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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동반상생, 드라마를 통해 배우다

by KOCCA 2013. 7. 1.

 

▲ 사진1 직장의 신 포스터

 

 

두 달전, 언론은 물론 직장인들 사이에서 핫한 드라마 한 편이 있었죠. 바로 <직장의 신>인데요.

5월 한 달은 특히 '포스코 이사의 라면은 왜 익지 않는가'부터 시작하여, 남양유업 사태, 청와대 대변인의 방미 중 성추행 까지....이러한 사건들로부터 국민들이 느낀 공통적인 감정은 분노였습니다. 소위 갑이라 일컫는 기득권 층들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그 분노를 조금이나마 사그라들게 해 준 <직장의 신>은 김혜수의, 김혜수에 의한, 김혜수를 위한! 드라마였다고 까지 형용할 수 있을 만큼 '역시 김혜수야'이라는 말로 신의 한수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미스김 신드롬’을 일으킨 김혜수는 극 중 못하는게 없는 원더우먼입니다. 극 중에서 정규직으로 회사에 남아달라는 요구도 미스 김은 매몰차게 거절합니다.

 

자 이제부터~ 미스김 신드롬 파헤쳐보겠습니다.

먼저, 비정규직, 88만원 세대, 인턴, 취업난, 갑을관계.. 단어들만 주욱 나열했을 뿐인데, 왜 가슴이 먹먹한 걸까요 :-( 이러한 현실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요?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서본 사람들이라면 더 이상 드라마 속의 미스김은 아리따운 김혜수씨로만 보이지 않을 겁니다. 자신이 처해봤던 그 상황에 감정을 이입시켜보면 미스 김으로 나오는 김혜수씨를 통해 느끼는 희열이 있거든요. 바로 그 이유때문에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지 않았나 싶습니다.


 

▲ 사진2 직장의 신 포스터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설문조사가 있어서 소개해 드립니다. 지난 5월 19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 대표 이정근)이 직장인 559명을 대상으로 ‘드라마 속 가장 부러운 직장의 신 행동’을 설문한 결과,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고 다 하는 것’(22.4%)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하네요.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으로 감내해야 했던 직장인들의 심정이 드러난 것이겠죠? 2위는 ‘칼출근, 칼퇴근 하는 것’(20%) 알람을 맞춰놓고 체조를 하다가 칼같이 일하고, 회의 중에도 퇴근하는 미스김의 행동은 드라마 속에서도 부러움을 사고 있었습니다.

 

3위는 ‘시간 외 근무수당을 챙기는 것’(16.5%) 미스김은 회식 후 고기 굽기(20만 원), 탬버린 치기(40만 원)에 대해 시간 외 수당을 청구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주인공처럼 실제로 자발적 비정규직이 될 의향이 있냐고 묻자 76.7%가 ‘없다’라고 답했다고 하네요. 그 이유로는  ‘고용 불안감이 클 것 같아서’(38.9%),  ‘드라마처럼 되지 않을 것 같아서’(21.7%), ‘연봉이 낮아질 것 같아서’(12.1%), ‘대우가 좋지 않아서’(11.2%), ‘동료들과 소속감이 들지 않을 것 같아서’(6.8%) 등을 들었습니다. 직장의 신을 통해 대리만족은 느끼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낀다는 사실이 서글픕니다.

 

<직장의 신>과 사회문제 속에서 이슈가 되는 갑, 을 관계가 아닌 다함께 '동반상생'을 추구해보는 건 어떨까요?

 

무슨 말이냐구요?!

 
5월, 갑을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가 대두된 이후 '갑을 관계 리스크’ 극복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잇따르고 있었죠. 그  가운데 우리  한국콘텐츠진흥원 (KOCCA) 직원들은 회사 게시판을 통해 자발적으로 ‘갑’과 ‘을’이란 표현을 다른 용어로 대체하자며 토론을 벌이고 있어 화제를 일으켰죠.

 

'남양유업 녹취록’을 계기로 ‘갑의 횡포’ 논란이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8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직원 자유게시판에는 ‘갑, 을이란 용어 없애면 안 될까요?’라는 제목의 ‘건의’ 한 건이 올라왔는데요.

 

이 글은 “‘갑’이라는 말은 계약상 우월적 지위의 이미지로 고착된 지 오래”라며, “(지원 대상) 업계도 우리 원과 협약(계약)을 맺으면 단어의 본래 뜻과는 무관하게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갑’의 이미지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 것입니다.

 
이어 “‘갑’을 ‘진흥원’, ‘을’을 ‘업체명’ (혹은) ‘주관기관’ 등으로 바꿔도 계약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면서  “‘상(相)’과 ‘생(生)’ 등으로 바꾸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하고 제안했다고 하네요!

 

이 글이 게시되자 “우리 원의 변화의지를 전달하는 좋은 수단”, “진정성 있는 제안”, “우리의 잠재적 사고를 바꿀 좋은 제안” 등 취지에 찬성하는 댓글과 함께 ‘동(同)’과 ‘반(伴)’, ‘협(協)’과 ‘력(力)’ 등 ‘갑‧을’ 용어를 대체할 아이디어 제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한국콘텐츠진흥원 홍상표 원장님은 “이런 논의가 아래로부터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무척 고무적”이라며 “내부 의견수렴을 거쳐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용어를 포함한 규정을 바꾸는 한편, 실질적인 인식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씀 하셨다고 하는군요!

 

확실히 갑과 을이라는 단어보다 상생, 동반, 협력이라는 단어들이 주는 긍정적인 파워가 어마어마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동반상생할 우리 사회를 기대해봅니다 :-)

 

 

◎ 사진출처
- 사진1,2 KBS <직장의 신> 공식 홈페이지