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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영화를 만든다?! 우리나라의 "배우 출신 감독"들을 파헤쳐보자 - 여성감독 편

by KOCCA 2013. 7. 3.

 

▲ 사진1 연출 중인 구혜선 감독

 

 

요즘 대한민국 TV를 들여다보면 '만능 엔터테이너'가 우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래 활동하던 분야를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들을 가리켜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하는데요. 연기하는 가수, 노래하는 개그맨, 예능하는 배우들은 이제 새삼 놀랄 것도 없겠지요. 각각의 영역을 넘나들며 끼를 발산하고 있는 스크린 속의 그, 혹은 그녀들!

 

그런데 스크린과 스크린 밖을 넘나들며 끼를 발산하는 그, 혹은 그녀들도 있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바로 배우 출신 감독들입니다. 그러한 감독들을 가리켜 저는 개인적으로 Actor(배우)와 Director(감독)을 합성해 Acdirector라 이름붙여 보았어요. :-D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액디렉터'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할리우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배우에서 감독으로 전업하며 많은 명작을 남겼습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그랜토리노>, <아르고>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들이죠.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배우로서, 또 감독으로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고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여성감독을 중심으로 한명씩 살펴보겠습니다. 

 

 

◎ 감독1) 구혜선

 

▲ 사진2 연출 중인 구혜선 감독

 

여러분은 '배우 출신 감독'이란 말을 들었을 때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구혜선 감독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그만큼 꾸준한 작품연출을 해 오고 있는 구혜선 감독은 이미 2008년부터 영화 연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에 걸리진 않았지만, 바로 <유쾌한 도우미>란 이름의 첫 작품이 있죠. 많은 분들이 <요술>이 구혜선 감독의 첫작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그것은 아니아니~ 아니란 말씀!

 

 

▲ 사진3 구혜선 감독이 연출한 영화 리스트

 

구혜선 감독은 안락사를 소재로 한 단편영화 <유쾌한 도우미>로 일본쇼트쇼츠아시아영화제와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영화감독으로서의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첫 작품인데도 두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이어 2010년에는 부녀지간의 소통 부재를 다룬 <당신>을 연출했습니다. '당신'은 상대방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면서, 또한 대화 중 부모님을 언급할 때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지요. '당신'이라는 단어와 '소통 부재'의 주제에서 흥미로운 접점이 보이시나요? <당신>은 네이버온라인극장에서 2012년 12월까지 연재되었습니다. 이 두 작품을 현재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네요.

 

같은 해 6월에는 예술학교에 다니는 세명의 단짝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 <요술>을 연출했습니다. 예술학교를 무대로 한 천재 첼리스트와 그에 가려진 또다른 첼리스트, 그리고 그들의 피앙세 피아니스트라는 설정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일본의 음악영화인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연상하기도 했습니다. <요술>은 어찌보면 진부한 캐릭터와 줄거리, 그리고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연출장면 때문에 많은 관객과 평론가의 혹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감성적이고 아름다우며 여운이 남는다는 평들도 많이 있었던 걸 보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죠?

 

2012년에는 샴 쌍둥이로 태어난 특별한 형제의 이야기, <복숭아나무>를 선보였습니다. <복숭아나무>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조승우와 류덕환 배우가 몸은 하나, 머리가 둘인 샴 쌍둥이를 열연했습니다. 남자주인공 2명(?)에 여자주인공 1명이라는 설정 때문에 초기에는 얼핏 단순히 삼각관계를 다룬 것 아니냐는 오해도 샀었죠. 하지만 '특별함'과 '상처',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잔혹하게, 동화처럼 잘 표현했다는 평을 얻으며 구혜선 감독을 돌아보게 만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어 국내 최초 4K 3D입체 제작 시스템을 도입한 단편 영화 <기억의 조각들>을 연출했습니다. <기억의 조각들>은 칸 영화제에서 선을 보이기까지 했는데요, 화려한 액션이 아닌 서정적인 장면에서도 3D를 사용하며 그 효과를 입증해보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소중한 기억을 회상하는 주인공의 섬세한 감정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배우 유승호가 주인공 역을 맡으며 많은 소녀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작품입니다.

 

또 가장 최근에는 삼성전자 핸드폰 갤럭시S4와 함께한 모바일 단편영화 <백구>도 선보였습니다. '나와S4이야기' 홈페이지에 가시면 감상하실 수 있답니다. 정우성, 김남길, 양익준도 각각 다른 작품을 연출했는데요, 정우성과 김남길 씨도 이제 감독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 사진4 삼성전자 <나와 S4 이야기>

 

 

◎ 감독2) 윤은혜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감독은 바로 윤은혜 씨입니다. 가수이자 배우, 엔터테이너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죠?

 

영화 <뜨개질>은 이별을 경험한 한 여자의 심리를 그린 작품으로, 뜨개질을 하는 여자의 행위와 뜨개질의 재료들의 상태를 화면에 담으며 여자의 마음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별 후, 잊은 듯 하지만 다 잊혀지지 않은 기억의 잔재를 통해이별에 묵묵하게 반응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 심리를 묘사했다고 하네요.

 

중앙대학교에서 영화제작을 전공한 윤은혜 감독이 재학중 만든 작품으로,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단편경쟁' 부분에도 진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학과 과제로 제출한 것인데 영화제 제의까지 받다니!

 

연출가로서 윤은혜 씨의 자질이 얼마나 더 숨겨져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앞으로는 또 어떤 발전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지 기대해봅니다.

 

 

                ▲사진5 감독 윤은혜

  

 

▲사진6 영화 <뜨개질> 캡쳐

 

 


◎ 감독3) 류현경

 

 

 

2010년 영화 <쩨쩨한 로맨스>, <방자전>, <시라노연애조작단>등 연달아 히트작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떨친 배우가 있죠. 바로 류현경 씨입니다.

 

윤은혜 씨와 비슷하게 연출을 전공했고, 작품 <광태의 기초>와 <날강도>는 역시 졸업작품이었다고 합니다. 류현경 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친구들과 함께한 단편영화 <불협화음>에서 감독과 주연배우로서 첫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2006년에도 <사과어떨까?>라는 단편영화를 연출한 바 있을 정도로 연출가로서의 꾸준한 행보를 보여왔는데요, 그럼 그녀의 대표 작품을 살펴볼까요?

 

 

 

◀사진7 감독 류현경

 

 

 

▲사진8 류현경 감독이 연출한 영화

 

 

첫 번째 작품은 바로 <광태의 기초>입니다. <광태의 기초>는 남자 주인공 '광태'가 사랑에 있어 30년간 극복하지 못했던 자신의 한계를 느끼며, 헤어진 연인을 위해 이를 극복하며 좀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은 작품입니다. 기획부터 촬영까지 6개월의 제작기간을 거친 <광태의 기초>에는 배우 박철민과 '떼루아'의 장효진, 영화 '4교시추리영역'의 강소라가 주인공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요. <광태의 기초>는 제13회 충무로국제영화제의 한 섹션인 '충무로대학생단편영화제'에 출품해 전체 120여 편의 작품 중 30편이 선별되는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2010년에는 대학생들의 풋풋한 연애담과 청춘을 담은 멜로 영화인 <날강도>도 연출했습니다. 류현경 씨는 영화에서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으며 1인 2역을 훌륭히 소화해냈다고 합니다. 제9회 미장센단편영화제에도 초청된 바 있는 <날강도>는 제8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국제경쟁부분 본선 진출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83개국 2262편의 출품작 중에서 30개국 52작품이 경쟁하는 곳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죠. 또 같은 영화로 독립영화축제 인디포럼 2011에도 초청받았었다고 하니, 류현경 씨가 배우뿐 아니라 연출 재능까지 겸비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겠죠?
 
또 류현경 씨는 가수 정인의 뮤비도 연출한 바 있습니다. 2011년 정인의 미니앨범 <melody remedy>의 타이틀곡 '장마'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데 이어, 2013년 올해는 <그니>의 타이틀곡 '그 뻔한 말'의 뮤직비디오도 연출했습니다. 노래가 정말 좋아서 노래의 감정들을 영화처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연출의도를 밝혔다는데요, 재능뿐 아니라 욕심까지 뛰어난 감독님이네요. :-D
 


◎ 감독4) 방은진

 

▲사진9 방은진 감독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배우출신여성감독은 바로 방은진 씨입니다. 방은진 감독은 구혜선 감독처럼 배우활동을 하면서도 많은 작품을 연출했습니다. 2012년 화제가 되었던, 일본의 유명 소설을 소재로 한 영화 <용의자 X> 덕분에 많은 분들이 방은진 씨를 이미 배우가 아닌 한 명의 감독으로 인식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방은진 씨는 24살에 연극 <처제의 사생활>(1989)로 데뷔해 29살, 여배우로는 다소 늦은 나이에 스크린에 진출했습니다. 94년 영화 <태백산맥>이 그녀의 첫 영화인데요. 이듬해에는 <301·302>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습니다. 이처럼 방은진 씨는 배우로도, 감독으로서도 시작은 늦었지만 자리매김은 빨랐습니다.

 

 

▲사진10 방은진 감독의 작품

 

앞서 방은진 씨가 감독으로서 자리매김이 늦었다고 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배우출신 여성감독과 비교했을 때 그녀의 데뷔는 가장 빨랐습니다. 이미 2004년에 단편영화를 연출했으니 말이죠. 아, 99년의 단편영화 <장롱>의 조감독 활동과 이후 <엄마, 미안해>를 포함하면 더 빨라지네요! 방은진 감독의 첫 단편 <파출부, 아니다>는 여성 작가의 집에서 일하며 작가를 꿈꾸는 파출부의 일상을 담은 작품입니다. '빈 집에 홀로 출근하는 완벽한 타자인 파출부가 집주인이 없는 동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듬해 연출한 <오로라공주>는 파격적인 장르영화입니다. 다른 여성감독의 영화에서 휴머니즘과 사랑, 청춘이 등장했다면 여기엔 끔찍한 연쇄살인이 등장합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정당한' 살인말이죠. 처절한 모성애로 인한 철저한 살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휴머니즘과 사랑 역시 함께 포장되어 있겠네요. <오로라공주>는 배우 방은진의 첫 영화 연출작으로 화제를 모았고, 몰인정한 사회가 빚어낸 비극을 그려내며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합니다. 엄정화 씨가 제7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방은진 씨가 제29회 황금촬영상시상식과 제2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감독 방은진의 화려한 행
보를 예고해주었습니다.
 
<날아간 뻥튀기>는 고속도로 체증 구간에서 뻥튀기를 파는 여인과 그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길 위에 던져진 어머니와 아이를 통해 삶의 치열함과 고단함, 모성애, 빈곤, 그리고 무관심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사소한 설정에서 시작한 작은 사건들이 겹쳐지며 극적인 긴장감을 높여가는 이야기 구성으로, 뛰어난 교차편집이 주는 긴장감 때문에 작은 스릴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모성애'와 '스릴'은 방은진 감독의 18번인 것 같네요.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독특한 영화 <진주는 공부중>입니다. 사실 <진주는 공부중>은 자체작품은 아니고 <시선 1318>이라는 옴니버스 영화 속의 단편입니다. <시선 1318>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여섯번째 영화로, 청소년의 인권문제를 다룬 영화입니다. '진주는 공부중', '유앤미', '릴레이', '청소년 드라마의 이해와 실제', 달리는 차은' 등 5편의 영화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방은진 감독은 전교 1등 박진주와 꼴등 마진주의 상반되는 인생과 고민을 발랄한 뮤지컬 형식으로 그려내었습니다.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평범한 아이들을 통해 경쟁만을 강요하는 학교와 사회의 현실을 완곡하게 비판합니다.
 
마지막으로 <용의자 X>는 한 천재수학자가 자신이 남몰래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그녀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감추려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명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아시나요? 이 소설은 일본에서도 흥행하여 같은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때문에 방은진 감독이 어떻게 차별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빠트릴 수 없었는데요. 천재수학자와 물리학자의 두뇌싸움과 스릴러 요소에 집중한 원작과 달리, <용의자 X>는 인물 간의 사랑, 즉 멜로적인 요소를 더 드러냈습니다. 방은진 감독은 모 인터뷰에서 '인기원작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오히려 이를 재해석하고 싶은 의욕과 열정이 더 컸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출로 <용의자 X>를 완성해냈지요.
 
또 방은진 감독은 2013년 신작인 <집으로 가는 길>을 제작 중에 있습니다. 마약 배달 누명을 쓴 평범한 가정주부가 프랑스 교도소에 갇히고 그의 남편이 아내를 구하기 위해 분투한다는 내용의 드라마인데요, 배우 전도연 씨와 고수 씨가 열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상으로 우리나라의 배우 출신 여성 감독 4명을 살펴보았는데요, 저도 자료를 찾아보며 생각보다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흥미진진하게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네 분만 다뤄보았는데 사실 자잘(?)하게 연출을 했고, 또 해오고 계신 여성 감독 분들이 더 있더라구요. 궁금하세요? 직접 찾아보시고, 작품도 감상해보세요! X-) 위의 영화들 중 기자도 아직 못 본 영화가 눈에 많이 띄는데요.. 하루 날 잡아서 봐야겠네요. 다음 시간에는 배우 출신 남성 감독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한국의 영화배우와 감독님들을 응원합니다!

 

◎ 사진출처

- 사진1 YG엔터테인먼트

- 사진2 영화 <복숭아나무> 공식 홈페이지

- 사진3,8,10 각 영화 사이트 발췌

- 사진4 삼성 홈페이지

- 사진5 TVDAILY 사이트

- 사진6 영화 <뜨개질> 공식 홈페이지

- 사진7 네이버 프로필

- 사진9 <용의자X>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