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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고전과 현대사이, 매력적인 재생산을 목격하다

by KOCCA 2013. 7. 3.

 

▲ 사진1 tvN <연애조작단 시라노> 출연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콘텐츠를 100% 현재의 창작물이기보다는 이전에 존재했던 콘텐츠에서 좀 더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일일 연속극을 보면서 집안 간 반대를 겪는 21세기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목격하기도 하고, 콩쥐, 팥쥐같이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형제 자매들을 보기도 합니다. 고전과 현대 사이,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 vs. <연애조작단; 시라노>

 

▲ 사진2 <Cyrano de Bergerac(1990)>, <연애조작단; 시라노(2013)>,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포스터

 

최근 tvN에서 방영 중인 <연애조작단; 시라노>는 이미 엄태웅, 이민정 주연의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흥행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이 두 작품의 원작은 프랑스의 시인인 에드몽 로스탕이1897년에 쓴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이라는 희곡인데요. 이 희곡은 실제 17세기 프랑스를 살았던 시인 시라노 드 베르쥬락을 모델로 한 팩션입니다. 그를 묘사한 초상화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시라노는 사람들이 멀리서도 알아볼 만큼 코가 정말 컸다고 해요.

 

▲ 사진3 영화 <Cyrano de Bergerac(1990)> 일부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시라노는 유능한 군인이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시인이지만, 자신의 코 때문에 세상 어느 여자에게도 사랑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 낙담합니다. 시라노는 아름답고 똑똑한 록산느라는 여인을 사랑하는데요, 그의 동료이자 잘생긴 외모의 크리스티앙도 역시 록산느를 사랑합니다. 록산느는 크리스티앙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반해 시라노에게 이 사실을 말합니다. 크리스티앙 역시 록산느를 사랑하지만, 그의 형편없는 지적 수준 때문에 록산느에게 연애편지를 보낼 수 없다며 시라노에게 고민을 털어놓지요. 시라노는 결국 크리스티앙의 연애편지를 써주고, 심지어는 록산느에게 대신 구애해주기까지 합니다. 시라노 덕분에 크리스티앙과 록산느는 결혼을 하게 됩니다. 전쟁터에 나간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시라노는 계속해서 록산느에게 편지를 써 주는데요. 그러던 중 크리스티앙은 전쟁터에서 죽게 됩니다. 이후 록산느는 줄곧 크리스티앙을 그리워하며 살아갑니다. 15년 후, 시라노는 록산느에게 크리스티앙의 마지막 편지를 전해줍니다. 사실 그 편지 역시도 시라노의 작품이었지요. 이 편지를 읽고 록산느는 마침내 그동안 편지를 쓴 것이 시라노였음을 깨닫고 그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렇지만 록산느에게 가던 중 머리를 다친 시라노는 결국 숨을 거두게 됩니다.

 

 

▲ 사진4 tvN <연애조작단; 시라노> 캡쳐

 

 

▲ 사진5 tvN <연애조작단; 시라노> 캡쳐

 

비록 원작의 시라노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지만, '연애편지 대필'이라는 매력적인 소재 때문인지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연극은 물론 영상으로도 많이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프랑스, 미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시라노 모티브를 따 사무라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Life of an Expert Swordsman>를 제작한 바가 있지요. 1996년 미국에서 개봉한 <The Truth About Cats & Dogs> 역시 이 작품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2010년 개봉한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연애편지 대필'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이루어주는 매력적인 연애조작단을 탄생시켰습니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누적 관객수 268만여 명을 넘기며 로맨틱코미디 장르로서는 무난하게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현재 tvN에서도 드라마로 방송 중인데요, <신사의 품격>과 <아빠! 어디가?>를 통해 대세남으로 거듭난 배우 이종혁과 소녀시대의 수영이 주연을 맡아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의 '연애 조작'을 선보이는 중입니다. 여기에 태민, 광수, 정유미, 공유 등 화려한 카메오로 인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 <맥베스(Macbeth)> vs. <레이디 맥베스>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햄릿>, <오셀로>, <리어 왕>과 더불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꼽히는 <맥베스>는 그 유명세만큼이나 여러 차례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연극을 비롯해 오페라, 영화는 물론이고 BBC 라디오에서 라디오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지요. <맥베스>는 다시 한 번 영화화를 앞두고 있는데요, <셰임>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마이클 패스벤더가 맥베스 역에, <블랙스완>의 나탈리 포트만이 레이디 맥베스 역에 캐스팅되어 올해 하반기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 사진6 영화 <Macbeth(1946)> 일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1606년경 제임스 1세의 연회에서 상연하기 위해 쓰인 극입니다. 글램즈의 영주인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반역자를 처단하고 돌아오던 중 세 마녀를 만나 곧 코더의 영주가 되고, 이어서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됩니다. 예언을 들은 직후 맥베스는 왕의 전령에게 자신이 코더의 영주로 임명되었다는 얘기를 듣게 되죠. 예언 하나가 실현되자 맥베스는 이내 왕권에 눈이 멀어 던컨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왕이 된 후에 자신이 저지른 짓 때문에 불안에 떨던 맥베스는 결국 반란군에 의해 처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고전 중에서도 유독 리메이크가 많이 되는 편인데요, 그의 작품들이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욕망에 무너지는 인간을 섬세하게 그려낸 <맥베스> 역시 현대인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요소를 지니고 있지요.

 

 

▲ 사진7 연극 <레이디 맥베스> 공연사진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 대신 맥베스 부인에게 집중합니다. 원작에서 맥베스 부인은 등장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충분한 임팩트를 줍니다. 왕을 살해하기 전 망설이는 맥베스를 부추기는 것이 바로 맥베스 부인이죠. 원작에서 맥베스 부인은 왕을 살해한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몽유병에 걸려 자살합니다. 오브제극과 연극을 결합한 독특한 연출이 인상적인 <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 부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요. 몽유병에 걸린 맥베스 부인이 어의를 통해 최면에 걸려 던컨왕을 살해하던 시점을 떠올리는 것으로 원작을 재구성했습니다. 이 극에서는 다양한 오브제 연출은 물론 거문고와 구음을 활용한 음향을 통해 살인을 저지른 이후 무너지는 맥베스 부인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레이디 맥베스>는 이미 대학로에서 15주년 기념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오는 7월 10일부터 4일간 고양 아람누리 극장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테리즈 라칸(Thérèse Raquin)> vs. <박쥐>, <테리즈 라칸>

 

자연주의의 대표 소설가인 에밀 졸라의 <테리즈 라칸>은 이미 박찬욱 감독의 <박쥐>의 모티브가 된 소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867년에 출판된 이 소설은 인간의 잔혹함과 징벌적 결말이 인상적인 작품이지요. 이후 1873년에 동명의 극으로 상연되기도 했는데요. 이후 현대에 들어서면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 멕시코 등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었습니다.

 

 

▲ 사진8 영화 <Therese Raquin(1953)> DVD, 스틸컷


에밀 졸라의 원작 <테리즈 라칸>에서 고아인 테리즈는 어머니가 죽고 난 후 아버지에 의해 숙모인 라칸 부인에게 맡겨지게 됩니다. 라칸 부인에게는 병약한 아들인 카미유가 있었는데요, 라칸 부인은 자신이 죽은 후 카미유를 돌봐 줄 사람이 없을까 걱정해 테리즈와 카미유를 일부러 결혼시킵니다. 결혼한 이후, 세 가족은 카미유의 성화에 못 이겨 파리로 이사를 하게 되지요. 병약한 남편이 늘 불만이던 테리즈는 파리에서 만난 카미유의 어릴 적 친구인 로랑과 사랑에 빠집니다. 테리즈의 방에서 몰래 만나곤 하던 그들은 결국 카미유를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라칸 부인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쓰러지고, 이후 테리즈와 로랑은 계속해서 카미유의 망령에 시달립니다. 결국, 그들은 마비 상태의 라칸 부인 앞에서 독약으로 자살하게 되지요.

 

 

▲ 사진9 영화 <박쥐> 스틸컷

 

<테리즈 라칸>은 에밀 졸라가 26살의 젊은 나이에 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모티브로 <박쥐>를 만든 박찬욱 감독은 "그 작품은 스물여섯 살이 썼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인간에 대한 가혹한 시선을 담고 있다."고 얘기하기도 했죠. <박쥐>의 플롯은 <테리즈 라칸>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철저하게 인간의 본성을 그린 원작과 <박쥐>의 뱀파이어라는 초현실적인 소재는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박찬욱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며 송강호의 캐릭터를 제외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모두 원작에서 따왔을 정도로 <테리즈 라칸>이 모티브임을 확실히 했습니다.

 

<박쥐>에 이어 <테리즈 라칸>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올해 9월에 개봉 예정인 이 영화에서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말포이 역으로 친숙한 톰 펠튼이 카미유 역을 맡았습니다. 국내 개봉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원작을 각색하기보다는 내용을 충실히 살린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 사진출처

- 사진1 tvN 연애조작단 시라노 공식 홈페이지
- 사진2 각 영화 공식 홈페이지

- 사진3 워드프레스 (newslang89)

- 사진6  timeimage.wikispaces.com/Macbeth

- 사진7 ibstv.kr

- 사진8 film.thedigitalfix.com 
- 사진9 영화 <박쥐>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