 싶군요.

 

사랑이라는 것이 언제나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더군요. 서로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주변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 헤어지게 되면 더 간절해지고, 미안해지고, 돌이키고 싶어지는 것이 사랑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손을 잡아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잘해주세요. 그 사람이 지금 이 순간 여러분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 사진출처

- 사진1 스타뉴스

- 사진2 뉴스엔

- 사진3 네이버 블로그 백정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